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Dec, 2025
밸런스 테스트 - 수치 게임 QA의 묘미
밸런스 테스트 - 수치 게임 QA의 묘미 오전 10시, 새 빌드 출근했다. 오늘 테스트할 신규 던전 빌드가 올라와 있다. 기획 문서 열었다. A급 보스 권장 레벨 45, 예상 클리어 타임 3분. 공격력 1200, 방어력 800, HP 50만. 수치다. 전부 수치다. 치트 툴 켰다. 레벨 45 캐릭터 생성. 장비 세팅. 공격력 900, 방어력 600. 평균 유저 스펙이다. "첫 판 가본다." 던전 입장. 보스 등장. 일반 공격 때린다. 데미지 1850. 계산기 두드린다. 1850 × 60타 = 11만. HP 50만이면 5분은 걸린다. 기획 문서엔 3분이라고 했다.틀렸다. 반복의 시작 보스 패턴 익힌다. 1페이즈 회전 공격, 2페이즈 돌진, 3페이즈 광역기. 회전 공격 맞는다. 데미지 3200. 내 HP 2만. "아, 이거 한 방에 15프로 까이네." 엑셀 연다. 데미지 로그 시트 만든다. 패턴별로 입력한다.회전 공격: 3200 (15%) 돌진: 4500 (22%) 광역기: 6000 (30%)물약 쿨타임 10초. 회복량 5000. 계산한다. 광역기 2번 맞으면 죽는다. 물약 쿨 안 돌아오면 끝이다. "밸런스 개판이네." 다시 들어간다. 이번엔 회피에 집중한다. 3분 30초. 클리어. 또 들어간다. 2분 50초. 또. 3분 10초. 또. 3분 20초.10번 돌렸다. 평균 3분 15초. 기획이 원한 건 3분이다. 15초 차이. 수치의 세계 점심 먹고 왔다. 편의점 도시락 5500원. 오후엔 확률 테스트다. 신규 무기 강화 시스템. 기획서에 '10강까지 평균 시도 횟수 50회' 라고 적혀 있다. 매크로 돌린다. 자동 강화 스크립트. 1강: 100% - 1회 2강: 90% - 2회 3강: 80% - 3회 4강: 70% - 5회 5강: 60% - 8회 여기까진 괜찮다. 6강: 50% - 23회 "뭐야 이거." 다시 돌린다. 이번엔 15회. 또 돌린다. 31회. 또. 19회. 또. 41회.50번 테스트했다. 6강 평균 시도 횟수 27회. 확률 50%가 아니다. 체감상 30%다. 로그 뽑는다. 서버 확률 테이블 확인 요청한다. 답 왔다. "클라이언트 표기 오류입니다. 실제 확률 35%." "아..." 기획자한테 슬랙 날린다. "6강 확률 표기 오류 있습니다. 실제 35%인데 50%로 표기됨." 답장 온다. "확인했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3시간이 날아갔다. 극한 테스트 오후 4시. 극한 상황 테스트 시작한다. 치트로 최강 장비 맞춘다. 공격력 2000, 방어력 1500. 아까 그 보스 간다. 1분 20초 클리어. "개쉽네." 이번엔 최저 스펙. 공격력 600, 방어력 400. 들어간다. 보스 일반 공격에 HP 절반 날아간다. 5분 버틴다. 회피만 한다. 공격 못 한다. 10분. 보스 HP 80% 남았다. "이거 클리어 불가능한데." 기획자한테 리포트 쓴다. "권장 레벨 45, 최저 스펙으로 클리어 불가. 공격력 750 이상 필요. 기획서 수정 제안." 답장. "검토하겠습니다." 검토만 한다. 수정은 안 한다. 밸런스의 함정 저녁 7시. 야근 시작. 신규 스킬 데미지 테스트. 기획서엔 '기존 스킬 대비 120% 데미지' 라고 적혀 있다. 더미 몬스터 소환한다. HP 10만짜리. 기존 스킬 쓴다. 데미지 8500. 신규 스킬 쓴다. 데미지 13000. 계산한다. 13000 ÷ 8500 = 153%. 120%가 아니다. 153%다. "이거 사기 스킬인데." PvP 모드 켠다. 더미 캐릭터 소환. 신규 스킬로 때린다. 3초 컷. "밸런스 박살났네." 리포트 쓴다. "신규 스킬 데미지 과다. 기획 대비 130% 높음. PvP 밸런스 붕괴 우려." 기획자 답장. "의도된 수치입니다. 신규 스킬이라 강하게 설정했습니다." "..." 유저들이 미쳐날뛸 게 보인다. 엑셀 지옥 밤 9시. 커피 네 번째. 밸런스 시트 정리한다. 오늘 테스트한 수치 전부 입력.보스 클리어 타임: 평균 3분 15초 (기획 3분) 강화 확률: 표기 오류 (50% → 35%) 최저 스펙 클리어: 불가능 (공격력 750 이상 필요) 신규 스킬: 과다 데미지 (153%, 기획 120%)빨간 글씨 네 개. 내일 회의에서 욕먹을 게 보인다. "QA가 테스트를 어떻게 한 거야?" 아니다. 내가 틀린 게 아니다. 수치가 틀렸다. 하지만 티켓은 QA한테 온다. "재현율 100%입니다. 로그 첨부했습니다." 방어용 문장이다. 수치의 무게 밤 11시. 퇴근 준비. 오늘 테스트한 던전 몇 번 돌았는지 센다. 37번. 같은 보스 37번 잡았다. 이제 패턴 다 외웠다. 눈 감고도 회피한다. 재미없다. 게임이 아니다. 노동이다. 집 가는 버스에서 생각한다. 유저들은 이 던전 한두 번 돌고 "재밌네" 한다. 나는 37번 돌고 "수치 틀렸네" 한다. 같은 게임, 다른 세계. 수치 뒤에 숨은 노동. 밸런스 뒤에 숨은 반복. 공격력 1200, 방어력 800, HP 50만. 이 숫자들이 적당한지 확인하려고 오늘 하루가 갔다. 내일도 간다. 모레도.수치는 거짓말 안 한다. 사람이 거짓말한다.
