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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Dec, 2025
버그의 심각도를 보는 눈
버그의 심각도를 보는 눈 오늘 신입이 넘긴 버그 리포트 아침에 출근했다. 신입이 어제 작성한 버그 리포트를 확인했다. "캐릭터 점프 시 그림자 위치 어긋남 - Critical" 한숨 나왔다. 그림자 위치 문제는 Minor다. Critical이 아니다. 신입이니까 모를 수 있다. 나도 1년차 때는 모든 게 중요해 보였다. 심각도 재분류했다. Minor로. 그런데 같은 리포트 아래에 다른 버그가 있었다. "상점에서 아이템 구매 시 골드 차감 안 됨 - Normal" 이건 반대다. 바로 심각도 올렸다. Critical로. 게임 경제 무너지는 버그다. 런칭 전에 못 잡으면 망한다. 신입한테 설명해줬다. "이건 Critical이야. 돈이 안 깎이면 유저들이 무한으로 살 수 있잖아." 신입이 고개 끄덕였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 아직 감이 안 잡힌 것 같다. 당연하다. 나도 3년 걸렸다.1년차 때는 모든 게 Critical 입사하고 첫 프로젝트가 MMORPG였다. 버그를 찾으면 무조건 심각도를 높게 매겼다. 내가 찾은 건 다 중요해 보였다. "NPC 대사에 오타 - Critical" "UI 버튼 정렬 1픽셀 어긋남 - Major" "BGM 루프 시 0.1초 끊김 - Critical" 리드가 전부 다시 분류했다. Minor, Minor, Normal. 처음엔 이해 안 됐다. 오타도 버그고, 정렬도 안 맞고, 소리도 끊기는데 왜 심각하지 않은 거지? 리드가 말했다. "유저가 게임을 못 하면 Critical이야. 나머지는 나중에 고쳐도 돼."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첫 CBT 때 깨달았다. 런칭 3일 전. 버그가 300개 넘게 쌓였다. 다 고칠 수 없었다. 리드가 Critical만 골라냈다. 20개 정도. 나머지는 런칭 후 패치로. 그때 내가 Critical로 올렸던 버그들은 전부 패스됐다. 게임은 정상적으로 런칭됐다. 오타는 유저들이 캡처해서 커뮤니티에 올렸다. 웃음거리가 됐지만 게임은 돌아갔다. 그때 알았다. '심각도'는 우선순위다. 생존의 문제다. 2년차, 패턴이 보이기 시작함 두 번째 프로젝트는 RPG였다. 테스트하면서 버그 심각도를 매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퀘스트 완료 후 보상 안 들어옴 - Critical" "던전 입장 시 로딩 무한 - Critical" "PVP 매칭 안 됨 - Major" 리드가 확인하고 고개 끄덕였다. "맞아. 이대로 올려." 처음으로 재분류 안 당했다. 패턴이 생겼다. 유저가 진행을 못 하면 Critical. 유저가 손해를 보면 Critical. 서버가 죽으면 Critical. 나머지는 Major 이하. 던전에 못 들어가면 진행 불가. Critical. 보상을 못 받으면 손해. Critical. PVP는 필수 콘텐츠는 아님. Major. 이 기준이 생기니까 판단이 빨라졌다. 그런데 아직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레이드 보스 패턴 2페이즈에서 스킬 안 씀" 이건 뭐지? 버그는 맞다. 그런데 심각도는? 기획서 확인했다. 2페이즈에서 광역기를 써야 하는데 안 쓴다. 보스가 너무 쉬워진다. 일단 Major로 올렸다. 다음날 리드가 불렀다. "이거 Critical이야. 밸런스 붕괴야. 레이드 난이도가 존재 의미를 잃어." 아, 맞다. 레이드는 엔드 콘텐츠다. 여기가 쉬우면 유저들이 할 게 없다. 게임 수명이 짧아진다. 또 배웠다. 밸런스 붕괴도 Critical이다.3년차, 이제는 감이다 지금은 버그 리포트를 보면 1초 만에 안다. 심각도가 뭔지. "스킬 쿨타임 초기화 버그 - 유저가 무한으로 스킬 쓸 수 있음" Critical. 즉시 기획자한테 알림.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특정 헤어스타일 선택 시 크래시" Critical. 유저가 게임 시작을 못 한다. "상점 UI에서 아이템 설명 텍스트 잘림" Minor. 불편하지만 구매는 가능하다. "튜토리얼 스킵 버튼 작동 안 함" Major. 복귀 유저가 짜증 난다. 이탈률 오른다. "필드 보스 리젠 시간 30분→3분으로 변경됨" Critical. 서버 과부하 온다. 게임 터진다. 더 이상 기획서를 일일이 안 본다. 게임 구조가 머릿속에 있다. 이 버그가 어디에 영향을 주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경제 시스템 버그는 무조건 올린다. 진행 차단 버그는 최우선이다. 크래시는 재현율 확인하고 판단한다. UI 버그는 대부분 낮게 매긴다. 신입이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아세요?" 