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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헌터

게임을 하면서 버그를 찾는 직업병

게임을 하면서 버그를 찾는 직업병

쉬는 날도 버그가 보인다 주말이다. 친구가 추천한 RPG를 켰다. 캐릭터 생성 화면. 이름 입력창에 특수문자를 넣어봤다. 왜 넣었냐고? 그냥 습관이다. '%#@$' 입력했다. 통과됐다. "이거 나중에 DB 오류 터지겠는데." 혼자 중얼거렸다. 게임은 시작도 안 했다. 튜토리얼 진행. NPC 대사에 오타가 보였다. "모험가여, 이 마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오신걸'이 아니라 '오신 걸'이다. 띄어쓰기 오류. 스크린샷 찍었다. 저장 폴더명은 '버그모음'. 습관이다.버그 찾는 눈은 못 끈다 친구랑 온라인 게임 했다. "야, 이거 재밌다. 그래픽도 좋고." 나는 UI를 보고 있었다. 스킬 쿨타임 표시가 0.1초 늦게 갱신된다. 미세하게. "어, 이거 타이머 버그 아닌가." "뭐가?" "아니 쿨타임이..." 설명하다가 멈췄다. 친구는 뭐가 문젠지 모른다. 게임 즐기는 거다. 나만 일하고 있다. 던전 클리어했다. 보상 획득 팝업. 텍스트가 박스를 삐져나왔다. "텍스트 오버플로우네." 또 스크린샷. 친구는 다음 던전 가자고 했다. 나는 같은 던전 다시 들어가서 재현율 확인했다. 100%. 버그 맞다. 재밌어야 하는데 일이 됐다. 회사에서 하는 테스트랑 똑같다. 스킬 연계 써봤다. A스킬 → B스킬 → C스킬. C스킬 모션이 씹혔다. 타이밍 문제인가. 다시 해봤다. 또 씹혔다. "이거 콤보 입력 버퍼가..." 친구가 물었다. "너 일하냐?" 맞다. 일하고 있다. 쉬는 날인데.모바일도 예외 없다 지하철에서 모바일 게임 한다. 가챠 돌렸다. SSR 나왔다. 기쁨보다 먼저 든 생각. "이거 확률 표기 맞나?" 공지 확인했다. 2.5%라고 적혀있다. 나는 가챠 100번 돌렸다. SSR 5번 나왔다. 5%. "확률이 이상한데." 표본이 적어서 그런가. 기록을 시작했다. 엑셀 앱 켰다. 가챠 결과 입력. 날짜, 시간, 등급, 누적 횟수. 200번 돌렸다. SSR 9번. 4.5%. 300번. SSR 11번. 3.67%. "점점 2.5%로 수렴하네." 확률은 정상이다. 나는 뭐 하는 거지. 게임 즐기는 게 아니라 통계 내고 있다. 직업병이다. 친구가 카톡 보냈다. "너 그 게임 해봤어?" "응, 재밌어. 근데 확률은 정상이야." "...뭔 소리야?" 설명 안 했다. 점심시간. 회사 휴게실에서 모바일 게임 켰다. 이벤트 던전 입장. 로딩이 길다. 20초. "로딩 최적화 안 했네." 클리어했다. 보상 지급 애니메이션. 3초. "스킵 버튼 없으면 불편한데." 유저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다. QA 입장이다. 게임을 못 즐긴다. 평가하게 된다.직업병의 끝 스팀 세일. RPG 하나 샀다. 평가 '매우 긍정적'. 설치하고 실행. 언어 설정 한국어 선택. 튜토리얼 시작. 첫 대사. "용사여, 일어나라." 번역이 어색하다. 일어나라가 아니라 깨어나라가 맞다. 메모했다. 전투 시작. 적 처치. 경험치 획득 표시. "+120 XP" 숫자가 UI 중앙이 아니라 살짝 왼쪽으로 치우쳤다. 정렬 오류. 또 메모. 아이템 습득. 인벤토리 열었다. 아이템 설명에 띄어쓰기가 없다. "체력을50회복한다." '체력을 50 회복한다'가 맞다. 