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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덕후 친구들의 부러움, 그 뒤의 진실

게임 덕후 친구들의 부러움, 그 뒤의 진실

게임 덕후 친구들의 부러움, 그 뒤의 진실 "너 진짜 좋겠다" 친구들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이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좋겠다." 할 말이 없다. 뭐라고 해야 할지. "응, 좋아" 라고 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아니야 힘들어" 라고 하면 "그래도 게임하잖아" 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냥 웃는다. 애매하게. 어제도 고등학교 동창 만났다. 똑같은 말 들었다. "야 너 RPG 테스트한다며? 와 진짜 부럽다. 나도 게임하면서 돈 벌고 싶다." 얘는 은행원이다. 연봉 4500만원. 나보다 1100만원 많다. 근데 나를 부러워한다. 게임하니까. 설명할 수 없었다. 오늘 내가 뭘 했는지.오늘 한 일 오전 10시 출근했다. 새 빌드 받았다. 신규 던전 추가됐다. "환영의 동굴" 이라는 이름이다. 레벨 45 콘텐츠. 기획서 확인했다. 보스 패턴 3가지, 중간 보스 2마리, 일반 몹 5종류. 테스트 시작했다. 캐릭터 레벨 45로 세팅. 치트 켜고 들어갔다. 첫 플레이: 15분. 보스한테 죽었다. 패턴 파악. 두 번째: 12분. 클리어. 버그 없음. 보상 확인. 세 번째: 보스 스킬 2번에서 캐릭터가 벽 뚫고 나갔다. 버그 발견. 스크린샷 찍고 Mantis에 등록. "환영의 동굴 - 보스 스킬 사용 시 캐릭터 벽 관통 현상" 재현율: 5회 중 2회 심각도: Major 환경: Windows 10, i7-9700, RTX 2070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점심시간이다. 12시 30분. 오후에 또 들어갔다. 일곱 번째부터 스무 번째까지. 같은 던전. 같은 보스. 같은 패턴. 보스 대사를 외운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이제 자동으로 손이 움직인다. 회피, 공격, 스킬, 포션. 게임이 아니다. 작업이다. 오후 5시. 던전 30번 돌았다. 버그 7개 찾았다. Major 2개, Minor 5개. 친구가 부러워하는 건 이게 아닐 텐데.게임 덕후의 역설 나는 게임 좋아한다. 진짜로. 중학교 때부터 했다. RPG, FPS, AOS 다 좋아했다. 대학 때 게임 동아리 회장이었다. PC방에서 살았다. "게임 관련 직업 갖고 싶다" 고 생각했다. QA 공고 봤을 때 바로 지원했다. 붙었다. 기뻤다. 첫 달은 좋았다. 진짜 좋았다. 회사에서 게임한다. 돈 받는다. 꿈 같았다. 두 번째 달부터 달라졌다. 같은 스테이지를 100번 돌았다. 밸런스 테스트 때문이다. 드랍률 확인. "에픽 아이템 드랍률 1% 맞는지 확인해주세요." 100번 돌아야 한다. 통계적으로. 50번째쯤 되니까 게임이 아니었다. 노가다였다. 100번 끝나고 엑셀에 정리했다. "드랍률 0.8%, 기획 수치 1%보다 낮음. 확인 필요." 기획자한테 물어봤다. "이거 스펙이에요?" "아 그거 코드 확인해보겠습니다." 다음날 답 왔다. "버그 맞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또 100번 돌았다. 수정 확인. 이번엔 1.2% 나왔다. 통과. 200번 돌았다. 같은 스테이지. 좋아하는 게임이었다. 베타 때부터 기대했던 게임. 이제 보기 싫다. 역설이다. 좋아하는 게임을 일로 하면 싫어진다. 친구들은 이걸 모른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만 본다. 게임이 게임이 아닐 때를 모른다. 야근은 기본 CBT 일주일 전이다. 팀장이 말했다. "다들 고생 많으실 텐데, 이번 주 야근 부탁드립니다." 부탁이 아니다. 통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11시 퇴근. 