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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테스트
- 05 Jan, 2026
건강검진 결과, QA의 회의
건강검진 결과지 회사에서 건강검진 받으라고 했다. 작년 11월에 예약했는데 런칭 때문에 두 번 미뤘다. 오늘 드디어 갔다. 오전 7시 금식 상태로 병원 도착. 피 뽑고 엑스레이 찍고 위내시경. 수면 안 하고 했다. 3만원 아끼려고. 목구멍에 카메라 들어갈 때 눈물 났다. 검사 끝나고 의사 상담. 결과지 보더니 한숨 쉰다. "수면 패턴이 안 좋네요. 야근 많이 하세요?" "CBT 시즌엔 매일요." "간 수치 높아요. 술 드세요?" "에너지 드링크요." 의사가 펜 내려놨다.빨간 줄 세 개 결과지에 빨간 줄 세 개. 간 수치 - 정상 범위 초과 위 - 경미한 염증 혈압 - 고혈압 전 단계 27살 남자 평균치보다 다 높다고 했다.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사, 스트레스 관리 필요합니다." 웃음 나왔다. 충분한 수면? 지난달 CBT 때 사흘 동안 총 8시간 잤다. 하루 평균이 아니다. 사흘 합쳐서. 규칙적인 식사? 점심은 테스트하면서 김밥 한 줄. 저녁은 야근 시작하면서 컵라면. 밤 11시쯤 치킨 시켜 먹고. 스트레스 관리? 런칭 전날 밤 11시에 치명적 버그 발견하면 어떻게 관리하냐고. "생활 습관 개선 안 하시면 30대에 문제 생깁니다." 알고 있다. 근데 어떻게 하냐고. CBT의 기억 지난달 CBT가 지옥이었다. 2주 동안 하루 16시간씩 테스트. 주말도 없었다. 유저들 피드백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버그 찾고 리포트 쓰고 재현하고. 에너지 드링크를 하루에 다섯 캔 마셨다. 레드불, 핫식스, 몬스터. 냉장고에 쟁여놨다. 동료 하나는 하루에 여덟 캔 마셨다. 밤 3시에 눈이 침침했다. 모니터가 세 개로 보였다. 화장실 가서 찬물로 세수했다. 돌아와서 다시 테스트. 새벽 5시쯤 책상에 엎드려 잤다. 30분 자고 일어났다. 목이 빳빳했다. 계속했다. 아침 7시에 출근하는 기획자한테 인수인계. "여기까지 확인했어요. 이 버그는 재현율 100%고요. 로그는 메일로 보냈어요." 집 가서 씻지도 않고 쓰러져 잤다. 12시간 자고 일어났다. 다음 날 또 출근. 2주 끝나고 몸무게 재봤다. 3킬로 빠졌다. 밥을 안 먹어서가 아니다. 스트레스로 녹았다.팀장의 말 검진 결과 팀장한테 보고했다. "건강 챙겨야지." 그 말뿐이었다. 다음 CBT는 다음 달이다. 신규 콘텐츠 3개 추가된다. 테스트 기간은 2주. 또 밤샐 거다. "이번엔 좀 일찍 끝낼 수 있게 해볼게요." 팀장이 말했다. 근데 지난번에도 똑같은 말 했다. 그 전에도. 결국 개발 일정이 밀린다. 빌드가 늦게 온다. QA는 시간 없다. 야근한다. 악순환이다. 회사는 '워라밸' 강조한다. 인사팀에서 메일 온다. '저녁 있는 삶' 캠페인. 웃긴다. 우리 팀 평균 퇴근 시간 10시. CBT 시즌엔 퇴근이 없다. 동료의 입원 작년에 같은 팀 형이 쓰러졌다. CBT 마지막 날 새벽 4시. 갑자기 "어지럽다" 하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 119 불렀다. 과로로 인한 탈수 증세. 병원에서 링거 맞고 하루 입원했다. 퇴원하고 다음 날 출근했다. 런칭이 3일 남았으니까. 그때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구나.' 근데 어쩌냐. 일은 해야 하니까. 형은 그 프로젝트 끝나고 퇴사했다. "몸 망가지면서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지금은 작은 회사 다닌다. 연봉 좀 줄었는데 야근은 없다고. 부럽다. 약국 영수증 검진 끝나고 약국 갔다. 위장약, 종합 비타민, 간 영양제. 의사가 추천한 거다. 계산하니까 8만 원. 한 달 치다. 연봉 3400만원에 월 40만원 고시원 살면서 한 달에 8만 원을 약에 쓴다. 이상하다. 집에 와서 약 먹었다. 식후 30분, 하루 두 번. 근데 다음 날 야근하면서 저녁 거르고 밤 11시에 치킨 먹었다. 약은 못 먹었다. 공복에 먹으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 약 먹는 것도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불가능하다.엄마한테 말 못 하는 것 이번 주말에 엄마한테 전화 왔다. "회사 어때? 힘들지는 않고?" "괜찮아요." 거짓말이다. 건강검진 결과는 말 안 했다. 걱정하실 거니까. 엄마는 내가 '게임회사' 다닌다는 것만 안다. 게임 QA인지, 하루에 몇 시간 일하는지, CBT 때 어떤지는 모른다. 알면 당장 그만두라고 할 거다. "엄마 아는 애 아들도 게임회사 다니는데 돈 잘 번대. 너도 열심히 해." 그 애는 아마 개발자일 거다. QA는 돈 못 번다. "네, 열심히 할게요." 전화 끊고 나서 씁쓸했다. 27살에 부모님한테 걱정 끼치기 싫어서 거짓말한다. 초라하다. 다음 CBT까지 3주 이번 CBT 준비 시작됐다. 어제 회의에서 일정 나왔다. 빌드는 2주 후, CBT 시작은 3주 후. "이번엔 미리미리 준비해서 야근 없게 합시다." PM이 말했다. 다 웃었다. 불가능한 거 알고 있다. 테스트 케이스 짜기 시작했다. 신규 던전 3개, 신규 보스 5개, 신규 아이템 200개. 확률 검증만 일주일 걸린다. 벌써부터 피곤하다. 건강검진 결과지는 책상 서랍에 넣어뒀다. 가끔 꺼내 본다.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사, 스트레스 관리' 웃긴다. 게임 QA한테 충분한 수면이 어디 있냐고. 그래도 이 일이 싫은 건 아니다. 버그 찾는 건 재밌다. 유저들이 즐겁게 게임하려면 우리가 필요하다. 그건 안다. 근데 몸은 솔직하다. 27살에 간 수치 높고 위염 있고 혈압 올라간다. 30살 되면 어떻게 되냐. 이 업계에서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동료들 봐도 30대 중반 넘어가는 QA는 거의 없다. 다들 이직하거나 직무 전환하거나. 나도 그럴 것 같다. 근데 지금은 일단 다음 CBT를 준비한다. 에너지 드링크 사 놓고, 비상약 챙겨 놓고. 건강검진 결과지는 다시 서랍에 넣는다. 다음 검진은 1년 후다. 그때도 빨간 줄이 있을 거다. 아마 더 많아질 거다.충분한 휴식? CBT 끝나고 생각해볼게.