스크린샷. 1시간 플레이했다. 버그 리스트 15개. 게임 스토리? 기억 안 난다. 전투 재미? 모르겠다. 버그만 찾았다. 환불하고 싶었다.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나다. 결국 환불했다. 사유에 뭐라고 쓸까 고민했다. "게임은 좋은데 제가 즐길 수 없습니다." 진짜 이유다. 직업병 때문에. 2시간 안에 환불했다. 플레이 시간 1시간 16분. 그 시간 동안 버그 20개 찾았다. 보고서는 안 썼다. 돈 안 받으니까. 친구가 물었다. "왜 환불했어? 재밌다던데." "재밌는지 모르겠어. 버그만 보여." "병원 가봐." 농담이 아닐 수도 있다. 끌 수 없는 스위치 회사에서 테스트할 때는 괜찮다. 일이니까. 문제는 집에서다. 유튜브에서 게임 리뷰 본다. 유튜버가 플레이하는 화면. "어? 저기 UI 겹쳤는데." 댓글 달았다. "3:24 UI 버그 있네요." 좋아요 5개. 답글 하나. "ㄹㅇ 저것도 못 잡냐" 나만 보는 게 아니구나. 친구 집. 콘솔 게임 같이 한다. 친구는 스토리 보는 중. 나는 배경 오브젝트를 본다. 나무가 공중에 떠 있다. 배치 오류. "저거 봐. 나무 떴어." "그게 중요해?" 중요하다. 내 눈에는.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 봤다. 한 장면에서 캐릭터 손가락이 6개였다. 1초도 안 되는 장면. "작화 오류." 옆에 앉은 사람이 쳐다봤다. 조용히 하라는 눈빛. 미안하다. 습관이다. 회사 동료랑 이야기했다. "나 요즘 게임 못 즐기겠어. 버그만 보여." "나도. 직업병이지 뭐." "끌 수 있는 방법 없나?" "없어. 나도 찾는 중." 우리는 웃었다. 쓴웃음. 게임 QA 3년 차. 게임은 여전히 좋아한다. 근데 즐기는 방법을 잊어버렸다.쉬는 날에도 일한다. 끌 수 없는 직업병이다.

밸런스 테스트 - 수치 게임 QA의 묘미

밸런스 테스트 - 수치 게임 QA의 묘미

밸런스 테스트 - 수치 게임 QA의 묘미 오전 10시, 새 빌드 출근했다. 오늘 테스트할 신규 던전 빌드가 올라와 있다. 기획 문서 열었다. A급 보스 권장 레벨 45, 예상 클리어 타임 3분. 공격력 1200, 방어력 800, HP 50만. 수치다. 전부 수치다. 치트 툴 켰다. 레벨 45 캐릭터 생성. 장비 세팅. 공격력 900, 방어력 600. 평균 유저 스펙이다. "첫 판 가본다." 던전 입장. 보스 등장. 일반 공격 때린다. 데미지 1850. 계산기 두드린다. 1850 × 60타 = 11만. HP 50만이면 5분은 걸린다. 기획 문서엔 3분이라고 했다.틀렸다. 반복의 시작 보스 패턴 익힌다. 1페이즈 회전 공격, 2페이즈 돌진, 3페이즈 광역기. 회전 공격 맞는다. 데미지 3200. 내 HP 2만. "아, 이거 한 방에 15프로 까이네." 엑셀 연다. 데미지 로그 시트 만든다. 패턴별로 입력한다.회전 공격: 3200 (15%) 돌진: 4500 (22%) 광역기: 6000 (30%)물약 쿨타임 10초. 회복량 5000. 계산한다. 광역기 2번 맞으면 죽는다. 물약 쿨 안 돌아오면 끝이다. "밸런스 개판이네." 다시 들어간다. 이번엔 회피에 집중한다. 3분 30초. 클리어. 또 들어간다. 2분 50초. 또. 3분 10초. 또. 3분 20초.10번 돌렸다. 평균 3분 15초. 기획이 원한 건 3분이다. 15초 차이. 수치의 세계 점심 먹고 왔다. 편의점 도시락 5500원. 오후엔 확률 테스트다. 신규 무기 강화 시스템. 