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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qa

오후 3시, 밸런스 테스트의 지루함

오후 3시, 밸런스 테스트의 지루함

오후 3시, 밸런스 테스트의 지루함 50번째 클리어 오후 3시. 같은 보스 앞에 섰다. 49번 잡았다. 한 번 더. 엑셀 시트에 숫자가 쌓인다. 클리어 시간, 남은 HP, 사용한 포션 개수. 49줄이 채워졌다. 마지막 한 줄이 남았다. "이번엔 3분 12초네." 혼잣말이다. 팀장이 요청했다. "보스 클리어 시간 3분 내외로 맞춰주세요. 너무 빠르거나 느리면 안 돼요." 기획 의도란다. 지금까지 평균 3분 8초. 최단 2분 54초, 최장 3분 26초. 범위 안이다. 문제없다. 근데 50번을 왜 하냐고? 표본 수래. 통계적 의미래. 기획자가 말했다. "최소 50회는 해야 신뢰할 수 있어요." 신뢰. 웃긴다. 나는 이 보스 패턴을 꿈에서도 본다.점심 먹고 졸리다 사실 졸음이 제일 큰 적이다. 점심 먹으면 무조건 온다. 회사 구내식당. 오늘은 제육볶음이었다. 맛있었다. 근데 먹고 나니까 눈이 감긴다. 커피 마셨다. 세 번째다. 오전에 두 잔, 점심 후 한 잔. 그래도 졸리다. 보스가 패턴 1번을 쓴다. 전방 범위 공격. 옆으로 피한다. 자동이다. 몸이 기억한다. 패턴 2번. 돌진. 뒤로 구른다. 역시 자동. 패턴 3번. 전체 광역기. 무적 스킬 쓴다. 타이밍 완벽하다. 정신은 딴 데 가 있다. 손만 움직인다. 이게 3년 차의 경지다. "아." 깜빡 졸았다. 캐릭터가 죽었다. 51번째 시도가 됐다. 엑셀 시트에 'FAIL - 졸음'이라고 적었다. 이것도 데이터다. 기록은 철저히.확률이 안 맞는 것 같은데 52번째 도전. 아니, 51번째 성공이다. 실패는 빼고. 근데 뭔가 이상하다. 레어 아이템 드롭률. 기획서에 '5% 확률로 전설 무기 드롭'이라고 적혀 있다. 51번 잡았다. 드롭 2번. 2/51 = 3.9%. 5%가 아니다. "이거 확률 이상한데." 팀장한테 말했다. "표본 수가 적어서 그래요. 더 해봐요." 더? 몇 번을 더? "100번 정도요." 100번. 웃긴다. 오늘 50번 하는 데 4시간 걸렸다. 100번 하려면 8시간이다. "오늘 못 끝내도 돼요. 내일 이어서 해요." 내일도. 이 보스를. 100번. 마우스를 쥔다. 53번째 시도. 시작 버튼을 누른다. 보스가 등장한다. 같은 대사를 한다. "네놈이 감히!" 52번 들었다. 패턴이 시작된다. 1번, 2번, 3번. 자동이다. 머리는 비어 있다. 손만 움직인다. 화면을 본다. 안 본다. 차이가 없다.3분 10초의 의미 60번째 성공. 드롭 3번. 5%. 아직도 안 맞는다. 팀장한테 또 말했다. "코드 확인해봤어요? 확률표 잘못 들어간 거 아니에요?" 팀장이 개발팀에 물어봤다. 답이 왔다. "확률 맞습니다. 난수 생성기 정상입니다." 정상. 그럼 나만 이상한 건가. "100번까지 채워봐요. 그때도 이상하면 재확인할게요." 결국 나다. 100번 채우는 건 결국 내 몫이다. 시계를 본다. 오후 5시. 퇴근까지 2시간. 40번 남았다. 못 끝낸다. 당연히. "내일 아침에 이어서 할게요." 팀장이 고맙다고 했다. "고생 많아요." 고생. 맞다. 고생이다. 근데 이게 내 일이다. 게임 QA. 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 품질을 보증하려면 숫자가 필요하다. 데이터가 필요하다. 반복이 필요하다. 재미는 필요 없다. 61번째 시도. 마우스를 잡는다. 시작. "네놈이 감히!" 60번 들었다. 39번 더 들을 것이다. 