- 21 Dec, 2025
CBT 첫날, 버그 리포트 폭주
CBT 첫날, 버그 리포트 폭주 월요일 오전 9시 출근했다. 빌드 받았다. 12.3GB. 설치하는 동안 커피 마셨다. 첫 잔. CBT 첫날이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 유저 500명이 접속한다. 팀장이 말했다. "오늘은 크리티컬 버그만 올려." 크리티컬이 뭔지 안다. 게임 못 하게 되는 것. 돈 날리는 것. 욕먹는 것. 빌드 설치 완료. 9시 23분. 게임 켰다. 로딩 화면 나왔다. 새 캐릭터 만들었다. 튜토리얼부터 시작한다.10분 만에 첫 버그 튜토리얼 5번째 스텝. "검을 장착하세요" 라고 나온다. 검을 장착했다. 화면이 멈췄다. 10초 기다렸다. 안 돌아온다. 로그 확인했다. Null Reference Exception. 만티스 켰다. 버그 리포트 작성. 제목: [크리티컬] 튜토리얼 5단계 검 장착 시 클라이언트 프리징 재현율: 5/5 심각도: Critical 담당자: 이재훈 클라이언트 개발자 스크린샷 3장 첨부. 로그 파일 첨부. 등록 완료. 9시 47분. 슬랙에 올렸다. "튜토리얼 막혔어요." 1분 만에 답장 왔다. "확인 중." 게임 재시작했다. 다시 캐릭터 만들었다. 이번엔 검 장착 스킵했다. 넘어갔다. 튜토리얼 끝났다. 마을 나왔다. 2시간에 10개 10시 30분. 버그 리포트 4개 더 올렸다.NPC 대화창 텍스트 깨짐 상점 아이템 구매 시 골드 2배 차감 퀘스트 완료 보상 안 들어옴 스킬 쿨타임 UI 안 돌아감개발자들 슬랙이 난리다. 기획자가 물었다. "골드 2배 차감 재현율이요?" 답했다. "10/10. 무조건 나옵니다." 기획자: "헐..." 이재훈 개발자가 말했다. "튜토리얼 버그 핫픽스 올립니다." 10시 52분. 새 빌드 나왔다. 1.2GB. 설치했다. 커피 마셨다. 두 번째.필드 테스트 새 빌드 설치 완료. 11시 10분. 튜토리얼 다시 돌렸다. 검 장착 됐다. 고쳐졌다. 만티스에 코멘트 달았다. "수정 확인. Close 해도 됩니다." 필드로 나갔다. 초원 지역. 몬스터 잡았다. 슬라임. 경험치 들어왔다. 10마리 잡았다. 레벨업 됐다. 스탯 찍었다. 힘 5 올렸다. 공격력 확인했다. 안 올라갔다. 버그다. 만티스 켰다. 제목: [Major] 스탯 투자 시 능력치 미반영 재현율: 3/3 심각도: Major 힘, 민첩, 지능 전부 안 된다. 체력만 된다. 스크린샷 찍었다. 스탯 찍기 전 공격력 52. 찍고 나서도 52. 로그 파일 확인했다. 스탯 적용 함수 호출 안 됨. 등록했다. 11시 34분. 슬랙에 올렸다. "스탯 버그 크리티컬급입니다." 기획자가 답했다. "CBT 중인데..." 김수진 서버 개발자: "확인할게요." 유저들이 이미 접속 중이다. 500명. 스탯 찍고 있을 거다. 안 올라가는 거 모르고. 점심 시간 없음 12시. 점심 먹으러 가려고 했다. 팀장이 말했다. "겜큐님, 파티 시스템 테스트 부탁해요." 점심은 나중에. 파티 만들었다. 초대했다. 수락했다. 파티 UI 떴다. 멤버 목록 나왔다. 던전 입장했다. 로딩 화면. 들어갔다. 파티원이 안 보인다. 맵에는 있다고 나온다. 화면에는 없다. 버그다. 채팅 쳤다. "보여요?" 답 없다. 아니다. 나한테도 안 보인다. 파티 채팅이 안 간다. 던전 나갔다. 로비로 돌아왔다. 파티원 보인다. 다시 입장했다. 또 안 보인다. 만티스 켰다. 제목: [크리티컬] 던전 입장 시 파티원 렌더링 실패 및 파티 채팅 불통 재현율: 5/5 심각도: Critical 파티 플레이가 CBT 핵심 콘텐츠다. 이거 안 되면 큰일이다. 영상 녹화했다. 3분짜리. 첨부했다. 등록했다. 12시 28분. 슬랙 올렸다. "@channel 파티 던전 막혔어요." 30초 만에 답장 폭주. 기획자: "뭐?" 클라 개발자: "로그 주세요." 서버 개발자: "재현율이요?" 답했다. "5/5입니다. 로그 첨부했어요." QA팀 동료 재민이가 말했다. "나도 같은 거 발견." 재현율 확실하다.오후 1시 점심 먹었다. 편의점 삼각김밥. 2개. 책상에서 먹었다. 게임 돌리면서. 김수진 개발자가 슬랙에 올렸다. "스탯 버그 원인 찾았어요." 나: "수정 언제 나와요?" 김수진: "30분 안에 핫픽스 올릴게요." 기획자가 말했다. "유저들한테 공지 올려야겠네요." 운영팀이 공지 올렸다. "현재 스탯 적용 오류 확인, 긴급 수정 중" 커뮤니티 확인했다. 유저들 난리다. "스탯이 안 올라가요" "버그 아니에요?" "CBT 첫날부터 이래?" 욕은 아직 없다. 다행이다. 오후 1시 40분. 새 빌드 나왔다. 설치했다. 커피 마셨다. 세 번째. 빌드 6개 오후 3시. 총 빌드 6개 받았다. 버그 리포트 15개 올렸다. 크리티컬 4개. Major 6개. Minor 5개. 목이 아프다. 말을 안 했는데. 손목도 아프다. 마우스 클릭 몇 번 했는지. 재민이가 말했다. "에너지 드링크 줄까?" 받아 마셨다. 고맙다. 파티 던전 버그는 아직 안 고쳐졌다. 클라 개발자 이재훈이 말했다. "렌더링 레이어 문제예요. 시간 좀 걸려요." 기획자: "오늘 안에 되나요?" 이재훈: "최선 다하겠습니다." 개발자도 힘들다. 안다. 하지만 유저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후 5시 정규 퇴근 시간. 안 간다. 당연히. CBT 첫날은 원래 이렇다. 저녁 도시락 시켰다. 회사 카드로. 불고기 덮밥. 먹으면서 테스트했다. 오후 5시 30분. 새 빌드 나왔다. 7번째. 파티 던전 수정 빌드다. 설치했다. 기다렸다. 던전 들어갔다. 파티원 보인다. 됐다. 채팅 쳤다. "테스트." 간다. 만티스에 코멘트 달았다. "수정 확인. Close." 슬랙에 올렸다. "파티 던전 수정 확인했습니다." 