- 13 Dec, 2025
버그의 심각도를 보는 눈
버그의 심각도를 보는 눈 오늘 신입이 넘긴 버그 리포트 아침에 출근했다. 신입이 어제 작성한 버그 리포트를 확인했다. "캐릭터 점프 시 그림자 위치 어긋남 - Critical" 한숨 나왔다. 그림자 위치 문제는 Minor다. Critical이 아니다. 신입이니까 모를 수 있다. 나도 1년차 때는 모든 게 중요해 보였다. 심각도 재분류했다. Minor로. 그런데 같은 리포트 아래에 다른 버그가 있었다. "상점에서 아이템 구매 시 골드 차감 안 됨 - Normal" 이건 반대다. 바로 심각도 올렸다. Critical로. 게임 경제 무너지는 버그다. 런칭 전에 못 잡으면 망한다. 신입한테 설명해줬다. "이건 Critical이야. 돈이 안 깎이면 유저들이 무한으로 살 수 있잖아." 신입이 고개 끄덕였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 아직 감이 안 잡힌 것 같다. 당연하다. 나도 3년 걸렸다.1년차 때는 모든 게 Critical 입사하고 첫 프로젝트가 MMORPG였다. 버그를 찾으면 무조건 심각도를 높게 매겼다. 내가 찾은 건 다 중요해 보였다. "NPC 대사에 오타 - Critical" "UI 버튼 정렬 1픽셀 어긋남 - Major" "BGM 루프 시 0.1초 끊김 - Critical" 리드가 전부 다시 분류했다. Minor, Minor, Normal. 처음엔 이해 안 됐다. 오타도 버그고, 정렬도 안 맞고, 소리도 끊기는데 왜 심각하지 않은 거지? 리드가 말했다. "유저가 게임을 못 하면 Critical이야. 나머지는 나중에 고쳐도 돼."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첫 CBT 때 깨달았다. 런칭 3일 전. 버그가 300개 넘게 쌓였다. 다 고칠 수 없었다. 리드가 Critical만 골라냈다. 20개 정도. 나머지는 런칭 후 패치로. 그때 내가 Critical로 올렸던 버그들은 전부 패스됐다. 게임은 정상적으로 런칭됐다. 오타는 유저들이 캡처해서 커뮤니티에 올렸다. 웃음거리가 됐지만 게임은 돌아갔다. 그때 알았다. '심각도'는 우선순위다. 생존의 문제다. 2년차, 패턴이 보이기 시작함 두 번째 프로젝트는 RPG였다. 테스트하면서 버그 심각도를 매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퀘스트 완료 후 보상 안 들어옴 - Critical" "던전 입장 시 로딩 무한 - Critical" "PVP 매칭 안 됨 - Major" 리드가 확인하고 고개 끄덕였다. "맞아. 이대로 올려." 처음으로 재분류 안 당했다. 패턴이 생겼다. 유저가 진행을 못 하면 Critical. 유저가 손해를 보면 Critical. 서버가 죽으면 Critical. 나머지는 Major 이하. 던전에 못 들어가면 진행 불가. Critical. 보상을 못 받으면 손해. Critical. PVP는 필수 콘텐츠는 아님. Major. 이 기준이 생기니까 판단이 빨라졌다. 그런데 아직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레이드 보스 패턴 2페이즈에서 스킬 안 씀" 이건 뭐지? 버그는 맞다. 그런데 심각도는? 기획서 확인했다. 2페이즈에서 광역기를 써야 하는데 안 쓴다. 보스가 너무 쉬워진다. 일단 Major로 올렸다. 다음날 리드가 불렀다. "이거 Critical이야. 밸런스 붕괴야. 레이드 난이도가 존재 의미를 잃어." 아, 맞다. 레이드는 엔드 콘텐츠다. 여기가 쉬우면 유저들이 할 게 없다. 게임 수명이 짧아진다. 또 배웠다. 밸런스 붕괴도 Critical이다.3년차, 이제는 감이다 지금은 버그 리포트를 보면 1초 만에 안다. 심각도가 뭔지. "스킬 쿨타임 초기화 버그 - 유저가 무한으로 스킬 쓸 수 있음" Critical. 즉시 기획자한테 알림.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특정 헤어스타일 선택 시 크래시" Critical. 유저가 게임 시작을 못 한다. "상점 UI에서 아이템 설명 텍스트 잘림" Minor. 불편하지만 구매는 가능하다. "튜토리얼 스킵 버튼 작동 안 함" Major. 복귀 유저가 짜증 난다. 이탈률 오른다. "필드 보스 리젠 시간 30분→3분으로 변경됨" Critical. 서버 과부하 온다. 게임 터진다. 더 이상 기획서를 일일이 안 본다. 게임 구조가 머릿속에 있다. 이 버그가 어디에 영향을 주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경제 시스템 버그는 무조건 올린다. 진행 차단 버그는 최우선이다. 크래시는 재현율 확인하고 판단한다. UI 버그는 대부분 낮게 매긴다. 신입이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아세요?" 설명하기 어렵다. "감이야. 많이 보면 돼." 신입이 답답한 표정이다. 나도 알아. 그 심정. 