설명하기 어렵다. "감이야. 많이 보면 돼." 신입이 답답한 표정이다. 나도 알아. 그 심정. 나도 1년차 때 같은 질문 했다. 근데 진짜 답은 그거다. 경험. 심각도는 맥락이다 어제 재밌는 일이 있었다. QA 회의에서 버그 하나가 논쟁이 됐다. "PVP에서 특정 스킬 조합 사용 시 상대방 화면 멈춤" 누군가는 Critical이라고 했다. "PVP를 못 하잖아요." 누군가는 Major라고 했다. "재현율이 낮아요. 특정 조합이 필요해요." 리드가 물었다. "PVP 시즌이 언제 시작하지?" "2주 후요." "Critical." 모두가 고개 끄덕였다. 같은 버그도 타이밍에 따라 심각도가 바뀐다. PVP 시즌 전이면 Critical. 평소면 Major. 런칭 직전이면 모든 크래시가 Critical. 런칭 후 안정기면 재현율 낮은 크래시는 Normal. 이벤트 기간이면 이벤트 관련 버그는 우선순위 1순위. 평소면 나중에 고쳐도 된다. 심각도는 절대적이지 않다. 상황에 따라 바뀐다. 이게 제일 어렵다. 기준이 고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하다. 프로젝트를 여러 번 겪어봐야 한다. 런칭을 여러 번 해봐야 한다. 신입은 절대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건 버그니까 Critical." 3년차는 맥락으로 판단한다. "이건 지금 고쳐야 하니까 Critical." 차이가 크다. 틀릴 때도 있다 물론 나도 틀린다. 지난달에 버그를 Normal로 올렸다. "특정 NPC 상호작용 시 카메라 각도 이상함" 별거 아닌 것 같았다. 게임은 진행된다. 카메라만 조금 이상할 뿐. 런칭 후 커뮤니티에 글 올라왔다. "이 NPC 대화하면 치마 속이 보임 ㅋㅋㅋ" 난리 났다. 캡처 돌아다니고, 기사 나오고, 페미 커뮤니티에서 난리. 긴급 패치 들어갔다. 리드가 말했다. "이거 Critical이었어. 놓쳤네." 내 잘못이다. 카메라 버그인 줄만 알았다. 그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 못 했다. 유저 반응까지 예측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Minor여도, 유저한테 Critical이면 그게 Critical이다. 여기까지는 아직 감이 부족하다. 더 배워야 한다.신입한테 해주는 말 오늘 신입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심각도를 잘 볼 수 있어요?" 내가 한 말. "일단 많이 틀려봐." 처음엔 다 틀린다. Critical을 Minor로 보고, Minor를 Critical로 본다. 당연하다. 틀리면 리드가 고친다. 그때 왜 틀렸는지 물어봐라. "왜 이게 Critical인가요?" "왜 이건 Minor인가요?" 이유를 알면 다음엔 안 틀린다.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봐." 개발자 입장이 아니라 유저 입장. 이 버그 때문에 유저가 게임을 못 하나? 이 버그 때문에 유저가 돈을 잃나? 이 버그 때문에 유저가 화내나? 답이 "예스"면 심각도 올려라. "런칭을 경험해봐." CBT, 오픈 베타, 정식 런칭. 직접 겪어봐야 안다. 런칭 전날 밤에 어떤 버그를 먼저 고치는지 봐라. 그게 Critical이다. 런칭 후 유저들이 어떤 버그에 화내는지 봐라. 그것도 Critical이다. 책에는 안 나온다. 몸으로 배워야 한다. "3년 걸린다." 조급해하지 마. 나도 3년 걸렸다. 1년차는 기준을 배운다. 2년차는 패턴을 본다. 3년차는 감이 생긴다. 지금은 틀려도 괜찮다. 그게 배우는 과정이다. 신입이 고개 끄덕였다. 표정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퇴근길 생각 오늘도 버그 리포트 30개 처리했다. 심각도 분류하고, 재현하고, 로그 확인하고. 3년 전 나는 하루에 5개도 제대로 못 했다. 지금은 30개. 빨라진 게 아니다. 눈이 생긴 거다. '이건 Critical'이라는 확신. '이건 Major'라는 판단. '이건 Minor'라는 여유. 이게 3년의 값어치다. 연봉은 여전히 낮다. 야근은 여전히 많다. 처우는 여전히 안 좋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이제 버그를 본다. 신입이 못 보는 걸 본다. 개발자가 놓친 걸 본다. 기획자가 예상 못 한 걸 본다. 이게 내 능력이다. 3년 동안 만든. 집에 가는 지하철 안. 커뮤니티 들어가 봤다. 우리 게임 글이 있다. "오늘 업데이트 후 버그 없네? QA 일 제대로 하나 봄" 한 줄 댓글이지만 기분 좋다. 우리가 잘 걸러내면 유저는 몰라. 그게 우리 일이다. 집 도착. 씻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도 버그 본다. 심각도 판단한다. 틀리면 배운다. 3년차 QA. 버그를 보는 눈을 가진 사람. 그게 나다.Critical은 절대적이지 않다. 타이밍과 맥락이다. 3년 걸려서 배웠다.