정신이 어디 갔지 70번째쯤. 정확히는 모른다. 숫자를 세는 것도 귀찮다. 엑셀이 알아서 센다. 나는 그냥 한다. 클릭, 스킬, 회피, 공격. 반복. 보스 HP가 깎인다. 같은 속도로. 3분 5초. 3분 12초. 3분 8초. 다 비슷하다. 기획 의도에 맞다. 근데 재미가 없다. 당연하다. 70번 하면 재미없다. 유저들은 한 번 잡는다. 많아야 세 번. 그들에겐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70번 잡는다. 나한텐 재미없다. 이게 직업의 차이다. 유저는 게임을 즐긴다. 나는 게임을 확인한다. 즐기는 게 아니다. 검증한다. 측정한다. 기록한다. 재미는 유저 몫이다. 나는 숫자만 보면 된다. 그래도 가끔 생각한다. 나도 예전엔 게임이 재미있었는데. 입사 전엔 RPG 광이었다. 보스 잡는 게 즐거웠다. 지금은? 보스가 그냥 데이터 샘플이다. "크리티컬 발동률 확인 부탁드려요." 오후 6시. 또 요청이 들어왔다. 크리티컬. 치명타. 기본 20% 확률. 이것도 100번 해야 하나? 팀장한테 물었다. "50번만 할게요." "30번만 해도 돼요. 크리티컬은 체감이 중요하니까." 30번. 감사합니다. 80번째 보스. 30번의 크리 확인. 110번. 오늘 못 끝낸다. 내일도 이 보스 퇴근 시간. 7시. 100번 중 82번 채웠다. 18번 남았다. 드롭은 4번. 4.87%. 여전히 5%보다 낮다. 내일 아침에 18번 더. 그럼 100번 완성. 그 다음엔? 크리티컬 30번. 그 다음엔? 또 다른 테스트. 이 보스는 한 달 내내 볼 것 같다. 집에 간다.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본다. 친구가 메시지를 보냈다. "야, 이 게임 해봤어? 개꿀잼." 링크를 눌렀다. 우리 회사 게임이다. 내가 테스트하는 그 게임. "ㅋㅋ 내가 만드는 거." "헐 대박. 부럽다. 게임하면서 돈 벌잖아." 부럽다. 그래, 부러운 직업이다. 남들이 보기엔. 실제로는? 같은 보스 82번 잡는 직업이다. "ㅇㅇ 재밌게 해라." 답장을 보냈다. 말은 안 했다. 재미없다고. 유저는 재미있어야 한다. 그게 목표다. 내가 재미없어도 된다. 그들이 재미있으면. 이게 QA의 숙명이다. 집에 도착했다. 고시원 문을 연다. 침대에 눕는다. 눈을 감는다. 꿈에 보스가 나온다. "네놈이 감히!" 82번 들었다. 꿈에서도 듣는다. 내일 18번 더 들을 것이다.100번 채우면 끝일 줄 알았다. 팀장이 말했다. "200번으로 늘려주세요." 통계적 신뢰도래.

금요일 밤, CBT 전날의 긴장감

금요일 밤, CBT 전날의 긴장감

금요일 밤, CBT 전날의 긴장감 퇴근 후 집에 왔다 금요일 오후 6시. 퇴근했다. 원래 같으면 친구들이랑 술 약속이라도 잡았을 시간이다. 근데 오늘은 그냥 집에 왔다. 월요일부터 CBT다. Closed Beta Test. 유저들한테 처음 공개하는 테스트. 고시원 문 열고 들어왔다. 책상에 모니터 두 개. 키보드. 마우스. 에너지 드링크 세 캔. 일단 샤워부터 했다. 머리 감고, 편한 옷 입고, 의자에 앉았다. 노트북 켰다. 회사 메신저 열렸다. 기획팀장이 오후 5시에 올린 메시지. "CBT 최종 빌드 업로드 완료. QA팀 확인 부탁드립니다." 금요일 밤인데 일한다. 근데 이게 당연하다. CBT 전날이니까.빌드 다운로드 시작 회사 서버 접속했다. 빌드 폴더 열었다. "CBT_Final_v1.2.3_20250117.zip" 파일 크기 18GB. 다운로드 시작. 예상 시간 45분. 인터넷이 느리다. 고시원 와이파이다. 기다리는 동안 체크리스트 열었다. 엑셀 파일. 