기획자: "오 감사합니다." 이재훈: "휴..." 모두 지쳤다. 밤 9시 아직 있다. 유저 피드백 확인 중이다. 커뮤니티, 디스코드, 공식 카페. "재미있어요" "그래픽 좋네요" "근데 버그 좀 많아요" 버그 리포트 더 들어온다. 유저들이 찾은 것.특정 지역에서 땅 빠짐 아이템 중복 획득 길드 생성 오류받아 적었다. 만티스에 올렸다. 재현 테스트 해야 한다. 내일. 밤 10시. 퇴근한다. 13시간 일했다. 야근 수당 나온다. 다행이다. 집에 와서 고시원 도착. 10시 50분. 씻었다. 누웠다. 핸드폰 켰다. 회사 슬랙 확인. 새 버그 리포트 3개 더 올라왔다. 내일 아침에 봐야지. 눈 감았다. 그런데 잠이 안 온다. 머릿속에 버그 리포트가 돈다. 튜토리얼 프리징. 스탯 미적용. 파티 렌더링. 골드 2배 차감. 숫자도 돈다. 15개. 7번. 5/5. 13시간. 이게 QA의 일상이다. 화요일 아침 출근했다. 9시 50분. 늦었다. 10분. 팀장이 말했다. "어제 고생했어요. 괜찮아요." 고맙다. 자리 앉았다. 모니터 켰다. 슬랙 확인했다. 밤사이 메시지 47개. 만티스 확인했다. 새 버그 12개. 커피 마셨다. 첫 잔. 오늘도 길다. CBT는 일주일 남았다. 버그는 계속 나올 거다. 우리는 계속 찾을 거다. 고치고, 테스트하고, 확인하고. 반복이다. 그래도. 게임이 좋아진다. 유저가 좋아한다. 그걸로 된다.CBT 첫날, 버그 15개. 빌드 7번. 내일도 똑같다.
- 13 Dec, 2025
버그의 심각도를 보는 눈
버그의 심각도를 보는 눈 오늘 신입이 넘긴 버그 리포트 아침에 출근했다. 신입이 어제 작성한 버그 리포트를 확인했다. "캐릭터 점프 시 그림자 위치 어긋남 - Critical" 한숨 나왔다. 그림자 위치 문제는 Minor다. Critical이 아니다. 신입이니까 모를 수 있다. 나도 1년차 때는 모든 게 중요해 보였다. 심각도 재분류했다. Minor로. 그런데 같은 리포트 아래에 다른 버그가 있었다. "상점에서 아이템 구매 시 골드 차감 안 됨 - Normal" 이건 반대다. 바로 심각도 올렸다. Critical로. 게임 경제 무너지는 버그다. 런칭 전에 못 잡으면 망한다. 신입한테 설명해줬다. "이건 Critical이야. 돈이 안 깎이면 유저들이 무한으로 살 수 있잖아." 신입이 고개 끄덕였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 아직 감이 안 잡힌 것 같다. 당연하다. 나도 3년 걸렸다.1년차 때는 모든 게 Critical 입사하고 첫 프로젝트가 MMORPG였다. 버그를 찾으면 무조건 심각도를 높게 매겼다. 내가 찾은 건 다 중요해 보였다. "NPC 대사에 오타 - Critical" "UI 버튼 정렬 1픽셀 어긋남 - Major" "BGM 루프 시 0.1초 끊김 - Critical" 리드가 전부 다시 분류했다. Minor, Minor, Normal. 처음엔 이해 안 됐다. 오타도 버그고, 정렬도 안 맞고, 소리도 끊기는데 왜 심각하지 않은 거지? 리드가 말했다. "유저가 게임을 못 하면 Critical이야. 나머지는 나중에 고쳐도 돼."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첫 CBT 때 깨달았다. 런칭 3일 전. 버그가 300개 넘게 쌓였다. 다 고칠 수 없었다. 리드가 Critical만 골라냈다. 20개 정도. 나머지는 런칭 후 패치로. 그때 내가 Critical로 올렸던 버그들은 전부 패스됐다. 게임은 정상적으로 런칭됐다. 오타는 유저들이 캡처해서 커뮤니티에 올렸다. 웃음거리가 됐지만 게임은 돌아갔다. 그때 알았다. '심각도'는 우선순위다. 생존의 문제다. 2년차, 패턴이 보이기 시작함 두 번째 프로젝트는 RPG였다. 테스트하면서 버그 심각도를 매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퀘스트 완료 후 보상 안 들어옴 - Critical" "던전 입장 시 로딩 무한 - Critical" "PVP 매칭 안 됨 - Major" 리드가 확인하고 고개 끄덕였다. "맞아. 이대로 올려." 처음으로 재분류 안 당했다. 패턴이 생겼다. 유저가 진행을 못 하면 Critical. 유저가 손해를 보면 Critical. 서버가 죽으면 Critical. 나머지는 Major 이하. 던전에 못 들어가면 진행 불가. Critical. 보상을 못 받으면 손해. Critical. PVP는 필수 콘텐츠는 아님. Major. 이 기준이 생기니까 판단이 빨라졌다. 그런데 아직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레이드 보스 패턴 2페이즈에서 스킬 안 씀" 이건 뭐지? 버그는 맞다. 그런데 심각도는? 기획서 확인했다. 2페이즈에서 광역기를 써야 하는데 안 쓴다. 보스가 너무 쉬워진다. 일단 Major로 올렸다. 다음날 리드가 불렀다. "이거 Critical이야. 밸런스 붕괴야. 레이드 난이도가 존재 의미를 잃어." 아, 맞다. 레이드는 엔드 콘텐츠다. 여기가 쉬우면 유저들이 할 게 없다. 게임 수명이 짧아진다. 또 배웠다. 밸런스 붕괴도 Critical이다.3년차, 이제는 감이다 지금은 버그 리포트를 보면 1초 만에 안다. 심각도가 뭔지. "스킬 쿨타임 초기화 버그 - 유저가 무한으로 스킬 쓸 수 있음" Critical. 즉시 기획자한테 알림.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특정 헤어스타일 선택 시 크래시" Critical. 유저가 게임 시작을 못 한다. "상점 UI에서 아이템 설명 텍스트 잘림" Minor. 불편하지만 구매는 가능하다. "튜토리얼 스킵 버튼 작동 안 함" Major. 복귀 유저가 짜증 난다. 