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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 툴과 함께하는 QA의 하루

치트 툴과 함께하는 QA의 하루

치트 툴과 함께하는 QA의 하루 오전 10시, 출근 출근했다. 어제 밤 11시에 퇴근했는데 몸이 무겁다. 팀장이 슬랙에 메시지 남겼다. "오늘 빌드 올라옴. 신규 던전 테스트 부탁." 커피 뽑았다. 설탕 두 스푼. 오늘은 진하게. 빌드 다운로드 시작. 5.2GB. 15분 걸린다. 그 사이 어제 리포트한 버그 확인. 20개 중 3개만 수정됨. 나머지는 "차후 수정" 딱지. 예상했다.치트 툴 세팅 빌드 설치 완료. 게임 실행. 로그인하고 치트 툴 켰다. 우리 회사 자체 제작 툴. 외부 유출 절대 금지. 인터페이스는 투박하다. 개발자가 만든 거라 UI는 기대 안 한다. 기능은 이렇다:레벨 조정 (1~99) 아이템 생성 (모든 아이템) 스탯 조작 (999,999까지) 골드/재화 지급 (무제한) 몬스터 스폰 강제 확률 조작 (크리티컬 100% 같은 거) 시간 조작 (이벤트 시간 강제)일반 유저는 평생 못 보는 화면이다. 나는 매일 본다.정상적인 테스트부터 신규 던전 '심연의 탑' 테스트. 기획서 확인. 권장 레벨 45. 파티 플레이 콘텐츠. 먼저 정상 플레이로 한 번 돈다. 기획 의도대로. 레벨 45 캐릭 생성. 적정 장비 착용. 파티원 NPC로 채움. 입장. 1층부터 시작. 몬스터 난이도 적당하다. 보스 패턴 확인. 클리어 시간 23분. 정상 작동. 버그 없음. 리포트 작성. "정상 플레이 시 이상 없음. 권장 시간 내 클리어 가능."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진짜는 지금부터다. 극한 테스트 시작 유저는 항상 예상 밖으로 움직인다. 레벨 1로 들어가려는 사람. 혼자 들어가려는 사람. 과금으로 템 떡칠한 사람. 다 테스트해야 한다. 치트 툴 켰다. 케이스 1: 레벨 1 극한 저렙 레벨 1 캐릭 생성. 기본 장비만. 던전 입장 시도. "권장 레벨 미달" 경고창. 그래도 입장 가능. 들어갔다. 첫 몹한테 원킬당함. 정상이다. 근데 죽을 때 화면이 이상하다. 데미지 숫자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감. 버그 하나 발견. 스크린샷 찍고 Mantis에 등록. "레벨 1 사망 시 데미지 텍스트 UI 오버플로우." 심각도: Minor.케이스 2: 극한 고렙 이번엔 반대로. 치트로 레벨 99. 스탯 999,999. 최종 장비 풀 강화. 던전 입장. 원펀으로 몹 증발. 보스도 3초 컷. 클리어 시간 43초. 문제 발생. 보스 죽으면서 대사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옴. 너무 빨리 죽어서 컷신 스킵됨. 스토리 진행 꼬임. 치명적이다. 리포트 작성. "과도한 데미지로 보스 즉사 시 컷신 미재생. 스토리 스킵 이슈." 심각도: Major. 기획자한테 슬랙 날림. "보스 최소 생존 시간 필요합니다." 답장 옴. "확인. 무적 페이즈 추가하겠습니다." 이게 치트 테스트의 의미다. 점심시간 시계 봤다. 1시 30분. 점심 먹으러 감. 사내식당. 오늘 메뉴 돈까스. 동료 민수가 옆에 앉았다. 같은 팀 QA. "오늘 뭐 테스트해?" "심연의 탑. 치트로 극한 돌리는 중." "재밌는 거 나왔어?" "보스 즉사 버그. 컷신 날아감." "ㅋㅋㅋ 예상." 밥 먹으면서 얘기함. 지난주 CBT 때 터진 버그들. 레이드 보스가 벽 뚫고 나가서 잡을 수 없던 거. 확률형 아이템 뽑기가 같은 거만 나오던 거. 다 QA가 찾았어야 했다. 근데 시간이 없었다. 기획 변경이 너무 잦았다. "다음 런칭 때도 비슷할 듯." 민수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오후, 더 극한으로 사무실 복귀. 커피 리필. 치트 툴로 더 이상한 상황 만들어본다. 케이스 3: 아이템 중복 999개 포션 999개 생성. 