고시원 40만원에서 보는 게임 업계
- 09 Dec, 2025
월세 40만원의 삶
구로구 고시원이다. 월세 40만원. 3평도 안 된다.
연봉 3400만원. 세후 280만원. 월세가 14%다. 식비 교통비 빼면 100만원 남는다.
창문은 있다. 환기구만 한데. 해는 안 들어온다.
책상, 침대, 옷장. 전부다. 화장실은 공용이다. 새벽 2시에 씻는다. 사람 없을 때.

벽이 얇다. 옆방 키보드 소리 들린다. 그 사람도 개발자인가 싶다.
3년 전에 들어왔다. “1년만 버티고 이사 가자.” 그랬다.
아직도 여기다.
연봉의 30%가 주거비
정확히는 28.5%다. 계산해봤다.
서울 1인 가구 평균이 35%래. 나은 편이다. 그런데 고시원이다.
월세 40만원짜리 원룸은 없다. 관리비 포함 60만원부터다. 전세는 보증금이 없다.
친구는 월세 70만원 산다. 방 하나, 화장실 하나. 부럽다.
“너도 조금만 더 내면 되잖아.” 30만원이 조금이 아니다.

회사 동료는 집에서 출퇴근한다. 인천이다. 3시간 걸린다.
“월세 아낀다고 생각하면 괜찮아.” 그렇게 말한다. 피곤해 보인다.
나는 출근 30분이다. 지하철 2호선 두 정거장. 이게 장점이다.
CBT 때 밤 2시 퇴근해도 2시 반에 집이다. 씻고 자면 3시. 10시 출근이면 7시간 잔다.
인천 사는 동료는 5시간 못 잔다.
이직하면 나아질까
채용 공고를 본다. 매일.
대기업 QA는 3800만원부터다. 400만원 차이다. 월 33만원.
월세 60만원 원룸 가능하다. 화장실 내 꺼다. 창문으로 해 들어온다.
그런데 대기업 QA는 경쟁이 세다. 서류에서 떨어진다.
“경력 3년인데 왜?” 학벌이다. 지방대 출신이다.