토요일 출근. 일요일 출근. CBT 시작하는 금요일, 회사에서 잤다. 간이 침대 깔고. 5명이서. 24시간 모니터링이다. 서버 터지면 바로 대응. 유저들 버그 제보 들어온다. 실시간 확인한다. "상점에서 아이템 구매 시 골드가 안 빠져요." 재현 확인. 로그 확인. 개발팀에 전달. 새벽 3시다. 커피 네 잔째. "던전 입장이 안 돼요." 또 확인. 또 로그. 또 전달. 새벽 5시. 눈이 안 떠진다. 잠깐 잤다. 1시간. 7시에 깼다. 버그 제보 20개 쌓였다. 하나씩 확인한다. 일요일 저녁 9시. 집 갔다. 씻고 쓰러졌다. 월요일 10시 출근. 정상 근무. 야근 수당 나온다. 50만원. 이걸로 이번 달 생활비 채운다. 친구들한테 말했다. "이번 주 야근 진짜 힘들었어." "그래도 게임하잖아." 할 말 없다.연봉 3400만원의 의미 3년 차다. 연봉 3400만원. 신입 때 2800만원이었다. 3년 만에 600만원 올랐다. 개발자 신입은 4500만원부터 시작한다. 3년 차 개발자는 6000만원 넘는다. 같은 회사, 같은 프로젝트, 다른 연봉. QA는 이렇다. 업계 표준이다. "테스트는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팀장이 한 말이다. 연봉 협상 때. 누구나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게임 좀 해봤으면 할 수 있다. 그래서 싸다. 대체 가능하니까. 근데 3년 했다. 누구나 할 수 없는 것도 안다. 버그 재현하는 감. 심각도 판단하는 눈. 로그 분석 능력. 이게 3년 만에 생긴다. 근데 연봉은 안 올라간다. "QA 연봉 테이블이 그래요." 고시원 월세 40만원. 식비 50만원. 교통비 10만원. 통신비, 보험, 기타 30만원. 한 달 130만원 쓴다. 세후 260만원 받는다. 130만원 남는다. 저축한다. 1년에 1500만원 모은다. 10년 모으면 1억 5000만원. 서울에 집 못 산다. 개발자 친구는 3년 차에 5800만원 받는다. 주식 옵션도 있다. 회사 상장하면 더 받는다. 나는 QA다. 옵션 없다. 이직 생각한다. 근데 어디로? QA 경력으로 개발자 되기 어렵다. 코딩 못한다. 다른 회사 QA? 연봉 비슷하다. 게임 업계 벗어나기? 뭐 할 수 있지? 막막하다. 친구들은 "게임회사 다니네 좋겠다" 한다. 연봉 애기는 안 한다. 민망하니까. 런칭 후 책임은 QA 지난달 게임 런칭했다. 2년 개발한 프로젝트다. 우리 팀이 1년 테스트했다. 런칭 첫날, 서버 터졌다. 동접 10만 명. 예상은 5만 명이었다. 준비 부족. 서버는 인프라팀 책임이다. 우리 문제 아니다. 근데 버그도 터졌다. "결제는 되는데 아이템이 안 들어와요." Critical 버그다. 돈 관련. 긴급 회의 소집됐다. 밤 11시. 대표까지 왔다. "테스트 때 왜 못 찾았어요?" 우리한테 물었다. QA팀한테. 팀장이 설명했다. "결제 테스트는 샌드박스 환경에서 했습니다. 실결제는 런칭 후 처음입니다." "그럼 실결제 테스트는 왜 안 했어요?" "실결제 테스트 환경 구축은 개발팀..." 책임 공방이다. 결국 QA 탓이 됐다. "테스트가 부족했다." 새벽 3시까지 회의했다. 버그 원인 찾았다. 개발팀이 수정했다. 새벽 5시 배포. 우리는 확인 테스트 했다. 새벽 7시 끝. 집 가서 씻고 10시 출근. 런칭 후 1주일, 매일 이랬다. 버그 터지면 QA 탓. 수정하면 개발팀 공. 이게 현실이다. 유저들은 모른다. "QA 뭐 했냐" 댓글 단다. 우리가 1년 동안 찾은 버그 2374개는 모른다. 터진 버그 12개만 본다. 억울하다. 근데 할 말 없다. 우리 일이니까. 버그 못 찾은 게 우리 책임이니까. 게임이 일이 될 때 주말에 게임 안 한다. 요즘. 친구들이 같이 하자고 한다. 안 한다. "너 게임회사 다니면서 게임 안 해?" 웃긴 소리 같지만 진짜다. 평일에 12시간 게임했다. 주말엔 쉬고 싶다. 게임 말고 다른 거. 넷플릭스 본다. 산책한다. 그냥 누워있는다. 게임은 이제 일이다. 취미가 아니다. 새로운 게임 나와도 흥미 없다. "이것도 버그 있겠네" 생각부터 든다. 즐기는 게 아니라 분석한다. 직업병이다. 친구들이랑 게임해도 재미없다. "이 스킬 판정 이상한데" 혼잣말한다. "야 그냥 게임이야. 진지하게 하지 마" 친구가 말한다. 