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 Dec, 2025
팀 동료들, 우리만의 야근 문화
새벽 3시의 메시지 "버그 찾았다." 슬랙에 민수 형 메시지가 떴다. 새벽 3시 42분. 나도 찾았다. 같은 버그인지 확인했다. 다른 거였다. "저도요. 다른 건데." "ㅋㅋㅋ 대박" 이게 우리의 대화다. 새벽에 버그를 찾고 웃는다. CBT 3일째다. 오늘은 네 번째 밤샘이다. 집에 간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사무실 소파에서 자고, 편의점 도시락 먹고, 다시 테스트한다. 피곤하다. 눈이 따갑다. 레드불을 다섯 캔 마셨다. 근데 이상하게 혼자가 아니다.QA팀은 다섯 명 나 포함 다섯 명이다. 민수 형, 32세. 경력 7년. QA팀 막내였던 애가 이제 팀장이다. 버그 찾는 감이 신급이다. "이거 수상한데?" 하면 90% 터진다. 지원이 누나, 29세. 경력 5년. 밸런스 테스트의 신. 엑셀로 확률 계산하는 속도가 인간이 아니다. "확률 0.3% 차이 나는데요?" 같은 말을 한다. 준호, 27세. 나랑 동기. 같이 입사했다. 3년 전 신입 교육 때 "게임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당연하죠." 지금은 둘 다 복잡하다. 수진이, 24세. 막내. 1년 차. 아직 눈이 살아있다. "와 이 게임 재밌어요!"라고 한다. 1년 뒤엔 저 말 안 할 거다. 우리 다섯 명이 전부다. 개발팀은 50명이다. 기획은 15명, 아트는 20명, 프로그래밍은 15명. QA는 5명이다. 50명이 만든 걸 5명이 테스트한다. 말이 되나? 근데 우리끼리는 잘 맞는다. 이상하게. 야근의 단계 10시 출근이다. 정상 퇴근은 7시다. 실제로 7시에 퇴근하는 날은 일 년에 열흘도 안 된다. 평소는 9시 퇴근이다. 2시간 야근. '오늘은 일찍 갔네' 소리 듣는다. 업데이트 전 일주일은 11시 퇴근이다. 치킨이 나온다. 회사 돈으로. CBT 일주일 전부터는 집에 안 간다. 사무실에서 잔다. 소파 두 개, 바닥 세 명. 로테이션 돈다. 런칭 전 3일은 잠을 안 잔다. 레드불과 커피로 버틴다. 민수 형이 "이건 전쟁이다"라고 했다. 맞다. 근데 이 야근을, 혼자 하면 못 한다. 같이 하니까 한다.새벽의 루틴 새벽 2시쯤 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민수 형이 일어난다. "커피 타러 간다. 누구?" 다 손 든다. 다섯 명이 우르르 탕비실로 간다. 믹스커피 다섯 개를 탄다. 설탕 두 스푼씩 더 넣는다. 각성용이다. 탕비실에서 10분 정도 떠든다. "오늘 몇 개 찾았어?" "17개요." "나 23개." "나 8개... 적네." "크리티컬은?" "3개." 버그 개수를 자랑한다. 이상하다. 버그를 찾아서 뿌듯하다. 더 이상하다. 커피 들고 돌아온다. 다시 테스트한다. 새벽 4시쯤 되면 또 집중력이 떨어진다. 누가 "라면 먹을까요?" 한다. 다 찬성한다. 편의점 간다. 사무실 건물 1층. 라면 다섯 개, 김밥 세 줄, 삼각김밥 몇 개. 탕비실에서 라면 끓인다. 다 같이 먹는다. "이 던전 밸런스 이상한 거 같은데." "맞아, 보스 너무 쎔." "로그 보니까 클리어율 12%." "기획 의도래. 하드코어 유저용." "하드코어 아니라 고어코어잖아." 게임 얘기하면서 먹는다. 일인지 대화인지 모르겠다. 근데 이 시간이 좋다. 솔직히. 버그의 희열 버그에도 등급이 있다. Minor. 별로 안 중요함. 텍스트 오타, UI 살짝 어긋남. 나중에 고쳐도 됨. Normal. 보통. 기능 작동은 하는데 뭔가 이상함. 고쳐야 하는데 급하진 않음. Major. 중요함. 기능이 제대로 안 됨. 빨리 고쳐야 함. Critical. 크리티컬. 게임 터짐. 서버 다운. 런칭 못 함. 당장 고쳐야 함. 크리티컬 버그를 찾으면 희열이다. "크리티컬 찾았다!" 다 모인다. 내 모니터 앞으로. "어떻게 재현해?" "이렇게, 이렇게, 그리고 이렇게." 화면이 터진다. 검은 화면. 강제 종료. "대박." "이거 런칭 전에 못 찾았으면..." "ㄷㄷㄷ" 다 같이 떤다. 그리고 웃는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버그를 찾아서 좋아한다. 게임이 터져서 기뻐한다. 근데 이게 우리 일이다.개발자들과의 관계 개발팀이랑은 미묘하다. 버그 리포트 올리면, 개발자가 확인한다. "재현 안 되는데요?" "저는 됐는데..." "다시 해봐요." 