내가 어제 정리한 거. CBT 1일차 체크리스트회원가입 플로우 (5분) 튜토리얼 전체 플레이 (20분) 초반 사냥터 3곳 (각 30분) 첫 던전 입장/클리어 (1시간) 상점 구매 테스트 (30분) 인벤토리 아이템 정렬 (10분) 파티 매칭 시스템 (1시간) 채팅 기능 전체 (30분)총 예상 시간 5시간 반. 근데 버그 나오면 더 걸린다. 월요일 아침 9시에 CBT 서버 오픈. 나는 8시 반에 출근해야 한다. 에너지 드링크 하나 땄다. 따뜻한 게 좋은데 차갑다. 그냥 마셨다.설정 파일 먼저 확인한다 다운로드 30%. 아직 멀었다. 대신 지난주 빌드로 설정 파일부터 봤다. 이번에 바뀐 부분 확인하려고. config.xml 열었다. 메모장으로. <DropRate_Normal>5.2</DropRate_Normal> <DropRate_Rare>1.8</DropRate_Rare> <DropRate_Epic>0.3</DropRate_Epic>지난주엔 에픽 드랍률이 0.5였다. 떨어뜨렸네. 유저들 욕할 거다. 근데 내 일은 확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거다. 밸런스는 기획자 몫. 스크롤 내렸다. 던전 입장 조건. <DungeonEntry_MinLevel>15</DungeonEntry_MinLevel> <DungeonEntry_RequiredQuest>Q_101_Clear</DungeonEntry_RequiredQuest>15레벨, 퀘스트 101 클리어. 메모했다. 월요일에 이것부터 테스트해야 한다. 체크리스트에 추가했다. "던전 입장 조건 - 14레벨로 시도, 퀘스트 미완료로 시도." 경험상 경계값 테스트가 제일 중요하다. 15레벨 되기 직전, 퀘스트 받기 전. 거기서 버그 난다. 시계 봤다. 7시 반. 배고프다. 냉장고 열었다. 편의점 도시락 하나. 어제 산 거.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3분 기다렸다. 딩 소리. 꺼냈다. 뜨겁다. 젓가락 꺼내서 먹었다. 밥이 딱딱하다. 근데 배고파서 그냥 먹는다.다운로드 완료 8시 20분. 다운로드 끝났다. 압축 풀었다. 5분 걸렸다. 설치 시작. 게임 클라이언트 실행했다. 로딩 화면 나왔다. 새로 그린 일러스트다. "CBT를 환영합니다." 근데 나는 테스터다. 환영받는 기분 안 든다. 로그인 화면. 개발자 계정으로 들어갔다. 치트 권한 있는 계정. 캐릭터 생성. 전사, 마법사, 궁수. 일단 전사 골랐다. 초반 사냥이 제일 빠르니까. 튜토리얼 스킵했다. 치트 명령어 쳤다. "/level 14" 캐릭터 레벨이 14가 됐다. 던전 입장 조건 테스트하려고. 마을로 이동했다. NPC한테 말 걸었다. 퀘스트 받았다. Q_101. "숲 속의 고블린 10마리를 처치하세요." 맵 이동했다. 고블린 찾았다. 때렸다. 한 방에 죽는다. 치트 써서 공격력 올렸으니까. 10마리 잡았다. 3분 걸렸다. 다시 NPC한테 갔다. 퀘스트 완료. 이제 던전 가봐야 한다. 던전 입구 찾았다. 클릭했다. "입장 조건을 만족하지 않습니다. (필요 레벨: 15)" 됐다. 조건 체크가 작동한다. "/level 15" 레벨 올렸다. 다시 클릭했다. 던전 입장됐다. 로딩 화면. 3초. 던전 안. 어둡다. 횃불 켜졌다. 분위기 좋네. 앞으로 걸었다. 몬스터 나왔다. 스켈레톤. 때렸다. 데미지 나갔다. 피 깎였다. 한 번 더. 죽었다. 아이템 떨어졌다. 주웠다. "낡은 검." 옵션 확인했다. "공격력 +5." 엑셀 열어서 드랍 테이블 확인했다. 낡은 검 드랍률 15%. 정상이다. 근데 이건 한 번 테스트로 확인 안 된다. 100번은 돌아야 한다. 월요일에 매크로 돌려야겠다. 자동 사냥 스크립트. 