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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칭
- 28 Dec, 2025
런칭 전야, 잠을 못 자는 이유
런칭 전야, 잠을 못 자는 이유 오후 11시, 불이 켜진 사무실 퇴근 시간은 6시였다. 지금 11시다. 사무실에 불이 다 켜져 있다. 개발팀, 기획팀, 운영팀, QA팀 모두 남아 있다. 내일이 런칭이다. 정식 오픈. 2년 반 만든 게임이다. 기획자 민수형이 모니터 앞에서 엑셀을 보고 있다. 개발자 준호형은 코드를 계속 고치고 있다. 운영팀 누나들은 공지사항을 쓴다 지운다 반복한다. 우리 QA팀도 마찬가지다. 테스트를 계속하고 있다. 오후 8시에 올라온 빌드를 받았다. "마지막 수정본"이라고 했다. 근데 벌써 세 번째 "마지막"이다.런칭 전날 밤의 의식 런칭 전날 밤은 항상 이렇다. CBT 때도 그랬다. OBT 때도 그랬다. 지금도 똑같다. 다들 남아서 일한다. 점검한다. 확인한다. "혹시 모를 버그"를 찾는다. 근데 솔직히 이 시간에 버그 찾아봤자다. 고칠 시간이 없다. 그래도 찾는다. 안 찾을 수가 없다. 내일 오전 10시에 서버가 오픈된다. 유저들이 들어온다. 그때 버그가 터지면? 생각하기 싫다. 나는 지금 신규 유저 플로우를 점검하고 있다. 튜토리얼부터 10레벨까지.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처음부터 플레이한다. 벌써 다섯 번째 계정이다. 같은 대사를 다섯 번 본다. 같은 전투를 다섯 번 한다. 지겹다. 근데 해야 한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들 체크리스트가 있다.튜토리얼 스킵 버그 없는지 신규 유저 보상 제대로 나오는지 상점 결제 정상 작동하는지 로그인 서버 부하 견딜 수 있는지 채팅 욕설 필터 작동하는지리스트가 50개다. 다 확인해야 한다. 결제 테스트를 한다. 실제로 돈을 쓰는 건 아니고 테스트 결제다. 1000원 패키지를 산다. 아이템이 들어온다. 로그를 확인한다. 정상이다. 10000원 패키지를 산다. 보너스 재화가 들어와야 한다. 들어왔다. 정상이다. 근데 불안하다. 혹시 실제 결제에서는? 혹시 동시 접속 1000명 넘으면? 옆자리 성훈이가 말한다. "형, 상점 UI 겹치는 거 아직도 안 고쳐졌어요." 알고 있다. 해상도 특정 비율에서 버튼이 겹친다. 기획팀한테 말했다. 개발팀한테도 말했다. "우선순위 낮음"이라고 했다. 런칭하면 유저들이 신고할 거다. 커뮤니티에 스크린샷 올라올 거다. "이게 정식 게임이냐"는 댓글 달릴 거다. 우리 탓이 된다.자정이 지났다 12시 30분이다. 팀장님이 편의점 가신다고 한다.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묻는다. 다들 에너지 음료 시킨다. 나도 레드불 달라고 했다. 오늘만 벌써 세 개 마셨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근데 안 마시면 졸린다. 준호형이 커밋을 올렸다. "긴급 수정"이라고 한다. 또 빌드를 받아야 한다. "마지막"의 "마지막"이다. 빌드 받는 데 20분 걸린다. 설치하는 데 10분 걸린다. 그동안 화장실 갔다 왔다. 거울을 봤다. 눈이 충혈됐다. 머리가 떡졌다. 얼굴이 푸석하다. 27살 맞나 싶다. 세수를 했다. 정신이 좀 든다. 아니, 안 든다. 피곤하다. 새벽 2시의 발견 테스트를 계속한다. 신규 빌드에서 퀘스트를 진행한다. 5번 퀘스트까지 정상이다. 6번 퀘스트를 받는다. NPC를 클릭한다. 대화창이 안 뜬다. 다시 클릭한다. 안 뜬다. 게임을 껐다 킨다. 다시 해본다. 또 안 뜬다. 심장이 멈춘다. "형, 이거 좀 봐요." 성훈이를 부른다. 성훈이도 해본다. 안 된다. 빌드 문제다. 기획팀 민수형을 부른다. 민수형이 당황한다. 준호형을 부른다. 준호형이 로그를 본다. "스크립트 파일이 안 들어갔네." 새벽 2시에 발견한 크리티컬 버그다. 메인 퀘스트가 진행이 안 된다. 게임을 못 한다. 지금 고쳐야 한다. 준호형이 파일을 넣는다. 다시 빌드한다. 20분 기다린다. 팀장님이 편의점에서 돌아왔다. 레드불을 나눠준다. 상황을 보고한다. 팀장님이 한숨 쉰다. "잘 찾았어. 지금 고치는 거지?" 네. 고치고 있습니다.새벽 3시, 잠이 안 오는 이유 빌드가 올라왔다. 다시 테스트한다. 이번엔 된다. 퀘스트가 진행된다. NPC 대화가 뜬다. 정상이다. 처음부터 다시 해본다. 또 된다. 세 번 해본다. 문제없다. "됩니다." 보고를 올린다. 준호형이 고맙다고 한다. 민수형이 수고했다고 한다. 근데 안심이 안 된다. 혹시 또 다른 버그가 있으면? 혹시 우리가 못 찾은 게 있으면? 아까 그것도 거의 못 찾을 뻔했다. 6번 퀘스트까지 안 갔으면 몰랐을 거다. 런칭하고 유저들이 찾으면? 생각하기 싫다. 새벽 4시, 그래도 계속한다 계속 테스트한다. 7번 퀘스트, 8번 퀘스트, 10번 퀘스트까지. 전부 정상이다. 던전에 들어간다. 몬스터를 잡는다. 보상을 받는다. 정상이다. 상점에 간다. 아이템을 산다. 사용한다. 정상이다. 파티를 만든다. 성훈이 계정을 초대한다. 같이 던전 간다. 정상이다. 체크리스트를 확인한다. 40개 완료했다. 10개 남았다. 성훈이가 졸고 있다. 의자에 기대서 눈을 감았다. 깨우지 않는다. 나도 졸린데 성훈이는 더 졸릴 거다. 민수형도 책상에 엎드려 있다. 준호형은 아직도 모니터를 보고 있다. 운영팀 누나들은 회의실에서 자고 있다. 다들 지쳤다. 근데 내일이면 끝난다. 아니, 오늘이다. 몇 시간 후면 런칭이다. 새벽 5시, 체크리스트 완료 마지막 항목을 확인한다. "서버 시간 동기화 테스트". 게임 시간이랑 실제 시간이 맞아야 한다. 일일 퀘스트 리셋 시간, 출석 보상 시간, 이벤트 시작 시간. 전부 확인한다. 정상이다. 체크리스트 50개 전부 완료했다. 팀장님한테 보고한다. 팀장님이 고생했다고 한다. 이제 좀 쉬라고 한다. 근데 못 쉰다. 불안하다. 성훈이를 깨운다. "형, 다 했어요?" 응, 다 했어. "그럼 집 갈까요?" 집 가도 잠 못 잔다. 그냥 여기 있는다. 새벽 6시, 런칭 2시간 전 사무실에 사람들이 하나둘 출근한다. 대표님도 왔다. 런칭 보려고 일찍 온 거다. 개발팀 다른 팀원들도 온다. 디자인팀도 온다. 다들 긴장한 얼굴이다. 운영팀에서 커피를 내린다. 다 같이 마신다. 말이 없다. 대표님이 말한다. "2년 반 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오늘 잘 되면 좋겠습니다." 박수가 나온다. 근데 어색하다. 다들 긴장해 있다. 나도 긴장된다. QA는 끝났는데 긴장된다. 혹시 모를 버그. 혹시 모를 문제. 서버가 터지면? 결제가 안 되면? 게임이 튕기면? 우리 탓이 된다. 오전 8시, 최종 점검 마지막 점검을 한다. 운영팀에서 서버 상태를 확인한다. 개발팀에서 로그를 본다. QA팀에서 테스트 서버에 다시 접속한다. 전부 정상이다. 공지사항이 올라간다. "오전 10시 정식 오픈".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온다. 유저들이 기대한다는 댓글을 단다. 기대가 부담이 된다. 성훈이가 말한다. "형, 떨려요." 나도 떨린다. 손이 떨린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아니다. 긴장해서 그렇다. 준호형이 농담한다. "우리 이력서 준비해야 하나." 웃기려고 한 말인데 안 웃긴다. 진짜 그럴 수도 있다. 런칭이 망하면. 버그가 터지면. 오전 9시 50분, 10분 남았다 서버 오픈 10분 전이다. 사무실에 다 모였다. 개발팀, 기획팀, 운영팀, QA팀, 디자인팀, 마케팅팀. 전부 모였다. 대표님이 카운트다운을 하자고 한다. 모니터에 서버 관리 창이 떠 있다. 오픈 버튼이 보인다. 10시 되면 누른다. 9시 55분. 5분 남았다. 커뮤니티를 본다. 유저들이 대기하고 있다. "곧 오픈", "기대된다", "재밌겠다" 댓글들이 올라온다. 잘 되면 좋겠다. 진짜로. 9시 58분. 2분 남았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레드불 때문만은 아니다. 긴장 때문이다. 성훈이가 내 어깨를 친다. "형, 우리 잘했어요. 괜찮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다. 9시 59분. 1분 남았다. 대표님이 손을 마우스에 올린다. 다들 숨을 죽인다. 10시 정각. 대표님이 버튼을 누른다. "서버 오픈되었습니다." 박수가 터진다. 환호성이 나온다. 다들 웃는다. 근데 나는 못 웃는다. 아직 긴장된다. 모니터를 본다. 유저 접속 수가 올라간다. 10명, 50명, 100명, 500명. 에러 로그를 본다. 아직 없다. 다행이다. 1000명 넘어간다. 2000명 넘어간다. 아직도 에러 없다. 조금씩 안심이 된다. 오전 11시, 한 시간 후 런칭한 지 한 시간 지났다. 동접 5000명 넘었다. 에러 로그 몇 개 있다. 근데 크리티컬은 없다. 사소한 버그들이다. 커뮤니티 반응을 본다. "재밌네", "그래픽 좋다", "최적화 잘 됐네" 댓글들이다. 물론 버그 신고도 있다. UI 겹치는 거, 번역 오타, 사소한 것들이다. 알고 있던 것들이다. "이거 QA 안 했냐" 댓글도 보인다. 했다. 50개 체크리스트 다 확인했다. 밤새 테스트했다. 근데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도 메인 버그는 없다. 게임은 돌아간다. 결제도 된다. 서버도 안정적이다. 성공이다. 일단은. 낮 12시, 퇴근 팀장님이 말한다. "다들 집 가서 쉬어. 고생했어." 짐을 챙긴다. 가방을 멘다. 사무실을 나선다. 햇빛이 눈부시다. 밤새 실내에만 있어서 그렇다. 지하철을 탄다. 자리에 앉는다. 핸드폰을 본다. 게임 커뮤니티를 확인한다. 여전히 반응이 좋다. 동접이 7000명 넘었다. 다행이다. 근데 피곤하다. 눈이 감긴다. 집에 도착했다. 고시원 방에 들어왔다. 침대에 눕는다. 이제야 잠이 온다. 런칭 전날 밤에는 못 잤다. 불안해서. 긴장돼서. 혹시 모를 버그 때문에. 근데 이제는 잘 수 있다. 런칭했다. 성공했다. 일단은.새벽 2시에 찾은 버그 하나가 런칭을 살렸다. 그래서 잠을 못 잔다.