다시 한다. 또 터진다. 영상 찍어서 보낸다. "아 이거 스펙이에요." "...?" "기획 의도예요." 화난다. 근데 참는다. 가끔은 개발자가 고맙다고 한다. "이거 못 찾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런칭 후에 터졌으면..." 그럴 때 보람이다. 조금. 근데 대부분은 "또 버그예요?" 소리 듣는다. 우리도 알다. 개발자들도 야근한다. 힘들다. 근데 우리도 힘들다. 버그 찾는 게 우리 일이다. 미안하지만. 우리만의 농담 팀 안에서만 통하는 농담이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 게임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하는 말. 우리 인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확률이 거짓말을 하네." 뽑기 확률이 이상할 때. 인생도 확률이 안 맞는다는 뜻. "로그를 보자." 문제가 생겼을 때. 인생도 로그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 "재현율 100%." 버그가 항상 터질 때. 우리 인생의 불행도 재현율 100%라는 뜻. "이거 핫픽스 대상." 심각한 문제. 우리 인생도 핫픽스가 필요하다. 민수 형이 "우리 팀 슬랙 대화 보면 정신병원 같을 거다"라고 했다. 맞다. 근데 재밌다. 런칭 성공의 순간 CBT가 끝났다. 런칭일이다. 서버 오픈. 오후 2시. 우리 다섯 명 다 출근했다. 오전 9시부터. 긴장된다. 버그 터지면 우리 책임이다. 2시가 됐다. 서버 켜졌다. 유저들이 접속한다. 동시 접속자 1만 명, 2만 명, 3만 명. 슬랙에 메시지가 쏟아진다. "렉 심하다는 제보 있어요." "서버 터질 거 같은데요?" 긴장이 최고조다. 민수 형이 모니터를 계속 본다. 지원이 누나가 로그를 분석한다. 3만 5천 명. 서버가 버틴다. "괜찮은데?" "버그 제보 없어요." 4만 명. 5만 명. "안정적인데?" 민수 형이 웃는다. "해냈다." 오후 6시. 런칭 4시간. 크리티컬 버그 제보 없음. 민수 형이 일어났다. "회식 간다. 다 나온다. 지금." 회사 카드로 고기집 갔다. 삼겹살 10인분 시켰다. 소주 마셨다. 다 같이. "수고했다." "다들 고생했어요." "다음 업데이트는 언제죠?" "ㅋㅋㅋ 일주일 뒤." "미친." 웃었다. 다 같이. 이 순간만큼은 좋았다. 퇴사를 고민할 때 준호가 말했다. 이번 달 초. "나 이직 알아보는 중이야." 놀라지 않았다. 나도 생각 중이니까. "어디?" "그냥... QA 말고 다른 거." "뭐?" "모르겠어. 근데 이건 아닌 거 같아." 맞다. 이건 아니다. 3년 했다. 연봉은 500만 원 올랐다. 3400만 원. 개발자들은 5000만 원 넘는다. 같은 연차인데. 야근은 더 많아졌다.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 나빠졌다고 했다. 게임은 더 이상 재미없다. 일이 됐다. 근데 퇴사는 못 하겠다. 이 팀을 떠나는 게 싫다. 민수 형, 지원이 누나, 준호, 수진이. 같이 밤샘하고, 라면 먹고, 버그 찾고, 웃던 사람들. 이게 유일한 위로였다. "나도 고민 중이야." "진짜?" "응." "근데 못 나가겠다." "나도." 둘이 웃었다. 쓸쓸하게. 오늘도 야근 오늘은 화요일이다. 신규 업데이트 일주일 전이다. 테스트할 콘텐츠가 산더미다. 신규 던전 3개, 신규 캐릭터 2개, 밸런스 패치. 오전 10시 출근했다. 빌드 받았다. 설치했다. 테스트 시작했다. 점심 먹었다. 구내식당 김치찌개. 맛없다. 먹었다. 오후 테스트 계속했다. 버그 8개 찾았다. 리포트 올렸다. 저녁 7시. 퇴근 시간. 민수 형이 말했다. "오늘 야근 어때?" 다 남았다. 치킨 시켰다. 회사 돈으로. 후라이드 두 마리, 양념 한 마리. 치킨 먹으면서 테스트했다. "이 던전 밸런스 이상한데." "로그 보자." "클리어율 너무 낮아." 밤 11시. 테스트 끝났다. "내일 봐요." "수고했어." "조심히 가." 고시원 돌아왔다. 씻었다. 누웠다. 피곤하다. 근데 내일 또 간다. 민수 형이 있고, 지원이 누나가 있고, 준호가 있고, 수진이가 있다. 혼자면 못 한다. 같이니까 한다. 이게 우리의 야근 문화다. 이상한 위로다. 근데 이게 전부다. 지금은.새벽 3시. 슬랙 알림. "버그 찾았다." 우리만 아는 희열.