기획서에 '10강까지 평균 시도 횟수 50회' 라고 적혀 있다. 매크로 돌린다. 자동 강화 스크립트. 1강: 100% - 1회 2강: 90% - 2회 3강: 80% - 3회 4강: 70% - 5회 5강: 60% - 8회 여기까진 괜찮다. 6강: 50% - 23회 "뭐야 이거." 다시 돌린다. 이번엔 15회. 또 돌린다. 31회. 또. 19회. 또. 41회.50번 테스트했다. 6강 평균 시도 횟수 27회. 확률 50%가 아니다. 체감상 30%다. 로그 뽑는다. 서버 확률 테이블 확인 요청한다. 답 왔다. "클라이언트 표기 오류입니다. 실제 확률 35%." "아..." 기획자한테 슬랙 날린다. "6강 확률 표기 오류 있습니다. 실제 35%인데 50%로 표기됨." 답장 온다. "확인했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3시간이 날아갔다. 극한 테스트 오후 4시. 극한 상황 테스트 시작한다. 치트로 최강 장비 맞춘다. 공격력 2000, 방어력 1500. 아까 그 보스 간다. 1분 20초 클리어. "개쉽네." 이번엔 최저 스펙. 공격력 600, 방어력 400. 들어간다. 보스 일반 공격에 HP 절반 날아간다. 5분 버틴다. 회피만 한다. 공격 못 한다. 10분. 보스 HP 80% 남았다. "이거 클리어 불가능한데." 기획자한테 리포트 쓴다. "권장 레벨 45, 최저 스펙으로 클리어 불가. 공격력 750 이상 필요. 기획서 수정 제안." 답장. "검토하겠습니다." 검토만 한다. 수정은 안 한다. 밸런스의 함정 저녁 7시. 야근 시작. 신규 스킬 데미지 테스트. 기획서엔 '기존 스킬 대비 120% 데미지' 라고 적혀 있다. 더미 몬스터 소환한다. HP 10만짜리. 기존 스킬 쓴다. 데미지 8500. 신규 스킬 쓴다. 데미지 13000. 계산한다. 13000 ÷ 8500 = 153%. 120%가 아니다. 153%다. "이거 사기 스킬인데." PvP 모드 켠다. 더미 캐릭터 소환. 신규 스킬로 때린다. 3초 컷. "밸런스 박살났네." 리포트 쓴다. "신규 스킬 데미지 과다. 기획 대비 130% 높음. PvP 밸런스 붕괴 우려." 기획자 답장. "의도된 수치입니다. 신규 스킬이라 강하게 설정했습니다." "..." 유저들이 미쳐날뛸 게 보인다. 엑셀 지옥 밤 9시. 커피 네 번째. 밸런스 시트 정리한다. 오늘 테스트한 수치 전부 입력.보스 클리어 타임: 평균 3분 15초 (기획 3분) 강화 확률: 표기 오류 (50% → 35%) 최저 스펙 클리어: 불가능 (공격력 750 이상 필요) 신규 스킬: 과다 데미지 (153%, 기획 120%)빨간 글씨 네 개. 내일 회의에서 욕먹을 게 보인다. "QA가 테스트를 어떻게 한 거야?" 아니다. 내가 틀린 게 아니다. 수치가 틀렸다. 하지만 티켓은 QA한테 온다. "재현율 100%입니다. 로그 첨부했습니다." 방어용 문장이다. 수치의 무게 밤 11시. 퇴근 준비. 오늘 테스트한 던전 몇 번 돌았는지 센다. 37번. 같은 보스 37번 잡았다. 이제 패턴 다 외웠다. 눈 감고도 회피한다. 재미없다. 게임이 아니다. 노동이다. 집 가는 버스에서 생각한다. 유저들은 이 던전 한두 번 돌고 "재밌네" 한다. 나는 37번 돌고 "수치 틀렸네" 한다. 같은 게임, 다른 세계. 수치 뒤에 숨은 노동. 밸런스 뒤에 숨은 반복. 공격력 1200, 방어력 800, HP 50만. 이 숫자들이 적당한지 확인하려고 오늘 하루가 갔다. 내일도 간다. 모레도.수치는 거짓말 안 한다. 사람이 거짓말한다.

