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tis에 버그를 등록하는 순간의 쾌감

Mantis에 버그를 등록하는 순간의 쾌감

Mantis에 버그를 등록하는 순간의 쾌감

오전 10시, 새 빌드

출근했다. 오늘 빌드가 떨어졌다. ver.1.2.3.456. 신규 던전 추가 빌드.

설치하면서 커피 한 잔. 오늘도 버그를 찾는다.

팀장이 말했다. “이번 빌드 깔끔할 거야.” 개발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다. 나는 웃었다. 곧 알게 될 거다.

첫 버그, 11시 20분

신규 던전 입장했다. 로딩이 끝나고 화면이 떴다.

보스가 벽에 박혀 있다. 완전히 박혀서 공격도 안 된다.

웃음이 나왔다. 시작부터 대박이네. 스크린샷 찍고, 로그 확인했다. 좌표값이 이상하다.

Mantis 켰다. 제목: [던전] 보스 몬스터 스폰 위치 오류 심각도: Major 재현율: 10/10 상세 내용 적는다.

“보스가 벽 안쪽 좌표에 스폰됨. 플레이어 접근 불가. 던전 클리어 불가능.”

로그 붙이고, 스크린샷 첨부. 등록 버튼 눌렀다.

BUG-3421. 오늘 첫 번째다.

기분이 좋다. 이게 내 일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보스 스폰 위치를 치트로 수정했다. 테스트를 계속한다.

보스 잡았다. 보상 드롭됐다.

아이템을 주웠다. 그런데 인벤토리에 안 들어온다. 로그 확인. 아이템 ID가 NULL이다.

BUG-3422. Critical. “보스 드롭 아이템 ID 누락. 획득 불가.”

바로 이어서 세 번째. 던전 나가려는데 퇴장 버튼이 안 먹힌다. 클릭해도 반응 없음.

BUG-3423. Major. “던전 퇴장 버튼 미작동. 플레이어 갇힘.”

오후 12시 30분. 3개 등록했다. 모두 Major 이상.

기획자한테 슬랙 날렸다. “이번 빌드 큰일났어요.”

답장 왔다. ”…확인할게요.”

점심, 그리고 오후

밥 먹으러 나갔다. 팀 동료 재민이랑 같이.

“몇 개 찾았어?” “3개. 너는?” “나는 5개. UI쪽 다 깨졌어.”

웃으면서 먹었다. 우리끼리는 버그가 많으면 좋다. 할 일이 생기니까.

오후 2시. 다시 테스트.

네 번째 버그. 스킬 쿨타임이 안 돌아간다. 한 번 쓰면 끝. 재사용 불가.

BUG-3424. Major.

다섯 번째. 몬스터 HP가 음수로 간다. -1500 HP에도 안 죽는다.

BUG-3425. Critical.

여섯 번째. 파티 초대가 안 된다. “알 수 없는 오류” 메시지만 뜬다.

BUG-3426. Normal.

3시 30분. 벌써 6개다. 오늘 대박이네.

심각도 분류의 기술

버그를 찾는 건 쉽다. 게임 하면 나온다.

어려운 건 심각도다. Critical, Major, Normal, Minor, Trivial.

기준이 있다.

Critical: 게임 진행 불가. 서버 다운. 결제 오류. Major: 주요 기능 마비. 플레이 심각한 지장. Normal: 불편하지만 우회 가능. Minor: 사소한 오류. 체감 낮음. Trivial: 오타, 툴팁 오류.

이게 애매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UI 텍스트가 겹친다. 개발자는 Minor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상점 가격이면? 플레이어가 잘못 산다. 환불 요청 들어온다.

이건 Normal이다.

경력이 쌓이면 감이 생긴다. “이건 유저들이 난리 칠 거야.” “이건 아무도 모를 거야.”

그 감으로 분류한다.

오늘 찾은 6개. Critical 2개, Major 3개, Normal 1개.

개발팀이 싫어할 리스트다.

일곱 번째부터 열 번째

오후 4시. 계속 플레이한다.

일곱 번째. BGM이 끊긴다. 특정 구간에서. BUG-3427. Minor.

여덟 번째. 아이템 툴팁 오타. “공격격” → “공격력” BUG-3428. Trivial.

아홉 번째. 업적이 안 달린다. 조건 채워도 반응 없음. BUG-3429. Normal.

열 번째. 이게 좀 애매했다.

확률형 상자를 100번 열었다. 전설 등급이 한 번도 안 나왔다.

