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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 출근, 그 환상과 현실

아침 10시 출근, 그 환상과 현실

10시 출근이라는 환상 처음 면접 봤을 때다. "저희는 10시 출근입니다." 이 말에 바로 끌렸다. 9시 출근하는 친구들 보면서 '난 좀 다르지' 했다. 아침 여유롭게 일어나서 밥 먹고 출근. 완전 화이트 기업 아닌가. 입사 일주일은 진짜 그랬다. 9시에 일어나서 편의점 삼각김밥 먹고. 지하철도 한산했다. 10시에 회사 도착하면 다른 회사 사람들은 이미 일하는 중. 나만 여유롭게 커피 한 잔. "10시 출근 부럽다" 친구들이 말했다. 그때는 나도 좋았다. 진짜로.현실은 CBT 두 달 지나니까 알았다. 10시 출근의 진실. CBT 일정이 잡혔다. "이번 주는 좀 바쁠 겁니다." 팀장 말. 좀이 아니었다. 월요일부터 밤 10시 퇴근. 화요일은 12시. 수요일은 아예 새벽 3시. "10시 출근이니까 괜찮죠?" 아니다. 전혀 괜찮지 않다. 새벽 3시 퇴근하고 10시 출근. 7시간인데 이동 시간 빼면 5시간. 씻고 자면 3시간. 이게 10시 출근의 함정이다. 9시 출근 회사는 6시 퇴근이다. 야근해도 8시, 9시. 우리는 10시 출근에 밤 12시 퇴근이 기본. 계산해보면 우리가 더 오래 일한다. CBT 기간은 지옥이다. 유저들이 게임 시작하는 시간. 저녁 7시부터가 진짜 근무 시간. 버그 리포트가 쏟아진다. 재현 테스트 돌리고, 로그 확인하고, 개발팀한테 전달하고. "이거 긴급 버그예요. 오늘 안에 수정 가능할까요?" 불가능한 걸 알면서 묻는다. 개발자도 야근한다. 다 같이 죽는다.주말의 의미 금요일 저녁. 일반 회사 사람들은 퇴근한다. 우리는 주말 테스트 준비. "이번 주말에 신규 콘텐츠 빌드 나옵니다." 토요일 출근 확정. 일요일도 마찬가지. CBT 기간에 주말은 없다. 토요일 10시 출근. 평일이랑 똑같다. 차이는 지하철이 한산하다는 것. 회사 가는 사람이 나뿐. 친구들은 놀러 간다. 카톡이 온다. "야 오늘 강남 나와." 못 간다. "주말인데 야근이야?" 야근이 아니라 그냥 근무다. 일요일도 출근하면 연차가 하나 생긴다. 대신 쓸 수가 없다. CBT 끝나고 런칭 준비. 런칭 끝나고 버그 수정. 다음 CBT 준비. 무한 반복. 작년에 연차 10개 날렸다. 못 쓰고 없어진 거다. "왜 안 써요?" 쓸 타이밍이 없었다. 주말 근무는 수당 나온다. 1.5배. 그래도 평일 야근보다는 낫다. 평일 야근은 기본 급여에 포함이라는 마법의 논리.야근 수당의 한계 입사할 때 연봉 3400만원. 월급 283만원. 여기서 세금 빼면 250만원 정도. 야근 수당이 있다. 한 시간에 15000원. 밤 10시까지 일하면 3시간. 45000원. 한 달 20일이면 90만원. 처음에는 좋았다. 월급이 340만원. 세전이지만 그래도 많다고 느꼈다. 문제는 한계가 있다는 것. 야근 수당은 월 100만원까지. 그 이상은 안 나온다. CBT 때는 하루 5시간씩 야근한다. 한 달이면 150만원어치. 50만원은 그냥 사라진다. "원래 그런 거예요." 선배가 말했다. 다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계산해봤다. 시급으로 치면 최저시급이랑 비슷하다. 대졸 3년차가 최저시급. 이게 맞나. 친구는 SI 회사 다닌다. 연봉 4000만원. 야근은 우리보다 적다. "게임 회사가 좋지 않냐?"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다른 친구는 대기업 다닌다. 연봉 5000만원. 9시 출근 6시 퇴근. "10시 출근 부럽다." 전혀 안 부럽다고 말 못 한다. 야근 수당 때문에 버틴다. 그것마저 없으면 못 버틴다. 250만원으로 서울에서 살 수 없다. 건강이 무너진다 새벽 3시 퇴근이 일주일 계속되면 몸이 이상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붓는다. 