나도 1년차 때 같은 질문 했다. 근데 진짜 답은 그거다. 경험. 심각도는 맥락이다 어제 재밌는 일이 있었다. QA 회의에서 버그 하나가 논쟁이 됐다. "PVP에서 특정 스킬 조합 사용 시 상대방 화면 멈춤" 누군가는 Critical이라고 했다. "PVP를 못 하잖아요." 누군가는 Major라고 했다. "재현율이 낮아요. 특정 조합이 필요해요." 리드가 물었다. "PVP 시즌이 언제 시작하지?" "2주 후요." "Critical." 모두가 고개 끄덕였다. 같은 버그도 타이밍에 따라 심각도가 바뀐다. PVP 시즌 전이면 Critical. 평소면 Major. 런칭 직전이면 모든 크래시가 Critical. 런칭 후 안정기면 재현율 낮은 크래시는 Normal. 이벤트 기간이면 이벤트 관련 버그는 우선순위 1순위. 평소면 나중에 고쳐도 된다. 심각도는 절대적이지 않다. 상황에 따라 바뀐다. 이게 제일 어렵다. 기준이 고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하다. 프로젝트를 여러 번 겪어봐야 한다. 런칭을 여러 번 해봐야 한다. 신입은 절대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건 버그니까 Critical." 3년차는 맥락으로 판단한다. "이건 지금 고쳐야 하니까 Critical." 차이가 크다. 틀릴 때도 있다 물론 나도 틀린다. 지난달에 버그를 Normal로 올렸다. "특정 NPC 상호작용 시 카메라 각도 이상함" 별거 아닌 것 같았다. 게임은 진행된다. 카메라만 조금 이상할 뿐. 런칭 후 커뮤니티에 글 올라왔다. "이 NPC 대화하면 치마 속이 보임 ㅋㅋㅋ" 난리 났다. 캡처 돌아다니고, 기사 나오고, 페미 커뮤니티에서 난리. 긴급 패치 들어갔다. 리드가 말했다. "이거 Critical이었어. 놓쳤네." 내 잘못이다. 카메라 버그인 줄만 알았다. 그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 못 했다. 유저 반응까지 예측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Minor여도, 유저한테 Critical이면 그게 Critical이다. 여기까지는 아직 감이 부족하다. 더 배워야 한다.신입한테 해주는 말 오늘 신입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심각도를 잘 볼 수 있어요?" 내가 한 말. "일단 많이 틀려봐." 처음엔 다 틀린다. Critical을 Minor로 보고, Minor를 Critical로 본다. 당연하다. 틀리면 리드가 고친다. 그때 왜 틀렸는지 물어봐라. "왜 이게 Critical인가요?" "왜 이건 Minor인가요?" 이유를 알면 다음엔 안 틀린다.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봐." 개발자 입장이 아니라 유저 입장. 이 버그 때문에 유저가 게임을 못 하나? 이 버그 때문에 유저가 돈을 잃나? 이 버그 때문에 유저가 화내나? 답이 "예스"면 심각도 올려라. "런칭을 경험해봐." CBT, 오픈 베타, 정식 런칭. 직접 겪어봐야 안다. 런칭 전날 밤에 어떤 버그를 먼저 고치는지 봐라. 그게 Critical이다. 런칭 후 유저들이 어떤 버그에 화내는지 봐라. 그것도 Critical이다. 책에는 안 나온다. 몸으로 배워야 한다. "3년 걸린다." 조급해하지 마. 나도 3년 걸렸다. 1년차는 기준을 배운다. 2년차는 패턴을 본다. 3년차는 감이 생긴다. 지금은 틀려도 괜찮다. 그게 배우는 과정이다. 신입이 고개 끄덕였다. 표정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퇴근길 생각 오늘도 버그 리포트 30개 처리했다. 심각도 분류하고, 재현하고, 로그 확인하고. 3년 전 나는 하루에 5개도 제대로 못 했다. 지금은 30개. 빨라진 게 아니다. 눈이 생긴 거다. '이건 Critical'이라는 확신. '이건 Major'라는 판단. '이건 Minor'라는 여유. 이게 3년의 값어치다. 연봉은 여전히 낮다. 야근은 여전히 많다. 처우는 여전히 안 좋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이제 버그를 본다. 신입이 못 보는 걸 본다. 개발자가 놓친 걸 본다. 기획자가 예상 못 한 걸 본다. 이게 내 능력이다. 3년 동안 만든. 집에 가는 지하철 안. 커뮤니티 들어가 봤다. 우리 게임 글이 있다. "오늘 업데이트 후 버그 없네? QA 일 제대로 하나 봄" 한 줄 댓글이지만 기분 좋다. 우리가 잘 걸러내면 유저는 몰라. 그게 우리 일이다. 집 도착. 씻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도 버그 본다. 심각도 판단한다. 틀리면 배운다. 3년차 QA. 버그를 보는 눈을 가진 사람. 그게 나다.Critical은 절대적이지 않다. 타이밍과 맥락이다. 3년 걸려서 배웠다.