새벽 4시, 여전히 돌아가는 게임 윈도우

새벽 4시, 여전히 돌아가는 게임 윈도우

런칭 D-3 새벽 4시다. 게임 윈도우가 여전히 돌아간다. 나도 여전히 앉아있다. 사무실엔 나만 남았다. 개발팀은 11시에 갔다. 기획팀은 1시에 갔다. QA팀 막내인 나만 남았다. "혹시 모르니까 한 번만 더 돌려봐." 팀장의 말이었다. 던전 입장 버튼을 누른다. 153번째다. 로딩 화면이 뜬다. 3초. 몬스터가 나온다. 공격한다. 죽인다. 보상 창이 뜬다. 확인한다. 엑셀에 기록한다.던전 154회차 입장. 같은 루트. 같은 몬스터. 같은 패턴.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다. 확률이 이상하다 레드북스 드랍률 0.5%라고 했다. 300회 돌리면 1~2개 나와야 한다는 계산이다. 근데 153회 돌렸는데 0개다. 엑셀을 다시 본다. 블루북스는 47개 나왔다. 드랍률 3%니까 맞다. 그린북스는 6개. 드랍률 0.3%인데 좀 많이 나왔다. 레드북스만 0개다. 로그를 연다. 파일을 찾는다. Ctrl+F로 "RedBook" 검색. 0건. "아." 테이블을 연다. 던전 보상 테이블. 레드북스 항목을 찾는다. 확률: 0.5 가중치: 0 "씨발." 가중치가 0이면 확률이 아무리 높아도 안 나온다. 기획자가 테이블 셋팅할 때 실수한 거다. 새벽 4시 18분. 나는 버그를 찾았다.슬랙을 연다. 기획팀 채널에 메시지를 쓴다. "@김과장님 레드북스 가중치 0으로 되어있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읽음 표시는 안 뜬다. 당연하다. 자고 있을 시간이다. 맨티스를 연다. 버그 리포트를 작성한다. 제목: [크리티컬] 레드북스 드랍 안 됨 재현율: 100% 심각도: Critical 설명: 던전 보상 테이블에서 레드북스 가중치 0으로 설정되어 드랍 불가. 153회 테스트 결과 0건 드랍 확인. 가중치 50으로 수정 필요. 스크린샷 첨부. 로그 파일 첨부. 엑셀 데이터 첨부. 등록. 혼자만 남은 밤 의자에 기댄다. 목이 뻐근하다. 허리가 아프다. 사무실이 조용하다. 에어컨 소리만 들린다. 창밖은 아직 어둡다. 핸드폰을 본다. 카톡이 17개 쌓여있다. 친구: "야 이번 주말에 놀자" 친구: "너 요즘 연락 안 되냐" 친구: "야" 엄마: "밥은 먹고 다니냐" 엄마: "야근 그만 좀 해라" 다 못 본 척한다. 답장할 힘이 없다.레드불을 마신다. 오늘 다섯 번째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게임 윈도우로 돌아간다. 던전 154회차 시작. 몬스터가 나온다. 공격한다. 죽인다. 이게 내 일이다. 런칭이 다가온다 D-3이다. 3일 후면 오픈이다. 유저들이 들어온다. 이 던전을 돌린다. 레드북스를 기대한다. 만약 내가 오늘 못 찾았으면. 만약 가중치 0인 채로 런칭했으면. 커뮤니티가 난리 났을 거다. "레드북스 안 나옴" "확률 사기임" "환불 ㄱㄱ" 그럼 회의가 소집된다. "QA에서 왜 못 찾았어요?" "테스트 안 한 거예요?" 내 잘못이 된다. 테이블 셋팅은 기획자가 했는데. 못 찾은 건 QA 책임이 된다. 새벽 4시 37분. 나는 회사를 지켰다.