- 27 Dec, 2025
기획자의 '이건 스펙이에요?'에 대한 답
오전 10시, 버그인지 스펙인지 출근했다. 빌드 받았다. 설치 중. 어제 개발팀에서 던전 드랍률 수정했다고 했다. 기획서상 에픽 아이템 드랍 확률 3%. 테스트해보라고 전달받았다. 점심 먹기 전까지 200번 돌았다. 에픽 드랍 0개. 버그 리포트 썼다. "에픽 아이템 드랍 안 됨, 200회 테스트 결과 0%" 기획자한테 메신저 왔다. "이건 스펙이에요?" 3년 동안 본 이 질문. 천 번은 넘게 봤다.스펙이란 무엇인가 기획서를 다시 봤다. 3%라고 명확하게 적혀 있다. "스펙은 3%입니다." "아 그럼 버그네요. 개발팀 넘겨주세요." 이게 정상적인 대화다. 근데 가끔은 이렇게 온다. "원래 그렇게 되게 하려고 했는데, 기획서 수정 안 됐나보네요. 스펙이에요." 200번 돌린 내 4시간이 증발했다. 기획서는 2주 전 버전이었다. 수정본은 개발팀 내부 공유만 되고 QA팀한테는 안 왔다. 우리는 구버전 기획서로 테스트하고 있었던 거다. "기획서 최신본 어디 있어요?" "아 제 로컬에 있어요. 올려드릴게요." 올라온 적 없다. 일주일 뒤에 다시 물어봤다. 그제야 올라왔다.현장에서 가장 먼저 아는 사람 CBT 시작 전날. 밤 11시. 신규 보스 테스트 중이었다. 보스 체력이 너무 낮았다. 3인 파티로 30초 만에 잡았다. 기획서상 예상 클리어 타임은 5분. 리포트 올렸다. "보스 체력 비정상적으로 낮음, 30초 컷 가능" 기획자 답변: "스펙이에요. 라이트 유저 배려입니다." 새벽 2시. 잠 못 잔다. 이상하다. 라이트 유저 배려치고는 너무 쉽다. 보스 패턴을 봤다. 3페이즈 스킬이 나와야 하는데 1페이즈에서 끝났다. 체력이 낮아서 페이즈 전환도 안 되는 거였다. 다시 리포트 올렸다. "보스 패턴 미출현, 체력 부족으로 페이즈 전환 불가" 새벽 4시에 답 왔다. "아 이거 버그네요. 수정하겠습니다." CBT는 다음날 오전 10시였다. 6시간 남았다. 수정 빌드는 9시에 왔다. 테스트할 시간 1시간. 제대로 확인 못 했다. CBT 시작했다. 유저들 보스 잡았다. 3페이즈 패턴 안 나온다는 피드백 쏟아졌다. 결국 긴급 점검. 5시간 걸렸다. QA가 미리 말했다. 근데 '스펙이에요'라는 답변 때문에 묻혔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아는 사람은 QA다. 근데 가장 나중에 믿는 사람도 QA다.스펙과 현실 사이 밸런스 테스트가 제일 애매하다. 기획서에는 "적절한 난이도"라고만 적혀 있다. 구체적 수치 없다. 100번 돌았다. 클리어율 20%. 너무 어렵다고 리포트 올렸다. "스펙이에요. 하드코어 컨텐츠입니다." 런칭 후. 유저 클리어율 5%. 게시판에 욕 쏟아진다. "개발자들 테스트 안 해봤냐" 기획자가 말한다. "QA 테스트에서는 괜찮았는데요." 테스트에서는 20%였다. 보고했다. 스펙이라고 했다. 이제 와서 QA 탓이다. "왜 미리 안 알려줬냐" 알려줬다. 스펙이라고 했다. 확률의 지옥 확률 테스트가 제일 힘들다. 가챠 확률 검증. 기획서상 SSR 3%. 1000회 뽑기 테스트 했다. 결과 2.8%. 리포트: "확률 오차 범위 확인 필요" 답변: "스펙이에요. 오차범위입니다." 2000회 더 돌렸다. 총 3000회. 결과 2.6%. 리포트: "3000회 테스트 결과 지속적으로 낮음" 답변: "스펙이에요. 표본이 적습니다." 표본이 적다고? 3000회가? 10000회 돌렸다. 결과 2.5%. 리포트: "10000회 테스트, 확률 명확히 낮음" 답변: "확인해보겠습니다." 결과. 코드 버그였다. 확률 계산식에서 소수점 반올림 오류. 실제 확률 2.5%로 작동 중이었다. 내가 10000번 뽑는 동안 2주 걸렸다. 엑셀에 하나하나 기록했다. 회사에서 3일, 집에서 퇴근 후 매일 2시간씩. 기획자는 "스펙이에요" 세 번 말하는데 30초 걸렸다. 치트 툴로 보는 진실 극한 테스트할 때는 치트 쓴다. 레벨 999, 풀 장비, 모든 스킬 만렙. 이 상태로 콘텐츠 깨본다. 어제 신규 던전 테스트했다. 치트로 깼다. 10초 컷. "보스 밸런스 확인 필요, 최종 스펙으로 10초 클리어 가능" 기획자: "스펙이에요. 그 정도 스펙이면 쉽게 깨야죠." 그 '최종 스펙' 만드는 데 6개월 걸린다. 과금 500만원 이상. 근데 보스가 10초 만에 죽는다? "유저들 6개월 키워서 10초 컷 나면 허무해할 것 같습니다." "스펙이에요." 런칭 3개월 후. 고인물 유저가 풀 스펙 만들었다. 던전 10초 컷 영상 올렸다. 커뮤니티 반응. "이게 무슨 엔드 컨텐츠냐", "6개월 키워서 이거?" 긴급 밸런스 패치. 보스 체력 3배 증가. 유저들 또 화났다. "패치 예고도 없이 갑자기 바꾸냐" QA는 3개월 전에 말했다. 로그가 말해준다 로그 분석은 거짓말 안 한다. 기획자가 신규 스킬 밸런스 괜찮다고 했다. 기획서상 DPS 다른 스킬과 비슷하다고. 실제 플레이해봤다. 이 스킬만 쓰면 다른 스킬 필요 없다. "스킬 A가 너무 강함, 다른 스킬 사용 의미 없음" "스펙이에요. 계산상 밸런스 맞습니다." 로그 뽑았다. 내부 테스트 서버, 100명 플레이 데이터. 스킬 사용 비율: 스킬 A 78%, 나머지 스킬들 합쳐서 22%. "로그상 스킬 A 사용률 78%" "..." "밸런스 재검토 필요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로그는 정직하다. 근데 로그 뽑는 거 귀찮다. 하루 걸린다. 기획자는 로그 안 본다. QA가 뽑아서 보여줘야 본다. 왜 QA가 기획자 설득 자료까지 만들어야 하나. 회의 시간의 공방 주간 회의. QA 리포트 공유 시간. "이번 주 크리티컬 버그 12건, 밸런스 이슈 8건입니다." 기획자가 하나씩 본다. "이건 스펙이에요." "이것도 스펙이에요." "이건 의도된 겁니다." 8건 중 6건이 '스펙'으로 분류됐다. 남은 2건만 '검토'로 넘어갔다. 회의 끝나고 팀장님이 말했다. "너무 쉽게 스펙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요?" 기획팀 리더가 답했다. "QA가 기획 의도를 모르고 리포트하는 것 같아요." 기획 의도? 기획서에 없는 의도를 어떻게 아나. 다음 회의. 리포트마다 기획서 인용 추가했다. "기획서 버전 1.3, 23페이지, '보스 체력 500만' 명시. 현재 빌드 300만." "아, 기획서가 업데이트 안 됐네요. 400만으로 바뀌었어요." "기획서 최신화 부탁드립니다." "네, 올려놓을게요." 다음 주 회의. 기획서 여전히 1.3 버전. "기획서 업데이트 안 됐습니다." "아, 깜빡했네요. 이번 주에 꼭 올릴게요." 다다음 주. 여전히 1.3 버전. QA는 구버전 기획서로 테스트한다. 기획자는 최신 의도로 개발한다. 중간에서 어긋난다. 누구 책임인가? QA 리포트 신뢰도가 떨어진다. 재현율 100%의 무게 버그 찾았다. 재현율 100%. 매번 발생. "특정 스킬 사용 후 캐릭터 조작 불가, 재현율 100%" 영상 첨부했다. 10번 반복 영상. 기획자: "스펙이에요. 스킬 후딜레이입니다." 후딜레이? 5초 동안 아무것도 못 한다. 그 사이에 맞아 죽는다. "5초 후딜레이는 너무 길어서 사용성 없습니다." "스펙이에요. 강력한 스킬이라 패널티입니다." 런칭 후. 그 스킬 사용률 0.1%. 아무도 안 쓴다. 2개월 뒤 패치. 후딜레이 5초 → 1.5초로 감소. 유저 반응. "이제야 쓸만하네",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지" QA는 3개월 전에 말했다. 재현율 100%. 영상 증거 첨부. 답변은 "스펙이에요"였다. 런칭 후의 책임 런칭 D-7. 최종 빌드 테스트. 30개 리포트 올렸다. 크리티컬 5개, 메이저 15개, 마이너 10개. 기획팀 회신: 크리티컬 2개만 수정, 나머지는 런칭 후 확인. "런칭 전에 수정 안 하나요?" "일정이 촉박합니다. 런칭 후 모니터링하겠습니다." 런칭했다. 3일 후. 리포트 올렸던 버그들 유저 제보로 쏟아진다. 똑같은 내용. 커뮤니티: "테스트 안 하고 런칭했나?" 회사 공지: "빠른 수정 진행하겠습니다. QA 프로세스 개선하겠습니다." QA 프로세스 개선? QA는 다 찾아서 올렸다. 수정 안 한 건 일정 때문이었다. 근데 책임은 QA로 온다. 팀장님이 말했다. "리포트를 더 강하게 올렸어야 했어." 더 강하게? 크리티컬로 분류했다. 재현율 100% 명시했다. 영상 첨부했다. 뭘 더 하란 건가. 스펙이라는 방패 깨달았다. "스펙이에요"는 편하다. 수정 안 해도 된다. 개발 리소스 안 쓴다. 일정 안 밀린다. QA 리포트를 '스펙'으로 분류하면 해결된다. 리포트가 사라진다. 근데 버그는 안 사라진다. 유저가 발견한다. 그때 가서 급하게 고친다. 긴급 점검한다. 유저는 화낸다. 왜 미리 안 고쳤나? QA가 테스트 안 했나? QA는 했다. 리포트 올렸다. 답은 "스펙이에요"였다. 스펙은 방패다. 당장의 편함을 위한 방패. 근데 그 방패 뒤에서 버그는 자란다. 런칭 후에 폭발한다. QA는 미래의 폭탄을 보는 사람이다. 근데 아무도 안 믿는다. "스펙이에요"라는 말로 묻힌다. 신뢰를 잃는 순간 3년 차가 되니 달라진 게 있다. 리포트 올리기 전에 고민한다. '이거 스펙이라고 할까?' 버그 같은데 기획서에 애매하게 적혀 있으면 안 올린다. 스펙이라는 답변 듣기 싫어서. 확실한 버그만 올린다. 재현율 100%, 명백한 오류만. 근데 그렇게 하니까 놓치는 게 생긴다. '애매한 버그'들. 스펙인지 버그인지 애매한 것들. 유저 경험을 해치는 것들. 예전에는 다 올렸다. 지금은 거른다. QA가 자기 검열한다. 이게 정상인가. 리포트 개수도 줄었다. 예전에 주간 50개 올렸으면 지금은 20개. 팀장님이 좋아한다. "리포트 퀄리티가 올라갔네." 퀄리티가 오른 게 아니다. 포기한 거다. '스펙이에요'라는 답변을 안 받으려고 미리 포기한다. QA의 역할이 뭔가. 버그를 찾는 건가, 기획자 기분 안 상하게 리포트하는 건가. 유저의 목소리 런칭 후 커뮤니티 모니터링이 일이다. 유저들이 올린 버그 제보 본다. 익숙한 내용들. "이거 내가 2달 전에 리포트 올렸는데." 답변 확인한다. "스펙이에요." 유저는 모른다. QA가 미리 찾았다는 걸. 스펙이라고 묻혔다는 걸. 유저 입장에서는 '테스트 안 한 회사'다. 억울하다. 테스트했다. 100번도 넘게 했다. 리포트 올렸다. 근데 유저한테 변명할 수 없다. "저희는 찾았는데 기획팀이 스펙이라고 했어요"라고 말 못 한다. QA는 회사 사람이다. 회사를 대변한다. 변명 못 한다. 속으로만 삭인다. '나는 했어. 내 잘못 아니야.' 근데 결과적으로는 QA 책임이다. 버그 못 잡았다는 평가 받는다. 기획서의 부재 제일 힘든 건 기획서가 없을 때다. "이 기능 테스트해주세요." "기획서 어디 있어요?" "아직 안 썼어요. 대충 이런 느낌이에요." 대충? 뭘 테스트하란 건가. 플레이해본다. 이상한 점 찾는다. 리포트 올린다. "이건 의도한 거예요?" "아뇨, 버그네요." "이건요?" "그건 원래 그래야 해요." 기준이 뭔가. 기획서가 없으니 기준도 없다. 기획자 머릿속에만 있다. 매번 물어봐야 안다. 물어보는 게 일이다. 테스트가 아니라. "이거 의도한 거예요?" 하루에 20번 묻는다. 절반은 버그다. 절반은 스펙이다. 물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QA가 기획자 되는 중이다. 기획 의도를 유추하고, 테스트하고, 확인받는다. 역할이 뭔가 헷갈린다. 숫자로만 말한다 요즘은 숫자로 말한다. 감이 아니라. "이 던전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 안 통한다. "100회 테스트, 클리어율 15%" → 통한다. "이 스킬 밸런스 이상해요" → 안 통한다. "200회 테스트, 사용률 82%, 다른 스킬 대비 DPS 300% 높음" → 통한다. 감정은 안 통한다. 데이터만 통한다. 그래서 전부 기록한다. 엑셀 장인 됐다. 던전 클리어 시간, 사망 횟수, 스킬 사용 빈도, 아이템 드랍률. 전부 숫자로 만든다. 그래야 "스펙이에요"를 반박한다. 근데 숫자로 증명해도 안 통할 때 있다. "표본이 적어요", "운이 나빴어요", "테스트 방법이 잘못됐어요" 그럼 또 테스트한다. 표본 늘린다. 방법 바꾼다. QA는 증명하는 사람이다. 버그를 찾는 게 아니라 버그를 증명한다. 증명 못 하면 스펙이 된다. 퇴근 후의 테스트 퇴근했다. 집 왔다. 게임 켰다. 회사에서 못 다 한 테스트 한다. 야근 수당 안 나온다. 그냥 한다. 내일 회의 있다. 데이터 더 필요하다. 200회로는 부족하다. 500회 채워야 한다. 던전 돈다. TV 보면서 반복한다. 기계적으로 플레이한다. 새벽 1시. 500회 채웠다. 데이터 정리한다. 엑셀 저장한다. 자려고 누웠다. 같은 BGM이 머릿속에 맴돈다. 던전 음악. 300번 들었다. 좋아하는 게임이었다. 입사 전에는. 지금은 일이다. 숫자고 데이터다. 재미는 사라졌다. 게임을 좋아해서 이 일 시작했다. 지금은 게임이 싫다. 근데 그만둘 수도 없다. 이직하려면 경력 필요하다. 3년은 채워야 한다. 6개월 남았다. 버틴다. 존중받지 못하는 전문성 QA도 전문직이다. 버그 찾는 능력, 재현하는 능력, 데이터 분석, 로그 해석. 3년 하니까 눈이 생긴다. 게임 5분 플레이하면 뭐가 이상한지 보인다. 확률 계산 보면 작동 방식 짐작 간다. 로그 패턴 보면 버그 원인 추론된다. 근데 인정 안 받는다. "QA는 그냥 플레이만 하는 거 아니에요?" "게임하면서 돈 버네, 부럽다." 전문성 없는 취급 받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개발자 연봉 6천. QA 연봉 3400. 절반도 안 된다. 같은 회사, 같은 게임, 같이 만든다. 근데 가치는 절반. 기획자가 "스펙이에요"라고 하면 끝이다. QA 의견은 참고사항. 최종 결정권 없다. 판단은 기획이 한다. QA는 보조. 전문성은 인정받을 때 의미 있다. 안 받으면 그냥 허드렛일이다.
- 26 Dec, 2025
150명 회사, QA는 5명뿐
우리 팀은 5명이다 회사는 150명이다. 개발자만 60명쯤 된다. 기획자 20명, 아트 30명, 그 외 인프라랑 경영지원. QA는 5명이다. 월요일 아침 회의. 기획팀장이 말한다. "이번 업데이트 규모가 커요. 신규 던전 3개, 캐릭터 2명, 스킬 밸런스 조정 50개." 우리 팀장이 묻는다. "일정이요?" "2주요." 계산해봤다. 던전 하나당 최소 3일. 캐릭터 하나당 2일. 스킬은... 하루 종일 해도 20개? 불가능하다.팀원 소개 팀장은 7년차다. 경험이 많아서 버그를 빨리 찾는다. 근데 회의에 불려다닌다. 실제 테스트는 거의 못 한다. 대리님은 5년차. 빌드 관리랑 툴 세팅 담당. 테스트도 하는데 관리 업무가 많다. 나랑 같은 3년차가 한 명 더 있다. 쟤는 PVP 담당, 나는 PVE 담당. 서로 영역이 달라서 도와주기 힘들다. 막내는 1년차다. 아직 배우는 중. 간단한 것만 맡긴다. 실전 투입 가능한 인원. 나랑 동기, 둘이다. 개발자 60명이 만든 걸. 우리 둘이 테스트한다.오늘의 업무량 아침 10시. 신규 빌드 설치. 30분 걸린다. 10시 30분. 던전 A 테스트 시작. 입장, 전투, 보스, 보상. 최소 10회는 돌려야 한다. 12시. 점심 먹고 온다. 던전 A 아직 6회. 1시. 던전 A 완료. 버그 5개 발견. 리포트 작성 30분. 1시 30분. 던전 B 시작. 근데 동기한테 카톡 온다. "야 캐릭터 테스트 도와줘. 못 끝낸다." 선택해야 한다. 내 일정을 밀거나. 동기를 포기하거나. 둘 다 못 한다. 그래서 둘 다 한다. 4시까지 캐릭터 테스트 도움. 5시부터 밤 10시까지 던전 B. 집에 가서 생각한다. 던전 C는 언제 하지. 내일도 신규 빌드 온다. 3명 몫을 하는 날 목요일이다. 동기가 병가 썼다. 과로로 쓰러졌다. 팀장이 말한다. "PVP 테스트 네가 해야 할 것 같아." 나는 PVE만 3년 했다. PVP는 처음이다. 점심때 동기한테 전화했다. "야 PVP 어떻게 해?" "테스트 시트 보고 해. 미안." 테스트 시트를 봤다. 80개 항목. 하나에 30분씩 잡아도 40시간. 하루에 끝내야 한다. 런칭이 내일이다. 오후 1시부터 새벽 4시까지. 15시간 했다. 중간에 라면 하나 먹었다. 80개 중에 62개 했다. 18개는 못 했다. 팀장한테 보고했다. "나머지는 런칭 후 모니터링으로 가겠습니다." 이게 맞나 싶다. 근데 다른 방법이 없다.왜 안 뽑나요 회식 자리에서 물었다. "팀장님, QA 한 명만 더 뽑으면 안 돼요?" 팀장이 웃었다. "나도 요청했어. 1년째." 경영진 생각은 이렇다. QA는 비용이다. 개발자는 투자다. 개발자 한 명 연봉 6000만원. QA 한 명 연봉 3500만원. 근데 개발자는 뽑는다. QA는 안 뽑는다. 이유를 들었다. "QA는 외주 쓰면 되잖아요." 외주 QA가 온 적 있다. 2주 계약, 3명. 첫째 날. 빌드 설치 방법 알려줬다. 툴 사용법 알려줬다. 버그 리포트 양식 알려줬다. 하루 날렸다. 둘째 날부터 테스트 시작. 근데 리포트가 이상하다. "캐릭터가 안 움직여요." 이동 키를 몰랐다. "던전이 안 열려요." 선행 퀘스트가 있었다. 하나하나 다시 설명했다. 결국 우리가 다시 테스트했다. 외주비 500만원. 우리 야근 수당 200만원. 회사는 외주가 싸다고 한다.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하는 게 빠르다고 한다. 결론은 안 뽑는다. 런칭 전날 밤 금요일 오후 6시. 최종 빌드가 왔다. 런칭은 월요일 새벽 6시. 주말 내내 테스트해야 한다. 팀원 전원 소집. 근데 대리님이 빠졌다. 아이가 아프다고. 4명이다. 팀장이 역할 분담했다. "막내는 UI 테스트." "동기는 신규 콘텐츠." "겜큐는 전체 플로우." "나는 결제 시스템." 밤 10시. 치킨이 왔다. 회사 지원이다. 새벽 2시. 막내가 졸고 있다. "야 자지 마. 커피 마셔." 새벽 4시. 치명적 버그 발견. 보스 스킬이 안 나간다. 개발자한테 연락했다. 자고 있었다. 1시간 후에 수정본 온다. 새벽 5시. 수정본 테스트. 정상 작동. 새벽 6시. 퇴근. 주말 이틀. 하루 15시간씩 일했다. 야근 수당 나온다. 근데 돈이 문제가 아니다. 버그가 터졌을 때 런칭 후 3일째. 유저들이 난리다. "던전 보상이 안 나와요." "캐릭터 스킬이 먹통이에요." "게임이 튕겨요." CS팀한테 전화 왔다. "QA팀 뭐 했어요?" 우리도 답답하다. 테스트 했다. 근데 못 찾은 거다. 시간이 없었다. 인원이 없었다. 그걸 어떻게 설명하나. CS팀은 이해 못 한다. 전체 회의. 대표가 말한다. "QA 검수가 부족했습니다." 팀장이 대답 못 한다. 우리도 가만히 있다. 회의 끝나고. 팀장이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더 싸워볼걸." 우리 잘못이 아니다. 근데 우리 책임이다. 이게 QA다. 동기가 그만둔다고 했다 어제 저녁. 동기가 술 먹자고 했다. 소주 두 병 먹고. 말했다. "나 이직한다." 어디로. "다른 게임 회사. QA 아니야." 무슨 직무. "CS 기획." 연봉은. "4200. 800 오른다." 부럽다. 근데 뭐라 못 하겠다. "너무 힘들어. 이거 3명이 할 일이 아니야." "맞아." "근데 안 뽑잖아." "응." "너는?" "나는 좀 더 버틸 것 같아." 거짓말이다. 나도 지원서 넣고 있다. 한 달 후. 동기 없으면 나 혼자다. 막내는 아직 신입. 결국 내가 둘 몫 한다. 집에 와서 계산했다. 150명 회사. QA 5명. 5명이 4명 되고. 4명이 3명 된다. 언젠가 나 혼자 남는다. 그전에 나가야 한다.150명이 만든 게임을 5명이 지킨다. 아니, 못 지킨다. 그냥 최선을 다할 뿐이다.