확률 표기는 1%다. 100번 중 0번.

이게 버그일까? 확률이니까 원래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하다.

200번 더 열었다. 총 300번. 전설 0개.

이건 버그다.

로그 뒤졌다. 확률 테이블 확인했다.

전설 등급 가중치가 0으로 박혀 있다. 코드 실수다.

BUG-3430. Critical. “확률형 상자 전설 등급 드롭률 0%. 가중치 설정 오류.”

이거 런칭 전에 못 잡았으면 큰일날 뻔했다. 매출 직결이다.

오후 5시 30분. 오늘 할당량 끝.

10개 등록 완료.

Mantis 창을 보는 시간

리포트 정리한다.

각 버그마다 체크한다.

  • 재현 단계 명확한가
  • 로그 첨부했나
  • 스크린샷 있나
  • 심각도 적절한가
  • 담당자 지정했나

한 개씩 다시 읽는다.

BUG-3421. Major. 보스 스폰. BUG-3422. Critical. 아이템 드롭. BUG-3423. Major. 퇴장 버튼. BUG-3424. Major. 스킬 쿨타임. BUG-3425. Critical. 음수 HP. BUG-3426. Normal. 파티 초대. BUG-3427. Minor. BGM 끊김. BUG-3428. Trivial. 오타. BUG-3429. Normal. 업적. BUG-3430. Critical. 확률 오류.

Critical 3개. Major 4개. Normal 2개. Minor 1개. Trivial 1개.

완벽하다.

이 순간이 좋다. 하루 일과의 결과물.

개발자들은 코드를 짠다. 기획자들은 문서를 쓴다. 나는 버그를 찾는다.

Mantis에 쌓인 리포트가 내 성과다.

퇴근 전 슬랙

오후 6시. 개발팀장한테서 슬랙 왔다.

“오늘 리포트 확인했습니다.” “Critical 3개는 내일 아침까지 수정하겠습니다.” “Major들은 이번 주 내로요.”

답장 보냈다. “확인했습니다. 수정 빌드 나오면 재테스트하겠습니다.”

기획자한테서도 왔다. “확률 버그 잡아줘서 감사합니다.” “큰일 날 뻔했네요.”

이런 말 들으면 기분 좋다.

보통은 “버그가 왜 이렇게 많아요?” 소리 듣는다. 우리가 버그 만드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가끔은 인정받는다. “잘 찾았어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럴 때 보람 느낀다.

재민이가 물었다. “오늘 몇 개?” “10개. 너는?” “8개.”

둘이 웃었다. 오늘 우리 팀 18개다.

팀장이 좋아할 거다.

야근은 없다

오늘은 정시 퇴근이다.

CBT 기간 아니면 칼퇴 가능하다. 물론 런칭 전에는 12시간씩 박는다.

하지만 오늘은 괜찮다.

짐 챙겼다. 노트북, 이어폰, 텀블러.

Mantis 한 번 더 봤다.

BUG-3421부터 3430까지. 오늘 내가 만든 숫자들.

다 의미 있다. 이거 하나하나가 게임을 낫게 만든다.

플레이어들은 모른다. 이 버그들이 있었다는 걸.

우리가 찾아서 없앴으니까.

그게 QA다.

보이지 않는 일. 인정받지 못하는 일.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퇴근했다.

집에 와서

고시원 들어왔다. 좁다. 3평.

침대, 책상, 옷장. 그게 다다.

씻고 누웠다.

핸드폰 켰다. 회사 게임 커뮤니티 들어갔다.

유저들이 말한다. “이번 업데이트 기대된다.” “신규 던전 언제 나와요?”

다음 주 목요일이다. 그때까지 우리가 다듬는다.

댓글 읽으면서 생각했다. 내일도 버그 찾는다. 모레도, 글피도.

런칭까지 매일.

유저들이 편하게 게임하도록.

그게 내 일이다.

연봉은 낮다. 3400만원. 개발자 절반도 안 된다.

야근도 많다. CBT 때는 밤샘이다.

그래도 이 일이 나쁘지 않다.

특히 Mantis에 버그 등록할 때. 오늘처럼 10개 채울 때.

성취감 있다.

“내가 이만큼 했구나.”

숫자로 보이니까 좋다. BUG-3421, 3422, 3423…

계속 쌓인다. 내 흔적이다.

잠들기 전에 메모했다. “내일 할 일: Critical 3개 재테스트”

눈 감았다.

내일도 버그를 찾는다.



오늘 10개. 내일은 더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