- 09 Dec, 2025
Mantis에 버그를 등록하는 순간의 쾌감
Mantis에 버그를 등록하는 순간의 쾌감 오전 10시, 새 빌드 출근했다. 오늘 빌드가 떨어졌다. ver.1.2.3.456. 신규 던전 추가 빌드. 설치하면서 커피 한 잔. 오늘도 버그를 찾는다. 팀장이 말했다. "이번 빌드 깔끔할 거야." 개발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다. 나는 웃었다. 곧 알게 될 거다.첫 버그, 11시 20분 신규 던전 입장했다. 로딩이 끝나고 화면이 떴다. 보스가 벽에 박혀 있다. 완전히 박혀서 공격도 안 된다. 웃음이 나왔다. 시작부터 대박이네. 스크린샷 찍고, 로그 확인했다. 좌표값이 이상하다. Mantis 켰다. 제목: [던전] 보스 몬스터 스폰 위치 오류 심각도: Major 재현율: 10/10 상세 내용 적는다. "보스가 벽 안쪽 좌표에 스폰됨. 플레이어 접근 불가. 던전 클리어 불가능." 로그 붙이고, 스크린샷 첨부. 등록 버튼 눌렀다. BUG-3421. 오늘 첫 번째다. 기분이 좋다. 이게 내 일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보스 스폰 위치를 치트로 수정했다. 테스트를 계속한다. 보스 잡았다. 보상 드롭됐다. 아이템을 주웠다. 그런데 인벤토리에 안 들어온다. 로그 확인. 아이템 ID가 NULL이다. BUG-3422. Critical. "보스 드롭 아이템 ID 누락. 획득 불가." 바로 이어서 세 번째. 던전 나가려는데 퇴장 버튼이 안 먹힌다. 클릭해도 반응 없음. BUG-3423. Major. "던전 퇴장 버튼 미작동. 플레이어 갇힘." 오후 12시 30분. 3개 등록했다. 모두 Major 이상. 기획자한테 슬랙 날렸다. "이번 빌드 큰일났어요." 답장 왔다. "...확인할게요."점심, 그리고 오후 밥 먹으러 나갔다. 팀 동료 재민이랑 같이. "몇 개 찾았어?" "3개. 너는?" "나는 5개. UI쪽 다 깨졌어." 웃으면서 먹었다. 우리끼리는 버그가 많으면 좋다. 할 일이 생기니까. 오후 2시. 다시 테스트. 네 번째 버그. 스킬 쿨타임이 안 돌아간다. 한 번 쓰면 끝. 재사용 불가. BUG-3424. Major. 다섯 번째. 몬스터 HP가 음수로 간다. -1500 HP에도 안 죽는다. BUG-3425. Critical. 여섯 번째. 파티 초대가 안 된다. "알 수 없는 오류" 메시지만 뜬다. BUG-3426. Normal. 3시 30분. 벌써 6개다. 오늘 대박이네. 심각도 분류의 기술 버그를 찾는 건 쉽다. 게임 하면 나온다. 어려운 건 심각도다. Critical, Major, Normal, Minor, Trivial. 기준이 있다. Critical: 게임 진행 불가. 서버 다운. 결제 오류. Major: 주요 기능 마비. 플레이 심각한 지장. Normal: 불편하지만 우회 가능. Minor: 사소한 오류. 체감 낮음. Trivial: 오타, 툴팁 오류. 이게 애매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UI 텍스트가 겹친다. 개발자는 Minor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상점 가격이면? 플레이어가 잘못 산다. 환불 요청 들어온다. 이건 Normal이다. 경력이 쌓이면 감이 생긴다. "이건 유저들이 난리 칠 거야." "이건 아무도 모를 거야." 그 감으로 분류한다. 오늘 찾은 6개. Critical 2개, Major 3개, Normal 1개. 개발팀이 싫어할 리스트다.일곱 번째부터 열 번째 오후 4시. 계속 플레이한다. 일곱 번째. BGM이 끊긴다. 특정 구간에서. BUG-3427. Minor. 여덟 번째. 아이템 툴팁 오타. "공격격" → "공격력" BUG-3428. Trivial. 아홉 번째. 업적이 안 달린다. 조건 채워도 반응 없음. BUG-3429. Normal. 열 번째. 이게 좀 애매했다. 확률형 상자를 100번 열었다. 전설 등급이 한 번도 안 나왔다. 확률 표기는 1%다. 100번 중 0번. 이게 버그일까? 확률이니까 원래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하다. 200번 더 열었다. 총 300번. 전설 0개. 이건 버그다. 로그 뒤졌다. 확률 테이블 확인했다. 전설 등급 가중치가 0으로 박혀 있다. 코드 실수다. BUG-3430. Critical. "확률형 상자 전설 등급 드롭률 0%. 가중치 설정 오류." 이거 런칭 전에 못 잡았으면 큰일날 뻔했다. 매출 직결이다. 오후 5시 30분. 오늘 할당량 끝. 10개 등록 완료. Mantis 창을 보는 시간 리포트 정리한다. 각 버그마다 체크한다.재현 단계 명확한가 로그 첨부했나 스크린샷 있나 심각도 적절한가 담당자 지정했나한 개씩 다시 읽는다. BUG-3421. Major. 보스 스폰. BUG-3422. Critical. 아이템 드롭. BUG-3423. Major. 퇴장 버튼. BUG-3424. Major. 스킬 쿨타임. BUG-3425. Critical. 음수 HP. BUG-3426. Normal. 파티 초대. BUG-3427. Minor. BGM 끊김. BUG-3428. Trivial. 오타. BUG-3429. Normal. 업적. BUG-3430. Critical. 확률 오류. Critical 3개. Major 4개. Normal 2개. Minor 1개. Trivial 1개. 완벽하다. 이 순간이 좋다. 하루 일과의 결과물. 개발자들은 코드를 짠다. 기획자들은 문서를 쓴다. 나는 버그를 찾는다. Mantis에 쌓인 리포트가 내 성과다. 퇴근 전 슬랙 오후 6시. 개발팀장한테서 슬랙 왔다. "오늘 리포트 확인했습니다." "Critical 3개는 내일 아침까지 수정하겠습니다." "Major들은 이번 주 내로요." 답장 보냈다. "확인했습니다. 수정 빌드 나오면 재테스트하겠습니다." 기획자한테서도 왔다. "확률 버그 잡아줘서 감사합니다." "큰일 날 뻔했네요." 이런 말 들으면 기분 좋다. 보통은 "버그가 왜 이렇게 많아요?" 소리 듣는다. 우리가 버그 만드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가끔은 인정받는다. "잘 찾았어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럴 때 보람 느낀다. 재민이가 물었다. "오늘 몇 개?" "10개. 너는?" "8개." 둘이 웃었다. 오늘 우리 팀 18개다. 팀장이 좋아할 거다. 야근은 없다 오늘은 정시 퇴근이다. CBT 기간 아니면 칼퇴 가능하다. 물론 런칭 전에는 12시간씩 박는다. 하지만 오늘은 괜찮다. 짐 챙겼다. 노트북, 이어폰, 텀블러. Mantis 한 번 더 봤다. BUG-3421부터 3430까지. 오늘 내가 만든 숫자들. 다 의미 있다. 이거 하나하나가 게임을 낫게 만든다. 플레이어들은 모른다. 이 버그들이 있었다는 걸. 우리가 찾아서 없앴으니까. 그게 QA다. 보이지 않는 일. 인정받지 못하는 일.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퇴근했다. 집에 와서 고시원 들어왔다. 좁다. 3평. 침대, 책상, 옷장. 그게 다다. 씻고 누웠다. 핸드폰 켰다. 회사 게임 커뮤니티 들어갔다. 유저들이 말한다. "이번 업데이트 기대된다." "신규 던전 언제 나와요?" 다음 주 목요일이다. 그때까지 우리가 다듬는다. 댓글 읽으면서 생각했다. 내일도 버그 찾는다. 모레도, 글피도. 런칭까지 매일. 유저들이 편하게 게임하도록. 그게 내 일이다. 연봉은 낮다. 3400만원. 개발자 절반도 안 된다. 야근도 많다. CBT 때는 밤샘이다. 그래도 이 일이 나쁘지 않다. 특히 Mantis에 버그 등록할 때. 오늘처럼 10개 채울 때. 성취감 있다. "내가 이만큼 했구나." 숫자로 보이니까 좋다. BUG-3421, 3422, 3423... 계속 쌓인다. 내 흔적이다. 잠들기 전에 메모했다. "내일 할 일: Critical 3개 재테스트" 눈 감았다. 내일도 버그를 찾는다.오늘 10개. 내일은 더 찾는다.