시계 봤다. 9시 반. 아직 테스트할 게 많다. 상점, 인벤토리, 파티 시스템. 근데 눈이 피곤하다. 모니터 너무 오래 봤다. 체크리스트 업데이트 게임 끄고 엑셀로 돌아왔다. 체크리스트에 오늘 확인한 것들 체크했다.✅ 던전 입장 조건 (레벨, 퀘스트) ✅ 던전 내부 로딩 ✅ 몬스터 기본 전투 ✅ 아이템 드랍 (1회)아직 안 한 것들.❌ 파티 매칭 (2명 이상 필요) ❌ 상점 구매 (결제 테스트는 월요일) ❌ 채팅 시스템 (서버 열려야 함) ❌ 드랍률 통계 (100회 이상)월요일에 팀원들이랑 같이 해야 하는 것들이다. 메모 하나 더 추가했다. "던전 횃불 켜지는 타이밍 - 입장 후 0.5초 딜레이. 의도된 건지 확인." 이런 게 쌓인다. 작은 것들. 근데 유저들은 이런 거 다 느낀다. 메신저 확인했다. 팀장이 30분 전에 메시지 남겼다. "다들 주말에 빌드 미리 받아두세요. 월요일 아침에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답장 쳤다. "확인했습니다. 기본 테스트 완료했고, 월요일 체크리스트 업데이트했습니다." 30초 후에 읽음 표시 떴다. 답은 없다. 팀장도 피곤할 거다. 에너지 드링크 두 번째 캔 땄다. 반만 마셨다. 카페인 너무 많이 먹으면 월요일에 안 듣는다. 유튜브 켰다 테스트는 여기까지. 더 하면 월요일에 지친다. 유튜브 열었다. 추천 영상에 우리 게임 관련 영상 떴다. "이번 CBT 기대평 - 과연 망겜일까?" 재생했다. 유튜버가 떠든다. "던전 시스템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데요. 파티 플레이가 강제면 좀 그렇고..." 댓글 봤다."드랍률 구리면 바로 접음ㅋㅋ" "과금 유도 심하면 망함" "QA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마지막 댓글 보고 웃었다. 제대로 하려고 금요일 밤에 일하는 중인데. 근데 버그 터지면 QA 탓한다. 항상 그렇다. 영상 껐다. 더 보면 스트레스만 쌓인다. 내일은 쉬어야 한다 시계 봤다. 10시 반. 월요일에 출근하면 12시간은 일한다. 어쩌면 15시간. CBT 첫날은 항상 그렇다. 유저들 접속하면 예상 못 한 버그가 쏟아진다. 서버 터지고, 아이템 복사 버그 나오고, 던전 진입 안 되고. 기획자는 "왜 테스트 안 했냐"고 한다. 개발자는 "재현이 안 되는데"라고 한다. 그 사이에서 나는 로그 뒤지고, 재현 시나리오 만들고, 우선순위 정리한다. 내일 토요일은 쉬어야 한다. 진짜로. 근데 토요일 오후쯤 되면 또 빌드 받아서 테스트할 것 같다. 불안해서. 이게 습관이 됐다. CBT 전에는 항상 이렇다. 노트북 덮었다. 불 껐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 봤다. 좁은 고시원 천장. 3년 전에 이 회사 들어왔을 때는 좋았다. 게임 만드는 거 신기했고, 테스트하는 거 재밌었고. 지금은... 복잡하다. 좋아하는 일인데 힘들다. 힘든데 그만두기는 싫다. 월요일 되면 또 12시간 일한다. 화요일도. 수요일도. CBT 끝나면 버그 리포트 정리한다. 그거 또 일주일. 그러다 보면 정식 런칭 준비 시작한다. 눈 감았다. 자야 한다. 근데 머릿속에서 체크리스트가 돈다. 던전 입장 조건, 드랍률 검증, 파티 매칭, 채팅 시스템... 에너지 드링크를 너무 많이 마셨나. 잠이 안 온다. 폰 켰다. 11시. 알람 설정했다. 월요일 아침 7시. "CBT 당일" 메모 추가. 폰 덮었다. 다시 눈 감았다.금요일 밤, CBT 전날. 다른 사람들은 약속 잡고 술 마실 시간에 나는 빌드 받고 테스트한다. 이게 게임 QA의 금요일이다.