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칭찬 안 한다. 그냥 월요일 되면. "아 레드북스 버그 고마워요~" 슬랙 메시지 하나 올 거다. 언제까지 의자에서 일어난다. 화장실에 간다. 거울을 본다. 눈이 충혈됐다. 다크서클이 내려왔다. 27살 얼굴이 아니다. 물로 세수한다. 차갑다. 사무실로 돌아온다. 자리에 앉는다. 모니터를 본다. 던전 155회차. 언제까지 이럴 건가. 런칭하면 끝일까. 다음 업데이트 준비하면 또 이럴 거다. QA는 이렇게 사는 건가. 연봉은 3400. 개발자는 6000 받는데. 똑같이 야근하는데. 똑같이 런칭 압박 받는데. 나만 절반이다. 게임을 좋아해서 들어왔다. 게임 만드는 일이 멋있어 보였다. 근데 나는 만들지 않는다. 그냥 부순다. 버그를 찾는다. 반복한다. 던전 156회차 입장. 창밖이 밝아온다 새벽 5시 20분. 창밖이 밝아진다. 하늘이 회색이다. 곧 파란색이 될 거다. 출근하는 차들이 보인다. 세상은 돌아간다. 나는 여기 앉아있다. 게임 윈도우 앞에. 던전 200회차를 채웠다. 엑셀을 정리한다. 레포트를 쓴다. "던전 보상 200회 테스트 완료. 레드북스 드랍 0건 확인. 가중치 오류로 판단. 수정 후 재테스트 필요." 저장. 게임을 끈다. 윈도우가 꺼진다. 화면이 검게 변한다. 내 얼굴이 비친다. 모니터에. 피곤하다. 백팩을 챙긴다. 불을 끈다. 사무실을 나간다. 엘리베이터를 탄다. 1층. 밖으로 나온다. 차가운 공기. 6시 반에 집 도착. 씻는다. 눕는다. 10시 출근이다. 3시간 반 잘 수 있다. 눈을 감는다. 던전 입장 버튼이 보인다. 꿈에서도 게임을 한다.런칭까지 3일. 나는 오늘도 회사를 지켰다. 아무도 모르게.

치트 툴과 함께하는 QA의 하루

치트 툴과 함께하는 QA의 하루

치트 툴과 함께하는 QA의 하루 오전 10시, 출근 출근했다. 어제 밤 11시에 퇴근했는데 몸이 무겁다. 팀장이 슬랙에 메시지 남겼다. "오늘 빌드 올라옴. 신규 던전 테스트 부탁." 커피 뽑았다. 설탕 두 스푼. 오늘은 진하게. 빌드 다운로드 시작. 5.2GB. 15분 걸린다. 그 사이 어제 리포트한 버그 확인. 20개 중 3개만 수정됨. 나머지는 "차후 수정" 딱지. 예상했다.치트 툴 세팅 빌드 설치 완료. 게임 실행. 로그인하고 치트 툴 켰다. 우리 회사 자체 제작 툴. 외부 유출 절대 금지. 인터페이스는 투박하다. 개발자가 만든 거라 UI는 기대 안 한다. 기능은 이렇다:레벨 조정 (1~99) 아이템 생성 (모든 아이템) 스탯 조작 (999,999까지) 골드/재화 지급 (무제한) 몬스터 스폰 강제 확률 조작 (크리티컬 100% 같은 거) 시간 조작 (이벤트 시간 강제)일반 유저는 평생 못 보는 화면이다. 나는 매일 본다.정상적인 테스트부터 신규 던전 '심연의 탑' 테스트. 기획서 확인. 권장 레벨 45. 파티 플레이 콘텐츠. 먼저 정상 플레이로 한 번 돈다. 기획 의도대로. 레벨 45 캐릭 생성. 적정 장비 착용. 파티원 NPC로 채움. 입장. 1층부터 시작. 몬스터 난이도 적당하다. 보스 패턴 확인. 클리어 시간 23분. 정상 작동. 버그 없음. 리포트 작성. "정상 플레이 시 이상 없음. 권장 시간 내 클리어 가능."