- 12 Dec, 2025
금요일 밤, CBT 전날의 긴장감
금요일 밤, CBT 전날의 긴장감 퇴근 후 집에 왔다 금요일 오후 6시. 퇴근했다. 원래 같으면 친구들이랑 술 약속이라도 잡았을 시간이다. 근데 오늘은 그냥 집에 왔다. 월요일부터 CBT다. Closed Beta Test. 유저들한테 처음 공개하는 테스트. 고시원 문 열고 들어왔다. 책상에 모니터 두 개. 키보드. 마우스. 에너지 드링크 세 캔. 일단 샤워부터 했다. 머리 감고, 편한 옷 입고, 의자에 앉았다. 노트북 켰다. 회사 메신저 열렸다. 기획팀장이 오후 5시에 올린 메시지. "CBT 최종 빌드 업로드 완료. QA팀 확인 부탁드립니다." 금요일 밤인데 일한다. 근데 이게 당연하다. CBT 전날이니까.빌드 다운로드 시작 회사 서버 접속했다. 빌드 폴더 열었다. "CBT_Final_v1.2.3_20250117.zip" 파일 크기 18GB. 다운로드 시작. 예상 시간 45분. 인터넷이 느리다. 고시원 와이파이다. 기다리는 동안 체크리스트 열었다. 엑셀 파일. 내가 어제 정리한 거. CBT 1일차 체크리스트회원가입 플로우 (5분) 튜토리얼 전체 플레이 (20분) 초반 사냥터 3곳 (각 30분) 첫 던전 입장/클리어 (1시간) 상점 구매 테스트 (30분) 인벤토리 아이템 정렬 (10분) 파티 매칭 시스템 (1시간) 채팅 기능 전체 (30분)총 예상 시간 5시간 반. 근데 버그 나오면 더 걸린다. 월요일 아침 9시에 CBT 서버 오픈. 나는 8시 반에 출근해야 한다. 에너지 드링크 하나 땄다. 따뜻한 게 좋은데 차갑다. 그냥 마셨다.설정 파일 먼저 확인한다 다운로드 30%. 아직 멀었다. 대신 지난주 빌드로 설정 파일부터 봤다. 이번에 바뀐 부분 확인하려고. config.xml 열었다. 메모장으로. <DropRate_Normal>5.2</DropRate_Normal> <DropRate_Rare>1.8</DropRate_Rare> <DropRate_Epic>0.3</DropRate_Epic>지난주엔 에픽 드랍률이 0.5였다. 떨어뜨렸네. 유저들 욕할 거다. 근데 내 일은 확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거다. 밸런스는 기획자 몫. 스크롤 내렸다. 던전 입장 조건. <DungeonEntry_MinLevel>15</DungeonEntry_MinLevel> <DungeonEntry_RequiredQuest>Q_101_Clear</DungeonEntry_RequiredQuest>15레벨, 퀘스트 101 클리어. 메모했다. 월요일에 이것부터 테스트해야 한다. 체크리스트에 추가했다. "던전 입장 조건 - 14레벨로 시도, 퀘스트 미완료로 시도." 경험상 경계값 테스트가 제일 중요하다. 15레벨 되기 직전, 퀘스트 받기 전. 거기서 버그 난다. 시계 봤다. 7시 반. 배고프다. 냉장고 열었다. 편의점 도시락 하나. 어제 산 거.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3분 기다렸다. 딩 소리. 꺼냈다. 뜨겁다. 젓가락 꺼내서 먹었다. 밥이 딱딱하다. 근데 배고파서 그냥 먹는다.다운로드 완료 8시 20분. 다운로드 끝났다. 압축 풀었다. 5분 걸렸다. 설치 시작. 게임 클라이언트 실행했다. 로딩 화면 나왔다. 새로 그린 일러스트다. "CBT를 환영합니다." 근데 나는 테스터다. 환영받는 기분 안 든다. 로그인 화면. 개발자 계정으로 들어갔다. 치트 권한 있는 계정. 캐릭터 생성. 전사, 마법사, 궁수. 일단 전사 골랐다. 초반 사냥이 제일 빠르니까. 튜토리얼 스킵했다. 치트 명령어 쳤다. "/level 14" 캐릭터 레벨이 14가 됐다. 던전 입장 조건 테스트하려고. 마을로 이동했다. NPC한테 말 걸었다. 퀘스트 받았다. Q_101. "숲 속의 고블린 10마리를 처치하세요." 맵 이동했다. 고블린 찾았다. 때렸다. 한 방에 죽는다. 치트 써서 공격력 올렸으니까. 10마리 잡았다. 3분 걸렸다. 다시 NPC한테 갔다. 퀘스트 완료. 이제 던전 가봐야 한다. 던전 입구 찾았다. 클릭했다. "입장 조건을 만족하지 않습니다. (필요 레벨: 15)" 됐다. 조건 체크가 작동한다. "/level 15" 레벨 올렸다. 다시 클릭했다. 던전 입장됐다. 로딩 화면. 3초. 던전 안. 어둡다. 횃불 켜졌다. 분위기 좋네. 앞으로 걸었다. 몬스터 나왔다. 스켈레톤. 때렸다. 데미지 나갔다. 피 깎였다. 한 번 더. 죽었다. 아이템 떨어졌다. 주웠다. "낡은 검." 옵션 확인했다. "공격력 +5." 엑셀 열어서 드랍 테이블 확인했다. 낡은 검 드랍률 15%. 정상이다. 근데 이건 한 번 테스트로 확인 안 된다. 100번은 돌아야 한다. 월요일에 매크로 돌려야겠다. 자동 사냥 스크립트. 시계 봤다. 9시 반. 아직 테스트할 게 많다. 상점, 인벤토리, 파티 시스템. 근데 눈이 피곤하다. 모니터 너무 오래 봤다. 체크리스트 업데이트 게임 끄고 엑셀로 돌아왔다. 체크리스트에 오늘 확인한 것들 체크했다.✅ 던전 입장 조건 (레벨, 퀘스트) ✅ 던전 내부 로딩 ✅ 몬스터 기본 전투 ✅ 아이템 드랍 (1회)아직 안 한 것들.❌ 파티 매칭 (2명 이상 필요) ❌ 상점 구매 (결제 테스트는 월요일) ❌ 채팅 시스템 (서버 열려야 함) ❌ 드랍률 통계 (100회 이상)월요일에 팀원들이랑 같이 해야 하는 것들이다. 메모 하나 더 추가했다. "던전 횃불 켜지는 타이밍 - 입장 후 0.5초 딜레이. 의도된 건지 확인." 이런 게 쌓인다. 