그냥 할 수가 없다. 버그가 보인다. 예전엔 안 보였다. 이젠 보인다. 좋아하던 게임들, 이제 다르게 보인다. "여기 밸런스 이상한데", "이 확률 조작 아니야?", "UI 불편한데". 즐기는 게 아니라 평가한다. 게임이 게임이 아니다. 일이다. 분석 대상이다. 테스트 케이스다. 이게 3년 차 게임 QA의 현실이다. 좋아하는 걸 일로 하면 안 된다는 말, 이제 안다. 좋아하는 게임, 이제 그냥 일이다. 그래도 말 못 한다 친구들 만나면 부러워한다. 설명 안 한다. 이제. "응, 좋아" 하고 넘긴다. 야근 얘기해도 "그래도 게임하잖아" 돌아온다. 연봉 얘기하면 분위기 이상해진다. 버그 얘기하면 재미없어한다. 그냥 웃는다. "꿈의 직장" 이라고 하면 맞장구친다. 속으론 복잡하다. 꿈의 직장 맞나? 모르겠다. 3년 전 나는 여기 오고 싶어했다. 진짜로. 지금은? 이직 고민한다. 근데 어디 가나 비슷할 것 같다. 게임 업계가 다 이렇다. QA는 이렇다. 그래도 버틴다. 야근 수당 필요하니까. 경력 쌓아야 하니까. 다른 길 몰라서 하니까. "게임하면서 돈 버네 좋겠다." 이 말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좋은 건가? 진짜? 잘 모르겠다. 복잡하다. 게임은 좋아한다. 지금도. 근데 일로서의 게임은 다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말로 안 된다. 경험해봐야 안다. 그냥 웃는다. "응, 괜찮아" 하고. 속으론 피곤하다. 오늘도."게임하면서 돈 번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게임은 하는데, 게임이 아니니까.

게임 QA 3년차, 연봉은 왜 안 오를까

게임 QA 3년차, 연봉은 왜 안 오를까

3년차 QA, 연봉이 왜 안 오를까 출근했다. 빌드를 받아서 설치했다. 오늘따라 로딩이 느렸다. 기획자 박준호가 옆에 앉아서 신규 던전 밸런스 물어봤다. "재현율이 몇 퍼정도 되는 거 같아요?" 내 대답이 나왔다. 그는 메모했다. 내 테스트 데이터로 게임이 돌아간다. 그런데 월급은. 같은 팀 개발자 김태현이 어제 승진했다. 들었다. 연봉 200만원이 올랐대. 3년 차에 6천 중반이라고. 나는 3400. 작년이랑 같다. 재작년이랑도 같다. 올해도 같을 거다. 이게 사실이다. 개발자는 올라가는데 회사에서 분기마다 연봉 조율 회의가 있다. 같은 팀 5명의 개발자들 중에 4명이 올해 인상을 받았다. 평균 150만원. 한 명은 프로젝트 리더가 되면서 300만원 올랐다. 나는 회의 대상이 아니었다. QA팀 리더 이미라가 말했다. "상황상 올려줄 수 없어. 미안해." 상황이 뭔데. 그건 아무도 안 말했다. 버그 리포트는 계속 들어온다. 지난달 84건. 이번 달 현재까지 76건. 심각도 High 이상만 해도 15건. 내가 찾은 버그들이 게임을 살렸다. CBT 때 리스판 방어력 버그를 못 찾았으면 런칭 후 유저들이 던전에서 못 나갔을 거다. 그걸 내가 찾았다. 커밋 메시지도 내 이름이 있다. 그래도 3400. 야근 수당만 봐도 알 수 있다. 개발자들은 야근 수당으로 월 80120만원을 번다. 나는 160180만원을 번다. 같은 팀에서 제일 많이 야근한다. CBT 때는 자는 게 죄였다. 밤 12시에 새로운 빌드가 올라오면 그 자리에서 테스트했다. 개발자들은 그 사이에 코드를 짠다. 나는 검증한다. 같은 야근인데 인상폭이 다르다.이미라가 말한 이유들 작년에 물어봤었다. "왜 안 올려줘요?" 이미라는 3가지를 말했다. 첫째, QA는 "비용 센터"라고 한다. 개발팀은 "수익 센터"다. 게임이 나오는 게 개발팀의 역할이고, QA는 그 게임을 검증하는 거라서 비용으로 본다는 뜻이다. 회계 관점에서는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게임이 망하는 건 개발 능력 때문만이 아니다. 품질이 떨어지면 유저들이 떠난다. 런칭 첫 주에 크래시 버그가 3건만 있어도 이미지가 박힌다. 그걸 막는 게 우리인데. 둘째, 게임 회사에서 QA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버그를 찾는 건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디버그 모드에서 극한 상황을 만들고, 콤보를 짜고, 확률을 검증해야 한다. 