스타트업은 연봉이 낮다. 3200만원 제안받았다. 200만원 깎이는 거다.
“스톡옵션 있어요.” 믿을 수 없다. 현금이 필요하다.
게임 회사 말고 다른 데는 어딜까. QA 경력이 통할까.
개발자 전환? 부트캠프 다녀야 한다. 6개월 무직이다. 고시원비도 못 낸다.
광주 부모님은 모른다
“게임 회사 다닌다며? 좋겠다.”
좋지 않다. 설명 안 한다.
명절 때 친척들이 묻는다. “연봉 얼마야?”
“그냥 평범해요.” 넘어간다.
사촌 형은 대기업이다. 5천만원 넘는다. 비교된다.
“게임만 하면서 돈 받으면 좋지.” 웃고 넘긴다. 100번 플레이는 게임이 아니다.
부모님한테 고시원 얘기 안 했다. “자취한다”고만 했다.
방 사진 안 보낸다. 전화할 때 화장실 들어가서 한다. 조용하니까.
송금은 못 한다. 받는다. 명절 때 20만원. 아껴 쓴다.
동료들도 비슷하다
팀장만 결혼했다. 37살이다. 김포 산다.
나머지는 전부 1인 가구다. 고시원 2명, 셰어하우스 1명, 월세 원룸 1명.
월세 원룸 사는 선배는 부모님이 보증금 대줬다. 2천만원.
“부럽죠? 저도 알아요.” 솔직하다. 고맙다.
점심시간에 부동산 앱 본다. 다 같이.
“여기 괜찮네. 역 5분.” “관리비 15만원이네.” “포기.”
회식 때 월세 얘기 나온다. 술 취하면 다 한다.
“이러려고 게임 회사 왔나.” 팀장이 웃는다. “나도 그랬어.”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이다.
야근 수당으로 버틴다
기본급은 290만원이다. 세전.
야근 수당이 40만원 나온다. 월 20시간 기준이다.
CBT 달은 60시간이다. 120만원 나온다. 이때 저축한다.
런칭 전 3개월이 지옥이다. 그런데 돈은 모인다.
작년에 300만원 모았다. 전부 야근 수당이다.
“몸 버리고 돈 버네.” 맞다. 그래도 번다.
친구는 스타트업이다. 야근 수당 없다. “야근이 일상인데 수당을?”
내가 낫다. 조금.
10년 후가 안 보인다
선배는 7년 차다. 연봉 4200만원이다.
4년 더 하면 800만원 오른다. 월 66만원.
고시원은 벗어나겠다. 원룸은 간다.
그런데 그게 다다.
팀장은 12년 차다. 5500만원이다. 김포 투룸이다.
“서울은 포기했어.” 웃으면서 말한다.
나도 12년 차 되면 김포 가나. 출퇴근 2시간 하나.
결혼은? 5500만원으로 아이 키우나. 맞벌이 필수다.
그럼 언제 게임 테스트하나. QA는 야근이 많은데.
계산이 안 나온다.
좋아하는 일인데
게임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했다. RPG, AOS, FPS 다 했다.
“게임 회사 들어가면 좋겠다.” 그랬다.
QA는 개발 못 해도 된다. 게임만 잘하면 된다. 딱이었다.
입사했다. 3개월은 좋았다.
같은 던전 10번 돌았다. 괜찮았다.
50번 돌았다. 지루했다.
100번 돌았다. 게임이 아니었다.
버그 찾는 게 일이다. 재미 찾는 게 아니다.
확률 검증한다. 가챠 1000번 돌린다. 손가락 아프다.
집에서 게임 안 한다. 이제.
유튜브 본다. 게임 방송도 안 본다. 일 생각난다.
그래도 버티는 이유
다른 걸 못 한다.
개발? 코딩 모른다. 배우려면 시간과 돈 든다.
기획? 글 못 쓴다. 기획서 본 적은 많다. 쓸 자신은 없다.
다른 업종? QA 경력이 통할까. 모르겠다.
“게임 회사 3년 다녔어요.” “뭐 했는데요?” “버그 찾았어요.”
어디 가서 말하나.
그냥 여기가 편하다. 익숙하다.
동료들 좋다. 다 같이 힘들다. 위로된다.
게임 업계 용어 통한다. “재현율 50%”, “크리티컬 버그”, “밸런스 패치”.
밖에서는 못 쓴다.
월세 올랐다
건물주가 말했다. “다음 달부터 45만원이에요.”
5만원 올랐다. 12.5% 인상이다.
“다른 데 알아볼게요.” 말했다.
“그러세요. 근데 요즘 40만원짜리 없어요.”
찾아봤다. 없다. 45만원이 최저다.
계약 갱신했다. 어쩔 수 없다.
연봉은 안 올랐다. 월세는 올랐다.
가처분 소득이 줄었다. 95만원 남는다.
저축은 포기다. CBT 때만 모은다.
구로 디지털 단지
출근길이다. 2호선 탄다.
구로 디지털 단지역에서 내린다. 게임 회사 많다.
점심시간에 나온다. 20대 많다. 다 비슷하다.
편의점 도시락 산다. 3900원짜리. 매일 먹는다.
“회사 어디세요?” 가끔 묻는다. “○○입니다.” “저기 아는 사람 있어요.”
좁은 동네다. 다 안다.
카페 간다. 2500원 커피. 비싸다. 자판기 커피 마신다. 800원.
퇴근 후 편의점 간다. 컵라면 사서 고시원 가서 먹는다. 1500원.
외식은 월 2회다. 1만원씩. 치킨은 사치다.
월세 40만원에서 본 게임 업계는 이렇다. 좋아하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월세가 오른다. 연봉은 안 오른다. 그래도 내일 출근한다. 어쩔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