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수당으로 버티는 3400만원

야근 수당으로 버티는 3400만원

3400만원의 진실

급여명세서를 봤다. 기본급 240만원. 야근수당 60만원. 세전 300만원이 찍힌다. 세후 260만원 정도. 이게 3년 차 QA의 현실이다.

작년에 입사한 신입 개발자는 4200만원 받는다고 들었다. 같은 회사, 비슷한 나이. 차이는 직무다. 그냥 QA라서 덜 받는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좋겠다.”

친구들이 하는 말. 대답 안 한다. 설명해봤자 이해 못 한다. 게임이 일이 되면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야근수당이라는 마약

이번 달 급여가 좋았다. 런칭 준비로 야근을 40시간 넘게 했다. 수당이 80만원 붙었다. 세전 320만원. 세후 270만원 정도.

고시원 월세 40만원 내고, 통신비 5만원, 식비 40만원, 교통비 10만원. 남는 돈이 175만원. 이 정도면 괜찮다. 저축도 할 수 있다.

문제는 다음 달이다.

런칭이 끝나면 야근이 줄어든다. 버그 픽스 단계로 넘어가면 정시퇴근도 가능하다. 좋은 일이다. 건강을 생각하면.

근데 급여명세서가 무섭다. 기본급만 나온다. 260만원에서 생활비 빼면 85만원. 저축은커녕 카드값 내기도 빡빡하다.

야근을 바라게 되는 순간

3월이었다. 신규 콘텐츠 테스트가 밀렸다. 개발 일정이 늦어져서 QA도 덩달아 늦어졌다. 저녁 7시 퇴근은 상상도 못 했다. 매일 10시, 11시까지 남았다.

팀장이 말했다. “고생 많다. 다음 달 수당 기대해도 된다.”

그 말이 위로가 됐다. 피곤했지만 버틸 수 있었다. 수당이 생각났다.

4월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야근수당 85만원. 세전 325만원. 역대급이었다. 그달은 부모님께 30만원 송금도 했다. 옷도 샀다. 치킨도 시켜먹었다.

5월이 문제였다.

런칭 후 안정기. 정시퇴근이 가능했다. 팀장이 말했다. “이번 달은 좀 쉬어.” 좋은 말이다. 건강을 챙기라는 거다.

근데 마음 한편이 불안했다. 이번 달 급여가 걱정됐다. 기본급만 나오면 85만원밖에 안 남는다. 카드값 50만원, 통신비 5만원, 부모님 송금 20만원. 남는 돈 10만원.

저축은 무슨.

정시퇴근하면서 생각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동시에 또 생각했다. ‘다음에 야근 많이 해야지.’

야근을 바라게 됐다. 이상했다.

선배의 조언

점심 먹으면서 3년 차 선배한테 물어봤다. 선배는 7년 차다.

“형, 야근수당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

선배가 웃었다. “그러니까 야근을 해야지.”

농담이 아니었다. 진짜였다.

“나도 기본급은 290만원이야. 7년 차가. 야근수당 없으면 생활 못 해. 그래서 바쁜 프로젝트 지원하는 거야.”

선배는 런칭 프로젝트에 항상 투입된다. 자원해서 들어간다. 야근이 많은 프로젝트를 찾는다.

“그럼 결혼은요?”

“못 하지. 여자친구도 없어. 야근하면 만날 시간이 없으니까.”

선배가 담배를 꺼냈다.

“근데 야근 안 하면 돈이 없어. 그러면 결혼은 더 못 하지. 악순환이야.”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나도 7년 차가 되면 저럴까. 야근으로 버티면서 결혼은 못 하는.

다른 회사도 비슷하다

이직을 알아봤다. QA 채용공고를 찾아봤다. 조건이 비슷했다.

대기업 계열사: 기본급 2800만원, 야근수당 별도
중견사: 기본급 3000만원, 야근수당 포함 3600만원
스타트업: 기본급 3200만원, 야근수당 없음

어디든 기본급은 낮다. 야근수당으로 맞추는 구조다.

스타트업은 아예 연봉에 포함시켜놨다. 야근을 전제로 한 급여다. 그것도 3200만원. 지금보다 낮다.

QA 경력으로 다른 직무는 어렵다. 기획자로 가려면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개발자는 코딩을 못 한다. 데이터 분석도 SQL 정도만 안다.