- 09 Dec, 2025
고시원 40만원에서 보는 게임 업계
월세 40만원의 삶 구로구 고시원이다. 월세 40만원. 3평도 안 된다. 연봉 3400만원. 세후 280만원. 월세가 14%다. 식비 교통비 빼면 100만원 남는다. 창문은 있다. 환기구만 한데. 해는 안 들어온다. 책상, 침대, 옷장. 전부다. 화장실은 공용이다. 새벽 2시에 씻는다. 사람 없을 때.벽이 얇다. 옆방 키보드 소리 들린다. 그 사람도 개발자인가 싶다. 3년 전에 들어왔다. "1년만 버티고 이사 가자." 그랬다. 아직도 여기다. 연봉의 30%가 주거비 정확히는 28.5%다. 계산해봤다. 서울 1인 가구 평균이 35%래. 나은 편이다. 그런데 고시원이다. 월세 40만원짜리 원룸은 없다. 관리비 포함 60만원부터다. 전세는 보증금이 없다. 친구는 월세 70만원 산다. 방 하나, 화장실 하나. 부럽다. "너도 조금만 더 내면 되잖아." 30만원이 조금이 아니다.회사 동료는 집에서 출퇴근한다. 인천이다. 3시간 걸린다. "월세 아낀다고 생각하면 괜찮아." 그렇게 말한다. 피곤해 보인다. 나는 출근 30분이다. 지하철 2호선 두 정거장. 이게 장점이다. CBT 때 밤 2시 퇴근해도 2시 반에 집이다. 씻고 자면 3시. 10시 출근이면 7시간 잔다. 인천 사는 동료는 5시간 못 잔다. 이직하면 나아질까 채용 공고를 본다. 매일. 대기업 QA는 3800만원부터다. 400만원 차이다. 월 33만원. 월세 60만원 원룸 가능하다. 화장실 내 꺼다. 창문으로 해 들어온다. 그런데 대기업 QA는 경쟁이 세다. 서류에서 떨어진다. "경력 3년인데 왜?" 학벌이다. 지방대 출신이다.스타트업은 연봉이 낮다. 3200만원 제안받았다. 200만원 깎이는 거다. "스톡옵션 있어요." 믿을 수 없다. 현금이 필요하다. 게임 회사 말고 다른 데는 어딜까. QA 경력이 통할까. 개발자 전환? 부트캠프 다녀야 한다. 6개월 무직이다. 고시원비도 못 낸다. 광주 부모님은 모른다 "게임 회사 다닌다며? 좋겠다." 좋지 않다. 설명 안 한다. 명절 때 친척들이 묻는다. "연봉 얼마야?" "그냥 평범해요." 넘어간다. 사촌 형은 대기업이다. 5천만원 넘는다. 비교된다. "게임만 하면서 돈 받으면 좋지." 웃고 넘긴다. 100번 플레이는 게임이 아니다. 부모님한테 고시원 얘기 안 했다. "자취한다"고만 했다. 방 사진 안 보낸다. 전화할 때 화장실 들어가서 한다. 조용하니까. 송금은 못 한다. 받는다. 명절 때 20만원. 아껴 쓴다. 동료들도 비슷하다 팀장만 결혼했다. 37살이다. 김포 산다. 나머지는 전부 1인 가구다. 고시원 2명, 셰어하우스 1명, 월세 원룸 1명. 월세 원룸 사는 선배는 부모님이 보증금 대줬다. 2천만원. "부럽죠? 저도 알아요." 솔직하다. 고맙다. 점심시간에 부동산 앱 본다. 다 같이. "여기 괜찮네. 역 5분." "관리비 15만원이네." "포기." 회식 때 월세 얘기 나온다. 술 취하면 다 한다. "이러려고 게임 회사 왔나." 팀장이 웃는다. "나도 그랬어."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이다. 야근 수당으로 버틴다 기본급은 290만원이다. 세전. 야근 수당이 40만원 나온다. 월 20시간 기준이다. CBT 달은 60시간이다. 120만원 나온다. 이때 저축한다. 런칭 전 3개월이 지옥이다. 그런데 돈은 모인다. 작년에 300만원 모았다. 전부 야근 수당이다. "몸 버리고 돈 버네." 맞다. 그래도 번다. 친구는 스타트업이다. 야근 수당 없다. "야근이 일상인데 수당을?" 내가 낫다. 조금. 10년 후가 안 보인다 선배는 7년 차다. 연봉 4200만원이다. 4년 더 하면 800만원 오른다. 월 66만원. 고시원은 벗어나겠다. 원룸은 간다. 그런데 그게 다다. 팀장은 12년 차다. 5500만원이다. 김포 투룸이다. "서울은 포기했어." 웃으면서 말한다. 나도 12년 차 되면 김포 가나. 출퇴근 2시간 하나. 결혼은? 5500만원으로 아이 키우나. 맞벌이 필수다. 그럼 언제 게임 테스트하나. QA는 야근이 많은데. 계산이 안 나온다. 좋아하는 일인데 게임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했다. RPG, AOS, FPS 다 했다. "게임 회사 들어가면 좋겠다." 그랬다. QA는 개발 못 해도 된다. 게임만 잘하면 된다. 딱이었다. 입사했다. 3개월은 좋았다. 같은 던전 10번 돌았다. 괜찮았다. 50번 돌았다. 지루했다. 100번 돌았다. 게임이 아니었다. 버그 찾는 게 일이다. 재미 찾는 게 아니다. 확률 검증한다. 가챠 1000번 돌린다. 손가락 아프다. 집에서 게임 안 한다. 이제. 유튜브 본다. 게임 방송도 안 본다. 일 생각난다. 그래도 버티는 이유 다른 걸 못 한다. 개발? 코딩 모른다. 배우려면 시간과 돈 든다. 기획? 글 못 쓴다. 기획서 본 적은 많다. 쓸 자신은 없다. 다른 업종? QA 경력이 통할까. 모르겠다. "게임 회사 3년 다녔어요." "뭐 했는데요?" "버그 찾았어요." 