- 22 Dec, 2025
야근 수당으로 버티는 3400만원
3400만원의 진실 급여명세서를 봤다. 기본급 240만원. 야근수당 60만원. 세전 300만원이 찍힌다. 세후 260만원 정도. 이게 3년 차 QA의 현실이다. 작년에 입사한 신입 개발자는 4200만원 받는다고 들었다. 같은 회사, 비슷한 나이. 차이는 직무다. 그냥 QA라서 덜 받는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좋겠다." 친구들이 하는 말. 대답 안 한다. 설명해봤자 이해 못 한다. 게임이 일이 되면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야근수당이라는 마약 이번 달 급여가 좋았다. 런칭 준비로 야근을 40시간 넘게 했다. 수당이 80만원 붙었다. 세전 320만원. 세후 270만원 정도. 고시원 월세 40만원 내고, 통신비 5만원, 식비 40만원, 교통비 10만원. 남는 돈이 175만원. 이 정도면 괜찮다. 저축도 할 수 있다. 문제는 다음 달이다. 런칭이 끝나면 야근이 줄어든다. 버그 픽스 단계로 넘어가면 정시퇴근도 가능하다. 좋은 일이다. 건강을 생각하면. 근데 급여명세서가 무섭다. 기본급만 나온다. 260만원에서 생활비 빼면 85만원. 저축은커녕 카드값 내기도 빡빡하다.야근을 바라게 되는 순간 3월이었다. 신규 콘텐츠 테스트가 밀렸다. 개발 일정이 늦어져서 QA도 덩달아 늦어졌다. 저녁 7시 퇴근은 상상도 못 했다. 매일 10시, 11시까지 남았다. 팀장이 말했다. "고생 많다. 다음 달 수당 기대해도 된다." 그 말이 위로가 됐다. 피곤했지만 버틸 수 있었다. 수당이 생각났다. 4월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야근수당 85만원. 세전 325만원. 역대급이었다. 그달은 부모님께 30만원 송금도 했다. 옷도 샀다. 치킨도 시켜먹었다. 5월이 문제였다. 런칭 후 안정기. 정시퇴근이 가능했다. 팀장이 말했다. "이번 달은 좀 쉬어." 좋은 말이다. 건강을 챙기라는 거다. 근데 마음 한편이 불안했다. 이번 달 급여가 걱정됐다. 기본급만 나오면 85만원밖에 안 남는다. 카드값 50만원, 통신비 5만원, 부모님 송금 20만원. 남는 돈 10만원. 저축은 무슨. 정시퇴근하면서 생각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동시에 또 생각했다. '다음에 야근 많이 해야지.' 야근을 바라게 됐다. 이상했다.선배의 조언 점심 먹으면서 3년 차 선배한테 물어봤다. 선배는 7년 차다. "형, 야근수당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 선배가 웃었다. "그러니까 야근을 해야지." 농담이 아니었다. 진짜였다. "나도 기본급은 290만원이야. 7년 차가. 야근수당 없으면 생활 못 해. 그래서 바쁜 프로젝트 지원하는 거야." 선배는 런칭 프로젝트에 항상 투입된다. 자원해서 들어간다. 야근이 많은 프로젝트를 찾는다. "그럼 결혼은요?" "못 하지. 여자친구도 없어. 야근하면 만날 시간이 없으니까." 선배가 담배를 꺼냈다. "근데 야근 안 하면 돈이 없어. 그러면 결혼은 더 못 하지. 악순환이야."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나도 7년 차가 되면 저럴까. 야근으로 버티면서 결혼은 못 하는. 다른 회사도 비슷하다 이직을 알아봤다. QA 채용공고를 찾아봤다. 조건이 비슷했다. 대기업 계열사: 기본급 2800만원, 야근수당 별도중견사: 기본급 3000만원, 야근수당 포함 3600만원스타트업: 기본급 3200만원, 야근수당 없음 어디든 기본급은 낮다. 야근수당으로 맞추는 구조다. 스타트업은 아예 연봉에 포함시켜놨다. 야근을 전제로 한 급여다. 그것도 3200만원. 지금보다 낮다. QA 경력으로 다른 직무는 어렵다. 기획자로 가려면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개발자는 코딩을 못 한다. 데이터 분석도 SQL 정도만 안다. 결국 QA에서 QA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럼 급여는 비슷하다.기본급을 올려야 하는데 회사에 건의한 적 있다. 팀 회식 자리에서. 술 먹고 팀장한테 말했다. "팀장님, 기본급 좀 올려주면 안 될까요? 야근수당으로 버티는 게 힘들어요." 팀장이 한숨 쉬었다. "나도 알아. 근데 회사 방침이야. QA는 개발직군이 아니라서 기본급이 낮게 책정돼 있어. 대신 야근수당을 주는 거지." "그럼 개발직군으로 바꿀 수는 없나요?" "그건 인사팀 소관이야. 우리 팀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결국 안 된다는 얘기였다. 인사팀은 QA를 '지원부서'로 본다. 개발부서가 아니다. 그래서 급여체계가 다르다. 기본급은 낮고, 야근수당으로 보전하는 구조. 문제는 야근이 일정하지 않다는 거다. 런칭 전에는 많고, 런칭 후에는 없다. 급여가 들쑥날쑥하다. 월 260만원에서 320만원까지 변한다. 차이가 60만원. 생활비 계획을 못 세운다. 저축을 못 한다 통장을 확인했다. 잔액 120만원. 3년 일했는데 이게 전부다. 작년에 80만원 모았다. 야근을 많이 한 달에 20만원씩 저축했다. 4개월 모았다. 그러다 차가 고장 났다. 중고차 수리비 60만원. 저축한 돈에서 뺐다. 겨울에 감기 걸려서 병원 갔다. 약값 포함 15만원. 또 빠졌다. 친구 결혼식 축의금 10만원. 또 빠졌다. 결국 120만원 남았다. 3년 동안 이게 다다. 부모님은 "돈 모아서 전세 얻어라" 하신다. 서울 전세가 2억이다. 지금 속도로는 100년 걸린다. 동기들 만나면 이야기가 나온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는 2년 만에 5000만원 모았다. 공무원 친구는 3000만원 모았다. 나만 120만원이다. "야근 많이 하면 더 받지 않아?" 받는다. 근데 야근 많이 하면 건강이 나빠진다. 병원비 나간다. 결국 비슷하다. 이직을 고민한다 요즘 생각이 많다. 이대로 계속 할 수 있을까. 런칭 때마다 야근한다. 수당 받는다. 런칭 끝나면 정시퇴근한다. 기본급만 받는다. 생활비 빠듯하다. 저축 못 한다. 다음 런칭 때까지 버틴다. 이게 반복이다. 3년 했는데 연봉이 200만원 올랐다. 기본급 기준으로. 1년에 70만원씩. 이 속도면 4000만원 되는 데 10년 걸린다. 그때쯤엔 서른일곱이다. 결혼은 언제 하나. 집은 언제 사나. 개발자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했다. 코딩 공부를 해야 한다. 퇴근하고 공부할 시간은 있다. 야근 없는 달에는. 근데 야근 많은 달에는 공부를 못 한다. 집 가면 씻고 잔다. 그게 다다. 다른 업종도 알아봤다. QA 경력으로 갈 수 있는 곳. IT 쪽 품질관리팀. 거기도 급여는 비슷하다. 3500만원에서 4000만원. 결국 어디 가도 비슷하다. QA는 이런 거다. 그래도 버틴다 오늘도 출근했다. 새 빌드를 받았다. 신규 던전 테스트다. 치트 켜고 들어갔다. 몹을 잡았다. 드랍률을 확인했다. 엑셀에 정리했다. 100번 반복했다. 버그를 찾았다. 보스 패턴이 꼬였다. 리포트 작성했다. 개발팀에 전달했다. 오후에 회의가 있다. 다음 프로젝트 일정 공유. 런칭이 두 달 남았다. 야근이 시작될 거다. 팀장이 물어봤다. "이번 프로젝트 투입 가능해?" "네, 가능합니다." 대답했다. 야근수당이 필요하다. 이번 달 카드값이 많이 나왔다. 게임을 좋아해서 시작했다. 지금은 야근수당 때문에 한다. 이게 3년 차의 현실이다.야근수당 없으면 못 산다. 그래서 오늘도 야근한다.
- 16 Dec, 2025
로그 분석 - QA만 아는 게임의 속내
오전 10시, 로그부터 열었다 출근했다. 책상에 앉자마자 로그 폴더를 열었다. 어제 밤 CBT 빌드에서 보스전 버그 리포트가 3건 올라왔다. "보스 체력이 안 깎여요", "스킬이 안 나가요", "갑자기 튕겨요". 기획자는 "재현이 안 돼요"라고 했다. 재현이 안 되면? 로그를 본다. 서버 로그 12GB, 클라이언트 로그 3.5GB. 압축 풀었다. 메모장으로는 못 열어서 로그 뷰어 켰다. 회사에서 자체 제작한 툴이다. 이거 없으면 일 못 한다. 유저 ID로 필터링. 버그 발생 시간대로 좁혔다. 14:23:47. 이 순간의 로그만 봤다. [14:23:47.123] BossAttack_Start [14:23:47.145] DamageCalc: Expected 15000, Result 0 [14:23:47.147] ERROR: DivideByZero in DefenseModifier찾았다. 방어력 계산식에서 0으로 나눴다. 특정 장비 조합일 때만 방어력이 0이 됐다. 그래서 재현이 안 됐던 거다.로그는 거짓말을 안 한다 QA 3년 하면서 배운 게 있다. 기획자는 틀릴 수 있다. 개발자도 틀릴 수 있다. 유저 리포트도 부정확할 수 있다. 근데 로그는 안 그렇다. 로그는 그 순간 게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기록한다. 타임스탬프, 함수 호출, 변수 값, 에러 메시지. 전부 다. "이 아이템 확률 이상한 것 같은데요?" 유저가 그렇게 말하면, 나는 로그를 본다. [Gacha_Result] ItemID: 1205, Probability: 0.5%, Roll: 0.00347 [Gacha_Result] ItemID: 1205, Probability: 0.5%, Roll: 0.00891 [Gacha_Result] ItemID: 1103, Probability: 3%, Roll: 0.01234100번 뽑았을 때 결과를 전부 로그에서 추출한다. 엑셀로 정리한다. 통계 내서 확률표와 대조한다. 정상이면 "확률은 정상입니다"라고 보고한다. 비정상이면? 개발자 불러서 난리 난다. 작년에 한 번 있었다. 신규 이벤트 가챠 확률이 표기와 다르게 설정됐다. 로그 분석으로 잡았다. 런칭 전에 고쳤다. 로그 안 봤으면 큰일 날 뻔했다. 클라이언트 로그 vs 서버 로그 둘 다 봐야 한다. 클라이언트 로그는 유저가 본 화면이다. 버튼 눌렀을 때, 스킬 사용했을 때, 에러 팝업 떴을 때. 유저 관점의 진실이다. 서버 로그는 실제로 처리된 결과다. 데미지 계산, 아이템 지급, 퀘스트 완료. 시스템 관점의 진실이다. 둘이 다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어제. "아이템을 받았는데 인벤토리에 없어요" 리포트가 있었다. 클라이언트 로그: [UI_Reward] ItemID: 3401, Count: 10, Display: OK화면에는 보상이 표시됐다. 서버 로그: [Inventory_Add] ItemID: 3401, Count: 10, Result: FULL인벤토리가 꽉 찼다. 서버는 지급 실패했다. 근데 클라이언트는 그걸 몰랐다. 그래서 화면에는 "받았습니다"가 떴다. 두 로그를 대조 안 하면 못 잡는다.로그 뷰어가 없으면 못 살아 텍스트 로그 12GB를 메모장으로 열면? 컴퓨터가 죽는다. 그래서 회사에서 자체 로그 뷰어를 만들었다. 선배 개발자가 만든 거다. QA팀 최고의 도구다. 기능:시간대 필터링 키워드 검색 로그 레벨 필터 (ERROR, WARNING, INFO) 유저 ID 추적 함수 호출 트리 통계 추출이게 없으면 하루에 1개 버그 분석한다. 이게 있으면 하루에 10개 분석한다. 특히 '유저 ID 추적' 기능이 미쳤다. 한 유저의 플레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순으로 볼 수 있다. 영화 보듯이. 10:05:23 - 로그인 10:05:45 - 던전 입장 (ID: 2301) 10:08:12 - 보스전 시작 10:08:47 - 스킬 사용 (SkillID: 401) 10:08:48 - ERROR: NullReference in BuffSystem 10:08:48 - 클라이언트 크래시이 유저가 뭘 했는지 다 보인다. 버그 재현 조건을 찾는다. 지난주에 크래시 버그 있었다. 재현율 5%. 랜덤처럼 보였다. 로그 뷰어로 크래시 난 유저 50명 추적했다. 공통점 찾았다. 전부 '특정 버프를 3개 이상 받은 상태에서 특정 스킬을 쓸 때' 크래시 났다. 조건이 까다로워서 재현이 어려웠던 거다. 로그 없으면 못 잡았다. 에러 로그의 심각도 모든 에러가 똑같지 않다. 로그 보면 에러가 엄청 많다. 하루에 수천 개. 전부 리포트하면 개발자가 죽는다. 그래서 심각도를 판단한다. 크리티컬:크래시, 서버 다운, 데이터 손실 즉시 보고, 최우선 수정높음:핵심 기능 동작 안 함, 결제 오류, 진행 불가 당일 보고, 빠른 수정중간:일부 기능 오류, UI 버그, 밸런스 문제 다음 날 보고, 다음 패치낮음:텍스트 오타, 사소한 연출, 드문 경우 리스트업만, 여유 있을 때어제 본 로그: [ERROR] TextureLoadFailed: ui_icon_empty.png이건 낮음. 아이콘 하나 안 나오는 거다. 게임은 된다. [CRITICAL] DatabaseConnectionLost: Retry failed after 3 attempts이건 크리티컬. DB 연결 끊기면 게임 전체가 멈춘다. 심각도 판단을 잘못하면 큰일 난다. 작년에 신입이 크리티컬 버그를 '낮음'으로 분류했다. 런칭 직전에 터졌다. 3시간 지연됐다.로그로 보는 유저 행동 로그는 버그만 알려주지 않는다. 유저가 게임을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도 보인다. 던전 클리어 로그를 보면:평균 클리어 시간 어느 구간에서 죽는지 어떤 스킬을 많이 쓰는지 어떤 몬스터가 킬 타임을 늘리는지이런 데이터를 정리해서 기획팀에 넘긴다. "보스 2페이즈에서 유저 50%가 죽습니다. 난이도 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데이터로 말한다. 기획자가 "느낌상 괜찮은데?"라고 해도, 로그는 거짓말 안 한다. 