결국 QA에서 QA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럼 급여는 비슷하다.

기본급을 올려야 하는데

회사에 건의한 적 있다. 팀 회식 자리에서. 술 먹고 팀장한테 말했다.

“팀장님, 기본급 좀 올려주면 안 될까요? 야근수당으로 버티는 게 힘들어요.”

팀장이 한숨 쉬었다.

“나도 알아. 근데 회사 방침이야. QA는 개발직군이 아니라서 기본급이 낮게 책정돼 있어. 대신 야근수당을 주는 거지.”

“그럼 개발직군으로 바꿀 수는 없나요?”

“그건 인사팀 소관이야. 우리 팀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결국 안 된다는 얘기였다.

인사팀은 QA를 ‘지원부서’로 본다. 개발부서가 아니다. 그래서 급여체계가 다르다. 기본급은 낮고, 야근수당으로 보전하는 구조.

문제는 야근이 일정하지 않다는 거다. 런칭 전에는 많고, 런칭 후에는 없다. 급여가 들쑥날쑥하다.

월 260만원에서 320만원까지 변한다. 차이가 60만원. 생활비 계획을 못 세운다.

저축을 못 한다

통장을 확인했다. 잔액 120만원. 3년 일했는데 이게 전부다.

작년에 80만원 모았다. 야근을 많이 한 달에 20만원씩 저축했다. 4개월 모았다.

그러다 차가 고장 났다. 중고차 수리비 60만원. 저축한 돈에서 뺐다.

겨울에 감기 걸려서 병원 갔다. 약값 포함 15만원. 또 빠졌다.

친구 결혼식 축의금 10만원. 또 빠졌다.

결국 120만원 남았다. 3년 동안 이게 다다.

부모님은 “돈 모아서 전세 얻어라” 하신다. 서울 전세가 2억이다. 지금 속도로는 100년 걸린다.

동기들 만나면 이야기가 나온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는 2년 만에 5000만원 모았다. 공무원 친구는 3000만원 모았다.

나만 120만원이다.

“야근 많이 하면 더 받지 않아?”

받는다. 근데 야근 많이 하면 건강이 나빠진다. 병원비 나간다. 결국 비슷하다.

이직을 고민한다

요즘 생각이 많다. 이대로 계속 할 수 있을까.

런칭 때마다 야근한다. 수당 받는다. 런칭 끝나면 정시퇴근한다. 기본급만 받는다. 생활비 빠듯하다. 저축 못 한다. 다음 런칭 때까지 버틴다.

이게 반복이다.

3년 했는데 연봉이 200만원 올랐다. 기본급 기준으로. 1년에 70만원씩. 이 속도면 4000만원 되는 데 10년 걸린다.

그때쯤엔 서른일곱이다. 결혼은 언제 하나. 집은 언제 사나.

개발자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했다. 코딩 공부를 해야 한다. 퇴근하고 공부할 시간은 있다. 야근 없는 달에는.

근데 야근 많은 달에는 공부를 못 한다. 집 가면 씻고 잔다. 그게 다다.

다른 업종도 알아봤다. QA 경력으로 갈 수 있는 곳. IT 쪽 품질관리팀. 거기도 급여는 비슷하다. 3500만원에서 4000만원.

결국 어디 가도 비슷하다. QA는 이런 거다.

그래도 버틴다

오늘도 출근했다. 새 빌드를 받았다. 신규 던전 테스트다.

치트 켜고 들어갔다. 몹을 잡았다. 드랍률을 확인했다. 엑셀에 정리했다. 100번 반복했다.

버그를 찾았다. 보스 패턴이 꼬였다. 리포트 작성했다. 개발팀에 전달했다.

오후에 회의가 있다. 다음 프로젝트 일정 공유. 런칭이 두 달 남았다. 야근이 시작될 거다.

팀장이 물어봤다. “이번 프로젝트 투입 가능해?”

“네, 가능합니다.”

대답했다. 야근수당이 필요하다. 이번 달 카드값이 많이 나왔다.

게임을 좋아해서 시작했다. 지금은 야근수당 때문에 한다. 이게 3년 차의 현실이다.



야근수당 없으면 못 산다. 그래서 오늘도 야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