어디 가서 말하나. 그냥 여기가 편하다. 익숙하다. 동료들 좋다. 다 같이 힘들다. 위로된다. 게임 업계 용어 통한다. "재현율 50%", "크리티컬 버그", "밸런스 패치". 밖에서는 못 쓴다. 월세 올랐다 건물주가 말했다. "다음 달부터 45만원이에요." 5만원 올랐다. 12.5% 인상이다. "다른 데 알아볼게요." 말했다. "그러세요. 근데 요즘 40만원짜리 없어요." 찾아봤다. 없다. 45만원이 최저다. 계약 갱신했다. 어쩔 수 없다. 연봉은 안 올랐다. 월세는 올랐다. 가처분 소득이 줄었다. 95만원 남는다. 저축은 포기다. CBT 때만 모은다. 구로 디지털 단지 출근길이다. 2호선 탄다. 구로 디지털 단지역에서 내린다. 게임 회사 많다. 점심시간에 나온다. 20대 많다. 다 비슷하다. 편의점 도시락 산다. 3900원짜리. 매일 먹는다. "회사 어디세요?" 가끔 묻는다. "○○입니다." "저기 아는 사람 있어요." 좁은 동네다. 다 안다. 카페 간다. 2500원 커피. 비싸다. 자판기 커피 마신다. 800원. 퇴근 후 편의점 간다. 컵라면 사서 고시원 가서 먹는다. 1500원. 외식은 월 2회다. 1만원씩. 치킨은 사치다.월세 40만원에서 본 게임 업계는 이렇다. 좋아하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월세가 오른다. 연봉은 안 오른다. 그래도 내일 출근한다. 어쩔 수 없다.
- 08 Dec, 2025
부모님께 '게임회사' 다닌다고 할 때
명절 전화 추석 전날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명절에 못 내려온다니, 회사는 명절도 안 쉬냐?" "아니... 런칭 전이라서요." "런칭이 뭐냐?" 설명하기 귀찮았다. "게임 나오는 날이요." "아이고. 게임 만드는 게 그렇게 바쁘냐." 만드는 게 아니라 테스트하는 건데. 이것도 설명 안 했다. "일 많아요." "그래도 명절인데..." 미안하다고 했다. 진짜 미안했다. 끊고 나니 속이 쓰렸다.처음 말했을 때 작년 설날이었다. 친척들이 다 모였다. 큰아버지가 물으셨다. "취직했다며? 어디 다니냐?" "게임 회사요." "게임? 게임이 뭐냐?" "컴퓨터 게임... 만드는 회사요."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작은아버지가 거들었다. "요즘 게임이 돈이 된다더라. SKT에서도 하잖아." "SKT는 아니고요... 중견 회사요." "거기서 뭐 하는데?" "QA요. 버그 찾는 거요." "버그? 벌레?" 설명했다. 게임 테스트한다고. 문제 찾는다고. "아, 게임하면서 일하는 거네?" 할 말이 없었다. 아버지가 웃으셨다. 어색한 웃음이었다. "그래도 취직했으니 다행이다." 그날 저녁 아버지가 따로 불렀다. "게임 회사가 안정적이냐?" "...네." 거짓말이었다. 우리 회사 작년에 20명 정리해고했다. "연봉은?" "괜찮아요." 3400만원. 괜찮다고 할 수 없었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아무 말 안 하셨다.어머니의 걱정 어머니는 매주 전화하신다. "밥은 먹냐?" "먹어요." "회사에서 야근 많이 시킨다며?" "가끔요." 어제도 밤 12시까지 했는데. 말 안 했다. "게임 회사는 불안하지 않냐?" "괜찮아요." "친구 어머니 말로는, 게임 회사는 젊을 때만 다니는 덴데..." "그런 거 아니에요." 사실이긴 했다. 우리 팀장님도 35살에 이직 준비 중이다. "공무원 시험 다시 볼 생각 없냐?" "...없어요." 어머니는 한숨 쉬셨다. "네가 좋다면 어쩔 수 없지." 전화 끊고 고시원 천장을 봤다. 좋은 건 맞다. 게임 관련 일 하는 거. 근데 이게 내가 원하던 건지는 모르겠다. 친구들 반응 고등학교 동창 단톡방. "겜큐 요즘 뭐하냐?" "일하지." "게임 회사 다니면서 게임 하는 거 아니냐 ㅋㅋ" "그게 일이야." "부럽다 진짜. 돈 받고 게임하네." 설명하기 귀찮았다. 같은 던전 100번 돌면서 확률 검증하는 게 게임이냐고. 런칭 전날 28시간 연속 테스트하는 게 게임이냐고. 말 안 했다. "ㅇㅇ 부럽지." 거짓말이었다. 한 친구가 물었다. "연봉은 얼마냐?" "비밀." "5천은 넘냐?" "..." 답 안 했다. 단톡방이 조용해졌다. 누가 주제를 돌렸다. "다음 주 광주 내려가면 만나자." "나 런칭 전이라 못 가." "또?" "ㅇㅇ." 친구들은 이해 못 한다. 나도 이해 못 한다.연봉 이야기 아버지는 가끔 물으신다. "회사 다닌 지 3년 됐는데, 연봉 올랐냐?" "조금요." 200만원 올랐다. 세전으로. "친구들은 어떠냐?" 친구 중에 은행 다니는 애 있다. 4800만원 받는다. 친구 중에 공무원 된 애 있다. 안정적이다. 친구 중에 대기업 다니는 애 있다. 복지가 좋다. "비슷해요." 거짓말이었다. "그래. 건강하게만 다녀라." 아버지는 더 이상 안 물으신다. 어머니는 명절 때마다 말씀하신다. "게임 회사는 오래 못 다니는 거 아니냐."