작년에 신규 던전 테스트했다. 기획자는 "30분 컨텐츠"로 만들었다. 로그 분석 결과: 평균 클리어 타임 52분. 80명 테스터 중 30분 안에 깬 사람 5명. 나머지는 40분 이상. 기획자: "에이, 숙련되면 30분 될 거예요." 나: "로그상 3페이즈 보스 체력이 너무 높습니다. DPS 최대로 해도 35분은 걸립니다." 결국 체력 30% 감소. 평균 38분으로 줄었다. 그래도 길지만 기획 의도보단 가까워졌다. 런칭 전날 밤, 로그와의 전쟁 CBT 마지막 날. 오후 9시. "내일 오전 10시 정식 런칭입니다. 오늘 밤 안에 주요 버그 다 잡아야 합니다." QA팀 전원 야근. 개발자들도 대기. 나는 로그 분석 담당이다. 오후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9시간 동안 로그만 봤다. 총 3개 빌드 나왔다. 빌드마다 테스트하고 로그 확인하고 버그 리포트하고. 새벽 2시쯤. 로그에서 이상한 패턴 발견했다. [Shop_Purchase] ItemID: 5001, Price: 1000, Result: SUCCESS [Inventory_Add] ItemID: 5001, Count: 1 [Shop_Purchase] ItemID: 5001, Price: 1000, Result: SUCCESS [Inventory_Add] ItemID: 5001, Count: 2아이템을 2번 샀다. 근데 재화는 1번만 차감됐다. 더블 클릭 버그다. 네트워크 딜레이 있을 때 빠르게 두 번 누르면 중복 결제된다. 돈은 한 번만 나간다. 이거 런칭하면? 유저가 악용한다. 과금 아이템이면 회사 손해다. 즉시 보고. 크리티컬 버그. 개발자가 30분 만에 고쳤다. 다음 빌드에서 확인했다. [Shop_Purchase] ItemID: 5001, Price: 1000, Result: SUCCESS [Shop_Purchase] ItemID: 5001, Price: 1000, Result: LOCKED두 번째 요청은 막혔다. 정상. 새벽 6시. 최종 빌드 통과. 집에 갔다. 오전 10시 런칭. 나는 집에서 잤다. 로그 덕분에 큰 사고는 없었다. 로그 분석이 어려운 이유 로그 보는 게 쉬워 보이지만, 실제론 어렵다. 1. 양이 너무 많다 하루 로그가 수십 GB다. 런칭 후엔 테라바이트 단위다. 필요한 정보만 찾아야 한다. 검색 키워드를 잘못 잡으면 헛수고다. 2. 맥락을 알아야 한다 로그 한 줄만 보면 이해 안 된다. [BuffExpired] BuffID: 203이게 뭔지 알려면 기획서를 봐야 한다. BuffID 203이 뭔지, 만료되면 뭐가 문제인지. 게임 시스템을 다 알아야 로그를 읽을 수 있다. 3. 타이밍이 중요하다 버그가 10:30:45에 발생했다. 근데 원인은 10:28:12에 있다. 2분 전 로그를 봐야 원인을 찾는다. 언제부터 봐야 할지 감을 잡는 게 어렵다. 4.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시간차 클라이언트 시간: 10:30:45.123 서버 시간: 10:30:45.567 0.4초 차이. 이게 순서를 헷갈리게 한다. "클라이언트가 먼저 요청했는데 서버가 나중에 받았네?" 이런 일이 생긴다. 5. 로그가 안 찍힐 때 제일 최악이다. 크래시가 나면? 로그 파일이 저장 안 될 때가 있다. 서버가 죽으면? 마지막 몇 초 로그가 날아간다. 로그가 없으면 분석을 못 한다. 재현할 수밖에 없다. 로그 분석하면서 배운 것들 게임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유저가 보는 건 화면뿐이다. 버튼 누르면 뭔가 된다. 근데 로그를 보면? 뒤에서 50개 함수가 호출된다. 10개 서버와 통신한다. 100개 변수가 바뀐다. 간단해 보이는 액션 하나에 엄청난 처리가 숨어있다.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이 던전 쉬운 것 같은데요?" 로그: 평균 사망 횟수 4.7회 "이 확률 높은 것 같은데요?" 로그: 실제 확률 0.3%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로 본다. 버그는 항상 조건이 있다 "가끔 튕겨요" 리포트. 가끔이 아니다. 특정 조건에서 100% 튕긴다. 조건을 모르면 가끔처럼 보일 뿐이다. 로그를 보면 조건이 보인다. 오후 7시, 오늘도 로그를 닫았다 퇴근 시간이다. 오늘 본 로그: 8.5GB 찾은 버그: 7개 작성한 리포트: 7건 마신 커피: 4잔 내일도 로그를 볼 거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로그 폴더를 열 거다. 게임 QA는 게임하는 직업이 아니다. 숫자 읽는 직업이다. 로그로 게임의 진실을 읽는다. 유저는 모르는, 개발자도 놓친, 게임 안의 숨겨진 이야기들. 오늘도 로그 덕분에 하나 잡았다. 내일은 뭐가 나올까. 로그 뷰어를 닫았다. 모니터가 어두워졌다. 집에 가서도 게임할 거다. 근데 이제는 로그가 보인다. 화면 뒤의 숫자들이. 이게 직업병인가.로그는 게임의 블랙박스다. 사고 나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거.
- 15 Dec, 2025
게임을 좋아했는데, 왜 지겨워졌을까
새벽 2시, RPG 게임을 한다 새벽 2시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RPG 게임을 한다. 던전에 들어간다. 몬스터를 잡는다. 아이템을 먹는다. 재미없다. 아니, 재미있어야 하는데 재미없다. 이 게임, 원래 좋아하던 장르다. 중학교 때부터 RPG 덕후였다. 지금은 그냥 일이다.화면을 본다. '이 스킬 이펙트 짤리는 거 아냐?' '이 몬스터 AI 패턴 이상한데?' '파티 버프 중첩 확인해야지.'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다. 버그를 찾고 있다. 좋아하던 것이 일이 되면 3년 전, 게임 회사에 입사했다. "게임하면서 돈 벌 수 있어요?" 면접관이 웃었다. "네, 하루 10시간은 해야죠." 처음엔 좋았다. 회사에서 게임 한다. 월급 받는다.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너 꿈의 직장이네." 6개월 지나니까 달라졌다. 같은 던전을 100번 돈다. 확률 검증이라고. 드랍률 0.5% 차이 찾으려고 3일 동안 똑같은 보스만 잡는다. 재미는 50번째에 사라진다.월요일, 신규 콘텐츠 테스트 오늘은 신규 레이드 던전 테스트다. 개발팀이 3개월 걸려 만들었다. 나는 오늘 하루 안에 깨야 한다. 10시에 시작했다. 보스 패턴을 익힌다. 공략법을 찾는다. 12시에 첫 클리어. "재밌는데요?" 옆자리 민수가 말한다. "응, 근데 11페이즈에서 카메라 버그 있어." 재미를 느낄 틈이 없다. 머리는 버그를 찾는다. '이 타이밍에 스킬 쓰면 끊기나?' '파티원 4명일 때 밸런스는?' '극한 딜 넣으면 보스 체력 음수 가능성은?' 저녁 7시, 레이드 5번 클리어했다. 버그 리포트 23건 작성했다. 재밌었나? 모르겠다. 엑셀과 확률 QA의 본업은 버그 찾기다. 그런데 절반은 확률 검증이다. '신규 가챠 SSR 등급 확률 1.5% 맞나요?' 기획자가 물어본다. "확인해볼게요." 앉는다. 엑셀 연다. 매크로 돌린다. 10,000회 뽑기. 결과 정리한다. 그래프 그린다. 1.47%. 오차범위 내. "맞습니다." 4시간 걸렸다.이게 게임인가? 통계학인가? 친구가 말한다. "너 게임 회사 다니잖아. 재밌겠다." 대답 못 한다. 재밌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 CBT 때의 기억 작년 6월, CBT(클로즈 베타 테스트) 기간이었다. 2주 동안 회사에서 살았다. 집에 못 간다. 샤워는 회사 샤워실에서. 잠은 회의실 소파에서. 밥은 배달음식. 게임한다. 24시간. 유저들이 신고한 버그 확인한다. 재현한다. 리포트 쓴다. 개발팀 패치한다. 다시 테스트한다. 새벽 4시, 던전에서 떨어져 죽는 버그를 찾았다. 치명적이다. 바로 보고했다. 7시에 패치됐다. 다시 테스트했다. 9시에 확인 완료. 침낭에 들어갔다. 30분 자고 일어났다. 신규 버그 10건 들어와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나 게임 좋아했었나?' 퇴근 후 게임을 못 한다 집에 간다. 고시원이다. 책상 위에 개인 PC가 있다. 스팀 라이브러리 87개 게임. 최근 1년, 플레이 시간 0시간. 켜보려고 한다. 마우스 잡는다. 게임 아이콘 본다. 끈다. '이거 하면 또 버그 찾겠지.' 'UI 이상한 거 신경 쓰이겠지.' '밸런스 이상하면 짜증나겠지.' 못 한다. 유튜브 본다. 게임 방송 본다. '저 구간 프레임 드랍 있을 텐데.' '저 스킬 설명 오타네.' 끈다. 넷플릭스 본다.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거. 예능. 다큐. 게임 아닌 거. 동료들의 이야기 팀에 7명 있다. QA 경력 평균 4년. 다들 게임 좋아해서 왔다. 이제는 아무도 게임 안 한다. 점심시간, 민수가 말한다. "너희 요즘 게임 해?" 다들 고개 젓는다. "나 엘든링 샀는데 한 시간 하고 접었어." "왜?" "프레임 체크하고 있더라. 재미없어." 지훈이가 웃는다. "나도. 발더스 게이트 샀는데 퀘스트 버그 찾고 있었어." 다들 웃는다. 웃프다.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 안 하는 이야기를 한다. 어릴 적 RPG의 기억 초등학교 5학년 때. 첫 RPG 게임을 했다. 제목은 기억 안 난다. 마을-던전-보스 구조. 단순했다. 재밌었다. 방과 후 집에 오면 숙제보다 게임 먼저 켰다. 엄마한테 혼났다. 그래도 했다. 주말엔 12시간 했다. 밤새도록 레벨업했다. 보스 잡으면 소리 질렀다. 친구한테 자랑했다. '나중에 게임 만드는 사람 되고 싶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RPG만 했다. 온라인 RPG, 싱글 RPG, 액션 RPG. 다 좋았다. '게임 회사 가고 싶다.' 대학교 4학년 때. 게임 회사 QA 공고 봤다. '학력 무관, 게임 좋아하면 됨' 바로 지원했다. 합격했다. 꿈을 이뤘다. 지금은 어떤가? 월급날, 통장을 본다 25일이다. 월급날이다. 283만원 들어왔다. 세후다. 야근수당 포함. 계산한다. 한 달 야근 60시간. 시급으로 나누면 얼마지. 계산 멈춘다. 우울해진다. 게임 좋아해서 왔다. 돈은 기대 안 했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같은 학교 친구. 프론트엔드 개발자. 연봉 5천만원. 나보다 1600만원 많다. 경력 똑같다. 부럽나? 부럽다. 그런데 개발자 되고 싶나? 모르겠다. 코딩은 못 한다. 배우고 싶지도 않다. 그냥 게임이 좋았을 뿐이다. 좋았을 뿐이다. 과거형이다. 이직을 고민한다 커리어넷 켠다. QA 경력으로 뭘 할 수 있나. 검색한다.다른 게임사 QA: 연봉 비슷함 QA 리드: 경력 7년 필요 게임 기획자: 포트폴리오 필요 CS팀: 연봉 더 낮음갈 곳이 없다. QA 경력은 QA로밖에 안 쳐준다. 개발은 못 한다. 기획은 경험 없다. 3년이 쌓였는데 갈 곳이 없다. 그냥 여기 있는다. 5년 채우면 뭐라도 다르려나. 모르겠다. 이력서 쓴다가 지운다. 쓴다가 지운다. 반복한다. 피곤하다. 런칭 D-7 다음 주 목요일, 신작 런칭이다. 2년 개발한 RPG. 회사 운명 걸렸다. 투자금 50억. 이번 주는 지옥이다. 매일 밤샘. 최종 빌드 테스트. 버그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 출시하고 터지면 QA 책임이다. 월요일부터 회사 산다. 침낭 챙겼다. 샤워 도구 챙겼다. 옷 3벌 챙겼다. 게임 좋아해서 왔는데. 지금 이게 맞나. 팀장이 말한다. "고생하는 거 안다. 런칭 보너스 있으니까 힘내자." 보너스 50만원이다. 세전. 웃긴다. 게임을 켜본다 금요일 밤이다. 일 끝나고 집에 왔다. 11시다. 일찍 온 거다. 씻는다. 편의점 도시락 먹는다. 침대에 눕는다. 핸드폰 본다. 유튜브 본다. 지루하다. 일어난다. PC 앞에 앉는다. 스팀을 켠다. 라이브러리를 본다. RPG 게임 하나 선택한다.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친구가 추천했던 거. 설치한다. 30분 걸린다. 기다린다. 설치 완료. 실행한다. 로딩 화면. 메인 메뉴. New Game. 클릭한다. 인트로 영상이 나온다. 3분짜리. 스킵 가능. 스킵 안 한다. 본다. 음악이 좋다. 그래픽이 좋다. 분위기가 좋다. 게임 시작한다. 캐릭터를 움직인다. 마을을 걷는다. NPC와 대화한다. '그래픽 텍스처 로딩 괜찮네.' '대화창 UI 직관적이야.' 'NPC 립싱크 자연스러운데.' 또 시작이다. 분석하고 있다. 그만한다. 끈다. 안 되는구나. 지금의 나 게임을 좋아했다. 어릴 때부터. 하루 종일 해도 안 질렸다. 일이 됐다. 좋아하는 게 일이 됐다. 재미는 사라졌다. 왜 지겨워졌을까. 답은 안다. 같은 걸 100번 반복하면 질린다. 분석하면서 플레이하면 재미없다. 버그 찾는 게 목적이 되면 게임이 아니다. 알지만 바꿀 수 없다. 이게 내 일이다. 3년 했다. 그만두면 뭐 하지. 계속한다. 게임을 한다. 재미는 없다. 익숙하다. 동료가 말했다. "게임 업계 10년 차들 보면 다 그래. 게임 안 해. 못 해." 나도 그렇게 되는구나. 그래도 가끔 생각한다. 다시 재밌어질까. 이직하면? 다른 업종 가면? 1년 쉬면? 모르겠다. 일단 다음 주 런칭 끝내고. 보너스 받고. 생각해보자. 어쩌면 이게 어른이 되는 거다. 좋아하던 걸 잃는 것. 혹은 다른 걸 찾는 것. 아직은 모르겠다. 그냥 월요일이 온다. 출근한다. 게임한다. 재미는 없지만 익숙하다.좋아하는 걸 일로 만들면, 둘 다 잃을 수도 있다는 걸 배웠다.
- 11 Dec, 2025
QA 경력 3년, 그다음은 어디로?