던전 100번 돌았을 때의 공포

던전 100번 돌았을 때의 공포

던전 100번 돌았을 때의 공포 1회차: 오 신선하네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새 빌드 받았다. "이번 업데이트 던전 추가됐어요." 기획자가 슬랙에 올렸다. 기대된다. 신규 콘텐츠다. 접속했다. 로딩 화면부터 새롭다. BGM 바뀌었네. 던전 입장. "오 이펙트 예쁜데?" 첫 몹 잡았다. 타격감 좋다. 보스까지 5분. 클리어. 보상 확인. 전설 무기 나왔다. 확률 체크 시작. "재밌네 이거." 테스트 노트에 적었다. '던전 난이도 적절, 보상 괜찮음, 이펙트 만족'. 1회차는 언제나 즐겁다.10회차: 패턴 파악 같은 날 오후 3시. 던전 10번 돌았다.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몹 배치 똑같다. 보스 패턴 3개. 회피 타이밍 외웠다. "전설템 확률 3/10... 30%네." 엑셀에 정리한다. 회차, 시간, 획득 아이템, 버그 발견 여부. 아직 괜찮다. 일하는 기분이다. 보스 페이즈 2에서 스킬 씹히는 버그 찾았다. 만티스에 올렸다. "재현율 40% 정도 되는 거 같은데..." 몇 번 더 돌아야 한다. 버그 재현이 중요하다. QA의 기본이다. 30회차: 자동화 모드 화요일 오전. 어제 20회 더 돌았다. 오늘 또 10회. 이제 눈 감고도 플레이 가능하다. 입장 - 1번 몹 처리 - 2번 몹 처리 - 보스방 - 패턴 1, 2, 3 - 클리어. 4분 50초. 시간까지 똑같다. 점심 먹으면서도 돌렸다. 김밥 씹으면서 보스 잡는다. "아 죽었네." 집중 안 하면 죽는다. 그래도 자동으로 손이 움직인다. 확률 데이터 쌓인다. 전설템 28%. 예상 범위 내. 밸런스팀 과장님이 물었다. "겜큐님, 난이도 어때요?" "적당한 것 같아요." 적당한지 모르겠다. 이미 너무 익숙해서.50회차: 이펙트가 안 보임 수요일 오후 2시. 50회 돌았다. 이펙트가 안 보인다. 처음엔 예뻤던 스킬 연출. 이제 그냥 화면 번쩍임. 보스 등장 컷신 스킵한다. ESC 누르는 손가락이 자동이다. BGM도 안 들린다. 유튜브 틀어놨다. "또 노란색이네." 전설템 색깔. 보라색 먼저 확인한다. 신화템 0개. 확률 0%. 너무 낮은 거 아닌가. 기획자한테 슬랙 보냈다. "신화템 확률 확인 부탁드려요. 50회 0드랍이에요." 답장 왔다. "0.5% 맞아요." 계산해봤다. 50회에서 안 나올 확률 77%. 정상이다. 더 돌아야 한다. 숨 쉬듯이 던전 돈다. 생각 없이 클릭한다. 이게 일이다. 70회차: 게임이 아니다 목요일 오전. 70회 넘었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 엑셀 작업이다. 데이터 입력이다. 회차, 클리어 시간, 드랍템, 골드량, 경험치. 숫자만 본다. 게임 화면은 배경이다. 옆자리 신입이 물었다. "선배님, 재밌어요 그 던전?" "응." 재미? 모르겠다. 재미를 느낄 정신이 없다. 점심시간. 구내식당 간다. "오늘 메뉴 뭐예요?" "제육볶음이요." "어제도 제육 아니었어?" "어제는 닭갈비였어요." 구분이 안 간다. 던전처럼. 오후에 20회 더 돌았다. 신화템 1개 나왔다. "드디어." 기쁘지 않다. 그냥 데이터 하나 채워졌다.100회차: 공포 금요일 저녁 7시. 100회 달성했다. 축하할 일이다. QA 업무 완료. 기쁘지 않다. 엑셀 정리한다. 전설템 확률 28.3%. 신화템 0.6%. 기획 의도랑 비슷하다. 밸런스 문제없다. 버그 리스트 15개. 심각도 높은 거 3개. 리포트 작성한다. 2시간 걸렸다. 과장님한테 보고했다. "수고했어요. 다음 주 신규 던전 또 나와요." 또. 집에 간다. 지하철 탄다. 핸드폰 켰다. 평소 하던 모바일 게임. 던전 입장 버튼 보인다. 손이 안 움직인다. 게임 껐다. 무엇이 문제인가 토요일 오후. 집에서 쉰다. 친구가 카톡 보냈다. "야 너 게임회사 다니면서 게임 안 해?" "요즘 별로." "부럽다 게임하면서 돈 버잖아." 할 말이 없다. 게임을 하긴 한다. 하루 10시간씩. 근데 게임이 아니다. 반복 작업이다. 데이터 수집이다. 버그 찾기다. 재미를 찾는 게 아니라 문제를 찾는다. 개발자들이 만든 즐거움을 내가 숫자로 바꾼다. 확률, 시간, 효율, 밸런스. 게이머가 느낄 재미를 내가 미리 소비한다. 100번 반복해서. 월요일이 온다 일요일 밤. 내일 출근이다. 신규 콘텐츠 또 나온다. 던전 2개 추가. 각각 100회씩 돌아야 한다. 게임 좋아해서 이 일 시작했다. 지금도 게임 좋아한다. 근데 복잡하다. 좋아하는 걸 일로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반은 맞다. 출근이 싫지 않다. 반은 틀리다. 좋아하던 것도 100번 반복하면 달라진다. 이펙트가 안 보인다. BGM이 안 들린다. 숫자만 보인다. 그래도 간다. 월요일 출근. 새 던전 기다린다. 1회차는 언제나 즐겁다. 10회차까지는.던전 100번 돌면 게임이 엑셀이 된다.