이탈률 오른다. "필드 보스 리젠 시간 30분→3분으로 변경됨" Critical. 서버 과부하 온다. 게임 터진다. 더 이상 기획서를 일일이 안 본다. 게임 구조가 머릿속에 있다. 이 버그가 어디에 영향을 주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경제 시스템 버그는 무조건 올린다. 진행 차단 버그는 최우선이다. 크래시는 재현율 확인하고 판단한다. UI 버그는 대부분 낮게 매긴다. 신입이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아세요?" 설명하기 어렵다. "감이야. 많이 보면 돼." 신입이 답답한 표정이다. 나도 알아. 그 심정. 나도 1년차 때 같은 질문 했다. 근데 진짜 답은 그거다. 경험. 심각도는 맥락이다 어제 재밌는 일이 있었다. QA 회의에서 버그 하나가 논쟁이 됐다. "PVP에서 특정 스킬 조합 사용 시 상대방 화면 멈춤" 누군가는 Critical이라고 했다. "PVP를 못 하잖아요." 누군가는 Major라고 했다. "재현율이 낮아요. 특정 조합이 필요해요." 리드가 물었다. "PVP 시즌이 언제 시작하지?" "2주 후요." "Critical." 모두가 고개 끄덕였다. 같은 버그도 타이밍에 따라 심각도가 바뀐다. PVP 시즌 전이면 Critical. 평소면 Major. 런칭 직전이면 모든 크래시가 Critical. 런칭 후 안정기면 재현율 낮은 크래시는 Normal. 이벤트 기간이면 이벤트 관련 버그는 우선순위 1순위. 평소면 나중에 고쳐도 된다. 심각도는 절대적이지 않다. 상황에 따라 바뀐다. 이게 제일 어렵다. 기준이 고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하다. 프로젝트를 여러 번 겪어봐야 한다. 런칭을 여러 번 해봐야 한다. 신입은 절대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건 버그니까 Critical." 3년차는 맥락으로 판단한다. "이건 지금 고쳐야 하니까 Critical." 차이가 크다. 틀릴 때도 있다 물론 나도 틀린다. 지난달에 버그를 Normal로 올렸다. "특정 NPC 상호작용 시 카메라 각도 이상함" 별거 아닌 것 같았다. 게임은 진행된다. 카메라만 조금 이상할 뿐. 런칭 후 커뮤니티에 글 올라왔다. "이 NPC 대화하면 치마 속이 보임 ㅋㅋㅋ" 난리 났다. 캡처 돌아다니고, 기사 나오고, 페미 커뮤니티에서 난리. 긴급 패치 들어갔다. 리드가 말했다. "이거 Critical이었어. 놓쳤네." 내 잘못이다. 카메라 버그인 줄만 알았다. 그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 못 했다. 유저 반응까지 예측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Minor여도, 유저한테 Critical이면 그게 Critical이다. 여기까지는 아직 감이 부족하다. 더 배워야 한다.신입한테 해주는 말 오늘 신입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심각도를 잘 볼 수 있어요?" 내가 한 말. "일단 많이 틀려봐." 처음엔 다 틀린다. Critical을 Minor로 보고, Minor를 Critical로 본다. 당연하다. 틀리면 리드가 고친다. 그때 왜 틀렸는지 물어봐라. "왜 이게 Critical인가요?" "왜 이건 Minor인가요?" 이유를 알면 다음엔 안 틀린다.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봐." 개발자 입장이 아니라 유저 입장. 이 버그 때문에 유저가 게임을 못 하나? 이 버그 때문에 유저가 돈을 잃나? 이 버그 때문에 유저가 화내나? 답이 "예스"면 심각도 올려라. "런칭을 경험해봐." CBT, 오픈 베타, 정식 런칭. 직접 겪어봐야 안다. 런칭 전날 밤에 어떤 버그를 먼저 고치는지 봐라. 그게 Critical이다. 런칭 후 유저들이 어떤 버그에 화내는지 봐라. 그것도 Critical이다. 책에는 안 나온다. 몸으로 배워야 한다. "3년 걸린다." 조급해하지 마. 나도 3년 걸렸다. 1년차는 기준을 배운다. 2년차는 패턴을 본다. 3년차는 감이 생긴다. 지금은 틀려도 괜찮다. 그게 배우는 과정이다. 신입이 고개 끄덕였다. 표정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퇴근길 생각 오늘도 버그 리포트 30개 처리했다. 심각도 분류하고, 재현하고, 로그 확인하고. 3년 전 나는 하루에 5개도 제대로 못 했다. 지금은 30개. 빨라진 게 아니다. 눈이 생긴 거다. '이건 Critical'이라는 확신. '이건 Major'라는 판단. '이건 Minor'라는 여유. 이게 3년의 값어치다. 연봉은 여전히 낮다. 야근은 여전히 많다. 처우는 여전히 안 좋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이제 버그를 본다. 신입이 못 보는 걸 본다. 개발자가 놓친 걸 본다. 기획자가 예상 못 한 걸 본다. 이게 내 능력이다. 3년 동안 만든. 집에 가는 지하철 안. 커뮤니티 들어가 봤다. 우리 게임 글이 있다. "오늘 업데이트 후 버그 없네? QA 일 제대로 하나 봄" 한 줄 댓글이지만 기분 좋다. 우리가 잘 걸러내면 유저는 몰라. 그게 우리 일이다. 집 도착. 씻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도 버그 본다. 심각도 판단한다. 틀리면 배운다. 3년차 QA. 버그를 보는 눈을 가진 사람. 그게 나다.Critical은 절대적이지 않다. 타이밍과 맥락이다. 3년 걸려서 배웠다.