QA 경력 3년, 그다음은 어디로? 오늘도 링크드인을 켰다 점심시간이다. 회사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맛이 없다. 밥이 문제가 아니라 내 머릿속이 복잡해서다. 링크드인을 켰다. 요즘 자주 켠다. '게임 QA' 검력으로 검색했다. 채용 공고가 나온다. 연봉은 비슷하다. 3400만원에서 3800만원 사이. 3년 차인데 천장이 보인다. 옆 자리 개발자는 5년 차다. 연봉이 6천만원 넘는다고 들었다. 우리는 같은 게임을 만든다. 나는 버그를 찾고, 그는 코드를 짠다. 근데 연봉은 거의 두 배 차이다. "QA 경력으로 뭐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요즘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3년이면 전문가 아닌가 게임 QA를 3년 했다. 런칭을 3번 경험했다. CBT, OBT, 정식 런칭까지 다 겪었다. 밤샘 테스트도 수십 번이다. 버그를 1000개 넘게 찾았다. Mantis에 등록한 이슈 번호가 4자리를 넘는다. 크리티컬 버그도 수십 개 잡았다. 게임이 터질 뻔한 걸 막은 적도 있다. 확률 검증은 이제 감이 있다. 엑셀로 시뮬레이션 돌리고, 로그 분석하고, 이상한 패턴 찾아낸다. 기획자들도 내 데이터를 믿는다. 근데 이력서에 뭐라고 써야 할까? "게임 1000시간 플레이 경험" "버그 1000개 발견" "야근 500시간" 이게 다른 회사에서 인정받을까? 다른 직무로 갈 수 있을까? 동기는 대학원을 갔다. 데이터 분석을 배운다고 했다. "QA 경력으로는 한계가 있어"라고 말했다.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이직 사이트를 뒤져봤다 저녁이다. 퇴근은 8시. 고시원에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켰다. 원티드를 켰다. '게임 QA' 검색. 공고가 20개 정도 나온다. 다 비슷하다. 신입3년, 연봉 30004000만원. 내가 지금 받는 거랑 똑같다. 'QA 매니저' 검색. 공고가 5개다. 경력 5년 이상, 연봉 4500~5500만원. 2년을 더 해야 500만원 오른다. 그것도 매니저 되면. 다른 직무를 봤다. '게임 기획자'. 신입도 3500만원부터 시작한다. 3년 차는 5000만원 넘게 받는다. QA보다 높다.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자'. 신입이 4500만원이다. 3년 차는 7000만원도 본다. 숫자를 보니까 기분이 이상해진다. 나는 3년 동안 뭘 한 거지?QA 경력은 어디로 가는가 현실을 직시했다. 게임 QA에서 갈 수 있는 루트가 몇 개 있다. 1. QA 매니저가장 일반적인 루트 5~7년 경력 필요 연봉 천장: 5500만원 계속 테스트하는 건 똑같음2. 게임 기획자전직 가능하다고 함 QA 경험이 밸런스 기획에 도움된다고 근데 포트폴리오가 필요함 신입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3. CS/운영유저 대응, 버그 대응 QA 경험 인정받음 근데 연봉은 비슷함 감정노동 추가됨4. 데이터 분석가로그 분석 경험 활용 SQL, Python 배워야 함 학원 다녀야 함 신입으로 시작5. 다른 업계 QA앱, 웹서비스 QA 게임보다 야근 적다고 함 연봉은 비슷하거나 낮음 게임 QA 경력이 제대로 인정 안 될 수도어느 쪽도 명확하지 않다. 팀장님은 10년 차다. 연봉이 6000만원이라고 들었다. 10년을 해야 6000만원이다. 개발자 3년 차보다 낮다. 실제로 알아봤다 용기를 냈다. 이력서를 써봤다. 경력사항:게임 QA 3년 런칭 3회 참여 이슈 트래킹 1000건 이상 확률 검증 및 밸런스 테스트사용 툴:Mantis, Jira Excel (수식, 매크로) 게임 치트 툴 로그 분석이력서를 보니까 초라하다. 개발자 이력서를 본 적이 있다. 'Java, Spring, MySQL, AWS'가 주르륵 나온다. 프로젝트 설명이 구체적이다. 깃허브 링크도 있다. 내 이력서는 뭔가 빈약하다. 툴 사용은 다 할 수 있는데, 기술 스택이라고 부르기엔 약하다. 그래도 냈다. 게임 기획자 공고 5개, 다른 회사 QA 공고 3개. 일주일 후. 답이 왔다. 게임 기획자는 전부 탈락. '포트폴리오 부족'이라는 피드백. QA 공고는 2곳에서 연락 왔다. 면접을 봤다. "QA 경력이 3년이시네요. 저희는 4년 차 급을 찾는데..." "연봉은 현재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결국 이직해도 제자리다.선배에게 물어봤다 팀에 7년 차 선배가 있다.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에 물어봤다. "형, QA 계속 하실 거예요?" 선배가 웃었다. "글쎄. 나도 모르겠어." 선배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7년을 했는데 연봉이 4800만원이다. 같은 기수 개발자는 1억을 넘본다고 한다. "QA는 경력이 쌓여도 할 수 있는 게 비슷해. 신입이나 7년 차나 하는 일이 크게 안 달라." 선배 말이 맞다. 신입도 버그를 찾고, 7년 차도 버그를 찾는다. 차이는 속도와 정확도뿐.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게 아니다. "기획이나 개발은 달라. 1년 차는 간단한 기능 만들고, 5년 차는 시스템 설계를 해. 성장이 보여." "QA는 성장이 안 보여?" "보이긴 하는데... 시장에서 인정을 못 받아." 그 말이 핵심이다. 내 성장은 내가 안다. 3년 전보다 훨씬 잘한다. 버그를 빨리 찾고, 패턴을 읽고, 리포트를 정확하게 쓴다. 근데 시장은 그걸 몰라준다. 이력서에 쓸 방법이 없다. 스터디를 시작했다 결심했다. 뭐라도 배워야겠다고. SQL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무료 강의를 본다. 퇴근하고 고시원에서 1시간씩 공부한다. SELECT, WHERE, JOIN. 기초부터 시작한다. 로그 분석할 때 쓸 수 있을 것 같다. Python도 시작했다. 확률 검증할 때 엑셀 말고 코드로 하면 더 빠를 것 같아서다. 근데 피곤하다. 회사에서 9시간 일하고, 야근하고, 집 와서 또 공부한다. 주말에도 공부한다. 한 달이 지났다. SQL 기초는 끝냈다. 간단한 쿼리는 짤 수 있다. Python은 반복문까지 배웠다. 이력서에 추가했다. 보유 기술:SQL (기초) Python (기초)그래도 뭔가 약하다. '기초'를 빼면 거짓말이고, 쓰면 초라하다. 개발자들은 '프로젝트에 적용한 경험'을 쓴다. 나는 혼자 공부한 거뿐이다. 회사 일에 써먹을 수도 없다. QA는 치트 툴 쓰면 되니까 SQL이나 Python이 필요 없다. 그냥 이직용 스펙이다. 뭔가 씁쓸하다. 동료가 퇴사했다 한 달 전 일이다. 같은 팀 동료가 퇴사했다. 2년 차였다. 나보다 1년 후배. "형, 저 그만둡니다." "어디 가?" "학원 다니려고요. 개발 배울 거예요." 개발자로 전향한다고 했다. 6개월 학원 다니고, 신입으로 지원한다고 했다. "QA 경력은 버리는 거 아니야?" "네. 그냥 백지에서 시작하는 거죠." 그 친구 표정이 밝았다. 불안한 것 같았지만, 희망도 있어 보였다. 나는 3년을 했다. 그 친구는 2년 했다. 그 친구는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3년을 더 해야 할까? 아니면 나도 다시 시작해야 할까? 계산을 해봤다. QA 계속:지금: 3400만원 5년 차: 4000만원 (예상) 7년 차: 4500만원 (예상) 10년 차: 5500만원 (최대)개발자 전향:학원 6개월: 수입 0원, 학원비 -1000만원 신입: 4000만원 3년 차: 6000~7000만원 (예상) 5년 차: 8000~9000만원 (예상)숫자로 보니까 명확하다. 개발자로 가는 게 맞다. 근데 나는 30살이다. 학원 다니면 31살. 신입 개발자 하면 34살에 3년 차다. 그때쯤이면 결혼도 생각해야 하는데, 34살에 6000만원이면 괜찮은가? 머리가 아프다. 또 다른 선택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게임 QA 출신 중에 '유저 리서처'로 간 사람이 있다고 한다. 유저 테스트를 설계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뽑는 일. QA 경험이 도움된다고 한다. 연봉도 나쁘지 않다고 들었다. 4년 차에 5000~6000만원 수준. 관심이 생겼다. 검색을 해봤다. 필요 역량:정성/정량 리서치 이해 데이터 분석 능력 통계 지식 리포트 작성 능력내가 가진 것: 데이터 분석 경험, 리포트 작성. 내가 없는 것: 리서치 방법론, 통계 지식. 또 공부해야 한다. 근데 이건 명확한 커리어 패스가 없다. 채용 공고도 많지 않다. 경쟁이 세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개발자보다는 진입 장벽이 낮다.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QA 계속하기 개발자 전향 유저 리서처 전향 기획자 도전 (포트폴리오 만들기)네 개 다 불확실하다.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밤이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본다. 나는 왜 게임 QA를 시작했을까? 게임을 좋아해서였다. 게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개발은 못 하니까 QA라도 하자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떨까? 게임은 여전히 좋아한다. 근데 게임을 할 때마다 버그를 찾는다. 직업병이다. 즐기기가 어렵다. 회사 게임은 100번 넘게 플레이했다. 재미가 사라졌다. 그냥 데이터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돈?솔직히 중요하다. 연봉 5000만원은 넘고 싶다.커리어 성장?10년 후에 뭘 하고 있을지 보이면 좋겠다.일과 삶의 균형?야근 없는 삶. 주말에 쉬는 삶.보람?내가 만든 걸 자랑하고 싶다. 근데 QA는 결과물이 없다.정리가 안 된다. 친구들은 부럽다고 한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근데 나는 게임이 싫어지고 있다. 부모님은 걱정하신다. "게임 회사 오래 다닐 수 있어?" 대답을 못 한다. 나도 모르겠다. 3개월 후 내 모습 상상을 해봤다. 시나리오 1: QA 계속여전히 같은 회사, 같은 자리 연봉은 3400만원 신규 콘텐츠 테스트 야근 똑같은 일상시나리오 2: 학원 등록퇴사 개발 학원 다니는 중 돈이 나가는 중 불안하지만 새로운 걸 배우는 중 취업 준비하는 중시나리오 3: 이직 준비퇴근 후 공부 SQL, Python 중급 포트폴리오 만들기 이력서 계속 넣기 면접 보기어느 게 정답일까? 정답은 없다. 선택만 있다. 근데 선택이 무섭다. 잘못 선택하면 시간을 날리는 거다. 3년도 벌써 날아갔다. 오늘의 결론 아직 결정 못 했다. 근데 한 가지는 확실하다. QA 3년 경력은 다른 직무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게 현실이다. QA는 전문직이 아니다. 시장에서 그렇게 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본다. 실제로는 노하우가 쌓이는데, 그게 안 보인다. 개발자는 코드를 보여줄 수 있다. 기획자는 문서를 보여줄 수 있다.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가 있다. QA는? 버그 리포트? 엑셀 시트? 이직할 때마다 처음부터 증명해야 한다. "저 잘해요." 근데 증거가 약하다. 그래서 불안하다. 3년을 더 하면 6년 차가 된다. 그때도 똑같을까? "QA 6년 경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10년을 해도 똑같을 것 같다. 그래도 포기는 안 한다. 일단 공부는 계속한다. SQL, Python. 데이터 분석 공부도 시작했다. 포트폴리오도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개인 프로젝트로 간단한 게임 기획서를 써볼까. 아니면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정리해볼까. 이직 공고도 계속 본다.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 그리고 현재 일도 최선을 다한다. QA 경력이 인정 안 받더라도, 내가 게임을 살렸다는 건 사실이다. 유저들이 버그 없이 게임하는 건 내 덕분이다.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돈이 문제지. 3년 후, 6년 후, 10년 후.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여기에만 있지는 않을 거다. 변화가 필요하다. 언제, 어떻게 할지 아직 모르지만. QA 경력 3년, 그다음은 어디로? 아직 답을 찾는 중이다.내일도 출근한다. 버그 찾는다. 근데 내 미래도 찾아야 한다.
- 08 Dec, 2025
부모님께 '게임회사' 다닌다고 할 때
명절 전화 추석 전날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명절에 못 내려온다니, 회사는 명절도 안 쉬냐?" "아니... 런칭 전이라서요." "런칭이 뭐냐?" 설명하기 귀찮았다. "게임 나오는 날이요." "아이고. 게임 만드는 게 그렇게 바쁘냐." 만드는 게 아니라 테스트하는 건데. 이것도 설명 안 했다. "일 많아요." "그래도 명절인데..." 미안하다고 했다. 진짜 미안했다. 끊고 나니 속이 쓰렸다.처음 말했을 때 작년 설날이었다. 친척들이 다 모였다. 큰아버지가 물으셨다. "취직했다며? 어디 다니냐?" "게임 회사요." "게임? 게임이 뭐냐?" "컴퓨터 게임... 만드는 회사요."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작은아버지가 거들었다. "요즘 게임이 돈이 된다더라. SKT에서도 하잖아." "SKT는 아니고요... 중견 회사요." "거기서 뭐 하는데?" "QA요. 버그 찾는 거요." "버그? 벌레?" 설명했다. 게임 테스트한다고. 문제 찾는다고. "아, 게임하면서 일하는 거네?" 할 말이 없었다. 아버지가 웃으셨다. 어색한 웃음이었다. "그래도 취직했으니 다행이다." 그날 저녁 아버지가 따로 불렀다. "게임 회사가 안정적이냐?" "...네." 거짓말이었다. 우리 회사 작년에 20명 정리해고했다. "연봉은?" "괜찮아요." 3400만원. 괜찮다고 할 수 없었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아무 말 안 하셨다.어머니의 걱정 어머니는 매주 전화하신다. "밥은 먹냐?" "먹어요." "회사에서 야근 많이 시킨다며?" "가끔요." 어제도 밤 12시까지 했는데. 말 안 했다. "게임 회사는 불안하지 않냐?" "괜찮아요." "친구 어머니 말로는, 게임 회사는 젊을 때만 다니는 덴데..." "그런 거 아니에요." 사실이긴 했다. 우리 팀장님도 35살에 이직 준비 중이다. "공무원 시험 다시 볼 생각 없냐?" "...없어요." 어머니는 한숨 쉬셨다. "네가 좋다면 어쩔 수 없지." 전화 끊고 고시원 천장을 봤다. 좋은 건 맞다. 게임 관련 일 하는 거. 근데 이게 내가 원하던 건지는 모르겠다. 친구들 반응 고등학교 동창 단톡방. "겜큐 요즘 뭐하냐?" "일하지." "게임 회사 다니면서 게임 하는 거 아니냐 ㅋㅋ" "그게 일이야." "부럽다 진짜. 돈 받고 게임하네." 설명하기 귀찮았다. 같은 던전 100번 돌면서 확률 검증하는 게 게임이냐고. 런칭 전날 28시간 연속 테스트하는 게 게임이냐고. 말 안 했다. "ㅇㅇ 부럽지." 거짓말이었다. 한 친구가 물었다. "연봉은 얼마냐?" "비밀." "5천은 넘냐?" "..." 답 안 했다. 단톡방이 조용해졌다. 누가 주제를 돌렸다. "다음 주 광주 내려가면 만나자." "나 런칭 전이라 못 가." "또?" "ㅇㅇ." 친구들은 이해 못 한다. 나도 이해 못 한다.연봉 이야기 아버지는 가끔 물으신다. "회사 다닌 지 3년 됐는데, 연봉 올랐냐?" "조금요." 200만원 올랐다. 세전으로. "친구들은 어떠냐?" 친구 중에 은행 다니는 애 있다. 4800만원 받는다. 친구 중에 공무원 된 애 있다. 안정적이다. 친구 중에 대기업 다니는 애 있다. 복지가 좋다. "비슷해요." 거짓말이었다. "그래. 건강하게만 다녀라." 아버지는 더 이상 안 물으신다. 어머니는 명절 때마다 말씀하신다. "게임 회사는 오래 못 다니는 거 아니냐."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결혼은 언제 하냐?" "...나중에요." "나중이 언제냐. 네 나이가 몇인데." 27살이다. 결혼은 생각도 못 했다. 연봉 3400만원으로 어떻게 결혼하냐. 서울에서 전세 구하려면 최소 2억이다. 나는 통장에 800만원 있다. "열심히 모으고 있어요." 어머니는 한숨 쉬셨다. 정상 회사 지난달 광주 내려갔다. 친척 결혼식이었다. 어머니가 소개해주셨다. "우리 아들, 서울에서 게임 회사 다녀." 친척이 물었다. "어디? 넥슨?" "아니요. 작은 회사요." "크래프톤?" "...중견 회사요." "아. 그래도 게임 회사면 요즘 잘 나가잖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네..." "연봉 많이 받겠네?" 어머니가 대신 대답하셨다. "그냥 평범하게 받아." 평범하지도 않다. 적게 받는다. 친척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 끄덕이고 갔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게임 회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봐." "...네." "정상 회사 다니는 거 맞지?" 정상 회사가 뭔지 모르겠다. 출근하고, 일하고, 월급 받는다. 근데 왜 이상하게 보는 걸까. "맞아요." 어머니는 안심하신 것 같았다. 나는 안심이 안 됐다. 명절 거짓말 이번 설에는 내려갈 수 있다. CBT가 연말에 끝났다. 어머니한테 전화했다. "설에 내려갈게요." "정말? 회사에서 쉬래?" "네." "다행이다. 작년에는 못 왔잖아." "죄송해요." "아니다. 바쁜데 어쩔 수 없지." 어머니는 기뻐하셨다. "음식 많이 준비해놔야겠다." "엄마, 저 많이 안 먹어요." "네가 좋아하는 거 다 해줄게." 고맙다고 했다. 진짜 고마웠다. 전화 끊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거짓말해야 하나. 연봉 올랐다고. 일 재밌다고. 회사 안정적이라고. 다 거짓말이다. 근데 진실 말하면 부모님만 걱정하신다. "게임 회사 불안하면 이직해라." "공무원 시험 다시 봐라." "은행이라도 알아봐라." 듣기 싫다. 나도 모르겠다. 이게 맞는 길인지. 근데 지금 당장은 이것밖에 없다. 3년 차의 고민 팀 회식 때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QA는 커리어 관리가 중요해." "어떻게요?" "3년 차 넘으면 이직 생각해야지." 나는 지금 3년 차다. "QA만 계속 하면 안 되나요?" "연봉이 안 올라. 개발자 절반밖에 못 받아." 알고 있었다. "다른 직무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더 큰 회사로." "QA 경력으로 다른 직무 가능해요?" "어렵지. 근데 불가능한 건 아니야." 팀장님은 지금 데이터 분석 공부하신다. QA에서 DA로 전환하려고. 나도 뭔가 해야 하나. 근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게임은 좋아한다. 근데 QA는 모르겠다. 좋아하는 건지, 익숙한 건지. 부모님께 말하고 싶은 것 사실 말하고 싶다. 게임 회사 다니는 게 자랑스럽지는 않다고. 연봉도 낮고, 야근도 많고, 미래도 불안하다고. 근데 그래도 게임 관련 일이라서 좋다고. 아침에 출근해서 게임 켜는 게 싫지는 않다고. 새로운 콘텐츠 처음 테스트하는 게 재밌다고. 치명적인 버그 찾았을 때 뿌듯하다고. 게임 런칭하고 유저들 반응 볼 때 보람 있다고. 그런 것들 말하고 싶다. 근데 못 한다. 부모님은 이해 못 하실 거다. "그게 얼마나 가냐."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결혼은 언제 할 거냐." 현실적인 이야기만 하실 거다. 그래서 그냥 괜찮다고 한다. 잘 다니고 있다고 한다.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부모님은 안심하신다. 나는 불안하다. 다음 설날 이번 설에는 솔직하게 말해볼까. 연봉 낮다고. 게임 회사 불안하다고. 이직 고민 중이라고. 근데 그래도 지금은 버티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마 또 괜찮다고 할 거다. 부모님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고시원 방에 앉아서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까. 언제쯤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저 게임 회사 다녀요. 자랑스러워요." 그런 날이 올까.부모님께는 오늘도 "괜찮다"고 문자 보냈다. 설에는 좀 솔직해질 수 있을까.