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진짜는 지금부터다. 극한 테스트 시작 유저는 항상 예상 밖으로 움직인다. 레벨 1로 들어가려는 사람. 혼자 들어가려는 사람. 과금으로 템 떡칠한 사람. 다 테스트해야 한다. 치트 툴 켰다. 케이스 1: 레벨 1 극한 저렙 레벨 1 캐릭 생성. 기본 장비만. 던전 입장 시도. "권장 레벨 미달" 경고창. 그래도 입장 가능. 들어갔다. 첫 몹한테 원킬당함. 정상이다. 근데 죽을 때 화면이 이상하다. 데미지 숫자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감. 버그 하나 발견. 스크린샷 찍고 Mantis에 등록. "레벨 1 사망 시 데미지 텍스트 UI 오버플로우." 심각도: Minor.케이스 2: 극한 고렙 이번엔 반대로. 치트로 레벨 99. 스탯 999,999. 최종 장비 풀 강화. 던전 입장. 원펀으로 몹 증발. 보스도 3초 컷. 클리어 시간 43초. 문제 발생. 보스 죽으면서 대사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옴. 너무 빨리 죽어서 컷신 스킵됨. 스토리 진행 꼬임. 치명적이다. 리포트 작성. "과도한 데미지로 보스 즉사 시 컷신 미재생. 스토리 스킵 이슈." 심각도: Major. 기획자한테 슬랙 날림. "보스 최소 생존 시간 필요합니다." 답장 옴. "확인. 무적 페이즈 추가하겠습니다." 이게 치트 테스트의 의미다. 점심시간 시계 봤다. 1시 30분. 점심 먹으러 감. 사내식당. 오늘 메뉴 돈까스. 동료 민수가 옆에 앉았다. 같은 팀 QA. "오늘 뭐 테스트해?" "심연의 탑. 치트로 극한 돌리는 중." "재밌는 거 나왔어?" "보스 즉사 버그. 컷신 날아감." "ㅋㅋㅋ 예상." 밥 먹으면서 얘기함. 지난주 CBT 때 터진 버그들. 레이드 보스가 벽 뚫고 나가서 잡을 수 없던 거. 확률형 아이템 뽑기가 같은 거만 나오던 거. 다 QA가 찾았어야 했다. 근데 시간이 없었다. 기획 변경이 너무 잦았다. "다음 런칭 때도 비슷할 듯." 민수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오후, 더 극한으로 사무실 복귀. 커피 리필. 치트 툴로 더 이상한 상황 만들어본다. 케이스 3: 아이템 중복 999개 포션 999개 생성. 한 번에 다 먹음. HP 회복량 계산 오류. 체력바가 화면 밖으로. 또 UI 버그. 케이스 4: 골드 999억 골드 999억 지급. 상점 들어감. 아이템 구매 시도. 계산 오류로 게임 크래시. 심각. 리포트 작성. "골드 상한선 필요. 오버플로우 시 크래시." 케이스 5: 크리티컬 확률 100% 치트로 크리티컬 100% 설정. 모든 공격이 크리티컬. 데미지 계산은 정상. 근데 이펙트가 끊임없이 나와서 프레임 드랍. FPS가 60에서 15로. 최적화 이슈. 리포트 작성. "크리티컬 이펙트 과다 생성 시 성능 저하." 이런 상황 유저가 만들 수 없다고? 아니다. 확률 조작 핵 쓰는 사람 있다. 실제로 CBT 때 핵 유저 신고 들어왔다. 미리 막아야 한다. 저녁, 리포트 정리 시계 봤다. 7시. 오늘 발견한 버그 정리. 총 12건.Minor: 5건 Major: 4건 Critical: 3건Critical은 당장 수정 필요. 