- 09 Dec, 2025
팀 동료들, 우리만의 야근 문화
새벽 3시의 메시지 "버그 찾았다." 슬랙에 민수 형 메시지가 떴다. 새벽 3시 42분. 나도 찾았다. 같은 버그인지 확인했다. 다른 거였다. "저도요. 다른 건데." "ㅋㅋㅋ 대박" 이게 우리의 대화다. 새벽에 버그를 찾고 웃는다. CBT 3일째다. 오늘은 네 번째 밤샘이다. 집에 간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사무실 소파에서 자고, 편의점 도시락 먹고, 다시 테스트한다. 피곤하다. 눈이 따갑다. 레드불을 다섯 캔 마셨다. 근데 이상하게 혼자가 아니다.QA팀은 다섯 명 나 포함 다섯 명이다. 민수 형, 32세. 경력 7년. QA팀 막내였던 애가 이제 팀장이다. 버그 찾는 감이 신급이다. "이거 수상한데?" 하면 90% 터진다. 지원이 누나, 29세. 경력 5년. 밸런스 테스트의 신. 엑셀로 확률 계산하는 속도가 인간이 아니다. "확률 0.3% 차이 나는데요?" 같은 말을 한다. 준호, 27세. 나랑 동기. 같이 입사했다. 3년 전 신입 교육 때 "게임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당연하죠." 지금은 둘 다 복잡하다. 수진이, 24세. 막내. 1년 차. 아직 눈이 살아있다. "와 이 게임 재밌어요!"라고 한다. 1년 뒤엔 저 말 안 할 거다. 우리 다섯 명이 전부다. 개발팀은 50명이다. 기획은 15명, 아트는 20명, 프로그래밍은 15명. QA는 5명이다. 50명이 만든 걸 5명이 테스트한다. 말이 되나? 근데 우리끼리는 잘 맞는다. 이상하게. 야근의 단계 10시 출근이다. 정상 퇴근은 7시다. 실제로 7시에 퇴근하는 날은 일 년에 열흘도 안 된다. 평소는 9시 퇴근이다. 2시간 야근. '오늘은 일찍 갔네' 소리 듣는다. 업데이트 전 일주일은 11시 퇴근이다. 치킨이 나온다. 회사 돈으로. CBT 일주일 전부터는 집에 안 간다. 사무실에서 잔다. 소파 두 개, 바닥 세 명. 로테이션 돈다. 런칭 전 3일은 잠을 안 잔다. 레드불과 커피로 버틴다. 민수 형이 "이건 전쟁이다"라고 했다. 맞다. 근데 이 야근을, 혼자 하면 못 한다. 같이 하니까 한다.새벽의 루틴 새벽 2시쯤 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민수 형이 일어난다. "커피 타러 간다. 누구?" 다 손 든다. 다섯 명이 우르르 탕비실로 간다. 믹스커피 다섯 개를 탄다. 설탕 두 스푼씩 더 넣는다. 각성용이다. 탕비실에서 10분 정도 떠든다. "오늘 몇 개 찾았어?" "17개요." "나 23개." "나 8개... 적네." "크리티컬은?" "3개." 버그 개수를 자랑한다. 이상하다. 버그를 찾아서 뿌듯하다. 더 이상하다. 커피 들고 돌아온다. 다시 테스트한다. 새벽 4시쯤 되면 또 집중력이 떨어진다. 누가 "라면 먹을까요?" 한다. 다 찬성한다. 편의점 간다. 사무실 건물 1층. 라면 다섯 개, 김밥 세 줄, 삼각김밥 몇 개. 탕비실에서 라면 끓인다. 다 같이 먹는다. "이 던전 밸런스 이상한 거 같은데." "맞아, 보스 너무 쎔." "로그 보니까 클리어율 12%." "기획 의도래. 하드코어 유저용." "하드코어 아니라 고어코어잖아." 게임 얘기하면서 먹는다. 일인지 대화인지 모르겠다. 근데 이 시간이 좋다. 솔직히. 버그의 희열 버그에도 등급이 있다. Minor. 별로 안 중요함. 텍스트 오타, UI 살짝 어긋남. 나중에 고쳐도 됨. Normal. 보통. 기능 작동은 하는데 뭔가 이상함. 고쳐야 하는데 급하진 않음. Major. 중요함. 기능이 제대로 안 됨. 빨리 고쳐야 함. Critical. 크리티컬. 게임 터짐. 서버 다운. 런칭 못 함. 당장 고쳐야 함. 크리티컬 버그를 찾으면 희열이다. "크리티컬 찾았다!" 다 모인다. 내 모니터 앞으로. "어떻게 재현해?" "이렇게, 이렇게, 그리고 이렇게." 화면이 터진다. 검은 화면. 강제 종료. "대박." "이거 런칭 전에 못 찾았으면..." "ㄷㄷㄷ" 다 같이 떤다. 그리고 웃는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버그를 찾아서 좋아한다. 게임이 터져서 기뻐한다. 근데 이게 우리 일이다.개발자들과의 관계 개발팀이랑은 미묘하다. 버그 리포트 올리면, 개발자가 확인한다. "재현 안 되는데요?" "저는 됐는데..." "다시 해봐요." 다시 한다. 또 터진다. 영상 찍어서 보낸다. "아 이거 스펙이에요." "...?" "기획 의도예요." 화난다. 근데 참는다. 가끔은 개발자가 고맙다고 한다. "이거 못 찾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런칭 후에 터졌으면..." 그럴 때 보람이다. 조금. 근데 대부분은 "또 버그예요?" 소리 듣는다. 우리도 알다. 개발자들도 야근한다. 힘들다. 근데 우리도 힘들다. 버그 찾는 게 우리 일이다. 미안하지만. 우리만의 농담 팀 안에서만 통하는 농담이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 게임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하는 말. 우리 인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확률이 거짓말을 하네." 뽑기 확률이 이상할 때. 인생도 확률이 안 맞는다는 뜻. "로그를 보자." 문제가 생겼을 때. 인생도 로그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 "재현율 100%." 버그가 항상 터질 때. 