- 07 Dec, 2025
게임 덕후 친구들의 부러움, 그 뒤의 진실
게임 덕후 친구들의 부러움, 그 뒤의 진실 "너 진짜 좋겠다" 친구들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이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좋겠다." 할 말이 없다. 뭐라고 해야 할지. "응, 좋아" 라고 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아니야 힘들어" 라고 하면 "그래도 게임하잖아" 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냥 웃는다. 애매하게. 어제도 고등학교 동창 만났다. 똑같은 말 들었다. "야 너 RPG 테스트한다며? 와 진짜 부럽다. 나도 게임하면서 돈 벌고 싶다." 얘는 은행원이다. 연봉 4500만원. 나보다 1100만원 많다. 근데 나를 부러워한다. 게임하니까. 설명할 수 없었다. 오늘 내가 뭘 했는지.오늘 한 일 오전 10시 출근했다. 새 빌드 받았다. 신규 던전 추가됐다. "환영의 동굴" 이라는 이름이다. 레벨 45 콘텐츠. 기획서 확인했다. 보스 패턴 3가지, 중간 보스 2마리, 일반 몹 5종류. 테스트 시작했다. 캐릭터 레벨 45로 세팅. 치트 켜고 들어갔다. 첫 플레이: 15분. 보스한테 죽었다. 패턴 파악. 두 번째: 12분. 클리어. 버그 없음. 보상 확인. 세 번째: 보스 스킬 2번에서 캐릭터가 벽 뚫고 나갔다. 버그 발견. 스크린샷 찍고 Mantis에 등록. "환영의 동굴 - 보스 스킬 사용 시 캐릭터 벽 관통 현상" 재현율: 5회 중 2회 심각도: Major 환경: Windows 10, i7-9700, RTX 2070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점심시간이다. 12시 30분. 오후에 또 들어갔다. 일곱 번째부터 스무 번째까지. 같은 던전. 같은 보스. 같은 패턴. 보스 대사를 외운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이제 자동으로 손이 움직인다. 회피, 공격, 스킬, 포션. 게임이 아니다. 작업이다. 오후 5시. 던전 30번 돌았다. 버그 7개 찾았다. Major 2개, Minor 5개. 친구가 부러워하는 건 이게 아닐 텐데.게임 덕후의 역설 나는 게임 좋아한다. 진짜로. 중학교 때부터 했다. RPG, FPS, AOS 다 좋아했다. 대학 때 게임 동아리 회장이었다. PC방에서 살았다. "게임 관련 직업 갖고 싶다" 고 생각했다. QA 공고 봤을 때 바로 지원했다. 붙었다. 기뻤다. 첫 달은 좋았다. 진짜 좋았다. 회사에서 게임한다. 돈 받는다. 꿈 같았다. 두 번째 달부터 달라졌다. 같은 스테이지를 100번 돌았다. 밸런스 테스트 때문이다. 드랍률 확인. "에픽 아이템 드랍률 1% 맞는지 확인해주세요." 100번 돌아야 한다. 통계적으로. 50번째쯤 되니까 게임이 아니었다. 노가다였다. 100번 끝나고 엑셀에 정리했다. "드랍률 0.8%, 기획 수치 1%보다 낮음. 확인 필요." 기획자한테 물어봤다. "이거 스펙이에요?" "아 그거 코드 확인해보겠습니다." 다음날 답 왔다. "버그 맞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또 100번 돌았다. 수정 확인. 이번엔 1.2% 나왔다. 통과. 200번 돌았다. 같은 스테이지. 좋아하는 게임이었다. 베타 때부터 기대했던 게임. 이제 보기 싫다. 역설이다. 좋아하는 게임을 일로 하면 싫어진다. 친구들은 이걸 모른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만 본다. 게임이 게임이 아닐 때를 모른다. 야근은 기본 CBT 일주일 전이다. 팀장이 말했다. "다들 고생 많으실 텐데, 이번 주 야근 부탁드립니다." 부탁이 아니다. 통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11시 퇴근. 토요일 출근. 일요일 출근. CBT 시작하는 금요일, 회사에서 잤다. 간이 침대 깔고. 5명이서. 24시간 모니터링이다. 서버 터지면 바로 대응. 유저들 버그 제보 들어온다. 실시간 확인한다. "상점에서 아이템 구매 시 골드가 안 빠져요." 재현 확인. 로그 확인. 개발팀에 전달. 새벽 3시다. 커피 네 잔째. "던전 입장이 안 돼요." 또 확인. 또 로그. 또 전달. 새벽 5시. 눈이 안 떠진다. 잠깐 잤다. 1시간. 7시에 깼다. 버그 제보 20개 쌓였다. 하나씩 확인한다. 일요일 저녁 9시. 집 갔다. 씻고 쓰러졌다. 월요일 10시 출근. 정상 근무. 야근 수당 나온다. 50만원. 이걸로 이번 달 생활비 채운다. 친구들한테 말했다. "이번 주 야근 진짜 힘들었어." "그래도 게임하잖아." 할 말 없다.연봉 3400만원의 의미 3년 차다. 연봉 3400만원. 신입 때 2800만원이었다. 3년 만에 600만원 올랐다. 개발자 신입은 4500만원부터 시작한다. 3년 차 개발자는 6000만원 넘는다. 같은 회사, 같은 프로젝트, 다른 연봉. QA는 이렇다. 업계 표준이다. "테스트는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팀장이 한 말이다. 연봉 협상 때. 누구나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게임 좀 해봤으면 할 수 있다. 그래서 싸다. 대체 가능하니까. 근데 3년 했다. 누구나 할 수 없는 것도 안다. 버그 재현하는 감. 심각도 판단하는 눈. 로그 분석 능력. 이게 3년 만에 생긴다. 근데 연봉은 안 올라간다. "QA 연봉 테이블이 그래요." 고시원 월세 40만원. 식비 50만원. 교통비 10만원. 통신비, 보험, 기타 30만원. 한 달 130만원 쓴다. 세후 260만원 받는다. 130만원 남는다. 저축한다. 1년에 1500만원 모은다. 10년 모으면 1억 5000만원. 서울에 집 못 산다. 개발자 친구는 3년 차에 5800만원 받는다. 주식 옵션도 있다. 회사 상장하면 더 받는다. 나는 QA다. 옵션 없다. 이직 생각한다. 근데 어디로? QA 경력으로 개발자 되기 어렵다. 코딩 못한다. 다른 회사 QA? 연봉 비슷하다. 게임 업계 벗어나기? 뭐 할 수 있지? 막막하다. 친구들은 "게임회사 다니네 좋겠다" 한다. 연봉 애기는 안 한다. 민망하니까. 런칭 후 책임은 QA 지난달 게임 런칭했다. 2년 개발한 프로젝트다. 우리 팀이 1년 테스트했다. 런칭 첫날, 서버 터졌다. 동접 10만 명. 예상은 5만 명이었다. 준비 부족. 서버는 인프라팀 책임이다. 우리 문제 아니다. 근데 버그도 터졌다. "결제는 되는데 아이템이 안 들어와요." Critical 버그다. 돈 관련. 긴급 회의 소집됐다. 밤 11시. 대표까지 왔다. "테스트 때 왜 못 찾았어요?" 우리한테 물었다. QA팀한테. 팀장이 설명했다. "결제 테스트는 샌드박스 환경에서 했습니다. 실결제는 런칭 후 처음입니다." "그럼 실결제 테스트는 왜 안 했어요?" "실결제 테스트 환경 구축은 개발팀..." 책임 공방이다. 결국 QA 탓이 됐다. "테스트가 부족했다." 새벽 3시까지 회의했다. 버그 원인 찾았다. 개발팀이 수정했다. 새벽 5시 배포. 우리는 확인 테스트 했다. 새벽 7시 끝. 집 가서 씻고 10시 출근. 런칭 후 1주일, 매일 이랬다. 버그 터지면 QA 탓. 수정하면 개발팀 공. 이게 현실이다. 유저들은 모른다. "QA 뭐 했냐" 댓글 단다. 우리가 1년 동안 찾은 버그 2374개는 모른다. 터진 버그 12개만 본다. 억울하다. 근데 할 말 없다. 우리 일이니까. 버그 못 찾은 게 우리 책임이니까. 게임이 일이 될 때 주말에 게임 안 한다. 요즘. 친구들이 같이 하자고 한다. 안 한다. "너 게임회사 다니면서 게임 안 해?" 웃긴 소리 같지만 진짜다. 평일에 12시간 게임했다. 주말엔 쉬고 싶다. 게임 말고 다른 거. 넷플릭스 본다. 산책한다. 그냥 누워있는다. 게임은 이제 일이다. 취미가 아니다. 새로운 게임 나와도 흥미 없다. "이것도 버그 있겠네" 생각부터 든다. 즐기는 게 아니라 분석한다. 직업병이다. 친구들이랑 게임해도 재미없다. "이 스킬 판정 이상한데" 혼잣말한다. "야 그냥 게임이야. 진지하게 하지 마" 친구가 말한다. 그냥 할 수가 없다. 버그가 보인다. 예전엔 안 보였다. 이젠 보인다. 좋아하던 게임들, 이제 다르게 보인다. "여기 밸런스 이상한데", "이 확률 조작 아니야?", "UI 불편한데". 즐기는 게 아니라 평가한다. 게임이 게임이 아니다. 일이다. 분석 대상이다. 테스트 케이스다. 이게 3년 차 게임 QA의 현실이다. 좋아하는 걸 일로 하면 안 된다는 말, 이제 안다. 좋아하는 게임, 이제 그냥 일이다. 그래도 말 못 한다 친구들 만나면 부러워한다. 설명 안 한다. 이제. "응, 좋아" 하고 넘긴다. 야근 얘기해도 "그래도 게임하잖아" 돌아온다. 연봉 얘기하면 분위기 이상해진다. 버그 얘기하면 재미없어한다. 그냥 웃는다. "꿈의 직장" 이라고 하면 맞장구친다. 속으론 복잡하다. 꿈의 직장 맞나? 모르겠다. 3년 전 나는 여기 오고 싶어했다. 진짜로. 지금은? 이직 고민한다. 근데 어디 가나 비슷할 것 같다. 게임 업계가 다 이렇다. QA는 이렇다. 그래도 버틴다. 야근 수당 필요하니까. 경력 쌓아야 하니까. 다른 길 몰라서 하니까. "게임하면서 돈 버네 좋겠다." 이 말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좋은 건가? 진짜? 잘 모르겠다. 복잡하다. 게임은 좋아한다. 지금도. 근데 일로서의 게임은 다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말로 안 된다. 경험해봐야 안다. 그냥 웃는다. "응, 괜찮아" 하고. 속으론 피곤하다. 오늘도."게임하면서 돈 번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게임은 하는데, 게임이 아니니까.