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결혼은 언제 하냐?" "...나중에요." "나중이 언제냐. 네 나이가 몇인데." 27살이다. 결혼은 생각도 못 했다. 연봉 3400만원으로 어떻게 결혼하냐. 서울에서 전세 구하려면 최소 2억이다. 나는 통장에 800만원 있다. "열심히 모으고 있어요." 어머니는 한숨 쉬셨다. 정상 회사 지난달 광주 내려갔다. 친척 결혼식이었다. 어머니가 소개해주셨다. "우리 아들, 서울에서 게임 회사 다녀." 친척이 물었다. "어디? 넥슨?" "아니요. 작은 회사요." "크래프톤?" "...중견 회사요." "아. 그래도 게임 회사면 요즘 잘 나가잖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네..." "연봉 많이 받겠네?" 어머니가 대신 대답하셨다. "그냥 평범하게 받아." 평범하지도 않다. 적게 받는다. 친척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 끄덕이고 갔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게임 회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봐." "...네." "정상 회사 다니는 거 맞지?" 정상 회사가 뭔지 모르겠다. 출근하고, 일하고, 월급 받는다. 근데 왜 이상하게 보는 걸까. "맞아요." 어머니는 안심하신 것 같았다. 나는 안심이 안 됐다. 명절 거짓말 이번 설에는 내려갈 수 있다. CBT가 연말에 끝났다. 어머니한테 전화했다. "설에 내려갈게요." "정말? 회사에서 쉬래?" "네." "다행이다. 작년에는 못 왔잖아." "죄송해요." "아니다. 바쁜데 어쩔 수 없지." 어머니는 기뻐하셨다. "음식 많이 준비해놔야겠다." "엄마, 저 많이 안 먹어요." "네가 좋아하는 거 다 해줄게." 고맙다고 했다. 진짜 고마웠다. 전화 끊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거짓말해야 하나. 연봉 올랐다고. 일 재밌다고. 회사 안정적이라고. 다 거짓말이다. 근데 진실 말하면 부모님만 걱정하신다. "게임 회사 불안하면 이직해라." "공무원 시험 다시 봐라." "은행이라도 알아봐라." 듣기 싫다. 나도 모르겠다. 이게 맞는 길인지. 근데 지금 당장은 이것밖에 없다. 3년 차의 고민 팀 회식 때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QA는 커리어 관리가 중요해." "어떻게요?" "3년 차 넘으면 이직 생각해야지." 나는 지금 3년 차다. "QA만 계속 하면 안 되나요?" "연봉이 안 올라. 개발자 절반밖에 못 받아." 알고 있었다. "다른 직무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더 큰 회사로." "QA 경력으로 다른 직무 가능해요?" "어렵지. 근데 불가능한 건 아니야." 팀장님은 지금 데이터 분석 공부하신다. QA에서 DA로 전환하려고. 나도 뭔가 해야 하나. 근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게임은 좋아한다. 근데 QA는 모르겠다. 좋아하는 건지, 익숙한 건지. 부모님께 말하고 싶은 것 사실 말하고 싶다. 게임 회사 다니는 게 자랑스럽지는 않다고. 연봉도 낮고, 야근도 많고, 미래도 불안하다고. 근데 그래도 게임 관련 일이라서 좋다고. 아침에 출근해서 게임 켜는 게 싫지는 않다고. 새로운 콘텐츠 처음 테스트하는 게 재밌다고. 치명적인 버그 찾았을 때 뿌듯하다고. 게임 런칭하고 유저들 반응 볼 때 보람 있다고. 그런 것들 말하고 싶다. 근데 못 한다. 부모님은 이해 못 하실 거다. "그게 얼마나 가냐."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결혼은 언제 할 거냐." 현실적인 이야기만 하실 거다. 그래서 그냥 괜찮다고 한다. 잘 다니고 있다고 한다.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부모님은 안심하신다. 나는 불안하다. 다음 설날 이번 설에는 솔직하게 말해볼까. 연봉 낮다고. 게임 회사 불안하다고. 이직 고민 중이라고. 근데 그래도 지금은 버티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마 또 괜찮다고 할 거다. 부모님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고시원 방에 앉아서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까. 언제쯤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저 게임 회사 다녀요. 자랑스러워요." 그런 날이 올까.부모님께는 오늘도 "괜찮다"고 문자 보냈다. 설에는 좀 솔직해질 수 있을까.
