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CBT 전날의 긴장감
- 12 Dec, 2025
금요일 밤, CBT 전날의 긴장감
퇴근 후 집에 왔다
금요일 오후 6시. 퇴근했다.
원래 같으면 친구들이랑 술 약속이라도 잡았을 시간이다. 근데 오늘은 그냥 집에 왔다.
월요일부터 CBT다. Closed Beta Test. 유저들한테 처음 공개하는 테스트.
고시원 문 열고 들어왔다. 책상에 모니터 두 개. 키보드. 마우스. 에너지 드링크 세 캔.
일단 샤워부터 했다. 머리 감고, 편한 옷 입고, 의자에 앉았다.
노트북 켰다. 회사 메신저 열렸다. 기획팀장이 오후 5시에 올린 메시지.
“CBT 최종 빌드 업로드 완료. QA팀 확인 부탁드립니다.”
금요일 밤인데 일한다. 근데 이게 당연하다. CBT 전날이니까.

빌드 다운로드 시작
회사 서버 접속했다. 빌드 폴더 열었다.
“CBT_Final_v1.2.3_20250117.zip”
파일 크기 18GB. 다운로드 시작.
예상 시간 45분. 인터넷이 느리다. 고시원 와이파이다.
기다리는 동안 체크리스트 열었다. 엑셀 파일. 내가 어제 정리한 거.
CBT 1일차 체크리스트
- 회원가입 플로우 (5분)
- 튜토리얼 전체 플레이 (20분)
- 초반 사냥터 3곳 (각 30분)
- 첫 던전 입장/클리어 (1시간)
- 상점 구매 테스트 (30분)
- 인벤토리 아이템 정렬 (10분)
- 파티 매칭 시스템 (1시간)
- 채팅 기능 전체 (30분)
총 예상 시간 5시간 반. 근데 버그 나오면 더 걸린다.
월요일 아침 9시에 CBT 서버 오픈. 나는 8시 반에 출근해야 한다.
에너지 드링크 하나 땄다. 따뜻한 게 좋은데 차갑다. 그냥 마셨다.

설정 파일 먼저 확인한다
다운로드 30%. 아직 멀었다.
대신 지난주 빌드로 설정 파일부터 봤다. 이번에 바뀐 부분 확인하려고.
config.xml 열었다. 메모장으로.
<DropRate_Normal>5.2</DropRate_Normal>
<DropRate_Rare>1.8</DropRate_Rare>
<DropRate_Epic>0.3</DropRate_Epic>
지난주엔 에픽 드랍률이 0.5였다. 떨어뜨렸네. 유저들 욕할 거다.
근데 내 일은 확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거다. 밸런스는 기획자 몫.
스크롤 내렸다. 던전 입장 조건.
<DungeonEntry_MinLevel>15</DungeonEntry_MinLevel>
<DungeonEntry_RequiredQuest>Q_101_Clear</DungeonEntry_RequiredQuest>
15레벨, 퀘스트 101 클리어. 메모했다. 월요일에 이것부터 테스트해야 한다.
체크리스트에 추가했다. “던전 입장 조건 - 14레벨로 시도, 퀘스트 미완료로 시도.”
경험상 경계값 테스트가 제일 중요하다. 15레벨 되기 직전, 퀘스트 받기 전. 거기서 버그 난다.
시계 봤다. 7시 반. 배고프다.
냉장고 열었다. 편의점 도시락 하나. 어제 산 거.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3분 기다렸다. 딩 소리. 꺼냈다. 뜨겁다.
젓가락 꺼내서 먹었다. 밥이 딱딱하다. 근데 배고파서 그냥 먹는다.