엑셀로 1000개 샘플을 뽑아서 분포도를 그리고, 기대값이랑 실제값을 비교한다. 그걸 여러 변수 조합으로 반복한다. 개발자들은 이 과정을 본다. 그렇다면 "누구나"일까. 아니다. 근데 회사는 그렇게 본다. 셋째, 시장 문제다. QA 경력자가 많으니까 새로 채용하는 게 더 싸다고 한다. 신입은 월 2000만원부터 시작한다. 나는 3400을 받는다. 1400만원 차이가 난다. 회사 입장에선 나 대신 신입 두 명을 뽑고, 내 업무를 나눠줄 수 있다. 통장 관점에서는 900만원이 절약된다. 그리고 신입들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나는 "3년 해온 거 이 정도네" 정도로 본다. 이게 QA 시장의 구조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다들 아는 구조다. 개발자 옆에 앉아 있는데 같은 팀 개발자들한테는 물어본 적 없다. 근데 들었다. 신입 개발자 임준석이가 이직 계약서를 받고 미쳤다고 했다. 연봉 50% 올라간다고. 5년 경력 개발자라면 대우가 어떨까. 내가 5년 QA 경력이라면. 계산 안 해도 안다. 게임 회사 QA는 보직이 별로 없다. 팀 리더는 한 자리다. 이미라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QA 리더가 되려면 그 자리가 비거나 새로운 팀이 생겨야 한다. 신규 프로젝트가 있을 때 정도다. 그런데 신규 프로젝트는 경력 많은 개발자들 중에서 리더를 뽑는다. QA에게는 기회가 없다. 개발자는 다르다. 시니어 개발자, 아키텍처, 플랫폼팀. 보직이 많다. 비게 되는 자리도 많다. 올라갈 계단이 있다. 내 경력은 계단이 없다. 옆에만 있다.그래서 이직을 봤다 3개월 전부터 잡사이트를 봤다. 게임 QA 공고는 많지 않다. 대부분 "신입 환영"이라고 쓰여 있다. 그 다음은 "경험자 우대"인데, "우대"는 10만원 정도다. 포지션이 없으니까 연봉이 비슷하다. 3400에서 3600으로 옮기는 게 이직이냐. 다른 직군을 봤다. 서비스 QA. 웹 서비스 회사들이 뽑는다. 연봉이 비슷하거나 낮다. 게임 업계와 다르지 않다. 개발자로 전향할까도 생각했다. 부트캠프가 있다. 3개월에 600만원. 그 다음에 신입으로 2500만원짜리 일자리. 연봉은 내려간다. 3년을 다시 돌린다. 45세에 시작하는 거랑 비슷하다. 그러다가 게임사 기획팀 공고를 봤다. "게임 QA 경력자 환영"이라고 쓰여 있었다. 연봉은 4200. 오랜 기간에 누적된 게임 이해도가 도움 된다고. 첫 번째로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카톡했다. 선배는 말했다. "기획팀으로 가면 정치가 심해. 내 역할이 뭔지 모르는 기분이 든다고 했어." 희망은 깨졌다.야근 수당으로 버티는 게 현실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계산해 봤다. 야근 수당 160만원, 기본급 3400. 야근 없으면 3400. 야근만 있으면 3560. 런칭 전후로 야근이 심해서 월평균 3550 정도다. 그런데 이건 언제까지. CBT가 3달, 런칭 후 2달. 5달은 야근한다. 나머지 7달은 정상 근무인데 야근 수당도 적고, 본급이 늘지 않는다. 저축은 어렵다. 고시원 월 40만원, 밥 월 100만원, 휴대폰 5만원, 나머지 잡비. 손에 남는 게 월 200만원이면 많은 거다. 결혼은 생각도 못 했다. 여자친구 사귈 시간도 없었고. 저축하면서 "얘랑 할 시간이 없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개발자들은. 김태현이 얘기했다. 신혼집 월세 계약했대. 전세금 3000만원. 본인이 1500, 부모님이 1500이라고 했다. 가능한 이유는 본급이 올라갔으니까 대출이 가능했다고 했다. 3년 차에 6천인데, 금융사가 빌려준 거다. 나는 3400인데 신청해 본 적 없다. 상담원이 뭐라고 할지 알 것 같았다. 재현율이 맞다고 해도 버그는 계속 터진다. 런칭 후 1주일에 10건씩. 이미라가 개발팀 리더 이동훈한테 "이미 테스트했던 항목들이 왜 또 터져요?" 라고 물었다. 