- 04 Dec, 2025
아침 10시 출근, 그 환상과 현실
10시 출근이라는 환상 처음 면접 봤을 때다. "저희는 10시 출근입니다." 이 말에 바로 끌렸다. 9시 출근하는 친구들 보면서 '난 좀 다르지' 했다. 아침 여유롭게 일어나서 밥 먹고 출근. 완전 화이트 기업 아닌가. 입사 일주일은 진짜 그랬다. 9시에 일어나서 편의점 삼각김밥 먹고. 지하철도 한산했다. 10시에 회사 도착하면 다른 회사 사람들은 이미 일하는 중. 나만 여유롭게 커피 한 잔. "10시 출근 부럽다" 친구들이 말했다. 그때는 나도 좋았다. 진짜로.현실은 CBT 두 달 지나니까 알았다. 10시 출근의 진실. CBT 일정이 잡혔다. "이번 주는 좀 바쁠 겁니다." 팀장 말. 좀이 아니었다. 월요일부터 밤 10시 퇴근. 화요일은 12시. 수요일은 아예 새벽 3시. "10시 출근이니까 괜찮죠?" 아니다. 전혀 괜찮지 않다. 새벽 3시 퇴근하고 10시 출근. 7시간인데 이동 시간 빼면 5시간. 씻고 자면 3시간. 이게 10시 출근의 함정이다. 9시 출근 회사는 6시 퇴근이다. 야근해도 8시, 9시. 우리는 10시 출근에 밤 12시 퇴근이 기본. 계산해보면 우리가 더 오래 일한다. CBT 기간은 지옥이다. 유저들이 게임 시작하는 시간. 저녁 7시부터가 진짜 근무 시간. 버그 리포트가 쏟아진다. 재현 테스트 돌리고, 로그 확인하고, 개발팀한테 전달하고. "이거 긴급 버그예요. 오늘 안에 수정 가능할까요?" 불가능한 걸 알면서 묻는다. 개발자도 야근한다. 다 같이 죽는다.주말의 의미 금요일 저녁. 일반 회사 사람들은 퇴근한다. 우리는 주말 테스트 준비. "이번 주말에 신규 콘텐츠 빌드 나옵니다." 토요일 출근 확정. 일요일도 마찬가지. CBT 기간에 주말은 없다. 토요일 10시 출근. 평일이랑 똑같다. 차이는 지하철이 한산하다는 것. 회사 가는 사람이 나뿐. 친구들은 놀러 간다. 카톡이 온다. "야 오늘 강남 나와." 못 간다. "주말인데 야근이야?" 야근이 아니라 그냥 근무다. 일요일도 출근하면 연차가 하나 생긴다. 대신 쓸 수가 없다. CBT 끝나고 런칭 준비. 런칭 끝나고 버그 수정. 다음 CBT 준비. 무한 반복. 작년에 연차 10개 날렸다. 못 쓰고 없어진 거다. "왜 안 써요?" 쓸 타이밍이 없었다. 주말 근무는 수당 나온다. 1.5배. 그래도 평일 야근보다는 낫다. 평일 야근은 기본 급여에 포함이라는 마법의 논리.야근 수당의 한계 입사할 때 연봉 3400만원. 월급 283만원. 여기서 세금 빼면 250만원 정도. 야근 수당이 있다. 한 시간에 15000원. 밤 10시까지 일하면 3시간. 45000원. 한 달 20일이면 90만원. 처음에는 좋았다. 월급이 340만원. 세전이지만 그래도 많다고 느꼈다. 문제는 한계가 있다는 것. 야근 수당은 월 100만원까지. 그 이상은 안 나온다. CBT 때는 하루 5시간씩 야근한다. 한 달이면 150만원어치. 50만원은 그냥 사라진다. "원래 그런 거예요." 선배가 말했다. 다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계산해봤다. 시급으로 치면 최저시급이랑 비슷하다. 대졸 3년차가 최저시급. 이게 맞나. 친구는 SI 회사 다닌다. 연봉 4000만원. 야근은 우리보다 적다. "게임 회사가 좋지 않냐?"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다른 친구는 대기업 다닌다. 연봉 5000만원. 9시 출근 6시 퇴근. "10시 출근 부럽다." 전혀 안 부럽다고 말 못 한다. 야근 수당 때문에 버틴다. 그것마저 없으면 못 버틴다. 250만원으로 서울에서 살 수 없다. 건강이 무너진다 새벽 3시 퇴근이 일주일 계속되면 몸이 이상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붓는다. 소화가 안 된다. 편의점 도시락만 먹어서 그런가.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그런가. 작년 겨울 CBT 때다. 한 달 내내 밤샘했다. 감기 걸렸다. 병원 갈 시간 없어서 약국 약으로 버텼다. 안 나았다. 두 달 기침했다. 회사에 약 먹는 사람이 많다. 소화제, 두통약, 영양제. 다들 책상에 약통이 있다. "젊으니까 괜찮아요." 팀장 말. 35살인데 벌써 허리 안 좋다고 한다. 나는 27살. 8년 후면 나도 그렇게 되나. 카페인 중독이다. 하루에 커피 5잔. 에너지 드링크 2캔. 안 마시면 집중이 안 된다. 밤에 잠도 잘 안 온다. 건강검진 결과 나왔다. "간 수치가 높습니다." 술을 안 마시는데 간 수치가 높다. 야근 때문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10시 출근해서 새벽 2시 퇴근. 16시간 일한다. 일주일이면 80시간. 한 달이면 320시간. 정상이 아니다. 게임이 일이 되면 원래 게임을 좋아했다. RPG 덕후다. 게임 회사 들어온 이유다. 지금은 게임이 보이지 않는다. 버그만 보인다. 던전 들어가면 벽 충돌 체크한다. NPC 대화하면 오타 찾는다. 아이템 먹으면 확률 계산한다. 친구들이랑 게임하면 재미없다. "이거 밸런스 이상한데." 습관적으로 말한다. 친구들이 싫어한다. "그냥 게임이야. 즐겨." 즐길 수가 없다. 직업병이다. 좋아하는 게임 시리즈가 있었다. 신작 나왔다. 샀다. 한 시간 했다. 끄고 다시 안 켰다. 왜냐면 회사에서 똑같은 장르 테스트한다. 퇴근하고 또 같은 거 할 수 없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좋겠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이다. 게임이 아니라 노동이다. 같은 던전 100번 돌면 게임이 아니다. CBT 때 유저 플레이 보면 부럽다. 재미있어 한다. 나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버그 터질까 봐 불안하다. 런칭하고 유저들 반응 좋으면 뿌듯하다. 일주일 정도. 그 다음부터는 다음 프로젝트 시작. 또 테스트. 반복. 그래도 못 그만두는 이유 이직 생각한다. 매일 생각한다. 문제는 이력서다. "게임 QA 3년." 이게 경력인가. 다른 회사 가도 QA다. 연봉 비슷하다. 야근도 비슷하다. 개발자 되고 싶다. 코딩 공부 시작했다. 퇴근하고 한 시간씩. 주말에 두 시간씩. 진도가 안 나간다. 너무 피곤하다. 같은 팀 선배가 작년에 나갔다. 다른 게임 회사 갔다. QA로. 연봉 400만원 올랐다. 그게 다다. 또 다른 선배는 게임 관뒀다. 일반 회사 CS팀 갔다. "거기는 6시 칼퇴근이야." 부럽다. 근데 게임은 재밌다. 가끔. 신규 콘텐츠 처음 테스트할 때. 아무도 안 해본 거 내가 먼저 한다. 그건 좋다. 런칭 전 긴장감도 나쁘지 않다. 유저들 좋아하는 거 보면 보람 있다. 그리고 동료들. 같이 야근하는 사람들. 새벽 2시에 치킨 시켜 먹으면서 수다. 그런 게 좋다. 돈이 문제다. 3년 차에 3400만원. 5년 차도 4000만원 안 된다. 결혼은 어떻게 하나. 집은 어떻게 사나. "게임 업계가 원래 그래요." 다들 말한다. 맞다. 원래 그렇다. 그게 문제다. 10시 출근의 진실 10시 출근은 환상이다. 진짜는 이렇다. 10시 출근 새벽 2시 퇴근. 주말 없음. 야근 수당 한계 있음. 건강 무너짐. 게임이 일이 되는 것. 그래도 출근은 10시다. 친구들한테 "10시 출근이야" 말한다. 부러워한다. 진실은 말 안 한다. 복잡하니까. 다음 주도 CBT다. 또 밤샘이다. 월요일 10시 출근해서 화요일 새벽 3시 퇴근. 그리고 화요일 10시 또 출근. 이게 10시 출근의 현실이다.10시 출근,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 03 Dec, 2025
'재현율이요' - QA의 일상 용어 사전
"재현율이요" - QA의 일상 용어 사전 입에 붙은 말들 출근하면 입에서 튀어나온다. "재현율이요." 동료가 "어제 버그 봤는데"라고 하면 자동으로 나온다. "재현율이요?" 점심 먹다가도 나온다. 식당 직원이 "오늘 치킨 맛있어요"라고 하면 "재현율이요?" 아니 이건 좀 아니지. 그런데 못 고친다. 3년 동안 하루에 100번씩 쓴 말이다. 입에 각인됐다. 재현율. 버그가 다시 발생하는 확률. 100%면 무조건 터진다는 뜻. 50%면 두 번에 한 번 터진다는 뜻. QA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다. 재현율 낮으면 개발자가 못 고친다. 로그에 안 남으니까. 재현율 높으면 우선순위 올라간다. 무조건 터지니까. 그래서 버그 리포트 쓸 때 제일 먼저 확인한다. 10번 해봐서 10번 터지면 100%. 10번에 3번이면 30%. 입버릇이 됐다. 편의점에서 카드가 안 찍혔다. "재현율 확인해봐야겠네요." 알바생이 이상하게 쳐다본다.이건 스펙이에요? 기획자한테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다. "이건 스펙이에요?" 던전에서 몬스터가 벽을 뚫고 나왔다. 버그 같은데 확신이 안 선다. 기획 의도일 수도 있다. 물어본다. "이거 스펙이에요?" 기획자가 답한다. "아뇨, 버그요." 리포트 쓴다. 스킬 쿨타임이 이상하다. 5초인데 3초만에 돌아온다. 버그 같은데 패치노트를 못 봤을 수도 있다. 또 물어본다. "이거 스펙 변경됐어요?" 기획자가 답한다. "아 그거 어제 바꿨어요." 리포트 안 쓴다. 스펙. 기획 명세서. 게임이 '이렇게 작동해야 한다'고 적힌 문서. QA의 바이블이다. 근데 이게 맨날 바뀐다. 어제 본 스펙이랑 오늘 본 스펙이 다르다. 기획자가 계속 수정한다. 그래서 확인해야 한다. 내가 본 게 버그인지, 의도인지. 하루에 20번은 물어본다. "이건 스펙이에요?"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도 나온다. 친구가 "야 너 어제 9시에 온다며?"라고 한다. 나는 답한다. "그거 스펙 변경됐어." 친구가 멍하니 쳐다본다.로그 확인해볼게요 개발자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로그 확인해볼게요." 버그 리포트 올리면 개발자가 묻는다. "로그 있어요?" 있으면 "네, 첨부했어요." 없으면 "로그 확인해볼게요." 로그. 게임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의 기록. 누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다 적혀있다. 버그를 고치려면 로그가 필요하다. 어디서 터졌는지 알아야 고친다. 근데 로그가 없는 버그도 있다. 재현율 낮은 버그. 한 번 터지고 안 터진다. 로그 안 남는다. 그럴 때 QA가 한다. 로그 뽑기. 게임 켜고 버그 터질 때까지 플레이한다. 10번, 20번, 100번. 터지면 그 순간의 로그를 저장한다. 개발자한테 준다. "로그 첨부했어요." 이게 QA의 일이다. 그래서 입에 붙었다. "로그 확인해볼게요." 지하철 카드가 안 찍혔다. 역무원한테 말한다. "로그 확인해볼게요." 역무원이 당황한다. "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냉장고가 이상하다. A/S 기사한테 전화한다. "로그 확인해주실 수 있어요?" 기사님이 묻는다. "로그가 뭔데요?" 설명하다가 포기한다. 확률 이상한데 밸런스 QA의 입버릇이다. "확률 이상한데." 가챠 시스템 테스트한다. 레어 등급 확률 5%래. 100번 돌린다. 2번 나왔다. "확률 이상한데." 기획자한테 말한다. 기획자가 답한다. "그럴 수 있죠." 아니다. 통계적으로 이상하다. 5%면 100번에 5번 나와야 한다. 오차범위 ±2 정도. 2번은 너무 낮다. 다시 돌린다. 1000번. 38번 나왔다. 3.8%. "확률 이상한데요." 버그 리포트 쓴다. 기획자가 확인한다. 코드 잘못됐다. 확률 계산식에 오류. 고쳐진다. 이게 QA가 하는 일이다. 숫자를 본다. 확률을 검증한다. 플레이어가 느끼기 전에 찾는다. 엑셀 돌린다. 평균, 표준편차, 신뢰구간. 대학교 통계학 시간에 배운 거 여기서 쓴다. 그래서 숫자에 민감해진다. 편의점 1+1 행사. 두 개 집어든다. 하나만 계산된다. "확률 이상한데." 아니 이건 확률이 아니라 시스템 버그다. 친구가 "요즘 복권 잘 안 나오더라"고 한다. 나는 답한다. "샘플 사이즈가 어떻게 되는데?" 친구가 이상하게 쳐다본다.재현 안 돼요 개발자한테 제일 듣기 싫은 말이다. "재현 안 돼요." 버그 리포트 올렸다. 심각도 높음. 게임 강제 종료되는 버그. 개발자가 답한다. "재현 안 돼요." 황당하다. 나는 10번 해서 10번 터졌는데. 다시 해본다. 또 터진다. 영상 찍는다. 버그 터지는 과정 전부. 5분짜리 영상. 개발자한테 보낸다. "이렇게 하면 재현돼요." 개발자가 답한다. "아 이렇게 하는 거였어요. 고쳤어요." 이게 QA와 개발자의 소통이다. 재현. 버그를 다시 발생시키는 것. 재현이 안 되면 버그를 못 고친다. 그래서 QA는 재현 방법을 자세히 적는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몇 번째에.마을로 이동 NPC와 대화 퀘스트 수락 던전 입장 3번째 방에서 스킬 사용 크래시이렇게 적는다. 개발자가 따라 할 수 있게. 근데 가끔 정말 재현 안 되는 버그가 있다. 나도 한 번밖에 못 봤다. 로그도 없다. 그럴 땐 포기한다. 또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일상에서도 쓴다. 친구가 "어제 PC방에서 게임 안 켜졌어"라고 한다. 나는 묻는다. "재현돼?" 친구가 답한다. "몰라 한 번만 그랬어." 나는 말한다. "그럼 버그 아니야. 재현 안 되면 버그 아냐." 친구가 어이없어한다. 이거 알려진 이슈예요 유저 게시판 보면 맨날 쓴다. "이거 알려진 이슈예요." 런칭하고 나면 유저들이 버그 제보한다. 게시판에 올라온다. QA가 확인한다. 대부분 이미 알고 있다. CBT 때 나온 버그. 고치는 중이거나 패치 예정. 댓글 단다. "알려진 이슈입니다. 다음 패치 때 수정될 예정입니다." 유저가 답한다. "그럼 왜 런칭했어요?" 할 말이 없다. 알려진 이슈. Known Issue. QA가 이미 찾아서 리포트 올린 버그. 근데 안 고치고 런칭한다. 왜? 시간이 없어서. 우선순위가 낮아서. 게임 터지는 버그는 고친다. 밸런스 버그는 나중에 고친다. UI 버그는 더 나중에 고친다. 런칭은 정해진 날짜에 해야 한다. 못 고친 버그는 알려진 이슈로 남는다. QA는 안다. 어떤 버그가 남아있는지. 유저가 제보하면 '아 그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동으로 나온다. "알려진 이슈예요." 친구가 "이 식당 화장실 물이 안 나오더라"고 한다. 나는 답한다. "알려진 이슈." 친구가 웃는다. "뭔 소리야." 지하철 환승이 불편하다. 친구한테 말한다. "알려진 이슈지 뭐." 친구가 묻는다. "너 무슨 말 하는 거야?" 설명하기 귀찮다. 크리티컬이에요 심각한 버그 발견하면 쓴다. "크리티컬이에요." 던전 들어가면 게임이 꺼진다. 100% 재현된다. 모든 유저한테 터진다. 크리티컬. Critical. 게임 진행 불가능한 수준의 심각한 버그. 바로 보고한다. 팀장한테. 개발팀장한테. 대표한테. 긴급 회의 소집된다. 출시 연기할지 말지 결정한다. 크리티컬은 무조건 고쳐야 한다. 이거 냅두고 런칭하면 게임 망한다. 밤샌다. 개발자랑 같이. 버그 고칠 때까지. 새벽 4시에 고쳐진다. 테스트한다. 재현 안 된다. 통과. 런칭한다. 크리티컬 아닌 버그는 메이저(Major), 마이너(Minor), 트리비얼(Trivial)로 나뉜다. 메이저는 중요한 버그. 고쳐야 하는데 게임 진행은 가능. 마이너는 작은 버그. 불편하지만 참을 만함. 트리비얼은 사소한 버그. UI 텍스트 오타 같은 거. QA는 매일 이걸 분류한다. 이 버그는 크리티컬인가, 메이저인가. 판단 기준이 생긴다. 3년 하면 버그 보자마자 안다. 일상에서도 나온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 친구한테 말한다. "크리티컬이네." 친구가 묻는다. "그게 뭔데?" 설명한다. "게임 진행 불가능한 수준." 친구가 웃는다. "여기 게임 아닌데." 카페에서 와이파이가 안 된다. 혼잣말한다. "메이저 정도?" 옆 사람이 쳐다본다. 빌드 받아야죠 하루의 시작이다. "빌드 받아야죠." 출근한다. 컴퓨터 켠다. 제일 먼저 하는 일. 빌드 받기. 빌드. Build. 개발팀이 만든 게임 실행 파일. 매일 업데이트된다. 버그 고친 거, 기능 추가한 거. QA는 최신 빌드로 테스트한다. 어제 빌드는 소용없다. 오늘 빌드로 해야 한다. 다운로드한다. 3GB. 10분 걸린다. 설치한다. 기존 빌드 지우고 새 빌드 설치. 실행한다. 로그인한다. 테스트 계정으로. 시작한다. 오늘의 테스트. 빌드 받는 게 일상이 됐다. 출근하면 자동으로 한다. 생각 안 하고. 집에서도 나온다. 게임 업데이트 알림 뜬다. 혼잣말한다. "빌드 받아야지." 친구가 "뭐래"라고 한다. "아니 업데이트." 친구가 웃는다. "너 회사 너무 다닌다." 맞다. 회사를 너무 다닌다. 패치노트 확인했어요? 기획자가 QA한테 자주 묻는다. "패치노트 확인했어요?" 확인 안 했다. 까먹었다. "지금 볼게요." 패치노트. Patch Note. 이번 빌드에서 뭐가 바뀌었는지 적은 문서.던전 A 밸런스 조정 NPC B 대사 수정 스킬 C 버그 수정 UI D 변경이렇게 적혀있다. QA는 이걸 보고 테스트한다. 바뀐 부분 위주로. 던전 A 들어가서 밸런스 확인. 스킬 C 써보면서 버그 재현 안 되는지 확인. 근데 패치노트를 안 보고 테스트하면 문제가 생긴다. "이거 버그 아니에요?" "아뇨, 어제 패치했어요. 패치노트에 있어요." "아..." 민망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확인한다. 패치노트. 빌드 받고 제일 먼저. 습관이 됐다. 앱 업데이트하면 업데이트 내역 본다. 다른 사람은 안 보는데 나는 본다. 친구가 "누가 그거 읽어"라고 한다. 나는 답한다. "나." 친구가 한숨 쉰다. 치트 써야겠다 테스트 시간 단축의 핵심이다. "치트 써야겠다." 레벨 100 콘텐츠 테스트해야 한다. 지금 레벨 1이다. 정상적으로 레벨업하면 50시간 걸린다. 시간 없다. 치트 쓴다. /levelup 100 레벨 100 됐다. 치트. Cheat. 게임 내부 명령어. 개발자 전용. QA도 쓴다. 레벨업, 아이템 지급, 스탯 변경, 시간 조작. 다 된다. QA는 치트로 극한 상황을 만든다. 레벨 1이 레벨 100 몬스터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공격력 0인 상태에서 보스 때리면 어떻게 되는지.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면 절대 안 나오는 상황. 치트로 만들어서 테스트한다. 버그가 나온다. 고쳐진다. 치트 쓰는 재미가 있다. 신처럼 플레이하는 기분. 근데 치트에 익숙해지면 문제가 생긴다. 집에서 게임한다. 정식 출시된 게임. 치트 없다. 레벨업이 느리다. 답답하다. "치트 없나..." 친구가 웃는다. "너 맛갔다." 맞다. 맛갔다. 스모크 테스트 할게요 빌드 받으면 제일 먼저 한다. "스모크 테스트 할게요." 새 빌드 설치했다. 실행한다. 로그인. 캐릭터 선택. 마을 이동. 던전 입장. 몬스터 처치. 퀘스트 완료. 5분 컷. 이게 스모크 테스트다. Smoke Test. 기본 기능이 돌아가는지 빠르게 확인. 게임이 켜지나? 로그인되나? 캐릭터 움직이나? 전투되나? 이것만 확인한다. 세부 사항은 나중에. 스모크 테스트 통과하면 본격 테스트 시작한다. 스모크 테스트 실패하면 개발팀한테 돌려보낸다. "빌드 안 돌아가요." 개발자가 고친다. 다시 빌드 준다. 다시 스모크 테스트. 통과할 때까지 반복. 스모크 테스트는 QA의 기본이다. 처음 배우는 것 중 하나. 일상에서도 쓴다. 새 전자제품 샀다. 포장 뜯는다. 전원 켠다. 작동 확인. "스모크 테스트 통과." 혼잣말이다. 친구가 이상하게 쳐다본다. 식당 간다. 메뉴 시킨다. 맛본다. "스모크 테스트 통과." 친구가 묻는다. "너 오늘 이상해." 매일 이상하다.일 하다 보니 입에 붙었다. 못 고친다. 이게 내 언어가 됐다. "재현율이요?" 물어보는 게 자연스럽다. QA 3년 하면 이렇게 된다. 업계 용어가 일상 용어 된다. 친구들은 이상하게 쳐다본다. 나는 이게 정상이다. 로그 확인해봐야 아는데.