- 07 Dec, 2025
게임 덕후 친구들의 부러움, 그 뒤의 진실
게임 덕후 친구들의 부러움, 그 뒤의 진실 "너 진짜 좋겠다" 친구들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이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좋겠다." 할 말이 없다. 뭐라고 해야 할지. "응, 좋아" 라고 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아니야 힘들어" 라고 하면 "그래도 게임하잖아" 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냥 웃는다. 애매하게. 어제도 고등학교 동창 만났다. 똑같은 말 들었다. "야 너 RPG 테스트한다며? 와 진짜 부럽다. 나도 게임하면서 돈 벌고 싶다." 얘는 은행원이다. 연봉 4500만원. 나보다 1100만원 많다. 근데 나를 부러워한다. 게임하니까. 설명할 수 없었다. 오늘 내가 뭘 했는지.오늘 한 일 오전 10시 출근했다. 새 빌드 받았다. 신규 던전 추가됐다. "환영의 동굴" 이라는 이름이다. 레벨 45 콘텐츠. 기획서 확인했다. 보스 패턴 3가지, 중간 보스 2마리, 일반 몹 5종류. 테스트 시작했다. 캐릭터 레벨 45로 세팅. 치트 켜고 들어갔다. 첫 플레이: 15분. 보스한테 죽었다. 패턴 파악. 두 번째: 12분. 클리어. 버그 없음. 보상 확인. 세 번째: 보스 스킬 2번에서 캐릭터가 벽 뚫고 나갔다. 버그 발견. 스크린샷 찍고 Mantis에 등록. "환영의 동굴 - 보스 스킬 사용 시 캐릭터 벽 관통 현상" 재현율: 5회 중 2회 심각도: Major 환경: Windows 10, i7-9700, RTX 2070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점심시간이다. 12시 30분. 오후에 또 들어갔다. 일곱 번째부터 스무 번째까지. 같은 던전. 같은 보스. 같은 패턴. 보스 대사를 외운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이제 자동으로 손이 움직인다. 회피, 공격, 스킬, 포션. 게임이 아니다. 작업이다. 오후 5시. 던전 30번 돌았다. 버그 7개 찾았다. Major 2개, Minor 5개. 친구가 부러워하는 건 이게 아닐 텐데.게임 덕후의 역설 나는 게임 좋아한다. 진짜로. 중학교 때부터 했다. RPG, FPS, AOS 다 좋아했다. 대학 때 게임 동아리 회장이었다. PC방에서 살았다. "게임 관련 직업 갖고 싶다" 고 생각했다. QA 공고 봤을 때 바로 지원했다. 붙었다. 기뻤다. 첫 달은 좋았다. 진짜 좋았다. 회사에서 게임한다. 돈 받는다. 꿈 같았다. 두 번째 달부터 달라졌다. 같은 스테이지를 100번 돌았다. 밸런스 테스트 때문이다. 드랍률 확인. "에픽 아이템 드랍률 1% 맞는지 확인해주세요." 100번 돌아야 한다. 통계적으로. 50번째쯤 되니까 게임이 아니었다. 노가다였다. 100번 끝나고 엑셀에 정리했다. "드랍률 0.8%, 기획 수치 1%보다 낮음. 확인 필요." 기획자한테 물어봤다. "이거 스펙이에요?" "아 그거 코드 확인해보겠습니다." 다음날 답 왔다. "버그 맞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또 100번 돌았다. 수정 확인. 이번엔 1.2% 나왔다. 통과. 200번 돌았다. 같은 스테이지. 좋아하는 게임이었다. 베타 때부터 기대했던 게임. 이제 보기 싫다. 역설이다. 좋아하는 게임을 일로 하면 싫어진다. 친구들은 이걸 모른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만 본다. 게임이 게임이 아닐 때를 모른다. 야근은 기본 CBT 일주일 전이다. 팀장이 말했다. "다들 고생 많으실 텐데, 이번 주 야근 부탁드립니다." 부탁이 아니다. 통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11시 퇴근. 토요일 출근. 일요일 출근. CBT 시작하는 금요일, 회사에서 잤다. 간이 침대 깔고. 5명이서. 24시간 모니터링이다. 서버 터지면 바로 대응. 유저들 버그 제보 들어온다. 실시간 확인한다. "상점에서 아이템 구매 시 골드가 안 빠져요." 재현 확인. 로그 확인. 개발팀에 전달. 새벽 3시다. 커피 네 잔째. "던전 입장이 안 돼요." 또 확인. 또 로그. 또 전달. 새벽 5시. 눈이 안 떠진다. 잠깐 잤다. 1시간. 7시에 깼다. 버그 제보 20개 쌓였다. 하나씩 확인한다. 일요일 저녁 9시. 집 갔다. 씻고 쓰러졌다. 월요일 10시 출근. 정상 근무. 야근 수당 나온다. 50만원. 이걸로 이번 달 생활비 채운다. 친구들한테 말했다. "이번 주 야근 진짜 힘들었어." "그래도 게임하잖아." 할 말 없다.연봉 3400만원의 의미 3년 차다. 연봉 3400만원. 신입 때 2800만원이었다. 3년 만에 600만원 올랐다. 개발자 신입은 4500만원부터 시작한다. 3년 차 개발자는 6000만원 넘는다. 