작은 것들. 근데 유저들은 이런 거 다 느낀다. 메신저 확인했다. 팀장이 30분 전에 메시지 남겼다. "다들 주말에 빌드 미리 받아두세요. 월요일 아침에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답장 쳤다. "확인했습니다. 기본 테스트 완료했고, 월요일 체크리스트 업데이트했습니다." 30초 후에 읽음 표시 떴다. 답은 없다. 팀장도 피곤할 거다. 에너지 드링크 두 번째 캔 땄다. 반만 마셨다. 카페인 너무 많이 먹으면 월요일에 안 듣는다. 유튜브 켰다 테스트는 여기까지. 더 하면 월요일에 지친다. 유튜브 열었다. 추천 영상에 우리 게임 관련 영상 떴다. "이번 CBT 기대평 - 과연 망겜일까?" 재생했다. 유튜버가 떠든다. "던전 시스템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데요. 파티 플레이가 강제면 좀 그렇고..." 댓글 봤다."드랍률 구리면 바로 접음ㅋㅋ" "과금 유도 심하면 망함" "QA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마지막 댓글 보고 웃었다. 제대로 하려고 금요일 밤에 일하는 중인데. 근데 버그 터지면 QA 탓한다. 항상 그렇다. 영상 껐다. 더 보면 스트레스만 쌓인다. 내일은 쉬어야 한다 시계 봤다. 10시 반. 월요일에 출근하면 12시간은 일한다. 어쩌면 15시간. CBT 첫날은 항상 그렇다. 유저들 접속하면 예상 못 한 버그가 쏟아진다. 서버 터지고, 아이템 복사 버그 나오고, 던전 진입 안 되고. 기획자는 "왜 테스트 안 했냐"고 한다. 개발자는 "재현이 안 되는데"라고 한다. 그 사이에서 나는 로그 뒤지고, 재현 시나리오 만들고, 우선순위 정리한다. 내일 토요일은 쉬어야 한다. 진짜로. 근데 토요일 오후쯤 되면 또 빌드 받아서 테스트할 것 같다. 불안해서. 이게 습관이 됐다. CBT 전에는 항상 이렇다. 노트북 덮었다. 불 껐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 봤다. 좁은 고시원 천장. 3년 전에 이 회사 들어왔을 때는 좋았다. 게임 만드는 거 신기했고, 테스트하는 거 재밌었고. 지금은... 복잡하다. 좋아하는 일인데 힘들다. 힘든데 그만두기는 싫다. 월요일 되면 또 12시간 일한다. 화요일도. 수요일도. CBT 끝나면 버그 리포트 정리한다. 그거 또 일주일. 그러다 보면 정식 런칭 준비 시작한다. 눈 감았다. 자야 한다. 근데 머릿속에서 체크리스트가 돈다. 던전 입장 조건, 드랍률 검증, 파티 매칭, 채팅 시스템... 에너지 드링크를 너무 많이 마셨나. 잠이 안 온다. 폰 켰다. 11시. 알람 설정했다. 월요일 아침 7시. "CBT 당일" 메모 추가. 폰 덮었다. 다시 눈 감았다.금요일 밤, CBT 전날. 다른 사람들은 약속 잡고 술 마실 시간에 나는 빌드 받고 테스트한다. 이게 게임 QA의 금요일이다.
- 11 Dec, 2025
QA 경력 3년, 그다음은 어디로?
QA 경력 3년, 그다음은 어디로? 오늘도 링크드인을 켰다 점심시간이다. 회사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맛이 없다. 밥이 문제가 아니라 내 머릿속이 복잡해서다. 링크드인을 켰다. 요즘 자주 켠다. '게임 QA' 검력으로 검색했다. 채용 공고가 나온다. 연봉은 비슷하다. 3400만원에서 3800만원 사이. 3년 차인데 천장이 보인다. 옆 자리 개발자는 5년 차다. 연봉이 6천만원 넘는다고 들었다. 우리는 같은 게임을 만든다. 나는 버그를 찾고, 그는 코드를 짠다. 근데 연봉은 거의 두 배 차이다. "QA 경력으로 뭐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요즘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3년이면 전문가 아닌가 게임 QA를 3년 했다. 런칭을 3번 경험했다. CBT, OBT, 정식 런칭까지 다 겪었다. 밤샘 테스트도 수십 번이다. 버그를 1000개 넘게 찾았다. Mantis에 등록한 이슈 번호가 4자리를 넘는다. 크리티컬 버그도 수십 개 잡았다. 게임이 터질 뻔한 걸 막은 적도 있다. 확률 검증은 이제 감이 있다. 엑셀로 시뮬레이션 돌리고, 로그 분석하고, 이상한 패턴 찾아낸다. 기획자들도 내 데이터를 믿는다. 근데 이력서에 뭐라고 써야 할까? "게임 1000시간 플레이 경험" "버그 1000개 발견" "야근 500시간" 이게 다른 회사에서 인정받을까? 다른 직무로 갈 수 있을까? 동기는 대학원을 갔다. 데이터 분석을 배운다고 했다. "QA 경력으로는 한계가 있어"라고 말했다.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이직 사이트를 뒤져봤다 저녁이다. 퇴근은 8시. 고시원에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켰다. 원티드를 켰다. '게임 QA' 검색. 공고가 20개 정도 나온다. 다 비슷하다. 신입3년, 연봉 30004000만원. 내가 지금 받는 거랑 똑같다. 'QA 매니저' 검색. 공고가 5개다. 경력 5년 이상, 연봉 4500~5500만원. 2년을 더 해야 500만원 오른다. 그것도 매니저 되면. 다른 직무를 봤다. '게임 기획자'. 신입도 3500만원부터 시작한다. 3년 차는 5000만원 넘게 받는다. QA보다 높다.