- 09 Dec, 2025
고시원 40만원에서 보는 게임 업계
월세 40만원의 삶 구로구 고시원이다. 월세 40만원. 3평도 안 된다. 연봉 3400만원. 세후 280만원. 월세가 14%다. 식비 교통비 빼면 100만원 남는다. 창문은 있다. 환기구만 한데. 해는 안 들어온다. 책상, 침대, 옷장. 전부다. 화장실은 공용이다. 새벽 2시에 씻는다. 사람 없을 때.벽이 얇다. 옆방 키보드 소리 들린다. 그 사람도 개발자인가 싶다. 3년 전에 들어왔다. "1년만 버티고 이사 가자." 그랬다. 아직도 여기다. 연봉의 30%가 주거비 정확히는 28.5%다. 계산해봤다. 서울 1인 가구 평균이 35%래. 나은 편이다. 그런데 고시원이다. 월세 40만원짜리 원룸은 없다. 관리비 포함 60만원부터다. 전세는 보증금이 없다. 친구는 월세 70만원 산다. 방 하나, 화장실 하나. 부럽다. "너도 조금만 더 내면 되잖아." 30만원이 조금이 아니다.회사 동료는 집에서 출퇴근한다. 인천이다. 3시간 걸린다. "월세 아낀다고 생각하면 괜찮아." 그렇게 말한다. 피곤해 보인다. 나는 출근 30분이다. 지하철 2호선 두 정거장. 이게 장점이다. CBT 때 밤 2시 퇴근해도 2시 반에 집이다. 씻고 자면 3시. 10시 출근이면 7시간 잔다. 인천 사는 동료는 5시간 못 잔다. 이직하면 나아질까 채용 공고를 본다. 매일. 대기업 QA는 3800만원부터다. 400만원 차이다. 월 33만원. 월세 60만원 원룸 가능하다. 화장실 내 꺼다. 창문으로 해 들어온다. 그런데 대기업 QA는 경쟁이 세다. 서류에서 떨어진다. "경력 3년인데 왜?" 학벌이다. 지방대 출신이다.스타트업은 연봉이 낮다. 3200만원 제안받았다. 200만원 깎이는 거다. "스톡옵션 있어요." 믿을 수 없다. 현금이 필요하다. 게임 회사 말고 다른 데는 어딜까. QA 경력이 통할까. 개발자 전환? 부트캠프 다녀야 한다. 6개월 무직이다. 고시원비도 못 낸다. 광주 부모님은 모른다 "게임 회사 다닌다며? 좋겠다." 좋지 않다. 설명 안 한다. 명절 때 친척들이 묻는다. "연봉 얼마야?" "그냥 평범해요." 넘어간다. 사촌 형은 대기업이다. 5천만원 넘는다. 비교된다. "게임만 하면서 돈 받으면 좋지." 웃고 넘긴다. 100번 플레이는 게임이 아니다. 부모님한테 고시원 얘기 안 했다. "자취한다"고만 했다. 방 사진 안 보낸다. 전화할 때 화장실 들어가서 한다. 조용하니까. 송금은 못 한다. 받는다. 명절 때 20만원. 아껴 쓴다. 동료들도 비슷하다 팀장만 결혼했다. 37살이다. 김포 산다. 나머지는 전부 1인 가구다. 고시원 2명, 셰어하우스 1명, 월세 원룸 1명. 월세 원룸 사는 선배는 부모님이 보증금 대줬다. 2천만원. "부럽죠? 저도 알아요." 솔직하다. 고맙다. 점심시간에 부동산 앱 본다. 다 같이. "여기 괜찮네. 역 5분." "관리비 15만원이네." "포기." 회식 때 월세 얘기 나온다. 술 취하면 다 한다. "이러려고 게임 회사 왔나." 팀장이 웃는다. "나도 그랬어."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이다. 야근 수당으로 버틴다 기본급은 290만원이다. 세전. 야근 수당이 40만원 나온다. 월 20시간 기준이다. CBT 달은 60시간이다. 120만원 나온다. 