같은 회사, 같은 프로젝트, 다른 연봉. QA는 이렇다. 업계 표준이다. "테스트는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팀장이 한 말이다. 연봉 협상 때. 누구나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게임 좀 해봤으면 할 수 있다. 그래서 싸다. 대체 가능하니까. 근데 3년 했다. 누구나 할 수 없는 것도 안다. 버그 재현하는 감. 심각도 판단하는 눈. 로그 분석 능력. 이게 3년 만에 생긴다. 근데 연봉은 안 올라간다. "QA 연봉 테이블이 그래요." 고시원 월세 40만원. 식비 50만원. 교통비 10만원. 통신비, 보험, 기타 30만원. 한 달 130만원 쓴다. 세후 260만원 받는다. 130만원 남는다. 저축한다. 1년에 1500만원 모은다. 10년 모으면 1억 5000만원. 서울에 집 못 산다. 개발자 친구는 3년 차에 5800만원 받는다. 주식 옵션도 있다. 회사 상장하면 더 받는다. 나는 QA다. 옵션 없다. 이직 생각한다. 근데 어디로? QA 경력으로 개발자 되기 어렵다. 코딩 못한다. 다른 회사 QA? 연봉 비슷하다. 게임 업계 벗어나기? 뭐 할 수 있지? 막막하다. 친구들은 "게임회사 다니네 좋겠다" 한다. 연봉 애기는 안 한다. 민망하니까. 런칭 후 책임은 QA 지난달 게임 런칭했다. 2년 개발한 프로젝트다. 우리 팀이 1년 테스트했다. 런칭 첫날, 서버 터졌다. 동접 10만 명. 예상은 5만 명이었다. 준비 부족. 서버는 인프라팀 책임이다. 우리 문제 아니다. 근데 버그도 터졌다. "결제는 되는데 아이템이 안 들어와요." Critical 버그다. 돈 관련. 긴급 회의 소집됐다. 밤 11시. 대표까지 왔다. "테스트 때 왜 못 찾았어요?" 우리한테 물었다. QA팀한테. 팀장이 설명했다. "결제 테스트는 샌드박스 환경에서 했습니다. 실결제는 런칭 후 처음입니다." "그럼 실결제 테스트는 왜 안 했어요?" "실결제 테스트 환경 구축은 개발팀..." 책임 공방이다. 결국 QA 탓이 됐다. "테스트가 부족했다." 새벽 3시까지 회의했다. 버그 원인 찾았다. 개발팀이 수정했다. 새벽 5시 배포. 우리는 확인 테스트 했다. 새벽 7시 끝. 집 가서 씻고 10시 출근. 런칭 후 1주일, 매일 이랬다. 버그 터지면 QA 탓. 수정하면 개발팀 공. 이게 현실이다. 유저들은 모른다. "QA 뭐 했냐" 댓글 단다. 우리가 1년 동안 찾은 버그 2374개는 모른다. 터진 버그 12개만 본다. 억울하다. 근데 할 말 없다. 우리 일이니까. 버그 못 찾은 게 우리 책임이니까. 게임이 일이 될 때 주말에 게임 안 한다. 요즘. 친구들이 같이 하자고 한다. 안 한다. "너 게임회사 다니면서 게임 안 해?" 웃긴 소리 같지만 진짜다. 평일에 12시간 게임했다. 주말엔 쉬고 싶다. 게임 말고 다른 거. 넷플릭스 본다. 산책한다. 그냥 누워있는다. 게임은 이제 일이다. 취미가 아니다. 새로운 게임 나와도 흥미 없다. "이것도 버그 있겠네" 생각부터 든다. 즐기는 게 아니라 분석한다. 직업병이다. 친구들이랑 게임해도 재미없다. "이 스킬 판정 이상한데" 혼잣말한다. "야 그냥 게임이야. 진지하게 하지 마" 친구가 말한다. 그냥 할 수가 없다. 버그가 보인다. 예전엔 안 보였다. 이젠 보인다. 좋아하던 게임들, 이제 다르게 보인다. "여기 밸런스 이상한데", "이 확률 조작 아니야?", "UI 불편한데". 즐기는 게 아니라 평가한다. 게임이 게임이 아니다. 일이다. 분석 대상이다. 테스트 케이스다. 이게 3년 차 게임 QA의 현실이다. 좋아하는 걸 일로 하면 안 된다는 말, 이제 안다. 좋아하는 게임, 이제 그냥 일이다. 그래도 말 못 한다 친구들 만나면 부러워한다. 설명 안 한다. 이제. "응, 좋아" 하고 넘긴다. 야근 얘기해도 "그래도 게임하잖아" 돌아온다. 연봉 얘기하면 분위기 이상해진다. 버그 얘기하면 재미없어한다. 그냥 웃는다. "꿈의 직장" 이라고 하면 맞장구친다. 속으론 복잡하다. 꿈의 직장 맞나? 모르겠다. 3년 전 나는 여기 오고 싶어했다. 진짜로. 지금은? 이직 고민한다. 근데 어디 가나 비슷할 것 같다. 게임 업계가 다 이렇다. QA는 이렇다. 그래도 버틴다. 야근 수당 필요하니까. 경력 쌓아야 하니까. 다른 길 몰라서 하니까. "게임하면서 돈 버네 좋겠다." 이 말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좋은 건가? 진짜? 잘 모르겠다. 복잡하다. 게임은 좋아한다. 지금도. 근데 일로서의 게임은 다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말로 안 된다. 경험해봐야 안다. 그냥 웃는다. "응, 괜찮아" 하고. 속으론 피곤하다. 오늘도."게임하면서 돈 번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게임은 하는데, 게임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