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자'. 신입이 4500만원이다. 3년 차는 7000만원도 본다. 숫자를 보니까 기분이 이상해진다. 나는 3년 동안 뭘 한 거지?QA 경력은 어디로 가는가 현실을 직시했다. 게임 QA에서 갈 수 있는 루트가 몇 개 있다. 1. QA 매니저가장 일반적인 루트 5~7년 경력 필요 연봉 천장: 5500만원 계속 테스트하는 건 똑같음2. 게임 기획자전직 가능하다고 함 QA 경험이 밸런스 기획에 도움된다고 근데 포트폴리오가 필요함 신입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3. CS/운영유저 대응, 버그 대응 QA 경험 인정받음 근데 연봉은 비슷함 감정노동 추가됨4. 데이터 분석가로그 분석 경험 활용 SQL, Python 배워야 함 학원 다녀야 함 신입으로 시작5. 다른 업계 QA앱, 웹서비스 QA 게임보다 야근 적다고 함 연봉은 비슷하거나 낮음 게임 QA 경력이 제대로 인정 안 될 수도어느 쪽도 명확하지 않다. 팀장님은 10년 차다. 연봉이 6000만원이라고 들었다. 10년을 해야 6000만원이다. 개발자 3년 차보다 낮다. 실제로 알아봤다 용기를 냈다. 이력서를 써봤다. 경력사항:게임 QA 3년 런칭 3회 참여 이슈 트래킹 1000건 이상 확률 검증 및 밸런스 테스트사용 툴:Mantis, Jira Excel (수식, 매크로) 게임 치트 툴 로그 분석이력서를 보니까 초라하다. 개발자 이력서를 본 적이 있다. 'Java, Spring, MySQL, AWS'가 주르륵 나온다. 프로젝트 설명이 구체적이다. 깃허브 링크도 있다. 내 이력서는 뭔가 빈약하다. 툴 사용은 다 할 수 있는데, 기술 스택이라고 부르기엔 약하다. 그래도 냈다. 게임 기획자 공고 5개, 다른 회사 QA 공고 3개. 일주일 후. 답이 왔다. 게임 기획자는 전부 탈락. '포트폴리오 부족'이라는 피드백. QA 공고는 2곳에서 연락 왔다. 면접을 봤다. "QA 경력이 3년이시네요. 저희는 4년 차 급을 찾는데..." "연봉은 현재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결국 이직해도 제자리다.선배에게 물어봤다 팀에 7년 차 선배가 있다.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에 물어봤다. "형, QA 계속 하실 거예요?" 선배가 웃었다. "글쎄. 나도 모르겠어." 선배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7년을 했는데 연봉이 4800만원이다. 같은 기수 개발자는 1억을 넘본다고 한다. "QA는 경력이 쌓여도 할 수 있는 게 비슷해. 신입이나 7년 차나 하는 일이 크게 안 달라." 선배 말이 맞다. 신입도 버그를 찾고, 7년 차도 버그를 찾는다. 차이는 속도와 정확도뿐.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게 아니다. "기획이나 개발은 달라. 1년 차는 간단한 기능 만들고, 5년 차는 시스템 설계를 해. 성장이 보여." "QA는 성장이 안 보여?" "보이긴 하는데... 시장에서 인정을 못 받아." 그 말이 핵심이다. 내 성장은 내가 안다. 3년 전보다 훨씬 잘한다. 버그를 빨리 찾고, 패턴을 읽고, 리포트를 정확하게 쓴다. 근데 시장은 그걸 몰라준다. 이력서에 쓸 방법이 없다. 스터디를 시작했다 결심했다. 뭐라도 배워야겠다고. SQL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무료 강의를 본다. 퇴근하고 고시원에서 1시간씩 공부한다. SELECT, WHERE, JOIN. 기초부터 시작한다. 로그 분석할 때 쓸 수 있을 것 같다. Python도 시작했다. 확률 검증할 때 엑셀 말고 코드로 하면 더 빠를 것 같아서다. 근데 피곤하다. 회사에서 9시간 일하고, 야근하고, 집 와서 또 공부한다. 주말에도 공부한다. 한 달이 지났다. SQL 기초는 끝냈다. 간단한 쿼리는 짤 수 있다. Python은 반복문까지 배웠다. 이력서에 추가했다. 보유 기술:SQL (기초) Python (기초)그래도 뭔가 약하다. '기초'를 빼면 거짓말이고, 쓰면 초라하다. 개발자들은 '프로젝트에 적용한 경험'을 쓴다. 나는 혼자 공부한 거뿐이다. 회사 일에 써먹을 수도 없다. QA는 치트 툴 쓰면 되니까 SQL이나 Python이 필요 없다. 그냥 이직용 스펙이다. 뭔가 씁쓸하다. 동료가 퇴사했다 한 달 전 일이다. 같은 팀 동료가 퇴사했다. 2년 차였다. 나보다 1년 후배. "형, 저 그만둡니다." "어디 가?" "학원 다니려고요. 개발 배울 거예요." 개발자로 전향한다고 했다. 6개월 학원 다니고, 신입으로 지원한다고 했다. "QA 경력은 버리는 거 아니야?" "네. 그냥 백지에서 시작하는 거죠." 그 친구 표정이 밝았다. 불안한 것 같았지만, 희망도 있어 보였다. 나는 3년을 했다. 그 친구는 2년 했다. 그 친구는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3년을 더 해야 할까? 아니면 나도 다시 시작해야 할까? 계산을 해봤다. QA 계속:지금: 3400만원 5년 차: 4000만원 (예상) 7년 차: 4500만원 (예상) 10년 차: 5500만원 (최대)개발자 전향:학원 6개월: 수입 0원, 학원비 -1000만원 신입: 4000만원 3년 차: 6000~7000만원 (예상) 5년 차: 8000~9000만원 (예상)숫자로 보니까 명확하다. 