우리 인생의 불행도 재현율 100%라는 뜻. "이거 핫픽스 대상." 심각한 문제. 우리 인생도 핫픽스가 필요하다. 민수 형이 "우리 팀 슬랙 대화 보면 정신병원 같을 거다"라고 했다. 맞다. 근데 재밌다. 런칭 성공의 순간 CBT가 끝났다. 런칭일이다. 서버 오픈. 오후 2시. 우리 다섯 명 다 출근했다. 오전 9시부터. 긴장된다. 버그 터지면 우리 책임이다. 2시가 됐다. 서버 켜졌다. 유저들이 접속한다. 동시 접속자 1만 명, 2만 명, 3만 명. 슬랙에 메시지가 쏟아진다. "렉 심하다는 제보 있어요." "서버 터질 거 같은데요?" 긴장이 최고조다. 민수 형이 모니터를 계속 본다. 지원이 누나가 로그를 분석한다. 3만 5천 명. 서버가 버틴다. "괜찮은데?" "버그 제보 없어요." 4만 명. 5만 명. "안정적인데?" 민수 형이 웃는다. "해냈다." 오후 6시. 런칭 4시간. 크리티컬 버그 제보 없음. 민수 형이 일어났다. "회식 간다. 다 나온다. 지금." 회사 카드로 고기집 갔다. 삼겹살 10인분 시켰다. 소주 마셨다. 다 같이. "수고했다." "다들 고생했어요." "다음 업데이트는 언제죠?" "ㅋㅋㅋ 일주일 뒤." "미친." 웃었다. 다 같이. 이 순간만큼은 좋았다. 퇴사를 고민할 때 준호가 말했다. 이번 달 초. "나 이직 알아보는 중이야." 놀라지 않았다. 나도 생각 중이니까. "어디?" "그냥... QA 말고 다른 거." "뭐?" "모르겠어. 근데 이건 아닌 거 같아." 맞다. 이건 아니다. 3년 했다. 연봉은 500만 원 올랐다. 3400만 원. 개발자들은 5000만 원 넘는다. 같은 연차인데. 야근은 더 많아졌다.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 나빠졌다고 했다. 게임은 더 이상 재미없다. 일이 됐다. 근데 퇴사는 못 하겠다. 이 팀을 떠나는 게 싫다. 민수 형, 지원이 누나, 준호, 수진이. 같이 밤샘하고, 라면 먹고, 버그 찾고, 웃던 사람들. 이게 유일한 위로였다. "나도 고민 중이야." "진짜?" "응." "근데 못 나가겠다." "나도." 둘이 웃었다. 쓸쓸하게. 오늘도 야근 오늘은 화요일이다. 신규 업데이트 일주일 전이다. 테스트할 콘텐츠가 산더미다. 신규 던전 3개, 신규 캐릭터 2개, 밸런스 패치. 오전 10시 출근했다. 빌드 받았다. 설치했다. 테스트 시작했다. 점심 먹었다. 구내식당 김치찌개. 맛없다. 먹었다. 오후 테스트 계속했다. 버그 8개 찾았다. 리포트 올렸다. 저녁 7시. 퇴근 시간. 민수 형이 말했다. "오늘 야근 어때?" 다 남았다. 치킨 시켰다. 회사 돈으로. 후라이드 두 마리, 양념 한 마리. 치킨 먹으면서 테스트했다. "이 던전 밸런스 이상한데." "로그 보자." "클리어율 너무 낮아." 밤 11시. 테스트 끝났다. "내일 봐요." "수고했어." "조심히 가." 고시원 돌아왔다. 씻었다. 누웠다. 피곤하다. 근데 내일 또 간다. 민수 형이 있고, 지원이 누나가 있고, 준호가 있고, 수진이가 있다. 혼자면 못 한다. 같이니까 한다. 이게 우리의 야근 문화다. 이상한 위로다. 근데 이게 전부다. 지금은.새벽 3시. 슬랙 알림. "버그 찾았다." 우리만 아는 희열.
- 09 Dec, 2025
Mantis에 버그를 등록하는 순간의 쾌감
Mantis에 버그를 등록하는 순간의 쾌감 오전 10시, 새 빌드 출근했다. 오늘 빌드가 떨어졌다. ver.1.2.3.456. 신규 던전 추가 빌드. 설치하면서 커피 한 잔. 오늘도 버그를 찾는다. 팀장이 말했다. "이번 빌드 깔끔할 거야." 개발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다. 나는 웃었다. 곧 알게 될 거다.첫 버그, 11시 20분 신규 던전 입장했다. 로딩이 끝나고 화면이 떴다. 보스가 벽에 박혀 있다. 완전히 박혀서 공격도 안 된다. 웃음이 나왔다. 시작부터 대박이네. 스크린샷 찍고, 로그 확인했다. 좌표값이 이상하다. Mantis 켰다. 제목: [던전] 보스 몬스터 스폰 위치 오류 심각도: Major 재현율: 10/10 상세 내용 적는다. "보스가 벽 안쪽 좌표에 스폰됨. 플레이어 접근 불가. 던전 클리어 불가능." 로그 붙이고, 스크린샷 첨부. 등록 버튼 눌렀다. BUG-3421. 오늘 첫 번째다. 기분이 좋다. 이게 내 일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보스 스폰 위치를 치트로 수정했다. 테스트를 계속한다. 보스 잡았다. 보상 드롭됐다. 아이템을 주웠다. 그런데 인벤토리에 안 들어온다. 로그 확인. 아이템 ID가 NULL이다. BUG-3422. Critical. "보스 드롭 아이템 ID 누락. 획득 불가." 바로 이어서 세 번째. 던전 나가려는데 퇴장 버튼이 안 먹힌다. 클릭해도 반응 없음. BUG-3423. Major. "던전 퇴장 버튼 미작동. 플레이어 갇힘." 오후 12시 30분. 3개 등록했다. 모두 Major 이상. 기획자한테 슬랙 날렸다. "이번 빌드 큰일났어요." 답장 왔다. "...확인할게요."점심, 그리고 오후 밥 먹으러 나갔다. 팀 동료 재민이랑 같이. "몇 개 찾았어?" "3개. 너는?" "나는 5개. UI쪽 다 깨졌어." 웃으면서 먹었다. 우리끼리는 버그가 많으면 좋다. 할 일이 생기니까. 오후 2시. 다시 테스트. 네 번째 버그. 스킬 쿨타임이 안 돌아간다. 한 번 쓰면 끝. 재사용 불가. BUG-3424. Major. 다섯 번째. 몬스터 HP가 음수로 간다. -1500 HP에도 안 죽는다. BUG-3425. Critical. 여섯 번째. 파티 초대가 안 된다. "알 수 없는 오류" 메시지만 뜬다. BUG-3426. Normal. 