- 03 Dec, 2025
CBT 2주일 전, 밤샘이 시작된다
CBT 2주일 전, 밤샘이 시작된다 오전 10시, 회의실 "CBT 일정 확정됐습니다. 2주 후요." 기획팀장이 말했다. QA팀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2주. 14일. 336시간. 우리한테 주어진 시간이다. "신규 콘텐츠 던전 5개, 레이드 1개, 밸런스 조정 전부 들어갑니다." 옆에 앉은 선배가 한숨 쉬었다. 나도 한숨 나왔다. CBT는 크로즈드 베타 테스트. 유저들한테 공개하기 전 마지막 점검이다. 여기서 버그 터지면? QA 탓이다. "일정표 돌립니다. 각자 담당 콘텐츠 확인하세요." 내 담당은 '심연의 던전' 5개. 같은 던전을 100번은 돌아야 한다. 아니, 100번으로 끝날까?오후 2시, 테스트 시작 빌드 받았다. 설치했다. 게임 켰다. '심연의 던전 1층' 입장. 첫 플레이는 그냥 해본다. 유저처럼. 몬스터 나온다. 스킬 쓴다. 죽인다. 10분 만에 클리어. "어? 생각보다 쉬운데?" 그게 함정이다. 두 번째 플레이. 이번엔 일부러 이상하게 해본다.벽에 붙어서 스킬 쓰기 몬스터 리젠 타이밍에 입장하기 스킬 쿨타임 돌아오기 전에 연타하기5번째 시도. 벽 모서리에서 스킬 쓰니까 캐릭터가 벽 안으로 들어갔다. "찾았다." 스크린샷 찍고, 로그 확인하고, 만티스에 등록. [버그 ID: #2847]제목: 심연 던전 1층, 북서쪽 모서리 지형 충돌 오류 재현율: 100% 심각도: B (진행 가능하지만 악용 가능) 재현 방법: 좌표 (127, 543)에서 돌진 스킬 사용이게 하나. 99개 남았다.오후 6시, 반복의 시작 같은 던전 20번째. 이제 몬스터 패턴 외웠다.첫 번째 몹: 3초 후 돌진 두 번째 몹: 체력 50% 이하에서 광폭화 보스: 30초마다 광역기외우면 뭐하나. 버그 찾아야지. 이번엔 극한 상황 테스트. 치트로 캐릭터 레벨 1로 낮췄다. 장비 다 벗었다. 던전 입장. 몹한테 한 대 맞으니까 죽었다. 부활. 또 죽었다. 10번 연속 죽었다. "이거 페널티 있나?" 확인해봤다. 없다. 만티스에 등록. [버그 ID: #2851]제목: 심연 던전 연속 사망 시 페널티 미적용 심각도: C (기획 의도 확인 필요)30번째 플레이. 이번엔 파티 플레이 테스트. 혼자서 캐릭터 4개 돌린다. 멀티 클라이언트 띄우고, 각각 조작. 보스 잡는데 한 캐릭터가 갑자기 튕겼다. "뭐야?" 로그 확인. 메모리 초과 에러. 파티원이 4명일 때 스킬 이펙트가 겹치면 터진다. 이거 큰 버그다. [버그 ID: #2856]제목: 파티 4인 플레이 시 스킬 이펙트 중첩으로 클라이언트 크래시 재현율: 80% 심각도: A (치명적)팀장한테 슬랙 보냈다. "심각도 A 나왔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답장 왔다. "개발팀한테 전달했어요. 내일 아침 픽스 들어갑니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테스트해야 한다.오후 10시, 야근 시작 퇴근 시간 지났다. 아무도 안 간다. 다들 자기 담당 콘텐츠 테스트 중. 나는 50번째 플레이. 이제 던전 구조 눈 감고 그린다. 입구에서 3시 방향으로 20미터. 거기 상자 있다. 상자 100번 열어봤다. 아이템 드롭률 체크. 엑셀에 정리한다.시도 일반 고급 희귀 영웅50회 32 14 3 1확률이 이상하다. 기획서에는 희귀 등급 10%라고 했다. 근데 6%밖에 안 나온다. 100번 더 돌아야 한다. 통계적 유의미성 확보하려면. 팀장한테 또 슬랙. "상자 드롭률 기획서랑 안 맞는데요?" "몇 번 돌아봤어요?" "50번요." "100번 돌아보고 다시 말씀해주세요." 알았다. 100번 더 돈다. 새벽 2시, 밤샘의 중반 편의점 갔다 왔다. 삼각김밥 2개, 레드불 2캔. 사무실 돌아왔다. 불 켜진 자리가 7개. QA팀 전부 남았다. 선배가 말했다. "겜큐야, 너 몇 번째야?" "70번이요." "나 120번." "와... 뭐 하시는 거예요?" "레이드 보스 패턴. 확률형 패턴이 3개 있거든. 각 패턴 30번씩 봐야 돼." 저 사람은 더 힘들다. 나는 그나마 낫다. 80번째 플레이. 눈이 침침하다. 모니터가 두 개로 보인다. 레드불 한 캔 더 땄다. 카페인이 혈관을 탄다. 정신이 든다. 다시 던전 입장. 이번엔 속도 테스트. 최대한 빨리 클리어해본다. 스킬 쿨타임 계산하고, 동선 최적화하고. 7분 32초. 두 번째 시도. 6분 58초. "오, 7분 컷 가능하네?" 세 번째 시도. 6분 12초. 근데 이게 문제다. 빨리 깨면 보상이 더 좋아진다. 기획 의도가 뭐지? 속도에 따른 보상 차등이 있나? 기획서 다시 봤다. 없다. 근데 실제로는 보상이 달라진다. 또 버그인가, 숨겨진 기획인가. 기획자한테 슬랙. "심연 던전 클리어 시간에 따라 보상 차등 있나요?" 30분 후 답장. "없는데요? 왜요?" "6분대 클리어하면 보상 더 좋게 나오는데요." "...로그 보내주세요." 로그 캡처해서 보냈다. 1시간 후 답장. "버그 맞습니다. 시간 체크 로직 오류네요. 내일 픽스 들어갑니다." 또 내일이다. [버그 ID: #2889]제목: 던전 클리어 타임에 따른 비정상 보상 지급 재현율: 100% 심각도: A새벽 5시, 한계 90번째 플레이. 손가락이 아프다. 마우스 누르는 것도 힘들다. 캐릭터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내가 조작하는 건지, 게임이 날 조작하는 건지. 선배가 커피 한 잔 줬다. "고생한다." "형도요." "CBT 때는 원래 이래. 익숙해져." "3년 차인데 안 익숙해요." "나도 5년 차인데 안 익숙해." 웃었다. 웃으면서 운다. 커피 마셨다. 쓰다. 설탕 안 넣었다. 그냥 마셨다. 95번째 플레이. 이제 버그가 안 보인다. 아니다. 내 눈이 버그다. 모든 게 정상으로 보인다. 위험한 신호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옥상 갔다. 바람 쐬었다. 새벽 공기가 차갑다. 서울 하늘이 밝아온다. 5시 30분. 출근하는 사람들 보인다. 나는 아직 퇴근 못 했다. 10분 쉬었다. 다시 들어갔다. 오전 7시, 100번째 드디어. 100번째 플레이. 시작 버튼 눌렀다. 던전 입장. 익숙한 BGM. 익숙한 몬스터. 익숙한 패턴. 9분 만에 클리어. 첫 플레이보다 1분 느리다.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래도 했다. 엑셀 정리. 상자 드롭률 최종 집계.총 시도 일반 고급 희귀 영웅100회 64 28 7 1희귀 7%. 기획서는 10%. 확실히 다르다. 보고서 작성. 팀장한테 메일. 제목: [심연 던전 1층] 100회 테스트 완료 - 드롭률 이슈 포함 본문:총 플레이 시간: 14시간 발견 버그: 23건 (A등급 3건, B등급 8건, C등급 12건) 드롭률 오차: 희귀 등급 -3%p 재테스트 필요 항목: 파티 플레이 크래시 (픽스 후)보냈다. 시계 봤다. 7시 30분. 출근 시간이다. 나는 아직 회사에 있다. 오전 9시, 출근 사람들 출근한다. 개발팀, 기획팀, 아트팀. 다들 출근한다. QA팀은 아직도 있다. 밤샘한 사람이 7명. 팀장이 말했다. "다들 고생했어요. 10시까지 쉬고 12시에 회의 있어요." 3시간 쉰다. 어디서 쉬지? 집 가기엔 애매하다. 회의실 소파에 누웠다. 눈 감았다. 1초 만에 잠들었다. 낮 12시, 회의 알람에 깼다. 몸이 무겁다. 목이 아프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세면장 갔다. 얼굴 씻었다. 거울 봤다. 다크서클 장난 아니다. 회의실 들어갔다. 개발팀장, 기획팀장, QA팀장. 그리고 우리. "밤샘 테스트 결과 공유하겠습니다." 팀장이 발표했다.총 발견 버그: 147건 A등급(치명적): 12건 B등급(심각): 43건 C등급(경미): 92건개발팀장 표정이 굳었다. "A등급이 12건이요?" "네." "CBT까지 2주인데..." "알고 있습니다." 기획팀장이 말했다. "드롭률 문제는?" "5개 던전 전부 확률 오차 있습니다. 재조정 필요합니다." 한숨 소리가 들렸다. 누가 쉰 건지 모르겠다. 다들 쉰 것 같다. 회의 끝났다. 결론:A등급 버그 우선 픽스 드롭률 전면 재조정 QA팀 추가 인력 투입 야근 수당 승인야근 수당은 좋다. 근데 돈보다 잠이 필요하다. 오후 2시, 재시작 픽스된 빌드 받았다. A등급 버그 12건 중 3건 수정됐다. 다시 테스트. 심연 던전 1층. 또 들어간다. 101번째 플레이. 파티 플레이 크래시 확인. 캐릭터 4개 띄우고, 스킬 난사. 안 튕긴다. "오, 고쳐졌네." 10번 더 해봤다. 안정적이다. 만티스에 코멘트. [버그 #2856 - 해결 확인] 102번째 플레이. 이번엔 2층 던전. 새로운 맵. 새로운 몬스터. 새로운 버그. 또 시작이다. 저녁 8시, D-13 하루가 지났다. CBT까지 13일 남았다. 오늘 100번 돌았다. 내일도 100번 돈다. 모레도. 글피도. 2주 동안. 선배가 말했다. "겜큐야, 이거 먹어." 비타민이었다. "이거 먹으면 덜 피곤해." "감사합니다." 먹었다. 효과는 모르겠다. 그냥 먹는다. 먹으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 밤 11시, 혼잣말 130번째 플레이. 혼자 중얼거린다. "이 몹 체력이 12,500이고..." "스킬 쿨타임 5초..." "돌진 패턴은 3초 후..." 말하면 집중이 된다. 말 안 하면 멍해진다. 옆자리 동료도 중얼거린다. "확률이 왜 이래..." "100번 돌았는데..." 우리는 미쳤다. 게임에 미쳤다. 아니다. 버그에 미쳤다. 새벽 1시, 편의점 또 편의점. 이번엔 도시락. 치킨 마요 도시락. 레드불 3캔. 초코바 2개. 계산했다. "야근하세요?" 알바생이 물었다. "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돌아오는 길. 하늘 봤다. 별 없다. 서울은 별이 안 보인다. 불빛이 너무 많아서. 우리 사무실 불빛도. 새벽 1시인데 환하다. 새벽 3시, 150번 150번째 플레이. 이제 감각이 없다. 손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뇌는 꺼졌다. 근육이 기억한다. 던전 입장. 스킬 1번. 스킬 2번. 회피. 평타. 스킬 3번. 클리어. 7분 43초. 로그 확인. 이상 없음. 다음. 151번째. 또. 152번째. 또. 새벽 5시, 끝 160번째 플레이 끝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또 한다. 자리 정리했다. 쓰레기 버렸다. 레드불 캔 7개. 커피 컵 4개. 초코바 껍질 3개. 내 몸이 쓰레기다. 가방 챙겼다. 나갔다. 새벽 공기. 차갑다. 눈 감았다. 그냥 여기서 자고 싶다. 오전 6시, 집 고시원 도착. 문 열었다. 침대 보였다. 쓰러졌다. 알람 맞췄다. 9시 30분. 3시간 30분 잔다. 10시 출근이다. 눈 감았다.CBT까지 13일. 던전은 4개 남았다. 버그는 계속 나온다. 잠은 계속 부족하다. 이게 게임 Q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