개발자로 가는 게 맞다. 근데 나는 30살이다. 학원 다니면 31살. 신입 개발자 하면 34살에 3년 차다. 그때쯤이면 결혼도 생각해야 하는데, 34살에 6000만원이면 괜찮은가? 머리가 아프다. 또 다른 선택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게임 QA 출신 중에 '유저 리서처'로 간 사람이 있다고 한다. 유저 테스트를 설계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뽑는 일. QA 경험이 도움된다고 한다. 연봉도 나쁘지 않다고 들었다. 4년 차에 5000~6000만원 수준. 관심이 생겼다. 검색을 해봤다. 필요 역량:정성/정량 리서치 이해 데이터 분석 능력 통계 지식 리포트 작성 능력내가 가진 것: 데이터 분석 경험, 리포트 작성. 내가 없는 것: 리서치 방법론, 통계 지식. 또 공부해야 한다. 근데 이건 명확한 커리어 패스가 없다. 채용 공고도 많지 않다. 경쟁이 세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개발자보다는 진입 장벽이 낮다.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QA 계속하기 개발자 전향 유저 리서처 전향 기획자 도전 (포트폴리오 만들기)네 개 다 불확실하다.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밤이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본다. 나는 왜 게임 QA를 시작했을까? 게임을 좋아해서였다. 게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개발은 못 하니까 QA라도 하자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떨까? 게임은 여전히 좋아한다. 근데 게임을 할 때마다 버그를 찾는다. 직업병이다. 즐기기가 어렵다. 회사 게임은 100번 넘게 플레이했다. 재미가 사라졌다. 그냥 데이터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돈?솔직히 중요하다. 연봉 5000만원은 넘고 싶다.커리어 성장?10년 후에 뭘 하고 있을지 보이면 좋겠다.일과 삶의 균형?야근 없는 삶. 주말에 쉬는 삶.보람?내가 만든 걸 자랑하고 싶다. 근데 QA는 결과물이 없다.정리가 안 된다. 친구들은 부럽다고 한다. "게임하면서 돈 버네." 근데 나는 게임이 싫어지고 있다. 부모님은 걱정하신다. "게임 회사 오래 다닐 수 있어?" 대답을 못 한다. 나도 모르겠다. 3개월 후 내 모습 상상을 해봤다. 시나리오 1: QA 계속여전히 같은 회사, 같은 자리 연봉은 3400만원 신규 콘텐츠 테스트 야근 똑같은 일상시나리오 2: 학원 등록퇴사 개발 학원 다니는 중 돈이 나가는 중 불안하지만 새로운 걸 배우는 중 취업 준비하는 중시나리오 3: 이직 준비퇴근 후 공부 SQL, Python 중급 포트폴리오 만들기 이력서 계속 넣기 면접 보기어느 게 정답일까? 정답은 없다. 선택만 있다. 근데 선택이 무섭다. 잘못 선택하면 시간을 날리는 거다. 3년도 벌써 날아갔다. 오늘의 결론 아직 결정 못 했다. 근데 한 가지는 확실하다. QA 3년 경력은 다른 직무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게 현실이다. QA는 전문직이 아니다. 시장에서 그렇게 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본다. 실제로는 노하우가 쌓이는데, 그게 안 보인다. 개발자는 코드를 보여줄 수 있다. 기획자는 문서를 보여줄 수 있다.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가 있다. QA는? 버그 리포트? 엑셀 시트? 이직할 때마다 처음부터 증명해야 한다. "저 잘해요." 근데 증거가 약하다. 그래서 불안하다. 3년을 더 하면 6년 차가 된다. 그때도 똑같을까? "QA 6년 경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10년을 해도 똑같을 것 같다. 그래도 포기는 안 한다. 일단 공부는 계속한다. SQL, Python. 데이터 분석 공부도 시작했다. 포트폴리오도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개인 프로젝트로 간단한 게임 기획서를 써볼까. 아니면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정리해볼까. 이직 공고도 계속 본다.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 그리고 현재 일도 최선을 다한다. QA 경력이 인정 안 받더라도, 내가 게임을 살렸다는 건 사실이다. 유저들이 버그 없이 게임하는 건 내 덕분이다.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돈이 문제지. 3년 후, 6년 후, 10년 후.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여기에만 있지는 않을 거다. 변화가 필요하다. 언제, 어떻게 할지 아직 모르지만. QA 경력 3년, 그다음은 어디로? 아직 답을 찾는 중이다.내일도 출근한다. 버그 찾는다. 근데 내 미래도 찾아야 한다.