3시 30분. 벌써 6개다. 오늘 대박이네. 심각도 분류의 기술 버그를 찾는 건 쉽다. 게임 하면 나온다. 어려운 건 심각도다. Critical, Major, Normal, Minor, Trivial. 기준이 있다. Critical: 게임 진행 불가. 서버 다운. 결제 오류. Major: 주요 기능 마비. 플레이 심각한 지장. Normal: 불편하지만 우회 가능. Minor: 사소한 오류. 체감 낮음. Trivial: 오타, 툴팁 오류. 이게 애매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UI 텍스트가 겹친다. 개발자는 Minor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상점 가격이면? 플레이어가 잘못 산다. 환불 요청 들어온다. 이건 Normal이다. 경력이 쌓이면 감이 생긴다. "이건 유저들이 난리 칠 거야." "이건 아무도 모를 거야." 그 감으로 분류한다. 오늘 찾은 6개. Critical 2개, Major 3개, Normal 1개. 개발팀이 싫어할 리스트다.일곱 번째부터 열 번째 오후 4시. 계속 플레이한다. 일곱 번째. BGM이 끊긴다. 특정 구간에서. BUG-3427. Minor. 여덟 번째. 아이템 툴팁 오타. "공격격" → "공격력" BUG-3428. Trivial. 아홉 번째. 업적이 안 달린다. 조건 채워도 반응 없음. BUG-3429. Normal. 열 번째. 이게 좀 애매했다. 확률형 상자를 100번 열었다. 전설 등급이 한 번도 안 나왔다. 확률 표기는 1%다. 100번 중 0번. 이게 버그일까? 확률이니까 원래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하다. 200번 더 열었다. 총 300번. 전설 0개. 이건 버그다. 로그 뒤졌다. 확률 테이블 확인했다. 전설 등급 가중치가 0으로 박혀 있다. 코드 실수다. BUG-3430. Critical. "확률형 상자 전설 등급 드롭률 0%. 가중치 설정 오류." 이거 런칭 전에 못 잡았으면 큰일날 뻔했다. 매출 직결이다. 오후 5시 30분. 오늘 할당량 끝. 10개 등록 완료. Mantis 창을 보는 시간 리포트 정리한다. 각 버그마다 체크한다.재현 단계 명확한가 로그 첨부했나 스크린샷 있나 심각도 적절한가 담당자 지정했나한 개씩 다시 읽는다. BUG-3421. Major. 보스 스폰. BUG-3422. Critical. 아이템 드롭. BUG-3423. Major. 퇴장 버튼. BUG-3424. Major. 스킬 쿨타임. BUG-3425. Critical. 음수 HP. BUG-3426. Normal. 파티 초대. BUG-3427. Minor. BGM 끊김. BUG-3428. Trivial. 오타. BUG-3429. Normal. 업적. BUG-3430. Critical. 확률 오류. Critical 3개. Major 4개. Normal 2개. Minor 1개. Trivial 1개. 완벽하다. 이 순간이 좋다. 하루 일과의 결과물. 개발자들은 코드를 짠다. 기획자들은 문서를 쓴다. 나는 버그를 찾는다. Mantis에 쌓인 리포트가 내 성과다. 퇴근 전 슬랙 오후 6시. 개발팀장한테서 슬랙 왔다. "오늘 리포트 확인했습니다." "Critical 3개는 내일 아침까지 수정하겠습니다." "Major들은 이번 주 내로요." 답장 보냈다. "확인했습니다. 수정 빌드 나오면 재테스트하겠습니다." 기획자한테서도 왔다. "확률 버그 잡아줘서 감사합니다." "큰일 날 뻔했네요." 이런 말 들으면 기분 좋다. 보통은 "버그가 왜 이렇게 많아요?" 소리 듣는다. 우리가 버그 만드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가끔은 인정받는다. "잘 찾았어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럴 때 보람 느낀다. 재민이가 물었다. "오늘 몇 개?" "10개. 너는?" "8개." 둘이 웃었다. 오늘 우리 팀 18개다. 팀장이 좋아할 거다. 야근은 없다 오늘은 정시 퇴근이다. CBT 기간 아니면 칼퇴 가능하다. 물론 런칭 전에는 12시간씩 박는다. 하지만 오늘은 괜찮다. 짐 챙겼다. 노트북, 이어폰, 텀블러. Mantis 한 번 더 봤다. BUG-3421부터 3430까지. 오늘 내가 만든 숫자들. 다 의미 있다. 이거 하나하나가 게임을 낫게 만든다. 플레이어들은 모른다. 이 버그들이 있었다는 걸. 우리가 찾아서 없앴으니까. 그게 QA다. 보이지 않는 일. 인정받지 못하는 일.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퇴근했다. 집에 와서 고시원 들어왔다. 좁다. 3평. 침대, 책상, 옷장. 그게 다다. 씻고 누웠다. 핸드폰 켰다. 회사 게임 커뮤니티 들어갔다. 유저들이 말한다. "이번 업데이트 기대된다." "신규 던전 언제 나와요?" 다음 주 목요일이다. 그때까지 우리가 다듬는다. 댓글 읽으면서 생각했다. 내일도 버그 찾는다. 모레도, 글피도. 런칭까지 매일. 유저들이 편하게 게임하도록. 그게 내 일이다. 연봉은 낮다. 3400만원. 개발자 절반도 안 된다. 야근도 많다. CBT 때는 밤샘이다. 그래도 이 일이 나쁘지 않다. 특히 Mantis에 버그 등록할 때. 오늘처럼 10개 채울 때. 성취감 있다. "내가 이만큼 했구나." 숫자로 보이니까 좋다. BUG-3421, 3422, 3423... 계속 쌓인다. 내 흔적이다. 잠들기 전에 메모했다. "내일 할 일: Critical 3개 재테스트" 눈 감았다. 내일도 버그를 찾는다.오늘 10개. 내일은 더 찾는다.