다운로드 완료
8시 20분. 다운로드 끝났다.
압축 풀었다. 5분 걸렸다. 설치 시작.
게임 클라이언트 실행했다. 로딩 화면 나왔다. 새로 그린 일러스트다.
“CBT를 환영합니다.”
근데 나는 테스터다. 환영받는 기분 안 든다.
로그인 화면. 개발자 계정으로 들어갔다. 치트 권한 있는 계정.
캐릭터 생성. 전사, 마법사, 궁수. 일단 전사 골랐다. 초반 사냥이 제일 빠르니까.
튜토리얼 스킵했다. 치트 명령어 쳤다.
“/level 14”
캐릭터 레벨이 14가 됐다. 던전 입장 조건 테스트하려고.
마을로 이동했다. NPC한테 말 걸었다. 퀘스트 받았다. Q_101.
“숲 속의 고블린 10마리를 처치하세요.”
맵 이동했다. 고블린 찾았다. 때렸다. 한 방에 죽는다. 치트 써서 공격력 올렸으니까.
10마리 잡았다. 3분 걸렸다. 다시 NPC한테 갔다. 퀘스트 완료.
이제 던전 가봐야 한다.
던전 입구 찾았다. 클릭했다.
“입장 조건을 만족하지 않습니다. (필요 레벨: 15)”
됐다. 조건 체크가 작동한다.
“/level 15”
레벨 올렸다. 다시 클릭했다.
던전 입장됐다. 로딩 화면. 3초.
던전 안. 어둡다. 횃불 켜졌다. 분위기 좋네.
앞으로 걸었다. 몬스터 나왔다. 스켈레톤.
때렸다. 데미지 나갔다. 피 깎였다. 한 번 더. 죽었다.
아이템 떨어졌다. 주웠다. “낡은 검.”
옵션 확인했다. “공격력 +5.”
엑셀 열어서 드랍 테이블 확인했다. 낡은 검 드랍률 15%. 정상이다.
근데 이건 한 번 테스트로 확인 안 된다. 100번은 돌아야 한다.
월요일에 매크로 돌려야겠다. 자동 사냥 스크립트.
시계 봤다. 9시 반.
아직 테스트할 게 많다. 상점, 인벤토리, 파티 시스템.
근데 눈이 피곤하다. 모니터 너무 오래 봤다.
체크리스트 업데이트
게임 끄고 엑셀로 돌아왔다.
체크리스트에 오늘 확인한 것들 체크했다.
- ✅ 던전 입장 조건 (레벨, 퀘스트)
- ✅ 던전 내부 로딩
- ✅ 몬스터 기본 전투
- ✅ 아이템 드랍 (1회)
아직 안 한 것들.
- ❌ 파티 매칭 (2명 이상 필요)
- ❌ 상점 구매 (결제 테스트는 월요일)
- ❌ 채팅 시스템 (서버 열려야 함)
- ❌ 드랍률 통계 (100회 이상)
월요일에 팀원들이랑 같이 해야 하는 것들이다.
메모 하나 더 추가했다.
“던전 횃불 켜지는 타이밍 - 입장 후 0.5초 딜레이. 의도된 건지 확인.”
이런 게 쌓인다. 작은 것들. 근데 유저들은 이런 거 다 느낀다.
메신저 확인했다. 팀장이 30분 전에 메시지 남겼다.
“다들 주말에 빌드 미리 받아두세요. 월요일 아침에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답장 쳤다.
“확인했습니다. 기본 테스트 완료했고, 월요일 체크리스트 업데이트했습니다.”
30초 후에 읽음 표시 떴다. 답은 없다. 팀장도 피곤할 거다.
에너지 드링크 두 번째 캔 땄다. 반만 마셨다. 카페인 너무 많이 먹으면 월요일에 안 듣는다.
유튜브 켰다
테스트는 여기까지. 더 하면 월요일에 지친다.
유튜브 열었다. 추천 영상에 우리 게임 관련 영상 떴다.
“이번 CBT 기대평 - 과연 망겜일까?”
재생했다. 유튜버가 떠든다.
“던전 시스템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데요. 파티 플레이가 강제면 좀 그렇고…”
댓글 봤다.
- “드랍률 구리면 바로 접음ㅋㅋ”
- “과금 유도 심하면 망함”
- “QA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 댓글 보고 웃었다. 제대로 하려고 금요일 밤에 일하는 중인데.
근데 버그 터지면 QA 탓한다. 항상 그렇다.
영상 껐다. 더 보면 스트레스만 쌓인다.
내일은 쉬어야 한다
시계 봤다. 10시 반.
월요일에 출근하면 12시간은 일한다. 어쩌면 15시간.
CBT 첫날은 항상 그렇다. 유저들 접속하면 예상 못 한 버그가 쏟아진다.
서버 터지고, 아이템 복사 버그 나오고, 던전 진입 안 되고.
기획자는 “왜 테스트 안 했냐”고 한다. 개발자는 “재현이 안 되는데”라고 한다.
그 사이에서 나는 로그 뒤지고, 재현 시나리오 만들고, 우선순위 정리한다.
내일 토요일은 쉬어야 한다. 진짜로.
근데 토요일 오후쯤 되면 또 빌드 받아서 테스트할 것 같다. 불안해서.
이게 습관이 됐다. CBT 전에는 항상 이렇다.
노트북 덮었다. 불 껐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 봤다. 좁은 고시원 천장.
3년 전에 이 회사 들어왔을 때는 좋았다. 게임 만드는 거 신기했고, 테스트하는 거 재밌었고.
지금은… 복잡하다.
좋아하는 일인데 힘들다. 힘든데 그만두기는 싫다.
월요일 되면 또 12시간 일한다. 화요일도. 수요일도.
CBT 끝나면 버그 리포트 정리한다. 그거 또 일주일.
그러다 보면 정식 런칭 준비 시작한다.
눈 감았다. 자야 한다.
근데 머릿속에서 체크리스트가 돈다.
던전 입장 조건, 드랍률 검증, 파티 매칭, 채팅 시스템…
에너지 드링크를 너무 많이 마셨나. 잠이 안 온다.
폰 켰다. 11시.
알람 설정했다. 월요일 아침 7시. “CBT 당일” 메모 추가.
폰 덮었다. 다시 눈 감았다.
금요일 밤, CBT 전날. 다른 사람들은 약속 잡고 술 마실 시간에 나는 빌드 받고 테스트한다. 이게 게임 QA의 금요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