- 10 Dec, 2025
새벽 4시, 여전히 돌아가는 게임 윈도우
런칭 D-3 새벽 4시다. 게임 윈도우가 여전히 돌아간다. 나도 여전히 앉아있다. 사무실엔 나만 남았다. 개발팀은 11시에 갔다. 기획팀은 1시에 갔다. QA팀 막내인 나만 남았다. "혹시 모르니까 한 번만 더 돌려봐." 팀장의 말이었다. 던전 입장 버튼을 누른다. 153번째다. 로딩 화면이 뜬다. 3초. 몬스터가 나온다. 공격한다. 죽인다. 보상 창이 뜬다. 확인한다. 엑셀에 기록한다.던전 154회차 입장. 같은 루트. 같은 몬스터. 같은 패턴.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다. 확률이 이상하다 레드북스 드랍률 0.5%라고 했다. 300회 돌리면 1~2개 나와야 한다는 계산이다. 근데 153회 돌렸는데 0개다. 엑셀을 다시 본다. 블루북스는 47개 나왔다. 드랍률 3%니까 맞다. 그린북스는 6개. 드랍률 0.3%인데 좀 많이 나왔다. 레드북스만 0개다. 로그를 연다. 파일을 찾는다. Ctrl+F로 "RedBook" 검색. 0건. "아." 테이블을 연다. 던전 보상 테이블. 레드북스 항목을 찾는다. 확률: 0.5 가중치: 0 "씨발." 가중치가 0이면 확률이 아무리 높아도 안 나온다. 기획자가 테이블 셋팅할 때 실수한 거다. 새벽 4시 18분. 나는 버그를 찾았다.슬랙을 연다. 기획팀 채널에 메시지를 쓴다. "@김과장님 레드북스 가중치 0으로 되어있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읽음 표시는 안 뜬다. 당연하다. 자고 있을 시간이다. 맨티스를 연다. 버그 리포트를 작성한다. 제목: [크리티컬] 레드북스 드랍 안 됨 재현율: 100% 심각도: Critical 설명: 던전 보상 테이블에서 레드북스 가중치 0으로 설정되어 드랍 불가. 153회 테스트 결과 0건 드랍 확인. 가중치 50으로 수정 필요. 스크린샷 첨부. 로그 파일 첨부. 엑셀 데이터 첨부. 등록. 혼자만 남은 밤 의자에 기댄다. 목이 뻐근하다. 허리가 아프다. 사무실이 조용하다. 에어컨 소리만 들린다. 창밖은 아직 어둡다. 핸드폰을 본다. 카톡이 17개 쌓여있다. 친구: "야 이번 주말에 놀자" 친구: "너 요즘 연락 안 되냐" 친구: "야" 엄마: "밥은 먹고 다니냐" 엄마: "야근 그만 좀 해라" 다 못 본 척한다. 답장할 힘이 없다.레드불을 마신다. 오늘 다섯 번째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게임 윈도우로 돌아간다. 던전 154회차 시작. 몬스터가 나온다. 공격한다. 죽인다. 이게 내 일이다. 런칭이 다가온다 D-3이다. 3일 후면 오픈이다. 유저들이 들어온다. 이 던전을 돌린다. 레드북스를 기대한다. 만약 내가 오늘 못 찾았으면. 만약 가중치 0인 채로 런칭했으면. 커뮤니티가 난리 났을 거다. "레드북스 안 나옴" "확률 사기임" "환불 ㄱㄱ" 그럼 회의가 소집된다. "QA에서 왜 못 찾았어요?" "테스트 안 한 거예요?" 내 잘못이 된다. 테이블 셋팅은 기획자가 했는데. 못 찾은 건 QA 책임이 된다. 새벽 4시 37분. 나는 회사를 지켰다.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칭찬 안 한다. 그냥 월요일 되면. "아 레드북스 버그 고마워요~" 슬랙 메시지 하나 올 거다. 언제까지 의자에서 일어난다. 화장실에 간다. 거울을 본다. 눈이 충혈됐다. 다크서클이 내려왔다. 27살 얼굴이 아니다. 물로 세수한다. 차갑다. 사무실로 돌아온다. 자리에 앉는다. 모니터를 본다. 던전 155회차. 언제까지 이럴 건가. 런칭하면 끝일까. 다음 업데이트 준비하면 또 이럴 거다. QA는 이렇게 사는 건가. 연봉은 3400. 개발자는 6000 받는데. 똑같이 야근하는데. 똑같이 런칭 압박 받는데. 나만 절반이다. 게임을 좋아해서 들어왔다. 게임 만드는 일이 멋있어 보였다. 근데 나는 만들지 않는다. 그냥 부순다. 버그를 찾는다. 반복한다. 던전 156회차 입장. 창밖이 밝아온다 새벽 5시 20분. 창밖이 밝아진다. 하늘이 회색이다. 곧 파란색이 될 거다. 출근하는 차들이 보인다. 세상은 돌아간다. 나는 여기 앉아있다. 게임 윈도우 앞에. 던전 200회차를 채웠다. 엑셀을 정리한다. 레포트를 쓴다. "던전 보상 200회 테스트 완료. 레드북스 드랍 0건 확인. 가중치 오류로 판단. 수정 후 재테스트 필요." 저장. 게임을 끈다. 윈도우가 꺼진다. 화면이 검게 변한다. 내 얼굴이 비친다. 모니터에. 피곤하다. 백팩을 챙긴다. 불을 끈다. 사무실을 나간다. 엘리베이터를 탄다. 1층. 밖으로 나온다. 차가운 공기. 6시 반에 집 도착. 씻는다. 눕는다. 10시 출근이다. 3시간 반 잘 수 있다. 눈을 감는다. 던전 입장 버튼이 보인다. 꿈에서도 게임을 한다.런칭까지 3일. 나는 오늘도 회사를 지켰다. 아무도 모르게.