- 03 Dec, 2025
런칭 후 버그 터졌을 때 QA의 심정
런칭 후 버그 터졌을 때 QA의 심정 디스코드가 터진 날 런칭 3일 차. 새벽 2시. 디스코드 알림이 미쳤다. 100개. 200개. 멈추지 않는다. "아이템 복사 버그 있음" "퀘스트 완료 안 됨" "접속 끊김"유저들이 찾았다. 우리가 못 찾은 버그를. 팀장 전화가 왔다. "출근해." 회의실의 시선 오전 10시. 긴급 회의. 개발팀 전원. 기획팀 전원. 그리고 우리 QA팀. "QA에서 이거 못 찾았어요?" 대표이사가 물었다. 나를 보면서. 말이 안 나왔다. "죄송합니다"만 했다. 옆자리 윤서가 설명했다. "케이스를 못 찾았습니다. 특정 조건에서만..." "특정 조건?" 개발팀장이 웃었다. 비웃는 웃음. "유저들은 10분 만에 찾았는데?" 할 말이 없었다.우리가 3개월 테스트했다. 매일 12시간씩. 유저 10만 명이 3일 했다. 총 300만 시간. 이길 수가 없다. 숫자로. 테스트 로그를 뒤진다 회의 끝나고 자리로. 내 테스트 로그를 열었다. 3개월 치. "아이템 획득 테스트 - 정상" "인벤토리 테스트 - 정상" "퀘스트 보상 테스트 - 정상" 다 했다. 분명히 다 했다. 그런데 왜 못 찾았을까. 유저 제보를 다시 봤다. "아이템 획득 중 네트워크 끊기면 복사됨" 아. 네트워크 불안정 상황. 우리는 사무실에서 테스트했다. 와이파이 빵빵한 곳에서. 유저는 지하철에서 했다. LTE 들락날락하는 곳에서. 그 차이였다. 재현 테스트 오후 내내 재현했다. 와이파이 껐다 켰다 반복. 100번. 51번째에 터졌다. 아이템 2개가 됐다. "재현했습니다." 개발팀에 리포트 올렸다. 개발자가 답했다. "알았어요. 근데 왜 런칭 전에 못 찾았죠?" 또 그 질문. "네트워크 불안정 테스트가 부족했습니다." "그걸 QA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다. 우리가 해야 했다.말이 안 나왔다. "죄송합니다"만 또 했다. 커뮤니티 반응 점심시간. 커뮤니티를 봤다. "이 회사 QA 뭐 함?" "테스트도 안 하고 런칭했냐" "돈만 받고 놀았네" 칼이었다. 하나하나가. 댓글 200개. 추천 500개. 옹호하는 댓글은 없었다. "QA가 사람인데 다 찾겠어요?" 이 댓글도 있었다. 추천 5개. 나머지는 욕이었다. 창을 껐다. 더 못 봤다. 야근의 이유 저녁 9시. 아직도 회사. 버그 리스트를 정리했다. 유저 제보 500건. 중복 제거하니 80건. 심각도 분류했다. Critical 12건. High 35건. Medium 33건. Critical 12건은 핫픽스 대상. 내일 새벽까지. 개발팀이 수정하면 내가 확인한다. 전수 확인. 예상 시간 6시간. 새벽 4시쯤 끝날 것 같다. 집에는 못 간다. 오늘도. 편의점 도시락 먹었다. 세 번째. 동료의 위로 새벽 1시. 윤서가 커피를 줬다. "너 탓 아니야." "근데 다들 나를 봐." "나도 봐. 우리 팀 전체를 봐." 윤서도 힘들다는 걸 안다. 리드 QA라서 더. "우리가 할 수 있는 거 했어. 시간도 부족했고 인력도 부족했어." 맞다. QA 3명이서 RPG 전체를 테스트했다. 개발자는 20명인데. QA는 3명. "그래도 유저는 모르잖아." "응. 모르지." 윤서가 자기 자리로 갔다. 테스트하러. 나도 했다. 핫픽스 빌드 확인. 4시의 퇴근 새벽 4시 반. 마지막 버그 확인 끝. "전수 확인 완료. 배포 가능합니다." 개발팀장한테 메시지 보냈다. 답장은 안 왔다. 자고 있겠지. 사무실 불을 껐다. 마지막 남은 사람.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봤다. 눈이 충혈됐다. 3일 동안 15시간씩 일했다. 얼굴이 푸석하다. 27살 얼굴이 아니다. 택시 탔다. 회사 법인카드로. 기사님이 물었다. "야근하셨어요?" "네." "힘드시겠네요." "네." 더 할 말이 없었다. 핫픽스 배포 다음 날 오후. 핫픽스 나갔다. 공지가 떴다. "긴급 점검 완료. 버그 수정했습니다." 커뮤니티 반응을 봤다. "수정 빠르네" "이제야 하네"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칭찬은 없었다. 당연한 걸 했다고 생각하니까. 욕은 줄었다. 그게 다행이었다. QA 얘기는 더 이상 없었다. 관심 밖. 우리가 밤샘한 건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6시간 동안 전수 테스트한 것도. 그냥 "개발팀이 수정했다"로 끝. 팀장의 말 오후 회의. 팀장이 말했다. "다들 고생했어. 특히 QA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긴급 회의 때는 없던 말. "근데 다음부터는 네트워크 불안정 케이스도 체크하자." 또 숙제가 생겼다. 체크리스트에 항목 추가. "네트워크 불안정 시나리오 테스트" 이미 200개 넘는 체크리스트. 거기에 하나 더. 시간은 그대로인데. 일은 늘었다. "시간 더 주실 수 있나요?" 윤서가 물었다. "런칭 일정은 이미 정해졌어. 다음 업데이트도." 없다는 뜻이었다. 무력감의 정체 퇴근길.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왜 이렇게 무력할까. 우리가 못해서? 아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시간이 없어서? 맞다. 하지만 핑계처럼 들린다. 유저가 더 많아서? 맞다. 하지만 변명처럼 들린다. 결국 답은 하나다. 버그는 항상 나온다. 100% 막을 수 없다. 근데 사람들은 100%를 원한다. 개발자 실수는 "버그"라고 한다. QA 실수는 "직무유기"라고 한다. 같은 실수인데 다르게 본다. 그래도 하는 이유 집에 도착했다. 고시원 방.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그만둘까 생각했다. 100번째쯤. 이직할까 생각했다. 200번째쯤. 근데 안 한다. 아직은. 왜냐면. 버그 찾는 게 재밌어서. 가끔. 유저들이 즐기는 거 보면 뿌듯해서. 가끔. "버그 없네. QA 잘했다"는 말 들으면 좋아서. 거의 안 들리지만. 그리고 이거.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개발자가 만들면 누군가는 확인해야 한다. 그게 우리 일이니까. 다음 버전 다음 날 출근. 새 빌드 받았다. 차기 업데이트 빌드. 신규 던전. 테스트 시작했다. 또. 던전 입장. 몬스터 잡기. 보상 확인. 정상이다. 지금은. 근데 안다. 어딘가에 버그가 있다는 걸. 내가 못 찾을 수도 있다는 걸. 런칭 후 유저가 찾을 수도 있다는 걸. 그때 또 무력할 거라는 걸. 그래도 한다. 찾을 수 있는 만큼. 마우스를 움직였다. 던전 2회차. 체크리스트를 켰다. 201개 항목. 하나씩 체크했다. 오늘도.버그는 항상 나온다. 근데 QA는 항상 욕먹는다. 그게 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