당연히 내 쪽으로 온다. "겜큐, 이게 어때?" 뭐가 "어때"냐. 테스트 계획서에 있는 항목이고, 재현율 확인했고, 심각도 분류했고, 리포트 올렸다. 개발팀에서 못 고쳤거나 롤백했거나다. 그런데 회사 분위기는 "QA가 놓쳤나" 정도다. 회의에서 명시적으로 누가 누구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말하는 방식이 그렇다. "런칭 전에 충분히 테스트했어요?" "아, 이거는 엣지 케이스네요." 엣지 케이스는 무한정이다. 범위 정하는 게 기획팀과 개발팀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다. 가끔 내가 놓친 버그가 있을 수도 있다. 100%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불가능하니까 전부 찾으세요" 이 정도인데, 연봉은 그에 맞지 않는다. 책임은 무한대, 급여는 고정. 이 구조가 싫다. [IMAGE_4] 3년을 돌아보면 입사할 때는 "게임사에서 일한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친구들한테 말했다. "게임 만드는 회사에 들어갔어" 반응은 "오, 부럽다" 였다. 급여 명세서는 안 보여줬다. 첫 해는 배울 게 많았다. 테스트 케이스 짜는 법, 버그 심각도 분류, 재현 가능한 순서로 리포트 쓰기. 이미라가 잘 가르쳐줬다. 코드를 이해할 필요는 없었지만, 게임의 흐름은 알아야 했다. 게임을 분석하면서 즐거웠다. 2년차는 조금 달랐다. 반복이 늘었다. 같은 던전을 100번 돌 때쯤엔 게임이 게임으로 안 느껴졌다. 일이 됐다. 그런데 연봉은 안 올랐다. 승진은 없었다. 보너스는 "회사 실적에 따라"라고 했는데, 회사 실적이 좋아도 내 보너스는 변하지 않았다. 3년차인 지금. 그냥 일로 느껴진다. 버그 찾는 재미도 없다. "또 찾아야 하나" 이 정도다. 한 팀에서 3년 더 할 거면, 그렇게 살아야 하나 싶다. 40대까지. 50대까지. 아, 그리고 이직 가능한가 내 경력서를 쓰면 뭐라고 할까. 게임 QA 3년. 아니, 이건 회사에서 원하는 경력이 아니라 시간일 뿐이다. 실제로 뭘 했는가.RPG 게임 테스트 (다른 회사에선 FPS가 필요할 수도) 확률 검증 엑셀 분석 Mantis 버그 관리 (다른 회사는 Jira 쓸 수도) 밸런스 테스트이게 다른 회사에서 쓸모 있을까. 게임사에서는 그렇다. 다른 산업에서는 "게임 테스트만 해봤네" 이 정도다. 경력 이동성이 없다. QA 시장이 그렇다. 게임사 QA에서 일한 사람이 일반 소프트웨어 QA로 가는 건 쉽다. 반대는 어렵다. 게임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 선호되니까. 그래서 게임 QA는 게임사 안에만 있다. 게임사 안에서는 연봉이 안 올라간다. 악순환이다. 신입 때부터 알았다면 이직을 했을 거다. 2년 정도만 버티고 다른 회사 가서 경력을 쌓는 방식으로. 3년을 여기서 했으니 남은 선택지는. 이대로 가거나, 이직하거나, 직급을 꺾고 신입으로 다시 시작하거나다. 어느 쪽도 "좋은" 선택 같지 않다. [IMAGE_5] 그래도 내일도 나갈 거다. 빌드를 받고, 테스트 계획을 보고, 게임을 켤 거다. 버그를 찾을 거다. 리포트 할 거다. 이 반복이다. 최근에 새로운 신입 QA가 들어왔다. 이름은 박우진. 23살. 게임 덕후라고 했다. 면접 때 게임에서 게임 산업으로 올 수 있다고 생각했대. 나도 비슷했다. 3년 전. 우진이를 보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다른 회사 지원해" 이렇게 말해야 하나. "3년 지나도 월급 안 올라" 이렇게 말해야 하나. 결론부터 말해야 하나. 오늘은 그냥 테스트나 끝내고 가야겠다. 내일 회의 전에 버그 리포트 정리하고. 밤 9시 정도에는 나갈 수 있겠지. 아, 혼자만 이렇지 않을 거다. 게임사 QA는 다 비슷할 거다. 같은 업계 다른 회사 QA들도 똑같은 연봉, 똑같은 야근, 똑같은 불만. 우리는 같은 문제를 풀고 있다. 근데 따로 논다.연봉 올리는 방법은 이직인데, 이직할 회사가 없다. 게임 회사 벽에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