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 회사, QA는 5명뿐
- 26 Dec, 2025
우리 팀은 5명이다
회사는 150명이다. 개발자만 60명쯤 된다. 기획자 20명, 아트 30명, 그 외 인프라랑 경영지원.
QA는 5명이다.
월요일 아침 회의. 기획팀장이 말한다. “이번 업데이트 규모가 커요. 신규 던전 3개, 캐릭터 2명, 스킬 밸런스 조정 50개.”
우리 팀장이 묻는다. “일정이요?” “2주요.”
계산해봤다. 던전 하나당 최소 3일. 캐릭터 하나당 2일. 스킬은… 하루 종일 해도 20개?
불가능하다.

팀원 소개
팀장은 7년차다. 경험이 많아서 버그를 빨리 찾는다. 근데 회의에 불려다닌다. 실제 테스트는 거의 못 한다.
대리님은 5년차. 빌드 관리랑 툴 세팅 담당. 테스트도 하는데 관리 업무가 많다.
나랑 같은 3년차가 한 명 더 있다. 쟤는 PVP 담당, 나는 PVE 담당. 서로 영역이 달라서 도와주기 힘들다.
막내는 1년차다. 아직 배우는 중. 간단한 것만 맡긴다.
실전 투입 가능한 인원. 나랑 동기, 둘이다.
개발자 60명이 만든 걸. 우리 둘이 테스트한다.

오늘의 업무량
아침 10시. 신규 빌드 설치. 30분 걸린다.
10시 30분. 던전 A 테스트 시작. 입장, 전투, 보스, 보상. 최소 10회는 돌려야 한다.
12시. 점심 먹고 온다. 던전 A 아직 6회.
1시. 던전 A 완료. 버그 5개 발견. 리포트 작성 30분.
1시 30분. 던전 B 시작. 근데 동기한테 카톡 온다. “야 캐릭터 테스트 도와줘. 못 끝낸다.”
선택해야 한다. 내 일정을 밀거나. 동기를 포기하거나.
둘 다 못 한다. 그래서 둘 다 한다.
4시까지 캐릭터 테스트 도움. 5시부터 밤 10시까지 던전 B.
집에 가서 생각한다. 던전 C는 언제 하지.
내일도 신규 빌드 온다.
3명 몫을 하는 날
목요일이다. 동기가 병가 썼다. 과로로 쓰러졌다.
팀장이 말한다. “PVP 테스트 네가 해야 할 것 같아.”
나는 PVE만 3년 했다. PVP는 처음이다.
점심때 동기한테 전화했다. “야 PVP 어떻게 해?” “테스트 시트 보고 해. 미안.”
테스트 시트를 봤다. 80개 항목. 하나에 30분씩 잡아도 40시간.
하루에 끝내야 한다. 런칭이 내일이다.
오후 1시부터 새벽 4시까지. 15시간 했다. 중간에 라면 하나 먹었다.
80개 중에 62개 했다. 18개는 못 했다.
팀장한테 보고했다. “나머지는 런칭 후 모니터링으로 가겠습니다.”
이게 맞나 싶다. 근데 다른 방법이 없다.

왜 안 뽑나요
회식 자리에서 물었다. “팀장님, QA 한 명만 더 뽑으면 안 돼요?”
팀장이 웃었다. “나도 요청했어. 1년째.”
경영진 생각은 이렇다. QA는 비용이다. 개발자는 투자다.
개발자 한 명 연봉 6000만원. QA 한 명 연봉 3500만원.
근데 개발자는 뽑는다. QA는 안 뽑는다.
이유를 들었다. “QA는 외주 쓰면 되잖아요.”
외주 QA가 온 적 있다. 2주 계약, 3명.
첫째 날. 빌드 설치 방법 알려줬다. 툴 사용법 알려줬다. 버그 리포트 양식 알려줬다.
하루 날렸다.
둘째 날부터 테스트 시작. 근데 리포트가 이상하다. “캐릭터가 안 움직여요.” 이동 키를 몰랐다.
“던전이 안 열려요.” 선행 퀘스트가 있었다.
하나하나 다시 설명했다. 결국 우리가 다시 테스트했다.
외주비 500만원. 우리 야근 수당 200만원.
회사는 외주가 싸다고 한다.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하는 게 빠르다고 한다.
결론은 안 뽑는다.
런칭 전날 밤
금요일 오후 6시. 최종 빌드가 왔다.
런칭은 월요일 새벽 6시. 주말 내내 테스트해야 한다.
팀원 전원 소집. 근데 대리님이 빠졌다. 아이가 아프다고.
4명이다.
팀장이 역할 분담했다. “막내는 UI 테스트.” “동기는 신규 콘텐츠.” “겜큐는 전체 플로우.” “나는 결제 시스템.”
밤 10시. 치킨이 왔다. 회사 지원이다.
새벽 2시. 막내가 졸고 있다. “야 자지 마. 커피 마셔.”
새벽 4시. 치명적 버그 발견. 보스 스킬이 안 나간다.
개발자한테 연락했다. 자고 있었다. 1시간 후에 수정본 온다.
새벽 5시. 수정본 테스트. 정상 작동.
새벽 6시. 퇴근.
주말 이틀. 하루 15시간씩 일했다.
야근 수당 나온다. 근데 돈이 문제가 아니다.
버그가 터졌을 때
런칭 후 3일째. 유저들이 난리다.
“던전 보상이 안 나와요.” “캐릭터 스킬이 먹통이에요.” “게임이 튕겨요.”
CS팀한테 전화 왔다. “QA팀 뭐 했어요?”
우리도 답답하다. 테스트 했다. 근데 못 찾은 거다.
시간이 없었다. 인원이 없었다.
그걸 어떻게 설명하나. CS팀은 이해 못 한다.
전체 회의. 대표가 말한다. “QA 검수가 부족했습니다.”
팀장이 대답 못 한다. 우리도 가만히 있다.
회의 끝나고. 팀장이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더 싸워볼걸.”
우리 잘못이 아니다. 근데 우리 책임이다.
이게 QA다.
동기가 그만둔다고 했다
어제 저녁. 동기가 술 먹자고 했다.
소주 두 병 먹고. 말했다. “나 이직한다.”
어디로. “다른 게임 회사. QA 아니야.”
무슨 직무. “CS 기획.”
연봉은. “4200. 800 오른다.”
부럽다. 근데 뭐라 못 하겠다.
“너무 힘들어. 이거 3명이 할 일이 아니야.” “맞아.” “근데 안 뽑잖아.” “응.”
“너는?” “나는 좀 더 버틸 것 같아.”
거짓말이다. 나도 지원서 넣고 있다.
한 달 후. 동기 없으면 나 혼자다.
막내는 아직 신입. 결국 내가 둘 몫 한다.
집에 와서 계산했다. 150명 회사. QA 5명.
5명이 4명 되고. 4명이 3명 된다.
언젠가 나 혼자 남는다.
그전에 나가야 한다.
150명이 만든 게임을 5명이 지킨다. 아니, 못 지킨다. 그냥 최선을 다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