한 번에 다 먹음. HP 회복량 계산 오류. 체력바가 화면 밖으로. 또 UI 버그. 케이스 4: 골드 999억 골드 999억 지급. 상점 들어감. 아이템 구매 시도. 계산 오류로 게임 크래시. 심각. 리포트 작성. "골드 상한선 필요. 오버플로우 시 크래시." 케이스 5: 크리티컬 확률 100% 치트로 크리티컬 100% 설정. 모든 공격이 크리티컬. 데미지 계산은 정상. 근데 이펙트가 끊임없이 나와서 프레임 드랍. FPS가 60에서 15로. 최적화 이슈. 리포트 작성. "크리티컬 이펙트 과다 생성 시 성능 저하." 이런 상황 유저가 만들 수 없다고? 아니다. 확률 조작 핵 쓰는 사람 있다. 실제로 CBT 때 핵 유저 신고 들어왔다. 미리 막아야 한다. 저녁, 리포트 정리 시계 봤다. 7시. 오늘 발견한 버그 정리. 총 12건.Minor: 5건 Major: 4건 Critical: 3건Critical은 당장 수정 필요. 런칭 전에 안 고치면 유저들한테 욕먹음. Mantis에 다 등록. 스크린샷 첨부. 재현 방법 상세히 작성. 기획자한테 슬랙. "심연의 탑 Critical 3건 확인 부탁드립니다." 개발자한테도 멘션. "크래시 로그 첨부했습니다." 답장 기다리는 동안 엑셀 정리. 던전별 버그 현황. 수정률. 재발 버그 목록. 팀장이 매주 보고 요구함. 치트의 양면성 치트 툴 없으면 이런 테스트 불가능하다. 정상 플레이만으로는 극한 상황 재현 못 함. 레벨 99 만들려면 몇 주 걸린다. 골드 999억 모으는 건 불가능. 치트로 10초면 된다. 효율적이다. 근데. 치트 쓰면서 게임의 재미가 사라진다. 모든 게 손쉽게 손에 들어오면 성취감이 없다. 나는 이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부수는 사람이다. 유저들은 이 던전 클리어하면서 희열 느낀다. 나는 43초 만에 깨고 버그 리포트 쓴다. 복잡하다. 입사 전엔 '게임 회사 다니면 게임 실컷 하겠네' 생각했다. 틀렸다. 게임을 제일 안 즐기는 사람이 게임 회사 직원이다. 야근 시작 8시. 팀장이 말했다. "내일 기획 회의 전에 리포트 정리 필요합니다. 가능하신 분?" 눈치 보다가 내가 손들었다. "제가 할게요." "감사합니다. 야근 수당 신청하세요." 시급 만원. 3시간 하면 3만원. 치킨값. 동료 둘이 남았다. 민수랑 QA 막내 지훈. 우리끼리 농담. "오늘 치킨 먹을까?" "ㄱㄱ" 치킨 시켰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먹으면서 계속 테스트. 케이스 6: 파티원 전멸 상태 치트로 파티원 HP 0 만듦. 나만 살아있음. 던전 진행 시도. 보스한테 혼자 덤빔. 죽음. 부활 시도. 파티원 부활 안 됨. 혼자만 부활. 다시 죽음. 무한 루프. 던전 나갈 수 없음. Critical 버그. 리포트 작성. "파티 전멸 후 부활 시 던전 탈출 불가." 민수가 말했다. "이거 유저들 화낼 듯." 맞다. 밤 11시 리포트 완성. 총 18건. 오늘 하루 성과. 팀장한테 메일 보냄.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회의 때 공유하겠습니다." 답장 옴. 퇴근 준비. 컴퓨터 끄기 전에 치트 툴 확인. 내일 또 쓸 거다. 모레도. 런칭 전까지 매일. 치트 툴은 내 업무 도구다. 망치처럼. 드라이버처럼. 유저들은 완성된 게임을 본다. 나는 부서진 게임을 고치는 과정을 본다. 차이다. 퇴근길 지하철 탔다. 11시 30분. 피곤하다. 핸드폰 켰다. 친구 톡 옴. "야 너 게임 회사 다니잖아. 이번에 나온 신작 재밌어?" "응. 재밌더라." 거짓말이다. 나는 그 게임 테스트했다. 3개월 동안. 매일 12시간씩. 같은 던전 500번 돌았다. 재미는 200번째에 사라졌다. 하지만 친구한테 말 안 했다. 말해봤자 이해 못 한다. 고시원 도착. 샤워하고 침대 누움. 내일도 치트 툴 켤 거다. 극한 상황 만들 거다. 게임 부술 거다. 그게 내 일이다.치트는 신이 되는 경험이지만, 매일 신 노릇 하면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