소화가 안 된다. 편의점 도시락만 먹어서 그런가.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그런가. 작년 겨울 CBT 때다. 한 달 내내 밤샘했다. 감기 걸렸다. 병원 갈 시간 없어서 약국 약으로 버텼다. 안 나았다. 두 달 기침했다. 회사에 약 먹는 사람이 많다. 소화제, 두통약, 영양제. 다들 책상에 약통이 있다. "젊으니까 괜찮아요." 팀장 말. 35살인데 벌써 허리 안 좋다고 한다. 나는 27살. 8년 후면 나도 그렇게 되나. 카페인 중독이다. 하루에 커피 5잔. 에너지 드링크 2캔. 안 마시면 집중이 안 된다. 밤에 잠도 잘 안 온다. 건강검진 결과 나왔다. "간 수치가 높습니다." 술을 안 마시는데 간 수치가 높다. 야근 때문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10시 출근해서 새벽 2시 퇴근. 16시간 일한다. 일주일이면 80시간. 한 달이면 320시간. 정상이 아니다. 게임이 일이 되면 원래 게임을 좋아했다. RPG 덕후다. 게임 회사 들어온 이유다. 지금은 게임이 보이지 않는다. 버그만 보인다. 던전 들어가면 벽 충돌 체크한다. NPC 대화하면 오타 찾는다. 아이템 먹으면 확률 계산한다. 친구들이랑 게임하면 재미없다. "이거 밸런스 이상한데." 습관적으로 말한다. 친구들이 싫어한다. "그냥 게임이야. 즐겨." 즐길 수가 없다. 직업병이다. 좋아하는 게임 시리즈가 있었다. 신작 나왔다. 샀다. 한 시간 했다. 끄고 다시 안 켰다. 왜냐면 회사에서 똑같은 장르 테스트한다. 퇴근하고 또 같은 거 할 수 없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좋겠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이다. 게임이 아니라 노동이다. 같은 던전 100번 돌면 게임이 아니다. CBT 때 유저 플레이 보면 부럽다. 재미있어 한다. 나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버그 터질까 봐 불안하다. 런칭하고 유저들 반응 좋으면 뿌듯하다. 일주일 정도. 그 다음부터는 다음 프로젝트 시작. 또 테스트. 반복. 그래도 못 그만두는 이유 이직 생각한다. 매일 생각한다. 문제는 이력서다. "게임 QA 3년." 이게 경력인가. 다른 회사 가도 QA다. 연봉 비슷하다. 야근도 비슷하다. 개발자 되고 싶다. 코딩 공부 시작했다. 퇴근하고 한 시간씩. 주말에 두 시간씩. 진도가 안 나간다. 너무 피곤하다. 같은 팀 선배가 작년에 나갔다. 다른 게임 회사 갔다. QA로. 연봉 400만원 올랐다. 그게 다다. 또 다른 선배는 게임 관뒀다. 일반 회사 CS팀 갔다. "거기는 6시 칼퇴근이야." 부럽다. 근데 게임은 재밌다. 가끔. 신규 콘텐츠 처음 테스트할 때. 아무도 안 해본 거 내가 먼저 한다. 그건 좋다. 런칭 전 긴장감도 나쁘지 않다. 유저들 좋아하는 거 보면 보람 있다. 그리고 동료들. 같이 야근하는 사람들. 새벽 2시에 치킨 시켜 먹으면서 수다. 그런 게 좋다. 돈이 문제다. 3년 차에 3400만원. 5년 차도 4000만원 안 된다. 결혼은 어떻게 하나. 집은 어떻게 사나. "게임 업계가 원래 그래요." 다들 말한다. 맞다. 원래 그렇다. 그게 문제다. 10시 출근의 진실 10시 출근은 환상이다. 진짜는 이렇다. 10시 출근 새벽 2시 퇴근. 주말 없음. 야근 수당 한계 있음. 건강 무너짐. 게임이 일이 되는 것. 그래도 출근은 10시다. 친구들한테 "10시 출근이야" 말한다. 부러워한다. 진실은 말 안 한다. 복잡하니까. 다음 주도 CBT다. 또 밤샘이다. 월요일 10시 출근해서 화요일 새벽 3시 퇴근. 그리고 화요일 10시 또 출근. 이게 10시 출근의 현실이다.10시 출근,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