게임 QA 3년차, 연봉은 왜 안 오를까

게임 QA 3년차, 연봉은 왜 안 오를까

3년차 QA, 연봉이 왜 안 오를까 출근했다. 빌드를 받아서 설치했다. 오늘따라 로딩이 느렸다. 기획자 박준호가 옆에 앉아서 신규 던전 밸런스 물어봤다. "재현율이 몇 퍼정도 되는 거 같아요?" 내 대답이 나왔다. 그는 메모했다. 내 테스트 데이터로 게임이 돌아간다. 그런데 월급은. 같은 팀 개발자 김태현이 어제 승진했다. 들었다. 연봉 200만원이 올랐대. 3년 차에 6천 중반이라고. 나는 3400. 작년이랑 같다. 재작년이랑도 같다. 올해도 같을 거다. 이게 사실이다. 개발자는 올라가는데 회사에서 분기마다 연봉 조율 회의가 있다. 같은 팀 5명의 개발자들 중에 4명이 올해 인상을 받았다. 평균 150만원. 한 명은 프로젝트 리더가 되면서 300만원 올랐다. 나는 회의 대상이 아니었다. QA팀 리더 이미라가 말했다. "상황상 올려줄 수 없어. 미안해." 상황이 뭔데. 그건 아무도 안 말했다. 버그 리포트는 계속 들어온다. 지난달 84건. 이번 달 현재까지 76건. 심각도 High 이상만 해도 15건. 내가 찾은 버그들이 게임을 살렸다. CBT 때 리스판 방어력 버그를 못 찾았으면 런칭 후 유저들이 던전에서 못 나갔을 거다. 그걸 내가 찾았다. 커밋 메시지도 내 이름이 있다. 그래도 3400. 야근 수당만 봐도 알 수 있다. 개발자들은 야근 수당으로 월 80120만원을 번다. 나는 160180만원을 번다. 같은 팀에서 제일 많이 야근한다. CBT 때는 자는 게 죄였다. 밤 12시에 새로운 빌드가 올라오면 그 자리에서 테스트했다. 개발자들은 그 사이에 코드를 짠다. 나는 검증한다. 같은 야근인데 인상폭이 다르다.이미라가 말한 이유들 작년에 물어봤었다. "왜 안 올려줘요?" 이미라는 3가지를 말했다. 첫째, QA는 "비용 센터"라고 한다. 개발팀은 "수익 센터"다. 게임이 나오는 게 개발팀의 역할이고, QA는 그 게임을 검증하는 거라서 비용으로 본다는 뜻이다. 회계 관점에서는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게임이 망하는 건 개발 능력 때문만이 아니다. 품질이 떨어지면 유저들이 떠난다. 런칭 첫 주에 크래시 버그가 3건만 있어도 이미지가 박힌다. 그걸 막는 게 우리인데. 둘째, 게임 회사에서 QA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버그를 찾는 건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디버그 모드에서 극한 상황을 만들고, 콤보를 짜고, 확률을 검증해야 한다. 엑셀로 1000개 샘플을 뽑아서 분포도를 그리고, 기대값이랑 실제값을 비교한다. 그걸 여러 변수 조합으로 반복한다. 개발자들은 이 과정을 본다. 그렇다면 "누구나"일까. 아니다. 근데 회사는 그렇게 본다. 셋째, 시장 문제다. QA 경력자가 많으니까 새로 채용하는 게 더 싸다고 한다. 신입은 월 2000만원부터 시작한다. 나는 3400을 받는다. 1400만원 차이가 난다. 회사 입장에선 나 대신 신입 두 명을 뽑고, 내 업무를 나눠줄 수 있다. 통장 관점에서는 900만원이 절약된다. 그리고 신입들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나는 "3년 해온 거 이 정도네" 정도로 본다. 이게 QA 시장의 구조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다들 아는 구조다. 개발자 옆에 앉아 있는데 같은 팀 개발자들한테는 물어본 적 없다. 근데 들었다. 신입 개발자 임준석이가 이직 계약서를 받고 미쳤다고 했다. 