이때 저축한다. 런칭 전 3개월이 지옥이다. 그런데 돈은 모인다. 작년에 300만원 모았다. 전부 야근 수당이다. "몸 버리고 돈 버네." 맞다. 그래도 번다. 친구는 스타트업이다. 야근 수당 없다. "야근이 일상인데 수당을?" 내가 낫다. 조금. 10년 후가 안 보인다 선배는 7년 차다. 연봉 4200만원이다. 4년 더 하면 800만원 오른다. 월 66만원. 고시원은 벗어나겠다. 원룸은 간다. 그런데 그게 다다. 팀장은 12년 차다. 5500만원이다. 김포 투룸이다. "서울은 포기했어." 웃으면서 말한다. 나도 12년 차 되면 김포 가나. 출퇴근 2시간 하나. 결혼은? 5500만원으로 아이 키우나. 맞벌이 필수다. 그럼 언제 게임 테스트하나. QA는 야근이 많은데. 계산이 안 나온다. 좋아하는 일인데 게임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했다. RPG, AOS, FPS 다 했다. "게임 회사 들어가면 좋겠다." 그랬다. QA는 개발 못 해도 된다. 게임만 잘하면 된다. 딱이었다. 입사했다. 3개월은 좋았다. 같은 던전 10번 돌았다. 괜찮았다. 50번 돌았다. 지루했다. 100번 돌았다. 게임이 아니었다. 버그 찾는 게 일이다. 재미 찾는 게 아니다. 확률 검증한다. 가챠 1000번 돌린다. 손가락 아프다. 집에서 게임 안 한다. 이제. 유튜브 본다. 게임 방송도 안 본다. 일 생각난다. 그래도 버티는 이유 다른 걸 못 한다. 개발? 코딩 모른다. 배우려면 시간과 돈 든다. 기획? 글 못 쓴다. 기획서 본 적은 많다. 쓸 자신은 없다. 다른 업종? QA 경력이 통할까. 모르겠다. "게임 회사 3년 다녔어요." "뭐 했는데요?" "버그 찾았어요." 어디 가서 말하나. 그냥 여기가 편하다. 익숙하다. 동료들 좋다. 다 같이 힘들다. 위로된다. 게임 업계 용어 통한다. "재현율 50%", "크리티컬 버그", "밸런스 패치". 밖에서는 못 쓴다. 월세 올랐다 건물주가 말했다. "다음 달부터 45만원이에요." 5만원 올랐다. 12.5% 인상이다. "다른 데 알아볼게요." 말했다. "그러세요. 근데 요즘 40만원짜리 없어요." 찾아봤다. 없다. 45만원이 최저다. 계약 갱신했다. 어쩔 수 없다. 연봉은 안 올랐다. 월세는 올랐다. 가처분 소득이 줄었다. 95만원 남는다. 저축은 포기다. CBT 때만 모은다. 구로 디지털 단지 출근길이다. 2호선 탄다. 구로 디지털 단지역에서 내린다. 게임 회사 많다. 점심시간에 나온다. 20대 많다. 다 비슷하다. 편의점 도시락 산다. 3900원짜리. 매일 먹는다. "회사 어디세요?" 가끔 묻는다. "○○입니다." "저기 아는 사람 있어요." 좁은 동네다. 다 안다. 카페 간다. 2500원 커피. 비싸다. 자판기 커피 마신다. 800원. 퇴근 후 편의점 간다. 컵라면 사서 고시원 가서 먹는다. 1500원. 외식은 월 2회다. 1만원씩. 치킨은 사치다.월세 40만원에서 본 게임 업계는 이렇다. 좋아하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월세가 오른다. 연봉은 안 오른다. 그래도 내일 출근한다.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