런칭 전에 안 고치면 유저들한테 욕먹음. Mantis에 다 등록. 스크린샷 첨부. 재현 방법 상세히 작성. 기획자한테 슬랙. "심연의 탑 Critical 3건 확인 부탁드립니다." 개발자한테도 멘션. "크래시 로그 첨부했습니다." 답장 기다리는 동안 엑셀 정리. 던전별 버그 현황. 수정률. 재발 버그 목록. 팀장이 매주 보고 요구함. 치트의 양면성 치트 툴 없으면 이런 테스트 불가능하다. 정상 플레이만으로는 극한 상황 재현 못 함. 레벨 99 만들려면 몇 주 걸린다. 골드 999억 모으는 건 불가능. 치트로 10초면 된다. 효율적이다. 근데. 치트 쓰면서 게임의 재미가 사라진다. 모든 게 손쉽게 손에 들어오면 성취감이 없다. 나는 이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부수는 사람이다. 유저들은 이 던전 클리어하면서 희열 느낀다. 나는 43초 만에 깨고 버그 리포트 쓴다. 복잡하다. 입사 전엔 '게임 회사 다니면 게임 실컷 하겠네' 생각했다. 틀렸다. 게임을 제일 안 즐기는 사람이 게임 회사 직원이다. 야근 시작 8시. 팀장이 말했다. "내일 기획 회의 전에 리포트 정리 필요합니다. 가능하신 분?" 눈치 보다가 내가 손들었다. "제가 할게요." "감사합니다. 야근 수당 신청하세요." 시급 만원. 3시간 하면 3만원. 치킨값. 동료 둘이 남았다. 민수랑 QA 막내 지훈. 우리끼리 농담. "오늘 치킨 먹을까?" "ㄱㄱ" 치킨 시켰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먹으면서 계속 테스트. 케이스 6: 파티원 전멸 상태 치트로 파티원 HP 0 만듦. 나만 살아있음. 던전 진행 시도. 보스한테 혼자 덤빔. 죽음. 부활 시도. 파티원 부활 안 됨. 혼자만 부활. 다시 죽음. 무한 루프. 던전 나갈 수 없음. Critical 버그. 리포트 작성. "파티 전멸 후 부활 시 던전 탈출 불가." 민수가 말했다. "이거 유저들 화낼 듯." 맞다. 밤 11시 리포트 완성. 총 18건. 오늘 하루 성과. 팀장한테 메일 보냄.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회의 때 공유하겠습니다." 답장 옴. 퇴근 준비. 컴퓨터 끄기 전에 치트 툴 확인. 내일 또 쓸 거다. 모레도. 런칭 전까지 매일. 치트 툴은 내 업무 도구다. 망치처럼. 드라이버처럼. 유저들은 완성된 게임을 본다. 나는 부서진 게임을 고치는 과정을 본다. 차이다. 퇴근길 지하철 탔다. 11시 30분. 피곤하다. 핸드폰 켰다. 친구 톡 옴. "야 너 게임 회사 다니잖아. 이번에 나온 신작 재밌어?" "응. 재밌더라." 거짓말이다. 나는 그 게임 테스트했다. 3개월 동안. 매일 12시간씩. 같은 던전 500번 돌았다. 재미는 200번째에 사라졌다. 하지만 친구한테 말 안 했다. 말해봤자 이해 못 한다. 고시원 도착. 샤워하고 침대 누움. 내일도 치트 툴 켤 거다. 극한 상황 만들 거다. 게임 부술 거다. 그게 내 일이다.치트는 신이 되는 경험이지만, 매일 신 노릇 하면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