연봉 50% 올라간다고. 5년 경력 개발자라면 대우가 어떨까. 내가 5년 QA 경력이라면. 계산 안 해도 안다. 게임 회사 QA는 보직이 별로 없다. 팀 리더는 한 자리다. 이미라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QA 리더가 되려면 그 자리가 비거나 새로운 팀이 생겨야 한다. 신규 프로젝트가 있을 때 정도다. 그런데 신규 프로젝트는 경력 많은 개발자들 중에서 리더를 뽑는다. QA에게는 기회가 없다. 개발자는 다르다. 시니어 개발자, 아키텍처, 플랫폼팀. 보직이 많다. 비게 되는 자리도 많다. 올라갈 계단이 있다. 내 경력은 계단이 없다. 옆에만 있다.그래서 이직을 봤다 3개월 전부터 잡사이트를 봤다. 게임 QA 공고는 많지 않다. 대부분 "신입 환영"이라고 쓰여 있다. 그 다음은 "경험자 우대"인데, "우대"는 10만원 정도다. 포지션이 없으니까 연봉이 비슷하다. 3400에서 3600으로 옮기는 게 이직이냐. 다른 직군을 봤다. 서비스 QA. 웹 서비스 회사들이 뽑는다. 연봉이 비슷하거나 낮다. 게임 업계와 다르지 않다. 개발자로 전향할까도 생각했다. 부트캠프가 있다. 3개월에 600만원. 그 다음에 신입으로 2500만원짜리 일자리. 연봉은 내려간다. 3년을 다시 돌린다. 45세에 시작하는 거랑 비슷하다. 그러다가 게임사 기획팀 공고를 봤다. "게임 QA 경력자 환영"이라고 쓰여 있었다. 연봉은 4200. 오랜 기간에 누적된 게임 이해도가 도움 된다고. 첫 번째로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카톡했다. 선배는 말했다. "기획팀으로 가면 정치가 심해. 내 역할이 뭔지 모르는 기분이 든다고 했어." 희망은 깨졌다.야근 수당으로 버티는 게 현실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계산해 봤다. 야근 수당 160만원, 기본급 3400. 야근 없으면 3400. 야근만 있으면 3560. 런칭 전후로 야근이 심해서 월평균 3550 정도다. 그런데 이건 언제까지. CBT가 3달, 런칭 후 2달. 5달은 야근한다. 나머지 7달은 정상 근무인데 야근 수당도 적고, 본급이 늘지 않는다. 저축은 어렵다. 고시원 월 40만원, 밥 월 100만원, 휴대폰 5만원, 나머지 잡비. 손에 남는 게 월 200만원이면 많은 거다. 결혼은 생각도 못 했다. 여자친구 사귈 시간도 없었고. 저축하면서 "얘랑 할 시간이 없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개발자들은. 김태현이 얘기했다. 신혼집 월세 계약했대. 전세금 3000만원. 본인이 1500, 부모님이 1500이라고 했다. 가능한 이유는 본급이 올라갔으니까 대출이 가능했다고 했다. 3년 차에 6천인데, 금융사가 빌려준 거다. 나는 3400인데 신청해 본 적 없다. 상담원이 뭐라고 할지 알 것 같았다. 재현율이 맞다고 해도 버그는 계속 터진다. 런칭 후 1주일에 10건씩. 이미라가 개발팀 리더 이동훈한테 "이미 테스트했던 항목들이 왜 또 터져요?" 라고 물었다. 당연히 내 쪽으로 온다. "겜큐, 이게 어때?" 뭐가 "어때"냐. 테스트 계획서에 있는 항목이고, 재현율 확인했고, 심각도 분류했고, 리포트 올렸다. 개발팀에서 못 고쳤거나 롤백했거나다. 그런데 회사 분위기는 "QA가 놓쳤나" 정도다. 회의에서 명시적으로 누가 누구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말하는 방식이 그렇다. "런칭 전에 충분히 테스트했어요?" "아, 이거는 엣지 케이스네요." 엣지 케이스는 무한정이다. 범위 정하는 게 기획팀과 개발팀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다. 가끔 내가 놓친 버그가 있을 수도 있다. 100%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불가능하니까 전부 찾으세요" 이 정도인데, 연봉은 그에 맞지 않는다. 책임은 무한대, 급여는 고정. 이 구조가 싫다. [IMAGE_4] 3년을 돌아보면 입사할 때는 "게임사에서 일한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친구들한테 말했다. "게임 만드는 회사에 들어갔어" 반응은 "오, 부럽다" 였다. 급여 명세서는 안 보여줬다. 첫 해는 배울 게 많았다. 테스트 케이스 짜는 법, 버그 심각도 분류, 재현 가능한 순서로 리포트 쓰기. 이미라가 잘 가르쳐줬다. 코드를 이해할 필요는 없었지만, 게임의 흐름은 알아야 했다. 게임을 분석하면서 즐거웠다. 2년차는 조금 달랐다. 반복이 늘었다. 같은 던전을 100번 돌 때쯤엔 게임이 게임으로 안 느껴졌다. 일이 됐다. 그런데 연봉은 안 올랐다. 승진은 없었다. 보너스는 "회사 실적에 따라"라고 했는데, 회사 실적이 좋아도 내 보너스는 변하지 않았다. 3년차인 지금. 그냥 일로 느껴진다. 버그 찾는 재미도 없다. "또 찾아야 하나" 이 정도다. 한 팀에서 3년 더 할 거면, 그렇게 살아야 하나 싶다. 40대까지. 50대까지. 아, 그리고 이직 가능한가 내 경력서를 쓰면 뭐라고 할까. 게임 QA 3년. 아니, 이건 회사에서 원하는 경력이 아니라 시간일 뿐이다. 실제로 뭘 했는가.RPG 게임 테스트 (다른 회사에선 FPS가 필요할 수도) 확률 검증 엑셀 분석 Mantis 버그 관리 (다른 회사는 Jira 쓸 수도) 밸런스 테스트이게 다른 회사에서 쓸모 있을까. 게임사에서는 그렇다. 다른 산업에서는 "게임 테스트만 해봤네" 이 정도다. 경력 이동성이 없다. QA 시장이 그렇다. 게임사 QA에서 일한 사람이 일반 소프트웨어 QA로 가는 건 쉽다. 반대는 어렵다. 게임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 선호되니까. 그래서 게임 QA는 게임사 안에만 있다. 게임사 안에서는 연봉이 안 올라간다. 악순환이다. 신입 때부터 알았다면 이직을 했을 거다. 2년 정도만 버티고 다른 회사 가서 경력을 쌓는 방식으로. 3년을 여기서 했으니 남은 선택지는. 이대로 가거나, 이직하거나, 직급을 꺾고 신입으로 다시 시작하거나다. 어느 쪽도 "좋은" 선택 같지 않다. [IMAGE_5] 그래도 내일도 나갈 거다. 빌드를 받고, 테스트 계획을 보고, 게임을 켤 거다. 버그를 찾을 거다. 리포트 할 거다. 이 반복이다. 최근에 새로운 신입 QA가 들어왔다. 이름은 박우진. 23살. 게임 덕후라고 했다. 면접 때 게임에서 게임 산업으로 올 수 있다고 생각했대. 나도 비슷했다. 3년 전. 우진이를 보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다른 회사 지원해" 이렇게 말해야 하나. "3년 지나도 월급 안 올라" 이렇게 말해야 하나. 결론부터 말해야 하나. 오늘은 그냥 테스트나 끝내고 가야겠다. 내일 회의 전에 버그 리포트 정리하고. 밤 9시 정도에는 나갈 수 있겠지. 아, 혼자만 이렇지 않을 거다. 게임사 QA는 다 비슷할 거다. 같은 업계 다른 회사 QA들도 똑같은 연봉, 똑같은 야근, 똑같은 불만. 우리는 같은 문제를 풀고 있다. 근데 따로 논다.연봉 올리는 방법은 이직인데, 이직할 회사가 없다. 게임 회사 벽에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